34권 35권
장미 우주수 밀림을 전부 진동시키는 가공할만한 신력이 섞인 웃음소리였다.
차원창세신 코아는 우주수 수액바다에 녹아 없어진 피부와 손상된 근육에서 상상도 못할 통증이 덮쳐오고 있지만 오로지 성과만을 기뻐할 뿐이었다.
“이것이 증거로다.
크하하하하하-!”
스스스스스-!
녹아버린 신체는 근원의 칭호와 차원의 권능에 의해 재생은 되고 있지만 얼마나 생명력을 소모시키면서 버티었는지 무척이나 느렸다.
천천히 피부가 복구되는 과정도 지독하게 끔찍한 모습이었다.
그런데도 한참을 웃던 차원창세신 코아는 아공간에서 긴 담뱃대를 꺼내서 물고 길게 황금빛 연기를 내품었다.
“후우우우우-! 이계 일원은 겨우 이 정도도 못해서 포기했나?
아니 자존심 때문에 시도조차 안했다고?
이계는 역시 십중심도 별 것 아니었어.”
황금빛 연기는 아직 온 몸을 감싼 여력은 없는지 마치 속옷처럼 일부분만 가릴 뿐이었다.
그러나 황금빛 연기의 성스러운 창조력에 의해 최소한 끔찍스런 느낌이 많이 사라졌고 피부의 재생도 빠르게 시작되었다.
치이이이이이-! 수아아아아아-!
눈동자도 복구되어 시력이 돌아와서 자세히 확인한 황금열쇠는 원통형의 손가락 크기의 큰 도장 형태였다.
도장 모양의 열쇠를 한참을 조사하다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후우우우-! 그런데 이 열쇠가 맞나?
왜 ‘언제나 동전의 앞면’이 아무 반응이 없지?”
아무래도 꽝인 것 같았다.
한 달 동안 몸이 서서히 녹아가는 것을 감수하면서 수액바다를 통재로 뒤흔들어 찾아낸 열쇠인데도 흑염의 직감이 미동도 하지 않는 것이다.
‘보물고 내부에서 권능을 사용할 수 없으니 다급하게 밖으로 나왔는데 역시 아무런 느낌도 없다.
설마 열쇠가 아닌가?’
다시 자세히 보니 황금 원통형의 밑에는 정말 도장처럼 이름이 적혀있었다.
신력과 권능이 담긴 문자였기에 의미는 바로 알 수 있었다.
“....... 실연의 상처(失戀의 傷處) 에메랄드.
으으으으으-! 이건 또 뭐야?
설마 던져 넣은 열쇠가 삭월(朔月)의 시즈지 하나가 아니었어?
다시 천천히 생각해보니 장미 우주수 드라이어드 여왕이 열쇠들이라고 복수형으로 말한 사실이 기억이 났다.
한 달 동안 몸이 녹아가는 것을 신체의 재생력만으로 버티면서 했던 고생이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었다.
“으으으윽-! 그럼 열쇠가 도대체 몇 개가 있는 것이지?”
다시 들어가서 찾는다고 해도 삭월(朔月)의 시즈지의 이름이 적힌 열쇠가 바로 나올 보장이 없다는 소리였다.
여기에다가 정기구슬 전부를 순서대로 뒤흔들어서 찾아냈지만 이 열쇠를 찾고 기뻐하면서 그대로 정기구슬의 산을 무너트리고 뛰쳐나온 사실이 생각났다.
겨우 확인이 끝나 정리해 놓았던 부분이 다시 흩어져 버린 것이다.
이제는 몸이 재생되는 고통보다 속이 뒤집히는 느낌에 치를 떠는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으윽-!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겠군.
일이 끝났다고 던지지 말고 마무리 정리도 잘 해둘 것을 그랬어.”
잔뜩 기대만 하게 했다고 속만 뒤집고 쓸모없어진 열쇠는 당장 부수어 버릴까 하다가 그래도 그 고생을 해서 얻은 것이니 손에 꽉 쥐었다.
그리고 멍한 표정의 장미 우주수 드라이어드 여왕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너의 주신전으로 안내해라.
그 동안에 벌어진 확인 할 업무들이 있어서 영광의 자리를 잠시 쓰겠다.”
“..........”
그런데 너무 놀랐는지 아무 반응이 없는 장미 우주수 드라이어드 여왕이었다.
자신조차 오래 못 견디는 우주수 수액바다에서 열쇠를 정말 찾아 나온 사실에 얼이 나간 녹발독후(綠髮毒后) 수월이었다.
사진과 말로만 들었던 여왕의 열쇠와 모양이 똑같으니 확실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믿을 수가 없었다.
‘거기를 들어가서 한 달 동안 버티었다고?
그리고 실연의 상처(失戀의 傷處) 에메랄드의 열쇠까지 찾아 나와?
그럼 내 열쇠도 찾을 수 있다는 뜻이잖아?’
그 아니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은 자신의 신체 진화를 마지막으로 현재의 여왕들의 체계를 완성시키고 마신황제와 결판을 내려고 출전했다.
그런데 떠나기 전에 여왕들이 보는 앞에서 열쇠를 보물고의 수액바다 속에 던져 넣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미 그 당시에도 엄청난 규모의 넓이와 수량이었기에 찾을 엄두도 내지 못했다.’
아니 보물고가 자연스럽게 개방되면 열쇠들이 가장 먼저 나타난다고 했으니 무리해서 찾을 필요가 전혀 없었다.
그리고 아직 엄청난 저력을 보이는 신족과의 결전이 한창이었기에 그런 일까지 신경 쓸 여력도 없었다.
‘그 때는 이렇게 보물고가 크게 확장되고 위험하게 될지 아무도 몰랐지.
그나저나 어떻게 찾을 수 있었지?’
열쇠의 작은 크기도 그렇고 던져진 시간관계상 아마도 거의 정기구슬들의 맨 밑바닥에 깔려있었을 것이었다.
우주수 수액을 강력한 신체로 버틴다고 해도 찾아낸 방법을 도저히 알 수 없었다.
“어서 안내해라.
또 혼나고 싶으냐?”
그런데 초월총수가 주신전에 안내하라고 채근하는 말에 정신이 화들짝 들었다.
이미 상대의 힘이 압도적이고 열이 받으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는 사실은 이미 넘치도록 체감한 상태였다.
더구나 저 열쇠가 여왕에게 가지는 개인적인 중요성을 생각하면 이제 절대로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되는 상대였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초월총수님.”
다소곳하게 고개를 숙이고 앞장서는 장미 우주수 여왕을 따라나서면서 차원창세신 코아는 다시 자신의 몸을 점검했다.
거의 몸 전부가 녹았다가 재생된 상태에 저절로 고개가 좌우로 흔들렸다.
‘역시 지독한 농도야.
우주수 수액이 몸 내부에 스며들어 거의 절여진 상태군.
주는 피해가 엄청나다.
보물고 내부라면 흑염 신체와 근원 칭호의 자연적인 재생력과 막상막하다.
차원공통원소가 아니었다면 장기간 요양해야할 정도로 생명력이 소모되었다.’
권능이 발휘되는 외부로 나왔는데도 아직도 우주수 수액은 신체의 재생력과 격렬한 전투 중이었다.
덕분에 하얀 연기가 걸을 때마다 몸 여기저기가 품어져 나왔다.
치이이이이이이-!
보물고 내부에서 권능을 사용할 수 없어 피부만이 아니라 속까지 스며들어서 내장까지 녹여버리는 우주수 수액의 가공할 위력에 수없이 포기할 뻔했지만 이을 악물고 계속 밀어붙였다.
찾는 방법은 간단했다.
보물고 수액 바다 정기구슬의 맨 밑바닥까지 힘으로 파고들어서 그대로 수면 위로 전부를 쳐올려서 확인하고 끝나면 한쪽으로 밀어붙여 산을 만들었다.
‘만들어진 산이 무너져 섞이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하니 중간에 멈출 수도 없었다.’
그렇게 파악이 끝난 정기구슬이 보물고의 한쪽에서 산맥이 될 때까지 나아가야 했던 고행이었다.
광대한 지역에 쌓여있고 늘어가는 정기구슬 속에서 이렇게 작은 열쇠를 찾기 위해서는 다른 수가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그걸 무너트리고 나왔으니 한 달 동안 했던 고생이 전부 도루묵이로군.’
강제로 분류하면서 이질적인 움직임이 있는 형상을 찾았는데 나중에는 눈동자까지 녹아서 감각으로만 찾아야 했다.
삭월(朔月)의 시즈지의 것이 아니지만 이 황금열쇠를 한 달 만에 찾은 것도 천운이었다.
“칫-! 쉬운 일이 없군.
하지만 대충은 감을 잡았다.”
이렇게 한 번 성공한 이상 더 이상 문제가 없었다.
‘오로지 시간문제일 뿐이지.
더구나 더 큰 성과가 있었다.’
보물고 바닥을 통째로 뒤집고 산맥을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보물고의 구조도 깨닫게 되었다.
너무 의심스러워서 몇 번이나 재조사하고서 실소를 머금을 수밖에 없었다.
‘후후후후루-! 절대로 채워지지도 열려지지도 않는 무한(無限)의 용량을 가지면서 흑염의 힘에도 견디는 불멸(不滅)의 권능까지 가진 보물고라니?
저장한 우주수의 정기가 늘어날수록 내부공간이 무한(無限)으로 확장이 되는 구조였다.
아주 재미있는 장치를 해놓았어.’
그런데 무한(無限)의 개념은 초월권능의 상징이었다.
더구나 몸이 녹아내리는 고통에 분노하여 보물고를 힘으로 내부에서 파괴하려고 했다가 실패하기까지 했으니 불멸(不滅)의 수준도 놀라웠다.
‘이중 초월속성이라면 이건 이계 수준에서는 열수도 파괴할 수도 없는 금고다.
우주수 밀림이 모두 폭발해도 아마 보물고만은 멀쩡하겠지.
내 흑염의 신체능력으로도 상처하나 낼 수 없다면 십삼 써클인 삭월(朔月)의 시즈지나 다른 이계 십중심도 이건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지금까지 파악한 이계의 수준으로는 난공불락의 보물고였다.
그리고 아무리 파악해도 정문을 열 방법이 존재하지 않았다.
내부에 만들어진 정문의 모습도 거의 흔적에 불과했다.
과거에 있었지만 점점 사라져서 벽이 되어버린 것으로 보였다.
‘추정이지만 정문은 만들어진 초기에는 있었지만 지금은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무한의 저장 공간을 가진 열리지 않는 보물고로 여왕들을 여기에 묶은 것인가?
이걸 자연스럽게 열린다고 자신의 여왕들조차 속인 것이냐?
도대체 너는 어떤 존재냐?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
너 정도의 강자가 왜 이계 마신황제와 공멸을 했지?’
이런 가공할만한 정기를 가진 우주수 수액과 정기구슬을 완벽히 저장하고 흑염의 신체가 날뛰어도 버티는 강도를 보물고를 만들 정도의 창조력이라면 결코 자신의 아래가 아니었다.
더구나 주우주 십이 써클 수준의 흑염권능까지 완전히 막을 정도의 봉인능력까지 추가했다면 이계 십중심 전부와 싸워도 우세를 점할 초강자였다.
‘그런데 이계 일원(異界 一圓)도 처리하지 못한 이계 마신황제 따위와 공멸했다니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분명 소멸이 아니야,
누구도 모르는 이유가 있다.
그러니 여왕들도 소멸을 믿지 못하고 계속 찾고 있겠지.’
요염한 엉덩이를 실룩이면서 앞에서 걸어가는 장미 우주수 드라이어드 여왕을 쫓아가면서 깊은 생각을 하던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그리고 결국 길게 담배연기를 내품으면서 생각을 멈추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골치만 아프고 답을 내리자니 정보가 너무 없다.’
최악의 경우 은하유성(銀河流星) 아이언은 자신의 세력을 은거라는 명목으로 보전하여 강화시키고 이계가 자멸할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구세주로서 나서려는 가정까지 나왔다.
‘허나 오백억년의 기다림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대다수의 신족조차 버티기가 아득할 정도의 시간이었다.
하지만 무슨 수를 썼는지 모르지만 초월자들인 여왕들도 실제로 이렇게 건제하니 황당한 추정만은 아니었다.
“후우우우우우-! 뭐 상관은 없겠지.
숨어 있다가 나선다고 해도 전부 부수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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