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863화 (774/2,000)

34권 35권

그렇게 시작한 토의는 점점 살벌하게 실체화되기 시작했다.

“방학 후 모든 학교에서 동시에 같은 내용으로 시험을 실시해서 총 등수를 신문과 방송에 냅시다.”

“백만 명 중 백만 등이면 어떤 문제아라도 정신이 살아나겠지.”

“통지서가 아니라 부모들을 소환해서 혼을 내야 하오.”

“집에서 가르치지 못한 버르장머리를 학교에서 어떻게 하란 소린지 모르겠소―!”

지극히 감정적인 말이지만 사실이었기에 찬동의 소리가 났다.

“맞소―! 철저한 등수제와 공개제로 돌아가야 하오.

시험결과를 전 신계에 공개합시다.”

의도대로 흘러가는 토의에 흐뭇한 미소를 지은 교육계 주신이 슬쩍 이 회의를 주체한 목적을 꺼냈다.

“정리하겠습니다.

다시 성적 등수제와 공개제로 전환하여 학력위주로 되돌린다.

그리고 우수자에 대한 포상, 저조자에 대한 징계를 포함시킵니다.

우주자는 월반시키고 저조자는 유급 아니 강등시킵니다.

세 번 이상 강등되면 더 이상 가망이 없으니 퇴학시키고 군대로 보냅시다,”

“!!!”

“!?”

물론 저조자는 혼을 내야지 효과가 있다.

그러나 군대로 보내자는 말에는 한창 뜨겁게 달아오르던 분위기였던 학교장들도 멈칫 했다.

그래도 교육신인 자신들이 아무리 문제아에 저조자라고 해도 학생을 포기하고 강제로 군대로 보내다니 너무 심했던 것이다.

“군대는 조금 심하지 않소?

그래도 아직은 어린 아이들인데?”

허나 교육담당 주신은 단호하게 외쳤다.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요?

왕따를 하고 집단적으로 폭행하고 다니는 꼴을 보니 이미 다 컸소.

또한 우리 신계는 지금 배신자 신족들과 건곤일척의 전면전을 벌리고 있소.

교육계가 신계에 단단히 기여할 기회요.

그리고 이건 우리들만의 비밀인데.........”

품속에서 정기 구슬 하나를 꺼내서 단상에 올렸다.

툭-!

너무나 황홀하게 빛나는 정기구슬에 모든 학교장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그리고 대략 수치를 측정하고 할 말을 잃었다.

‘적어도 일백억.’

‘아니 농도로 보아서는 그 이상인가?’

‘저걸 품에 넣고 다녀?’

‘요즘 위원회의 신수(神獸)들도 주신들이 던져준 정기를 너무 처먹어서 배가 터져죽겠다고 한다고 하더니 정말인가 보군.’

창조신장님의 신뢰를 얻은 위원회의 주신들이 넘쳐나는 정기를 어떻게 할 줄 몰라서 주변에 마구 뿌린다는 소문이었다.

특히 군부와 치안부와 계약한 사업체들이 끝없는 주문에 아주 좋아서 날뛰고 있다는 정보도 파다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유례없는 호황기였다.

하지만 계속 예산이 부족한 다른 분야는 오히려 상대적인 박탈감에 치를 떨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

“..........”

학교장들도 예산이라면 골치가 아픈데 갑자기 엄청난 액수로 보이는 정기구슬을 모두에게 보이니 의도가 궁금했지만 애써 욕망을 숨기고 말을 기다렸다.

“군부가 준 정기요.

자신들은 팔팔한 신병을 확보하고 우리 쪽은 도저히 정상교육이 안 되는 문제아들을 모범생들에게서 격리한다.

그렇게 서로 상부상조하자고 하자고 제안했소.

후후후후. 선금이라니?

군부담당 주신도 상당히 다급하더군.”

“.........”

황당하지만 사실로 들렸다.

창조신장님에게 전쟁 중인데 신병을 모집 못한다고 군부담당 주신들과 참모들이 매일 두들겨 맞으면서 구박을 받는 것을 모르는 존재는 없었다.

‘매일 광장을 초중량 갑옷을 착용한 완전군장으로 돌고 있으니 모를 리가 없지.’

‘그래도 이런 수작을 부려?’

‘그것도 이 정도의 정기를 넘기면서?’

허나 잘 생각해 보니 구석에 몰리고 있는 지금의 군부라면 그러고도 남았다.

그러니 더욱 거부감이 심해졌다.

이건 어찌 보면 학생들을 군대로 팔아넘기는 일이었다.

‘아무리 문제아라고 해도 학생이다.’

‘아직 어린 애들인데 그 험한 군대로 보낸다고?’

‘그것도 전쟁 중인 지금 이 상황에서?’

투신들은 거의 무한의 정기를 가지고 있다는 창조신장님에 의해 부활이 보장되어있다고 하지만 목숨이 수시로 날아가는 전쟁이었다.

과거 초월자들과 지배권을 놓고 치렀던 처절한 전투를 기억하는 이상 그런 사투 속으로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신들을 보내자니 양심에 걸렸다.

그렇지만 교육담당 주신은 물러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치안부가 일백만 명의 범죄신을 신병으로 만들면서 받은 포상금이 일조요.

그걸로 은퇴하거나 정직하던 모든 치안신들을 복귀시키고 조직을 두 배 넘게 확장시켰소.”

교육신으로서 최고 위치인 학교장인데도 일 년 동안 죽어라 일해야 정기 삼백 정도를 받는 수준이었다.

생각만 해도 기가 막힌 포상금의 액수와 은퇴자들을 복귀시키고 조직 확대까지 시켰다니 놀라운 일이었다.

‘성과금이 일조라고?’

‘은퇴자들이 정말 모두 복귀했어?’

‘그러나 이미 소문이 파다한 일이다.’

‘갑자기 왜 이런 말을 꺼내지.’

그런데 다음 말에 모두 기겁을 해서 소리쳤다.

“그리고 자신들의 정년도 모두 없애 버렸소,

솔직히 부러워 미칠 지경이오.”

포상금에 은퇴자들을 복귀시킨 조직 확대도 놀랄 일인데 정년까지 없애버렸다는 소리에 눈동자가 엄청나게 커졌다.

“지금 치안신들의 정년이 없어졌다고 했소?”

“치안신들이 인정받았다고 했더니 정말 정년을 없애 버렸단 말인가?”

무엇보다 자신들도 정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더욱 놀람은 컸다.

‘요즘 치안 담당하는 친구 놈이 입이 귀에 걸리다니 이런 일이 있었구나.’

‘아니 그럼 우리들은 어떻게 되는 거야?’

‘말투로 보아서는 치안신만 해당된다.’

‘이런 불공평한 일이 있나?’

‘어떻게든 해야 해!’

‘시위를 하자고?’

‘지금 시위하면 누구라도 당장 군대로 끌려간다.’

어떤 직위라도 은퇴하면 끝이었다.

집에서는 애물덩어리 취급을 받고 연금을 받아도 예산부족으로 계속 줄어드는 쥐꼬리였다.

가장 힘든 것은 소외감과 박탈감이었다.

‘은퇴하면 어디 가서 위세도 떨지 못한다.’

‘단숨에 바닥이지.’

치안신들이 부러워서 어찌할 바를 모른 학교장들의 눈빛이 서서히 질투로 달아오르는 것을 본 교육계 주신은 정기구슬을 쥔 손을 꽉 쥐었다.

학생들을 신병으로 보내는 것을 협조해 달라고 해서 이런 정기를 주다니 과거라면 꿈도 못 꿀 일이었다.

‘이건 분명 군부담당 주신이 꿍쳐놓은 쌈짓돈이다.

그런 정기를 기뻐하면서 주는 군부담당 주신도 이미 물러설 곳이 없다는 뜻이지.

지금 창조신장님께 인정받지 못하면 처절하게 밟힌다.

나도 선택권이 없어.

내가 하지 않으면 분명 참모 중의 누군가가 제안하고 치고 올라올 것이다.

아니면 옆의 처부에 의해 뭉개지겠지.’

위원회는 지금 교육담당 주신이 되기 전까지 치열하던 경쟁이 우습게 여겨질 정도의 살벌한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다른 처부가 창조신장님께 인정받기 위해서 무슨 수를 강구하고 있는지 생각만 하면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군부담당 주신처럼 이 일백 억은 뿌린다.

이번 일을 성공만 하면 아주 가벼운 액수다.

나는 군부나 치안담당 주신보다 그 이상을 노린다.

창조신장님의 비호를 받아서 반드시 위원회의 창조신이 되고 말 것이다.’

정기부족과 척박한 주변 환경으로 이미 포기했던 꿈이 창조신장님에게 의해 생생하게 되살아나고 있었다.

정기구슬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구우우우우우-!

교육계 주신의 신력에 의해 희석된 농도로 변한 정기구슬로 수없이 분화해서 단상에서 바닥으로 굴렀다.

땅-! 좌르르르르르르르-!

의자에 앉아있는 학교장들의 발밑으로 빛은 감소되었지만 찬란한 정기구슬들이 가득 메웠다.

천연덕스럽게도 당황하는 교육담당 주신의 음성이 울렸다.

“이런 흘려서 잃어버렸군.

이걸 어쩐다?

늙으면 어린 것들이 말하는 것처럼 입 닥치고 죽어야 하나 보오.

길이 없으니 원래 그러려고 했는지 지금은 참 곤란하오.

이대로 밀려나면 후배에게 자리를 양보한 것이 아니라 무능해서 쫓겨난 것이 되기 때문이오.”

“.........”

물론 거짓말이었다.

정기구슬을 얼마나 정교하게 힘을 조절해서 뿌렸는지 모든 학교장의 발밑에 균등하게 깔려갔다.

좌르르르-!

나누어진 정기구슬들이 수백 명의 학교장이 앉아있는 의자 밑으로 굴러서 바로 허리만 굽히면 얻을 수 있는 위치에서 멈춘다.

몇 만 년을 일해야 얻을 수 있을지 의심스러운 막대한 정기에 자연스럽게 시선이 가는 학교장이었다.

허나 아직 선뜻 잡는 학교장은 없었다.

신생에서 굉장히 중요한 국면이라는 사실을 경험이 많은 학교장들이 모를 리가 없었다.

‘이걸 줍는 순간 공범이 된다.’

그런데 지극히 마음을 울리는 교육담당 주신의 말이 울린다.

“삶의 의지가 살아있는 한 우리는 불사불멸(不死不滅)이오.

난 한참 일할 수 있고 앞으로도 영원히 그럴 것이요.

그런데 조직을 운영할 정기가 부족하고 상급자 자리를 노리는 싸가지 없는 부하들의 진급 자리를 만들어 준다는 웃기지도 않는 명분으로 쫓겨나기는 죽기보다 싫소이다.

약속하겠소.

이번 일만 성공한다면 학교장의 정년은 반드시 없애 주겠소.”

“......... 그 말을 믿겠소.”

반수가 넘는 학교장들이 선뜻 발밑의 정기구슬을 집어 들었다.

그들은 정년이 가까워지고 있고 기댈 곳도 재산도 없는 학교장이었다.

‘오라는 곳이 아무데도 없어.’

‘신계는 만성적인 불황이라서 줄도 끈도 없는 은퇴자에게 줄 자리 따위는 없지.’

‘그렇다고 체면 때문에 막노동을 할 수도 없지.’

이미 학교에서는 통제를 포기하고 쉬쉬하는 문제아들의 운명보다 은퇴 후의 자신의 운명이 더욱 절박했기 때문이다.

설사 실패한다고 해도 이 정도의 정기면 충분히 살 수 있었기에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창조신장님이 오셔서 호황이라고 하지만 아직 부분적이야.’

‘은퇴한 선배들이 집안에서 한숨만 쉬는 것을 보면 끔찍하기 짝이 없다.’

하나 아직 절반가량의 학교장들은 극심하게 망설이고 있었다.

나름 여유가 있는 학교장들이었다.

그들에게는 학생의 교육을 포기하고 바로 전쟁 중의 군대로 보내다니 이건 기본 교육자의 양심문제였다.

허나 군부담당 주신의 서명이 들어간 서류를 들고서 말하자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 계획은 문제아를 퇴학시켜 사회로 무방비로 방출시키는 것이 아니라 군대로 보내 전혀 다른 교육환경을 제공한다는 취지의 교육부의 보고서요.

군부담당 주신은 학생에서 투신으로 신분이 바뀐다고 해도 어떤 차별도 없다고 약속하고 서류로 약속했소.

또한 투신들은 창조신장님에 의해 오로지 전투능력에 대한 평가만이 허가되오.

그러니 지금의 복잡한 평가방식을 가진 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문제아들에게는 새로운 삶은 시작할 기회가 될 것이요.

이대로 졸업을 해도 하위 층이 될 성적 저조 층과 문제아들은 군대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게 될 것이오.”

“으음. 정말이로군.”“군부담당 주신의 협조서명이 되어있어.”

언제 준비했는지 순식간에 뿌려진 보고서의 내용을 확인하고 나자 결국 나머지 학교장들도 발밑의 정기구슬을 집어 들었다.

가장 걱정이던 정년의 제거와 막대한 정기포상, 거기에 진실과는 다른 확고한 명분까지 있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아직 정년이 많이 남은 신임 학교장 몇몇이 끝까지 망설였지만 옆의 선배 학교장이 눈치를 주자 결국 집어 들었다.

아니 요란하게 머리를 울리는 경고를 듣고 식은땀이 날 지경이었다.

‘빨리 집어 들게.

이미 교육부의 참모들에 의해 회의장이 포위당해있어.’

‘교육계 주신이 단단히 마음을 먹었다네.

끝까지 찬성하지 않으면 자네는 여기서 무사히 나가지 못할 걸세.’

‘행사 준비나 호위가 아니라 포위망이었군.’

‘우리가 찬성 안하거나 방해하면 바로 억류되어서 해임하겠지.

그리고 바로 새로운 학교장을 임명하겠지.’

‘은퇴하기 전에 단 하루라도 학교장이 되고 싶어 하는 교육신들은 넘쳐나지 않나?’

말도 안 돼는 충고였다.

자신들은 학교에 있는 수많은 교육신들의 지지를 받고 정당하게 학교장이 되었는데 그걸 교육담당 주신이라고 마음대로 바꿀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교육부 참모들에게서 은은한 투기가 밀려오는 것을 보니 정말이었다.

‘설마라고 생각하지 말게.

지금 위원회의 분위기는 필요하면 무엇이든 한다는 분위기로 변한 것 같군.’

‘창조신장님이 오시고 나서 시대가 변했어.’

‘이건 전란의 시대보다 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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