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삭월(朔月)의 시즈지의 표정은 복잡했다.
보아하니 우주수 드라이어드 여왕이 계속 막으려고 시도를 했다가 성적인 의미로 당하고 있는 모양인데 이걸 기뻐해야 좋을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그가 아니라면 정말 문제가 복잡해지는데........’
그러나 오백억년의 무덤과 같은 침묵을 깨고 현세계에 또 다시 정신없는 나날이 돌아오고 있다는 예감이 들어서 마음은 설레고 있었다.
한편 우주수 드라이어드 여왕은 다시 위기를 겪고 있었다.
조금 멀리 도망가자 그런 치욕스런 수모를 당한 분노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는 신체능력에 다시 결박을 시도했다가 똑같이 붙잡힌 것이다.
찰싹-! 찰싹-!
엉덩이에 불이 나는 느낌으로 손바닥으로 두들겨 맞는다.
그리고 엉덩이를 차원창세신 코아가 슬쩍 밀어서 다시 앞으로 내려놓아서 몸이 떨어지자 그제야 정신이 돌아오는 기분이었다.
더구나 들려오는 말에 머리가 멍해졌다.
“이제 다시 가자.”
“........”
자신의 입장은 아무런 상관도 하지 않고 안내인 취급을 하니 하도 황당해서 눈물조차 나오지 않았다.
더구나 슬퍼할 시간조차 줄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스으으으으-!
이런 처지가 된 것을 슬퍼하면서 다시 앞으로 미는 것이다.
그렇게 아슬아슬하면서도 욕망에 찬 뒷문통로의 이동이 이어졌다.
그리고 그렇게 우주수 드라이어드 여왕을 다루는 차원창세신 코아의 모습을 신체접촉을 통해서 어느 정도 알아낸 두 명은 논의를 계속하고 있었다.
“바로 끝을 내지 않고 저렇게 아슬아슬하게 조금씩 애를 태워서 여성을 함락하려는 고위존재가 또 있을까요?
더구나 우주수 드라이어드 여왕이 남성에게 접촉만으로 저렇게 격렬하게 반응하다니 그가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예요.
우주수 드라이어드 여왕은 원래 그와 저렇게 되도록 육성되었으니까요.”
장미 우주수 밀림지대라면 누구보다 강력한 우주수 드라이어드 여왕이 가벼운 접촉만으로 이성을 잃을 정도로 흥분시킬 상대는 그가 유일했다.
아주 특이한 성격으로 보아서도 이제 부정하기 힘들지만 여전히 청년과 소년의 나이 차의 의문점이 남았다.
“신체나이도 너무 어려.”
그러나 잠시 후 반복되는 광경에 더 의문을 표할 수가 없었다.
통신이 연결되어있다고 하는데도 꺼리지 않고 원하는 대로 행동한다.
저런 성격을 가지고 저 정도의 경지에 있는 존재가 또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맞는 것 같구나.”
지극히 못 마땅한 의미도 섞여있지만 청춘의 환상 크롬은 순수하게 기뻐하고 있었다.
“그렇죠?
제가 초월총수가 벌인 일을 종합하고 분석하면서 확신했다니까요.
예측불허의 제멋대로에 이기적이면서도 욕심이 넘쳤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자신보다 세력부터 챙기는 버릇이 영락없이 그가 맞아요.
거기에 여성 앞에서 저런 이해 못할 기행을 할 고위 존재가 또 있을 리가 없지 않아요?
더구나 저 특이한 행동과 말버릇-!
이번에는 확실해요.”
그 말에 반투명한 장막 안에서 엎드려 있던 삭월(朔月)의 시즈지의 분위기가 냉랭하게 변했다.
그리고 또박또박 잘 알아듣게 물었다.
“혹시 그가 너에게도 저런 말과 행동을 했니?”
“..........”
차가운 얼음이 섞인 것 같은 질문에 움찔 놀라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청춘의 환상 크롬이었다.
어덯게하다 보니 관계는 인정받기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주고받는 사이로 알려져 있었다.
그리고 그와 있던 모든 일을 당시 세력의 대모(大母)와 같은 역할을 하던 삭월(朔月)의 시즈지에게 보고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아. 예상은 했다면 혹시 천년의 지배(千年의 支配) 프롬도 그러니?”
지성체에서 벗어나서 초월자가 되었으면서 재혼은 고사하고 남성의 접근조차 용납하지 않은 프롬이었다.
그리고 오백억년동안 관문 행성을 맡아 남성이면 초월자이든 지성체이든 상관하지 않고 무조건 이를 갈면서 박살내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아니 원래 적이었던 그녀가 갑자기 아군이 되었던 때부터 정말 수상하기는 했어.’
수많은 생명을 좌지우지한 지독한 독재자였던 그녀가 그 앞에서만은 정말 순한 양이 되어서 무슨 말이라도 들었다.
그때부터 짐작은 했지만 묻지 않았다.
왜냐하면 자신조차 그를 만나면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할 정도로 육체적이나 정신적으로 정신없이 휘말렸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다음에 이어지는 말에 맥이 탁 풀리는 느낌이었다.
이번에 아예 인정을 받으려는지 숨기지도 않는다.
“예. 제 언니는 확실하고 아마 찾아보면 조금 더 있을 거예요.”
이미 눈치를 챘지만 그 말을 들으니 눈앞에 깜깜해지는 느낌이었다.
실질적으로 그녀의 모친이라고 할 수 있는 천년의 지배(千年의 支配) 프롬만이 아니라 자매까지 그가 전부 건드렸다는 말이었다.
‘강력한 힘을 가진 여성이라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것으로 하다가 어느 순간 조용해져서 방심했더니 주변에 더 이상 없어서였군.
아주 대형 사고를 쳐놓았어.’
한참을 이걸 어떻게 처리해야 생각했으나 결국 나지막하게 말했다.
“너의 자매를 찾아서 여기로 데려오렴.
초월 총수가 그가 확실하다면 결코 그녀는 외부에 있어서는 안 된다.
너도 알다시피 그와 세계에 큰 약점이 될 수 있어.
거대한 위험의 원인이 된단다.”
“예.”
그는 자신과 세력은 끔찍하게 아껴서 약간의 피해를 입으면 지독할 정도로 복수했다.
그렇다고 인질 따위는 통하지도 않는다.
다만 누가 보아도 끔찍할 정도의 복수만 해줄 뿐이었다.
‘차라리 죽이는 것이 낫지.
단순한 감정의 분풀이가 아니라 하나라도 빼앗기면 상대를 완전히 탈탈 터는 방식이었어.’
아무리 말려도 원한의 뿌리를 뽑는 정도가 아니라 주변의 땅까지 파헤쳐서 완전히 고립시켰다.
‘죽이지도 멸망시키지도 않는다.’
거지가 되어 완전히 몰락 할 때까지 끝까지 복수를 멈추지 않았다.
과거 기계인들과 싸울 때 그러했고 신족에게도 똑같았다.
뒤에서 암약만 하던 그에 의해 이유도 원인도 모른 채 세상 전부가 뒤집혔다.
‘그가 복수해야할 일 자체가 없게 만들어 놓아야 세상이 평안해.’
그런 생각을 하면서 조금씩 밖으로 나아갈 준비를 하는 삭월(朔月)의 시즈지였다.
초월총수가 그가 맞는다면 모든 봉인은 풀어지고 드디어 현세계 전부를 손에 넣을 수도 있었다.
보물고 뒷문 통로를 돌파하는 두 명을 다시 느끼면서 흐릿한 미소를 지었다.
‘과거에 너만 쳐다보고 살던 해바라기 같던 여성은 이제 없어.
아니 없단다.’
오백억년이란 세월은 세상에 대한 인식이나 개인의 주관을 바뀌기에는 충분했다.
투우우우-!
한참 후에야 보물고의 좁고 긴 뒷문통로를 통과한 차원창세신 코아는 벽 옆에 기대어서 긴 한숨을 쉬었다.
“후우우우우우. 못해 먹겠군.”
통로는 어떤 위해를 가하지는 않는데 끝없이 달라붙으려는 점막과 이런 통로를 정체도 모르는 보물 때문에 통과한다고 밀려오는 자괴감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그래도 비교적 수월하게 보물고 뒷문 통로를 통과했다고 생각한 차원창세신 코아는 우주수 드라이어드 여왕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전면을 쳐다보았다.
하늘에서 폭우처럼 떨어지는 우주수 수액들과 우박처럼 떨어지는 정기구슬들이 섞여서 장관을 이루었다.
화아아아아아-! 솨아아아아아-!
깊이도 넓이도 모를 정도로 광대한 우주수 수액의 바다 속에는 눈이 부실 정도로 빛나는 정기구슬들이 수없이 있었다.
공간이 끝없이 확장된 보물고 안에는 우주수 수액이 바다처럼 가득 채워지고 우주수의 정기열매를 재료로 만들어진 정기구슬들이 바로 보물고의 보물의 정체였다.
그런 광경을 한참 쳐다 본 차원창세신 코아는 고개를 흔들고 먼 앞을 바라보았다.
바다처럼 보이는 우주수 수액 너머로 점처럼 아주 작게 정문으로 예상되는 물체가 흐릿하게 보였다.
차원창세신 코아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아니 할 말을 잃었다.
“.......... 겨우 이거야?
이것 때문에 내가 무릎을 꿇고 기어온 거야?”
다른 존재라면 이렇게 막대한 정기에 환호할 만한 일이지만 주우주의 지옥에서 이보다 더 많은 정기를 거두고 지금도 얻고 있는 자신에게는 별 소용이 없었다.
더구나 이 정기구슬이나 우주수 수액에는 큰 문제가 있었다.
아예 접근불가였다.
‘수액과 열매가 너무 익고 농축되었잖아?
생명력이 너무 강화되어 있어서 먹으면 터져 죽어.
이대로는 어지간한 정신체는 손도 못 댄다.’
과도한 생명력은 바로 독이었다.
너무 오랫동안 숙성과 농축을 한 우주수 수액과 열매로 만들어진 정기구슬들이 딱 그 꼴이었다.
뚜벅-! 뚜벅-!
안전한 구역인 듯이 마치 넓은 해변처럼 구성된 뒷문 통로주변을 지나서 우주수의 수액바다에 손을 담근다.
일반적인 지배자급 초월자라면 단숨에 재로 만들어 버릴만한 강대한 정기의 파도가 밀려왔다.
파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직-!
“음-!”
단지 손을 넣었는데 번개가 치는 것 같은 격렬한 거부반응이었다.
흑염권능을 사용하지 못하는 상태였기에 생긴 타격이지만 상당했다.
‘나는 흑염의 신체이니 버틸 수는 있다.
그러나 이 수액의 바다 속에서 정기구슬을 빼낼만한 존재가 없어 보이는군.’
이유는 오직 하나였다.
엄청난 세월을 농축만 해온 우주수 수액의 바다와 생명력이 강한 정기구슬이 내품는 너무 강대한 파장을 어떤 신체도 견디지 못하는 것이다.
‘중간 중간에 정리를 해주었으면 상관이 없는데 쌓기만 해서 생긴 문제로군.
나조차 오랜 시간은 감당하기는 힘 정도야.’
방전을 일으키는 반발력에 손을 빼고서 너무 생명력이 강해져 독극물이 되어버린 우주수 수액의 바다와 정기구슬을 바라보았다.
‘차원권능으로 정련하면 바로 쓸 수는 있다.’
그러나 보물고 외부로 꺼낼 수도 없고 내부에서 권능을 사용하면 바로 터지니 이건 있으나 마나한 보물이었다.
“손만 대도 신체가 터질 정도로 생명력이 농축되어 있군.
도대체 얼마나 모으기만 했기에 이 꼴이지?”
“오백억년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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