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우주수 드라이어드 여왕은 그게 아니라고 항변하고 싶었지만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차원창세신 코아는 은은한 분노의 기미가 섞인 황금빛의 눈빛을 드러내고 인정사정없는 손바닥 공격을 멈출 기미가 없이 연속으로 가격했다.
철얼썩! 철얼썩-!
빨갛게 부은 손바닥 자국이 겹친 엉덩이가 이제 빨갛게 부풀어 오르자 더 이상 견딜 여력이나 선택의 여지가 없음을 알았다.
“갈게요!
제가 직접 안내하겠습니다.”
다급하게 상대가 원하는 대답을 하자 그제야 엉덩이에 가해진 공격이 멈추었다.
그리고 약간 울화가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사기를 당하거나 손해 보는 것은 딱 질색이다.
아니 좋아할 존재가 있던가?
그런데 이번 계약은 내가 너무 일방적인 손해인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느냐?
네가 몸으로라도 메워야 하지 않겠느냐?”
정말 강제로 벗기고 뒷문에 집어넣을 살벌하기 짝이 없는 기세였다.
“빨리 안 벗고 안 들어가?
내가 벗겨주랴?”
여기에 투기까지 풍겨 나오자 다급하게 잎사귀 옷을 벗고 보물고 뒷문으로 들어갈 준비를 하는 우주수 드라이어드 여왕이었다.
툭-! 툭-!
그렇게 다급하게 옷을 벗는 것을 보자 차원창세신 코아는 속으로 혀를 찼다.
고귀한 신분인 여왕이 남성인 자신의 앞에서 이렇게 벗다니 아무래도 경고문이 정말이었다.
‘바로 옷을 벗는 것을 보니 정말인가 보네.
도대체 어떤 놈이 이런 지독한 방어수단을 구성한 것이지?
교묘하게 자존심을 철저하게 자극하여 강탈을 포기하게 하고 있잖아?’
공간이동이나 존재에 민감한 황금장미 기뢰 밭은 다수의 병력으로는 돌파할 수 없다.
많은 수가 몰려와서 존재감이 강해지면 더욱 많은 기뢰가 반응하기 때문이다.
그럼 소수 정예 돌파를 해야 하는데 공간이동이나 존재감에 민감함 기뢰에 걸리지 않게 몰래 통과하는 일은 막대한 집중력을 필요로 한다.
다음에 기다라는 것은 지친 심신에 파고드는 강력한 우주수의 흥분제가 섞인 정기였다.
지칠 대로 지친 신체는 당연히 최대한 정기를 흡수하려 할 것이고 그럼 마지막이었다.
수없이 몰려드는 황금장미 우주기뢰로 인하여 산산조각이 난다.
‘살아남아도 문제군.
그럼 남성은 비료가 되고 여성은 영원히 일꾼과 경비병이 된다.’
더없이 잔혹한 방어수단을 돌파하면 우주수와 생명이 일체화된 우주수 드라이어드들의 대군이 기다리고 있다.
‘어떤 강력한 투신이라도 끝없이 몰려드는 대군을 일일이 상대하다가는 정기가 고갈당해 죽어나갈 수밖에 없다.’
자신처럼 광역권능이나 돌파권능으로 돌파해도 최종방어태세가 기다리고 있다.
‘내가 조사한 바로는 우주수의 외피를 경화시켜 요새로 삼는다.
이러면 어지간한 광역권능은 통하지 않지.
그 다음에 우주수 드라이어드 여왕이나 그에 준하는 존재들이 무한 신력포를 연사하는 방식이다.
그럼 접근도 하지 못한다.
나조차 전멸세계(全滅世界)로 쓸어버릴 생각이 아니라면 물러서야할 정도인가?’
황금장미 기뢰 밭이 뒤에 있으니 물러서는 것도 쉽지는 않다.
결국 수없는 장미 우주수의 정기를 바탕으로 쏟아지는 신력의 연사와 주변을 가득채운 흥분제의 정기 속에서 서서히 고갈되어 소멸되거나 붙잡히는 결론만이 남게 되었다.
‘이 모든 장애를 뚫고 보물고에 도착한 강자는 어떤 존재일까?’
적어도 이계 십중심에 비교할 수 있는 초강자다.
강함을 쌓기 위해서 수많은 시련을 이기고 상대를 이겨온 존재다.
그런데 열면 모든 것이 날아가는 정문을 보여주면 대부분 무리하게 돌파하지 않는다.
이제까지 투자한 노력을 허무로 돌리는 짓을 하지 않기 위해 보물고의 주인인 삭월(朔月)의 시즈지(syzygy)와 협상을 시도하게 된다.
그것이 제작자가 바라는 대로였다.
‘강제로 빼앗는 선택지도 있지만 이런 지역우주 전부를 날려버리는 자폭장치를 보물고에 마련해 놓는 상대에게는 협박은 무의미하다.’
반드시 돌파하겠다는 조금 끈질긴 상대가 있을 수 있다.
여기에 편하지만 지극히 굴욕적인 뒷문까지 보여주면 결국 포기하게 되어있다.
무엇인지도 잘 모를 보물을 위해서 알몸으로 뒷문으로 기어들어가는 수치를 감당할 존재가 그렇게 흔한 것이 아니다.
‘그런 강자라면 어떤 보물이 기다리고 있어도 기어서 뒷문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이계 십중심 정도의 강자라면 무엇인지도 모를 자그마한 이익을 위해 무릎을 꿇고 기어가는 굴욕을 참을 수 없다.
여기서 모두 포기하겠지.
바로 정당한 거래를 요청할 것이다.
하지만 말이다.’
용병신으로 신생을 시작하여 자그마한 보상에도 목숨을 걸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싸워 아군에게는 상승불패의 전투신(常勝不敗의 戰鬪神), 적군에게는 최악최훙의 마도신(最惡最凶의 魔道神)이라 불리던 본능이 불타오른다.
그리고 반드시 보물고에 들어가라고 채근하는 흑염의 권능이 아니더라도 확신했다.
‘여기에 내가 있다.
승부다.’
여기서 물러나면 이따위 악질적인 방어체계를 만든 놈의 뜻대로 휘둘리다가 손해만 잔뜩 보고 물러나게 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결코 뜻대로 해줄 수는 없다.
지이이이이-! 지직-!
황금연기 속에서 우주수 드라이어드들이 가시줄기의 공격으로 갈기갈기 찢어놓은 자신의 의복 전부를 찢어발기고 알몸이 되었다.
알몸이 되어야 통과할 수 있다는 사실은 여왕까지 벗었으니 의심할 필요도 없었다.
‘악독한 생각을 가진 존재일수록 약속이나 계약은 철저하게 지킨다.’
이렇게 악독한 수단을 짜내면 반드시 세상이나 조직으로부터 고립된다.
말과 약속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바로 세상과 자신을 연결하는 유일한 끈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보물을 쉽게 얻고 싶다면 무릎을 꿇고 기라는 누군가에게 흉흉한 살기를 내품으면서 외쳤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까불지 마라.
내가 겨우 이 정도 굴욕을 준다고 순순히 물러날 것 같으냐?
모든 강자가 이익보다 체면과 명예를 우선시한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세상의 오만한 상식을 완전히 깨 부셔 주고 반드시 얻어가 주마.”
반투명한 드레스와 망토를 벗고 풍염의 극치에 이를 완숙한 여체를 드러난 우주수 드라이어드 여왕이 깜짝 놀랄 정도의 살기였다.
몸이 저릿저릿해질 정도의 투기에 위기감을 더욱 느끼고 상록수의 잎처럼 푸른 머리카락을 옷 대용으로 알몸을 감쌌다.
빨리 끝내기 위해서 허리를 숙여서 바닥에 딱 붙은 작은 원형의 분홍빛의 뒷문을 두드렸다.
똑똑-!
그리고 문에다 대고 말한다.
“실례하겠습니다. 삭월(朔月)의 시즈지(syzygy)님.
저희들의 힘으로는 대처가 안 되는 상대이고 보물고의 존재까지 알고 있습니다.
지침대로 안내하게 되었습니다.
문을 열어주십시오.”
차원창세신 코아로서는 기가 막힌 일이었다.
저게 뭐하는 짓인지 의심스러웠는데 바로 분홍 문이 서서히 사라지면서 열린다.
스르르르르르-!
너무나 자연스럽게 뒷문이 열리는데 어이가 없었다.
‘이런 것도 지침에 적혀있어?
그럼 배신도 아니잖아?
이것들이 정말 나하고 해보자는 거냐?’
우주수 드라이어드 여왕, 아니 여기를 만들고 이런 지침까지 만든 존재에게 완전히 당한 것이다.
아니 불법 침입자는 절대로 어떤 이익도 볼 수 없게 만든다는 제작자의 악의가 끝없이 느껴지고 있었다.
한참 열이 받아있던 차원창세신 코아의 눈앞에 활짝 열려진 뒷문의 행태가 들어왔다.
“........”
원형의 분홍빛 점막으로 보이는 통로의 충격적인 모습에 하도 충격을 받아서 잠시 멍해졌다가 물었다.
정말 통과한 존재가 있는지 확인해야만 했다.
“여기까지 왔던 존재가 나 이외에 또 있었는가?”
그 말에 기다렸다는 듯이 우주수 드라이어드 여왕이 대답한다.
“저 외에는 일원(一圓) 한분입니다.
마신황제를 같이 힘을 모아서 쓰러트리고 나서 청혼하러 오셨습니다.
그리고 삭월(朔月)의 시즈지(syzygy)님께서는 여기의 보물고를 안전하게 연다면 받아들이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몇 년을 정문을 열기 위해 노력하시다가 결국 포기하시고 뒷문을 물으셨는데 여기의 경고문을 보고서 바로 돌아가셨습니다.”
“.........”
왜인지 물을 필요도 없었다.
진리에게 최고의 재능을 인정받아 십중심이 된 존재의 자존심은 누구보다 높았다.
더구나 세상 전부가 납득할만한 힘까지 있으니 더욱 고고하고 명예로운 존재이다.
어떤 대가를 준다고 해도 수치를 감당할 리가 없었다.
'이계 일원(異界 一圓)은 여기를 도저히 무릎을 꿇고 기어가지 못했군.
아무 이익도 없는 혁명을 하면서 신족을 멸족시키려 오백억년을 싸우던 성질이라면 열기도 전에 포기할 만도 하다.'
이 정도로 수준 높은 방범장치를 할 정도의 존재가 붙인 문의 경고문이 거짓이 아님을 알 것이니 정문을 열지 못했다면 물러날 수밖에 없다.
“진리님의 십중심 일원(一圓)인 자신은 누구에게도 무릎을 꿇을 수 없다고 말하시고 깨끗이 포기하고 떠나셨습니다.
참으로 당당한 대장부셨습니다.
삭월(朔月)의 시즈지(syzygy)님은 그때 여기의 장미 우주수 밀림과 영역을 만들기 위해 은거하실 생각이었기 때문에 본인이 거부당한 것으로 공고하셨습니다.
참으로 어울리는 한 쌍이셨는데 안타까웠지요.”
자신도 강자답게 이계 일원(異界 一圓)처럼 이 정도에서 깔끔하게 물러나란 뜻이었다.
차원창세신 코아가 일원을 추방하고 초월자의 대표까지 강탈한 존재라는 사실은 전혀 모르고 있는 모양이었다.
아니 우주수 드라이어드 여왕은 제발 여기서 멈추라고 설득하고 있는 중이었다.
‘저 뒷문 통로를 다시 통과하기는 정말 싫다.’
뒷문이 열려지고 원형의 분홍빛의 점막으로 둘러싸여서 꽉 조여졌다 풀어졌다 하는 저 형태는 자신의 신체의 한부분과 꼭 닮았다.
‘냄새는 전혀 없지만 바로 항문의 형태와 구조였어.
저길 기어 들어가라니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야.’
처음 시도할 때도 보물고를 관리하는 우주수 드라이어드 여왕으로 막 임명되어서 절대적인 의무감과 의욕이 앞선 덕이었다.
‘여기에 접근 가능한 존재는 삭월(朔月)의 시즈지(syzygy)님과 여왕들 외에는 없다.’
그러니 아무도 모를 것이라는 계산도 있었다.
그런 보장들이 없었으면 도저히 못할 일이었다.
‘이 정도면 포기하겠지.
설마 진리대리라고 말하는 저 정도 강자가 여기를 통과하려고 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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