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차원창세신 코아가 이런 방어체계를 만든 누군가의 광기에 감탄을 하고서 자신만의 세계를 몸에 두르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몸을 숨겨주었던 황금장미 기뢰들을 모두 아공간에 수납하고 그대로 맨 몸으로 장미가시의 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푸후후후후후훗-! 최대의 이익을 보기 위해서는 이번에는 이쪽으로 정면 돌파하라 이거냐?
내 정기를 뽑아내려는 주신급의 수많은 우주수의 드라이어드가 있는 속으로 말이야.”
자신만의 세계로 몸을 숨긴 채 이동하면 결코 저들이 눈치를 챌 수 없지만 흑염의 권능이 다시 선택을 하게 만든 것이다.
흑염의 권능 ‘언제나 동전의 앞면’이 제시하는 가장 이익이 되지만 이해를 하지 못할 선택을 한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쿡쿡쿡-! 뭐 해주지.
그나저나 알몸의 미녀군단과 육탄전이라니 남성으로서는 참 더없는 눈요기에 호사로다.”
당연히 그 움직임은 경계태세에 들어간 우주수와 수많은 드루이어드에게 바로 발각되었고 잎에서 또 흥분제가 섞인 수액의 안개가 자욱하게 품어진다.
솨아아아아아아아-!
허나 아무리 강력한 흥분제가 함유된 정기안개라고 해도 독립된 세계를 몸에 두른 이상 아무 영향을 줄 수 없었다.
아니 이미 분석을 끝내고 창조의 절차로 들어 간지가 오래였기에 무의미했다.
우르르르르르르르-!
어느 정도의 숫자인지도 모를 드라이어드들이 동시에 움직이자 우주수 밀림 전부가 진동한다.
드라이어드의 가장 큰 특징은 모두가 절세의 미녀라는 점이다.
아름다운 알몸을 아낌없이 드러낸 여성들이 모처럼의 남성, 아니 먹이에게 달려드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그러나 이건 자칫하면 깔려죽을 지경이었다.
“푸하하하하하하-! 이런 성대한 대접을 좋아해야 하나?
아니면 긴장해야 하나?”
호탕하게 웃어젖힌 차원창세신 코아는 알몸의 드라이어드의 해일 속으로 몸을 던졌다.
이 모든 것은 흑염의 권능의 선택대로였다.
“나의 힘을 보여주라 이거냐?”
운이 좋은 것인지 아니면 능력이 좋은지 모르지만 가장 먼저 접근한 드루이어드들이 우주수의 가지들을 조정하여 팔다리를 움켜쥐게 한다.
남성을 유혹하여 정을 토해내게 하는 정령이라고 어리석은 것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더 현명하고 조심스러웠다.
‘황금장미 기뢰 밭이 완성되고 나서 여기를 직접 뚫고 들어온 존재는 거의 전무하다.’
‘더구나 혼자라니?’
‘아무리 정밀관찰과 조사를 했어도 발견하지 못했는데 갑자기 나타났다.’
‘당당하게 밀고 들어왔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강자가 확실해.’
상부의 지침도 최고 경계태세의 발동이었으니 꺼릴 것이 없었다.
흥분제가 섞인 우주수의 수액은 한번 방출하면 일 만년 이상의 시간이 흘러서 자연적으로 사라질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
‘우주수의 드라이어드로서 흥분제에 자체 면역이 있는 자신들이나 이 밀림의 주인인 그녀들 외에는 접근하지 못하는 금지가 된다.’
장미 우주수에서 수확하는 정기 열매는 지극히 귀중한 자원인데 일만 년을 수확하지 못한다면 엄청난 피해였다.
그래서 본성이나 멸망의 위험이 되기까지 작동이 금지되어 있었다.
그런 손해를 감수한 최고수준의 방어태세까지 발동시킨 존재이기에 추호의 방심도 하지 않고 제압에 들어간다.
여기까지 혼자 올 정도로 강한 남성체라서 그냥 죽이기는 아깝기는 했지만 자신들의 영역인 우주수의 수호와 안전이 최우선이었다.
과과과과과과과-!
어지간한 신기로는 상처하나 줄 수 없는 질긴 우주수의 줄기가 끝없이 늘어나면서 침입자의 몸을 감싼다.
줄기에 나있는 가시는 독사의 독니와 같아서 어떤 정신체의 강력한 신체라도 파고들어 흥분제를 주입하게 되어있었다.
즉 걸려들면 우주수의 줄기에 쌓여 욕망에 미쳐 울부짖다 죽는 운명이 기다리는 것이다.
물샐 틈도 없이 둘러싼 줄기 속에서 가시에 찔려 품어지는 피 대신에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푸후후후후후후-! 이거 꽤 따끔하군.
흡수를 안하면 강제 주입인가?
갈수록 악랄해지는 방어방식이 아주 마음에 드는구나.”
주변에 몰려들던 드루이어드들이 일순간 동작을 멈출 정도의 사태가 벌어진다.
투하하하하학-! 지지지지지지지-!
힘으로는 결코 끊을 수 없다는 평가를 받던 우주수의 줄기뭉치가 내부에서 폭발하듯이 비산한다.
그리고 마치 거미줄이 불에 녹듯이 끊어져서 흩어져 간다.
우주수의 줄기와 가시로 수많은 도둑과 침입자를 처리해서 강도를 잘 아는 그녀들로서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사태였다.
‘저건 권능이 아니다.’
‘순수한 힘.’
이번 침입자는 너무 달랐다.
누구도 빠져나오지 못한 우주수의 구속을 단지 귀찮다는 듯이 안에서 주먹을 질러 구멍을 내고 줄기를 손으로 잡아서 털어내고 있었다.
고위신기의 날을 능가하는 강도와 예리함을 지닌 가시조차 아무런 피해를 주지 못하고 끝이 모두 뭉개져 있었다.
하지만 옷은 무사하지 못했기에 방어한 신체 일부를 제외하고는 거의 반라가 된 처지가 되었다.
“쯧-! 옷 버렸군.
이런 손해가 있나?”
몸에 달라붙은 줄기와 가시를 옷의 잔해와 같이 남김없이 털어낸 차원창세신 코아는 느긋하게 혼잣말을 했다.
“아아. 고난의 연속이로다.
이대로 절대 죽이거나 다치게 하지 말고 그냥 걸어서 저기로 통과하라고?
삭월(朔月)의 시즈지(syzygy)를 얻기 위해 반드시 가져가야 할 것이 있어?
이런 수의 주신급의 강자들을 죽이지 말고 제압하면서 돌파하라?”
말은 투덜거리지만 아주 즐겁게 웃으면서 걸음을 옮기는 차원창세신 코아다.
“흑염의 권능이라 이런가?
갈수록 어려운 것만 주문하는군 그래.
후후후후후. 하지만 그것도 나름 재미있겠군.
후우우우우-!”
여기에 이미 담뱃대를 물고 황금연기를 내품어서 몸을 가린 여유만만의 전투 태세였다.
황금장미 기뢰 밭이 완성되기 전에는 언제나 수많은 적을 퇴치해온 우주수의 줄기나 가시가 아무런 효과가 없자 잠시 공황상태에 빠졌던 드라이어드는 침입자가 걸어가는 방향을 보자 정신이 확 들었다.
뚜벅-! 뚜벅-!
침입자가 포위당한 사태에서도 태평하게 걸어가는 방향은 본성 쪽이 아니었다.
바로 자신들의 본거지가 있는 가장 큰 우주수 쪽이었다.
그것도 이동방법이 특이했다.
우주수의 최종 감시체계의 경계가 발동하지 않게 공간이동이나 뛰지도 않고 단지 걸어서였다.
그런데도 무지하게 빨랐다.
‘저러면 최종방어태세가 발동되지 않는다.’
“막아-!”
“어떻게 우리 본거지와 약점을 아는 것이지?”
거기에 있는 언제인가는 자신들의 자유를 되찾아줄지 모를 보물들을 생각하자 앞 뒤 가리지 않고 달려드는 드루이어드들이었다.
그 격렬한 반응에 반신반의하던 차원창세신 코아는 환하게 웃어주었다.
“호오? 뭔가 있는 모양이고 정말 여기로 가는 것이 정답인 모양이구나.
이만 오천 분의 일의 통수는 아닌 모양이야.”
흑염의 권능 ‘언제나 동전의 앞면’은 오리진인 흑염의 절대자 이대의 심리적 문제로 완전하지 않기에 이만오천분의 일이라는 아주 작은 오류확률이 있었다.
‘거의 완벽한 것 같지만 조금의 실수나 틈을 보여서는 안 되는 최상위의 존재들에게 엄청난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만 사천 구십 구번의 이득을 봐도 단 한 번의 손해로 파산할 수도 있었다.
그래서 의지하면서도 언제나 긴장을 하고 있는 상태였는데 이번에는 정확했던 모양이었다.
“푸하하하하하-! 적중이군.
직감에 의지하여 이익을 추구하는 흑염의 신생은 도박 그 자체인가?
정말 스릴 만점이구나.”
알몸의 드루이어드들이 우주수의 줄기나 가시가 통하지 않자 이제 육탄으로 돌진해 온다.
시야 전부를 채우는 알몸 미녀들의 향연이지만 감상할 상황은 아니었다.
주우주 주신시절이었다면 당장 도망가야 할 위기상황이었다.
‘우주수의 드루이어드이고 밀집 지역이라서 그런지 신체능력도 고위 초월자가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높다.’
슬쩍 접촉해서 확인해 보니 전투태세에 들어가서 우주수와 감응하여 올라간 몸의 강도는 높은 등급의 신기라 아니라면 상처를 주기 힘들 정도였다.
그렇지만 상대가 너무 나빴다.
꽈꽈과꽈과과과과-!
“뭐?”
“꺅-!”
“아악-!”
걸어가는 상대는 너무나 노리기 쉽고 합공하기 좋은 표적이다.
그러나 그녀들이 달려드는 즉시 뭔가에 당해서 그대로 튕겨나간다.
무엇으로 격퇴되었는지도 모르게 제압당해 달려든 속도 이상으로 튕겨나간 드라이어드들은 심한 부상은 입지 않았다.
하지만 몸 전체를 벽에다 처박은 것처럼 꼼짝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주신급인 수백 명의 우주수 드루이어드들을 일순간에 무력화시킨 권능의 이름이 웃음소리와 함께 우주공간을 울린다.
“후후후후후후후. 불가해의 팔시조(不可解의 八時調) 제 3조 인연무상(人緣無償).”
영창 : 사람과의 인연은 보상이 없다.
효과 : 단련의 정도에 따라서지만 접근전 권능에 완전한 면역을 가진다.
부가효과 : 자신의 접근전 권능을 한계이상으로 강화한다.
여기까지 익히면 동급이상의 존재들에게 압도적인 우위를 얻는다.
불완전한 권능을 완벽하게 보완하는 차원공통원소로서 비록 방어지만 불가해의 팔시조를 자신의 뜻대로 펼칠 수 있게 된 차원창세신 코아의 웃음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크하하하하하하하. 좋아-!
신격과 신체능력이 오르니 이제는 의지대로 발동되는군.
그럼 너희들은 무리다.
지금의 나를 막으려면 이계 십중심 두 명 이상이 목숨을 걸어야 할 것이다.”
통쾌한 웃음소리에 반비례하여 더욱 분노한 드라이어드들이 필사적으로 달려드는 흐름은 더욱 가속화되어간다.
“막아라!”
“반드시 쓰러트려야 한다.”
“우리는 우주수가 있는 한 불사(不死)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마라.”
마치 꿀을 먹기 위해 벌집을 털러 온 곰을 공격하는 꿀벌이 된 것처럼 아무런 두려움이 없이 달려들었다.
그러나 소용이 없었다.
우우우웅-! 우우웅-!
양 손이 가슴부위에서 교차하면서 하늘에 원을 그린다.
두 발이 대지를 휩쓴다.
허리를 축으로 상체와 하체 전부가 회전하면서 가공할만한 위력을 낳았다.
투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각-!
팽이처럼 회전하는 차원창세신 코아의 반격에 접근하던 필사의 각오로 몸을 던진 모든 우주수 드라이어드들이 비명을 지르지도 못한 채 튕겨나간다.
후우우우웅-! 탁-!
주변의 우주수 드라이어드드들을 가볍게 신체의 회전을 멈추고 양손을 허리로 돌려서 뒷짐까지 취한 차원창세신 코아는 의기양양하게 외쳤다.
“바람가 오의(奧義) 전신파도격(全身波濤擊).
전신파도격은 신체 모든 부위를 활용한 연속타격이다.
개인이 상대면 연속공격으로 가루로 만들어 소멸시키고 다수의 적이라면 상대의 공격을 되돌려서 전부 일격에 격멸한다.
막으려면 전신파도격 이상의 공격횟수와 속도를 일으켜야 한다.
그러나 주신급인 너희들은 아무리 모여도 절대로 무리이지.
기본능력이 너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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