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오백억년 이상을 지배자급 초월자이자 여왕으로서 살아온 존재답지 않게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섞인 목소리였다.
“내가 받은 모든 것을 모두 갚아주겠다.”
분노를 숨기지 않고 당장 일어나서 뒤쫓으려고 했지만 다시 자리에 앉았다.
황금장미 우주 기뢰 밭의 신관은 완전자동이었다.
과거 당했던 해킹의 위험성을 막기 위해서 아예 외부 접촉을 끊어버린 것이다.
유일한 방법이 모두 제거하면서 전진을 해야 하는데 무슨 수를 썼는지 흔적도 없이 돌파하고 있다.
덕분에 위치도 모르는 이상 손을 쓸 방법이 없었다.
“........또 당하는 것인가?
그러나 그럴 수는 없지.”
뭔가 한이 섞인 음성이었다.
그리고 결심했다는 듯이 나직하게 지시했다.
“모든 경계벽을 최고등급으로 발동시켜라.”
그 말에 모든 참모들이 당황해서 외쳤다.
최고 수준으로 발동시키면 신속한 수습이 거의 불가능했다.
“여왕폐하. 그러면 저희들도 접근이 불가능해집니다.”
“그리고 자연 정화되는데 적어도 일만 년 이상이 소요될 것입니다.”
“열매를 수확할 시기를 놓쳐서 성숙이 지나치게 되면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 아시지 않습니까?”
열매가 성숙되면 감당할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지니 참모인 지배자급 초월자들이 당황해서 외쳤지만 결심은 바뀌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단호하게 말했다.
“삭월(朔月)의 시즈지(syzygy)님과 내가 직접 움직이면 상관없다.
또 당하는 것보다는 낫다.”
“....... 알겠습니다.”
여왕의 의지가 단호한 것을 알고 바로 조치하는 참모들이었다.
그리고 황금장미로 몸을 감싸고 돌파하던 차원창세신 코아는 혀를 차면서 멈추었다.
“쯧-! 이건 또 뭐야?
장미의 가시벽인가?”
공간이동을 감지하는 우주기뢰라서 행성들의 중력을 이용하여 초고속으로 이동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기뢰 밭이 사라지고 우주공간 전체에 녹색 위성들이 무수하게 떠 있다.
그 위성들은 가시가 달린 나무줄기 비슷한 것들과 서로 연결되어서 마치 벽처럼 막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녹색 위성이나 가시 줄기에 틈도 있으니 그 사이로 돌파하면 될 것 같지만 막아선 녹색장벽들은 전혀 의외의 물건이었다.
우주공간에서 살 수 없는 푸른색의 식물이면서 생명력과 정기가 흘러 넘쳤다.
“설마 우주수(宇宙樹)?
장미로 품종개량을 한 것인가?”
일반적인 생명이 살 수 없는 우주공간에서 푸른 잎을 피우고 이렇게 위성크기로 크게 성장할 수 있는 식물은 우주수가 유일했다.
더구나 가시줄기 주변에 가득 찬 정기와 공기가 품어져서 대기권까지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서는 다른 식물일리가 없었다.
‘독립형 항성계 환경개조체 우주수(獨立型 恒星系 環境改造體 宇宙樹).
사백구십구 주우주에서도 창조신이상의 존재만의 보물로 취급되는 물건이 지천으로 깔려있다.
여기 진짜 망하기 직전의 거지같은 이계가 맞아?’
사백구십구 주우주의 창조신들조차 욕심을 내는 귀물이 항성계 전부를 덮을 정도로 무성하게 있으니 실감이 가지 않는다.
‘우주수 밀림에 가까이 가서 조사해야 확실하겠지만 틀림없다.
장미로 품종 개량된 우주수가 맞아.’
무엇인가 위험함을 느끼고 황금장미 기뢰 밭의 끝자리에서 벗어나지 않고 관찰을 지속하는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여기는 조사를 할수록 의문이 꼬리를 물었다.
‘도대체 누가 이런 위업을 달성했지?
아니 그보다 우주수는 이미 이상적인 환경조성을 위해서 이미 완벽하게 완성된 것이다.
그런데 품종개량과 같은 귀찮은 짓을 왜 해?
그것도 장미나무로 왜 했지?’
장미 우주수를 계속 분석하니 의문 하나는 풀렸다.
왜 황금장미 우주기뢰를 이렇게 지천으로 풀었는지 말이다.
우주수가 이정도 수량이 있는 곳을 도둑에게 지키기 위해서라면 자신이라도 이렇게 하고도 한참을 더 했을 것이다.
‘품종 개량된 우주수의 육성장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면 이런 과한 조치도 이해가 간다.
그런데 어떻게 이계에서 이런 숫자의 우주수를 한곳에서 기를 수 있지?
희박한 정기 밀도로 싹 자체가 안 날 것인데?
역시 창조력의 정점인 대수(大手)의 고유권능인가?’
계속 분석하면서 구조를 파악하는데 갑자기 장미 우주수의 잎들이 진동을 한다.
그리고 수증기 같은 물안개를 우주공간에 자욱하게 내품었다.
솨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주 멀리 있는데도 숨이 막힐 것 같은 장미향이 밀려왔다.
그리고 조사를 위해 아주 약간 흡입한 장미향을 분석하고 저절로 욕설이 터져 나왔다.
“제길-! 이건 또 뭐야?
정기를 보충해주는 일반 우주수의 수액이 아니잖아?”
사용한 정기나 고갈된 신체의 그릇을 채워주는 우주수의 수액이 아니었다.
다급하게 차원권능으로 외부와 세계를 격리하고 정밀분석과 해독을 실시했다.
그리고 나온 결과에 머리가 띵하고 아파왔다.
“강력한 흥분제가 섞인 수액이라고?”
창조신으로서 최고의 영역인 창조신장에 도달한 자신조차 심장이 뛰고 하체가 뜨거워질 정도로 강력한 흥분제였다.
일반적인 존재라면 욕망에 미쳐서 자멸할 정도로 강력한 흥분제가 섞인 수액의 안개가 우주 기뢰 밭으로 빈틈없이 스며들어가는 것이다.
‘이것을 흡입하면 권능으로 침투 중인 어떤 존재라도 제어력을 잃는다.
그럼 공간이동 우주기뢰에 당할 수밖에 없다.’
자신조차 세계를 창조하는 수준의 차원권능이 아닌 일반적인 공간이동이나 결계의 권능을 가졌다면 위험했다.
이미 황금장미의 기뢰 파편에 맞아 언제인가는 고슴도치처럼 변해서 쓰러졌을지도 몰랐다.
허나 자신의 창조력이면 이 정도 흥분제는 큰 문제는 없었기에 바로 해독한다.
“치이이이. 자동 반응하는 기계의 무자비함과 생명체의 욕망을 자극하여 자멸시키는 방어체계의 조합인가?
누가 이런 악독한 생각을?”
그런데 이것만이 아니었다.
전면을 벽으로 막아서는 장미 우주주의 줄기에서도 아주 약간이지만 위협이 느껴졌다.
“줄기에서도 이상반응이 있다.
단순한 흥분제가 섞인 수액으로 우주 기뢰밭에서 자멸하게 만드는 것이 방어처계의 전부가 아니란 뜻이로군.
어디 생각해 보자.
흥분제로 욕망을 일으켜서 우주 기뢰 밭에서 자폭하게 만들고 그래도 살아남은 강자들에게는 당연히 여성으로 흡수....... ”
차분하게 예상을 하는데 줄기에서 진동이 일어난다.
우우우우우웅-!
장미 우주수의 줄기에서 무수한 인영들이 일어서듯이 모습을 드러낸다.
흥분제가 섞인 수액의 안개 속이지만 눈이 부실 것 같은 아름다운 육체를 가진 미녀들이었다.
그리고 모두가 알몸에 가지각색의 외모였지만 공통점이 하나였다.
주우주 기준으로도 지극히 강력한 생명력을 품어내면서 주변 전부를 먹이를 노리는 매의 눈빛으로 조사한다는 점이었다.
우우우우우우우웅-!
무수한 탐색 권능까지 발동되는지 주변 전부가 수없는 신력의 떨림에 진동한다.
거기에 장미 우주수까지 동조하는지 우주공간 전부가 무엇인가를 찾는 시선과 권능으로 가득 찼다.
‘우주공간 자체를 영역으로 삼는 우주수와 수많은 존재가 각기 다른 권능으로 탐색하는 감시체계로군.
이건 어떤 은신권능이라도 발각이 될 수밖에 없는 탐지체계다.
허나 정체모를 위험을 느껴서 작은 세계를 하나 만들고 그 안에 위치한 차원창세신 코아를 찾아내기는 역부족이었다.
자신만의 세계 속에서 나무줄기 속에서 솟아오른 알몸 미녀들의 정체를 파악하고서 결론을 내렸다.
“나무와 거의 일체화 되어 움직일 수 있고 권능까지 동조하는 정령이라면 하나밖에 없다.
드라이어드로군.
어? 뭐야?
우주수의 드라이어드!?”
거기까지 생각이 도달하자 저절로 경악성이 터져 나왔다.
일반 나무에서 발생한 드라이어드도 인간이 대항할 수 없는 권능에 가까운 매혹의 힘과 능력을 가졌다.
신목이라고 불릴 정도로 오랜 세월을 살고 강대한 생명력을 가진 나무의 드라이어드는 지역의 기후조차 조정할 정도로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드라이어드는 강력한 힘으로 나무를 보호하는 것이 임무다.
그리고 위험을 느끼면 남성을 유혹하여 관계를 맺고 수없이 정을 토하게 하다가 마지막에는 나무의 비료로 삼아 버리지.
세계수에서 발생하면 대륙 전부를 조율할 정도의 힘이 생긴다.’
그런데 우주수에서 발생한 드라이어드가 어느 정도의 위력인지는 측정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우주수 근처라는 한정이 있겠지만 적어도 상급신급이다.’
더구나 우주수가 수없이 자라고 있는 이 우주지역에서는 거의 주신급의 힘을 발휘할 것이 틀림이 없었다.
여기에 항성계를 전부를 둘러싼 울창한 우주수의 밀림에 발생한 드라이어드라서 숫자도 끔찍하게 많았다.
‘우주수와 드라이어도가 이미 내가 계측할 수 있는 숫자를 넘어섰다.
설마 오백억년동안 이 우주수들을 기르느라 은거한 것은 아니겠지?’
하지만 절대로 자연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광경이다.
이 정도로 많은 우주수와 드라이어드를 만들어내는데 도대체 어느 정도의 세월과 노력이 들어갔는지 상상도 못할 지경이었다.
‘지독한 집념으로 이룬 기적과 같은 성과로군.
그래서인지 방어방식도 지극히 악랄하다.’
강력한 흥분제에 흥분하여 권능의 통제력을 잃고 우주기뢰에 부상을 입고서 빠져나오면 바로 우주수의 드라이어드라는 치명적인 유혹이 기다리고 있었다.
어지간한 남성체라면 버틸 수가 있을 리가 없었다.
“불법 침입한 남성은 흥분제와 우주수의 정기, 드라이어드로 한계까지 정기를 다 뽑아내고 장미 우주수로 흡수해 버린다 이거냐?
아주 알뜰하게 재활용하네.
잠깐 그럼 여성은?”
그런데 의문이 갑자기 생겼다.
드라이이드는 여성체만이 있다.
즉 남성의 정기만 뽑아낼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녀들만으로는 여성 침입자를 처리할 방법이 없는 것인데 장미 우주수를 다시 정밀조사하자 바로 답이 나왔다.
헛웃음이 저절로 나왔다.
“허허허허허. 도대체 어떤 미친놈이 이런 지독한 생각을 했는지 얼굴을 보고 싶네.”
우주수의 열매, 정제되지 않는 정기가 뭉쳐져서 빛을 발산하는 특이한 열매 속에 흐릿한 여성들의 모습이 보인 것이다.
양쪽 다리를 양손으로 모든 태아와 같은 자세를 하고 마치 성숙되고 있는 열매와 같은 여성들의 모습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르면 바보였다.
또한 다시 보니 비슷한 모습을 가진 미녀들도 여러 명이 보인다.
“불법 침입자가 여성이라면 강제로 우주수의 드라이어드로 만들어 버리는군.
거기에 복제까지 해?
가차 없네.”
정말 입이 벌어지지 않는 극악한 처리방식이었다.
불법침입하면 남성은 정기를 다 뽑아내서 비료로 쓰고 여성은 드라이어드로 만들어서 감시병으로 만들어 사용한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뛰어난 개체는 복제까지 하여 수를 늘린다.
우주수를 지키고 번식시키기 위해서는 지극히 효율적이지만 무섭기 짝이 없는 처분방식이었다.
“어떤 제정신이 아닌 미친놈이 이런 걸 만들었을까?
주변 시선과 평가는 신경도 쓰지 않고 오직 효율성만 앞세운 비난받기 딱 좋은 처리방법이다.
그런데 이렇게 공개적이고 대대적으로 해.
이계에도 아주 제대로 돌은 놈이 있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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