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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게 유리한 것을 직감적으로 파악하고 선택하는 것은 흑염 아니 신체능력이 극도로 발달된 투신들의 기본 소양이었다.
코로나가 지금은 후궁의 입장을 가진 총수의 대리이니 당연히 아주 합당한 의사결정이었다.
“아주 수고했다.
덕분에 용자동맹의 사자왕을 직접 보고 확인할 수 있었다.”
“예. 제가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다소곳하게 양손까지 앞으로 모으고 서 있는 딸의 모습을 보니 이걸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모르는 아크람이었다.
‘아까는 나에게는 그렇게 짜증을 냈으면서 말이야.
총수님 앞에서는 순한 양이로군.
그러면 이 기회에 후궁조건을 바꾸어야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녀에게 가서 후궁이 되어 달라고 하면 무사히 돌아오기는 힘들 것 같았다.
그래서 딸에게 후궁의 조건을 완화시켜 달라고 말했다가 맞아 날아간 것이 방금 전이었다.
하지만 총수님 앞에서의 태도를 보니 고치고도 남았다.
헌데 총수는 전혀 다른 의견을 보인다.
“그런데 왜 초월자 후궁의 조건은 자신과 동격이라고 선을 그었지?
설명해줄 수 있겠느냐?”
“그....... 그건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요.”
약간 더듬거리지만 확실하게 의지가 담긴 말이었다.
설명은 못하지만 그렇게 해야만 한다는 확신과도 같았다.
‘흑염에 도달할 정도로 강한 육체가 가진 육감인가?
무시할 것이 못 되지.’
코로나는 신체능력은 거의 이계 흑염 수준에 도달해보이나 권능이나 투기, 살기는 미약했다.
그럼 ‘언제나 동전의 앞면’과 같은 언제나 올바른 선택을 하게하는 필수적인 권능의 발동이 미약하다는 뜻이었다.
그러하기에 선택은 했지만 왜 그랬는지는 잘 모르는 것이다.
‘본래 자신이 선택하고도 남에게 설명은 하지 못하는 흑염권능의 한계이기도 하다.
확인은 해 볼까?’
원래 이런 반응이 맞았다.
마음의 결정을 한 차원창세신 코아는 가볍게 자신의 무릎을 손으로 치면서 말했다.
“이리로 와서 여기 앉으렴.
나의 흑염과 차원권능을 내게 임시로 부여해주겠다.
그러니 만약 총수파에서 그냥 후궁을 뽑게 되면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지 보자.”
아버지 앞에서 총수의 무릎에 앉으라는 말에 살짝 얼굴이 붉어진 코로나였지만 지금 망설일 때가 아니었다.
후궁이 되고나서 초월총수의 대리까지 잠시 해보니 얼마나 거대한 운명에 자신이 편입되었는지 깨달은 것이다.
‘총수가 분노하면 자신만이 아니라 아크람 일족, 아니 이계 전부가 사라질 수도 있다.’
더구나 정식 후궁이 분명하니 이 정도의 접촉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잠시 망설였지만 다리를 모으고 총수의 무릎에 앉는 순간 총수에게서 검은 화염의 불길과 찬란한 황금빛이 전신을 감싼다.
우우우우우우웅-!
그리고 나직하게 이제 차원과 흑염의 정식권능으로 등록시킨 영창명이 울려 퍼진다.
“올지도 모를 미래.”
그러자 총수와 처음 만났을 때 보았던 환상과 같은 장면들이 보여 졌다.
총수실을 가득 채운 황금빛의 환상은 코로나에게 잡혀서 멱살을 잡힌 얼굴이 불분명한 여성 초월자를 보여준다.
그리고 주변에는 제 육군 위세로 보이는 수백 명의 초월자들이 거의 반죽음이 되어서 쓰러진 상태였다.
여기에 살기등등한 수십만이 넘는 반초월자들이 완전 포위하고 있었다.
“너의 명령을 따라?
감히 내 위에 서 보겠다고?
이런 약골 주제에-!”
코로나의 분노서린 음성이 사태의 모든 것을 알려주었다.
즉 코로나와 동격이 아닌 여초월자가 제 육군 위세를 맡으면 반드시 이렇게 박살이 난다는 뜻이었다.
“........”
“........”“........”
올지도 모른 미래가 보여준 황당한 결말에 코아와 코로나, 아크람까지 할 말을 잃었다.
코로나는 후궁을 자신과 동격이 아니면 안 되다는 감이 들어서 그렇게 제한을 걸었다.
하지만 설마 자신이 제 육군 위세와 초월자 후궁까지 전부 쓰러트려버린다는 사태는 예상 밖이었다.
“저....... 저어기 제가 반드시 저렇게 하지는 않을지도........”
그렇게 변명을 하려다가 결국 말을 흐렸다.
하지만 허황된 것이 아닌 이유가 있었다.
만약 집안이 좋은 여성 초월자가 후궁이 되면 반 초월자인 자신과 사이가 좋을 수가 없었고 그럼 종국에는 저런 사태가 일어난다고 직감이 온 것이다.
총수가 어떤 반응을 할지 몰라서 불안하기 짝이 없는데 머리를 다정스럽게 쓰다듬어온다.
스으으으-! 스슥-!
마치 아버지가 딸을 안심시키는 것처럼 상냥하게 말한다.
“걱정하지마라.
총수파가 아무 제약 없이 뽑은 후궁이 너에게 저렇게 쓰러질 정도면 제 육군 위세를 통제하지 못했다는 증거다.
시기를 보아하니 지금보다 일 년 이후다.
그럼 이만명은 넘어야 할 제 육군 위세들이 겨우 이백 명 정도만 초월자 후궁을 따르고 있다.
그것은 나의 후궁으로서 자격이 없다.
그걸 저렇게 징계했다고 내가 너를 혼을 낼 일은 없을 것이다.”
“총수님.”
살짝 감동을 먹을 정도로 감정이 흔들린 코로나가 그대로 품에 안겨들었다.
전쟁터이든 어디든 나중에 보면 언제나 바른 결정을 내렸지만 설명하지를 못해서 이해받지 못했는데 이런 적은 처음이었던 것이다.
아니 이렇게 직감을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다니 놀라운 권능이었다.
‘이렇게 직접 보여주니 오해를 받거나 설명을 할 필요가 없어.
이 권능은 정말 필요해.’
총수와 권능을 공유하는 후궁인 이상 자신도 언제인가는 사용이 가능할 것이다.
두근두근-!
전투의 희열 외에는 아무런 변동이 없던 심장이 세차게 뛰는 것을 느끼면서 꼭 안겨있는 코로나를 보면서 말없이 머리와 등을 쓰다듬는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자신도 흑염일족이었기에 직감으로만 사는 흑염일족이 겪는 어려움을 모를 리가 없는 것이다.
지금은 자신의 차원권능을 동원하여 이렇게 명확하게 원인을 밝힐 수 있어서 오해를 받지 않지만 상당히 힘들었을 것이다.
“그럼 너와 동격인 존재를 후궁으로 받아들였을 경우를 보자꾸나.”
“예.”
살짝 상기된 얼굴인 코로나가 안긴 채로 고개를 끄덕이자 다시 발동된 올지도 모를 미래가 이번에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아니 뭔가를 보여주려고 하는데 계속 영상이 일그러지면서 뭉개지고 있었다.
“응? 나의 차원권능의 미래 예시가 막힌다고?”
‘올지도 모를 미래’는 선택에 따라 분기되어 나타날 수 있는 미래의 모습을 보여주는 권능이다.
이럴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변화도 아니고 단지 엿보기만 하기에 이렇게 문제가 발생할 수 없다.’
상위의 존재에게 하위 존재의 권능은 통하지 않는다는 단 한 가지 경우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그럼 상대가 코로나의 십이 써클 보다 위란 뜻이었다.
정기 약화로 진리의 보물인 이계 십중심조차 저 꼴인데 자연적인 십삼 써클이 존재할 수 없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사태였다.
“코로나와 동격인 초월자 후궁은 십삼 써클 이상인가?
짐작가는 대상이 있느냐?”
그 말에 아크람은 당황해서 고개를 저었다.
지배층인 지배자급 초월자들까지 전부 십이 써클의 한계를 넘지 못했다.
그런데 십삼 써클의 초월자가 존재한다니 만약 있다면 이계가 발칵 뒤집힐 일이었다.
“설마 그럴 리가요?”
아무리 그녀가 강해도 십삼 써클이 되었다는 소문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
정말이라면 십이 써클인 지배자급 초월자들과는 열배이상의 전력차이가 나니 이미 세력의 장이 되고도 남을 힘이었다.
아니 일원의 반려가 되기 바란다는 주변 의견조차 고려할 필요가 없었다.
‘아니야.
그녀는 초월자들이 적극 추진하던 일원과 있었던 혼담이 깨지고 나서 바로 은거에 들어갔다.
어떻게 변화되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녀라면 가능하지도 몰라.’
더구나 총수의 차원권능의 위력을 잘 알고 있으니 생각을 할수록 혼란이 가중되었다.
그런 아크람의 확답을 못하는 반응에 차원창세신 코아는 감탄했다.
‘아니라고 확신을 못하는 것을 보니 의심이 가는 존재가 있군.’
이계에 이계 십중심을 제외하고 십삼 써클 이상의 강자가 또 있을지는 몰랐던 것이다.
그리고 이미 거의 누구라고 확신까지 하고 있다.
“호오? 이미 코로나와 동급인 후궁대상을 이미 정해놓았구나.
누구냐?”
“그....... 그것이 이제 확신을 못하겠습니다.”
아크람은 일원이 결혼을 거부하는 순간 최후로 만났던 그녀를 떠올렸다.
하지만 그녀가 십삼 써클의 강자가 되었다고는 아무리 생각해도 판단이 서지 않았다.
“흐음. 코로나 괜찮겠느냐?
이 운명의 분기는 너의 선택에 의한 것이니 도움이 필요하다.”
그 말에 심각한 사태임을 파악한 코로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스으으으-! 슥-!
“앗-!”
그리고 바로 후회했다.
총수의 오른손이 상의의 사이를 파고들어서 심장이 있는 왼쪽 젖가슴을 감싸듯이 죈다.
뭉클-! 우우웅웅-!
아직 크다고는 할 수 없는 젖가슴을 아래에서 받쳐 들듯이 들면서 차원권능을 발동시킨다.
‘후궁은 신계주신과 권능과 신력을 직렬 연동할 수 있었다.’
그러나 확실하게 하려면 아예 성관계를 가지거나 아니면 이렇게 직접 접촉을 해야 했다.
이런 모습이 비록 황금빛 연기로 가려져서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겠지만 당황해서 총수의 오른손을 양손으로 잡았다.
우드드드드-!
힘을 주었는데 꼼짝도 하지 않으니 깨달았다.
초광역 파괴의 마도를 주력으로 한다는 총수의 신체능력이 자신이 못 당할 정도로 무시무시한 수준이란 점을 말이다.
‘왜 이런 힘을 가졌으면서도 일원을 계략으로 패퇴시켰지?’
그런 의문을 들 정도로 터무니없이 막강한 신체능력이었다.
젖가슴을 주무르면서 신력을 주입하는데 어떻게 막을 방법이 없었다.
더구나 아버지까지 바로 앞에 있으니 필사적으로 신음이 나오는 것을 막았다.
“으........ 음.”
자신의 손길에 코로나가 어쩔 줄 몰라 하면서 몸부림을 치자 차원창세신 코아는 목적을 상기시켰다.
“어떻게 십중심도 아니면서 십삼 써클을 유지하고 있는지 모르나 어차피 이계의 십삼 써클이다.
내게 지원받은 압도적인 신력과 권능의 압력으로 무너트려라.”
그리고 젖가슴을 감싸 쥔 오른손의 엄지손가락을 움직여 작은 젖꼭지를 꼭 누르면서 신력을 쏟아 부었다.
꾸우우-!
“아-!”
오른손에서 젖가슴을 통해 심장에 직접 부여되는 무진장한 신력의 파동에 감응당한 코로나의 신력이 급상승하면서 부여된 차원권능을 강화시킨다.
우우우우우웅-!
잡음과 일그러진 영상만 가득하던 화면이 뚜렷해진다.
그리고 굉장히 이지적이고 포근한 어머니와 같은 미모를 지닌 황금빛의 머리카락을 가진 여성을 비춘다.
수많은 황금 장비가 수놓아진 극도로 화려한 황금빛의 궁장을 입고 찬란하게 빛나는 황금빛의 머리를 둥글게 말아 올렸다.
거기에 화려한 각종 보석으로 장식된 머리 장신구들을 꽂아서 우아하게 고정시켜 놓은 모습은 더없이 기품이 넘쳤다.
그 얼굴을 본 아크람은 반가움에 소리를 질렀다.
“오-! 역시 삭월(朔月)의 시즈지(syzygy)로군요.
저 고아하고 품격이 넘치는 모습은 역시 변함이 없습니다.
어라?
아니잖아?
허어어어어?”
얼굴을 지나 몸으로 시선을 내리자 저절로 입이 벌려지고 탄성이 나온다.
조금만 확대하면 화면 전부를 채울만한 젖가슴이 옷을 입었는데도 숨기지 못하고 보인 것이다.
크기는 거의 자신의 얼굴만 하지만 탄력이 넘쳐서 중력을 거부하듯이 반구형을 유지하고 있었다.
일천의 첩을 두었던 아크람의 여성편력에 맹세코 저렇게 크면서 이상적이고 아름다운 젖가슴을 본적이 없을 정도였다.
“호오?
여신혈맹의 여주신들로 인하여 어느 정도 여성에 대해 면역을 가진 차원창세신 코아조차 감탄할만한 가슴이었다.
아크람은 시야 전부를 채우는 압도적인 몸매에 잠시 멍해졌다가 맹렬하게 머리를 굴렸다.
‘얼굴은 분명 맞는데 몸이 틀리다.’
과거 삭월(朔月)의 시즈지(syzygy)는 호리호리하고 날씬한 몸매를 자랑했다.
그리고 누구보다 빠른 속도와 강력한 힘까지 가져서 대부분의 전장을 지배한 강자였다.
그런데 지금 보이는 몸은 전혀 달랐다.
“오백억년 전과 얼굴은 같은데 몸이 전혀 다릅니다.”
“호오? 그래?
이계에도 저 정도의 가슴을 가진 여 정신체가 있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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