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823화 (734/2,000)

34권 35권

모든 형제자매들이 버릇이 없다고 큰 누님에게 얻어맞아서 모두 앓아누웠는데 이 망할 아버지가 희희낙락해서 왔다.

당장 따지려고 했더니 정기를 마구 써서 바로 회복시켜 입을 막아 버렸다.

그리고 어머니들에게 생활비로 갖다 주라고 엄청난 정기를 눈앞에서 팍팍 뿌렸다.

‘용서 못할 발정 난 아버지에서 다시 존경받는 가장이 되는 것은 순식간이었지.’

‘정말 모처럼 풍족하게 받았으니 말이죠.’

반 초월자로서 오랫동안 숨을 죽이고 살아온 자신들은 감정보다 정기가 우선하다는 사실은 너무나 잘 알았다.

가난하고 존경받는 아버지에게 칭찬을 받는 것보다 욕은 먹지만 부자인 아버지에게 정기를 많이 받는 것이 났다는 훨씬 사실은 모두 체감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 정기가 누구에게서 어떤 목적으로 나왔는지 알았으니 지금 깍듯하게 존경을 담아서 총수님이라고 부르는 이유였다.

‘물론 그 난리를 내고도 털끝만큼도 다치지 않은 이 큰 누님은 예외다.’

‘이런 힘이 어떻게 있을 수 있는지 알 수가 없을 지경이에요.’

남의 도움이 없어도 얼마든지 잘 살 수 있는 강자라는 사실은 요 며칠간 아버지의 간곡한 부탁으로 따라다니면서 잘 알았다.

물론 일 끝나면 두둑하게 용돈을 챙겨주겠다는 약속이 없었으면 절대 하지 않을 고행이었다.

이 무섭기 짝이 없는 큰 누님이 어떤 존재인지 알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러니 남성의 입장으로서는 총수의 후궁은 과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런데 여기서 총수의 지참금이라니 눈이 반짝 뜨일 사건이었다.

“으으으으-! 후궁을 그만두면 모든 특혜는 회수돼.

내가 후궁을 그만두면 어머니도 다시 지성체로 돌아가는 그런 조건이었어.

그러니 나보고 반 초월자 모집식에서 후궁으로 직접 임명할 것이니 잘 단장하고 와야 한다고 신신당부를 해?

모든 지배자급 초월자, 아니 고위 정신체들이 모이니 총수님의 후궁으로서 절대로 실수하면 안 된다고?

망할 아버지! 친딸에게 항상 후궁. 후궁-!

가만히 안 둘 거야.”

굉장히 억울해하면서도 여기저기 늘어서 있는 옷가게나 장신구를 보는 눈빛은 쉬지 않았다.

아니 아버지가 얼마나 정기를 넘겨주었는지 하루 종일 끌려 다니면서 산 옷이나 장신구만 해도 빌린 방을 꽉 메울 정도였다.

그리고 갑자기 의문이 들었다.

아버지가 알고 보니 굉장히 바람을 잘 피웠지만 그래도 가족만은 정말 끔찍할 정도로 아꼈다.

그런데 상대가 아무리 총수이지만 친딸을 반려도 아닌 후궁으로 보내려고 저렇게 난리를 친다는 사실은 믿기 어려웠다.

그렇다고 바로 물어보면 안 알려줄 것 같으니 살짝 말을 돌렸다.

“저기 큰 언니. 총수님이 지참금은 얼마나 주셨기에 아버지가 후궁으로 이렇게 밀어붙여요?

언니만한 강자를 겨우 정기로 후궁으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다니 너무 한 것 아니에요?”

“맞습니다. 큰 누님!

감히 누님을 후궁으로 맞이하려는 대가가 얼마인지 알고 싶습니다.”

그 말에 잠깐 망설이던 파란머리 여성이 고개를 푹 숙이면서 말했다.

“일조. 지성체가 살고 있는 행성 백 개를 구입할 수 있는 정기라고 하시네.”

“.........”

“.........”

그 대답을 들은 남녀 반 초월자의 머리가 하얗게 비어졌다.

‘일조?’

‘유인행성 백 개가 지참금?’

겨우 일백 남짓한 정기를 벌기 위해서 일 년 이상 힘들게 일해야 했다.

그러니 그들의 머릿속에는 ‘일조’와 ‘행성 백 개’라는 단어만 메아리쳤다.

‘어째 정기를 아끼지 않고 들어가는 가게마다 전부 비울 정도로 사들인다고 생각했더니 그런 부자였어?’

속에서 뭔가 울컥 감정이 치솟아 올랐다.

누구는 죽어라 일해도 백도 벌기 힘든데 누구는 일조를 후궁이 되는 조건이지만 한방에 벌었다,

그러고도 이 난리였다.

‘후궁이 되는 것만으로 일조라고요?

전 겨우 일 년에 백을 벌었어요.

그것도 정말 아끼고 아껴서.......’

‘내가 백억 년을 한 푼도 안 쓰고 모아야 벌 수 있는 금액이 후궁의 지참금?

그런 지참금이라면 내가 아버지라도 어떻게든 후궁으로 만들려고 하겠다.’

여기에 행성 백 개면 커다란 일족의 기반을 만들 수도 있는 수준이었다.

아버지가 후궁소리를 자꾸 한다고 맞아가면서도 왜 저렇게 필사적으로 달라붙는지 이해가 갈 정도였다.

‘행성 백 개와 일만이 넘는 반 초월자 형제자매가 힘을 합하면 단숨에 명문일족이 돼요.’

‘아아. 이제 험한 일을 안 해도 되겠어.

다만 단지 이런 폭력만 쓰는 어리광쟁이가 가주라니 질투와 걱정이 앞섰다.

힘이 약간 부족하지만 자신들이 더 잘할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좋은 생각이 스쳤다.

‘잠깐-! 후궁이 되기 싫다고 말했지.’

‘공고 내용으로는 반초월자 여성 중 최강이 후궁이 된다고 했다.

그럼 아직 내게도 기회가 있다는 사실이잖아?’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2명의 남녀가 득달같이 말했다.

“큰 언니-! 그렇게 후궁이 힘드시면 걱정하지 마세요.

아버지께 말씀드려서 제가 대신 희생하겠어요.”

“큰 누님-! 걱정 마십시오.

저에게는 가족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고 희생정신도 투절한 여동생이 있습니다.

그 아이는 큰 누님이 이렇게 싫어하시지 않으면 반드시 대신 나설 것입니다.

제가 반드시 후궁이 되지 않게 해드리겠습니다.”

그 말에 파란머리의 여성의 살짝 숙여졌던 머리가 들어 올리면서 감동했는지 살짝 떨리는 음성이 입에서 새어나왔다.

“........ 너희들.”

역시 넘어왔다고 생각했으나 눈빛에서 일렁거리는 태양이 타오르는 빛에 흠칫 놀라는 남녀였다.

저 눈빛만 보이면 한 대 맞고 의식이 무조건 끊긴 것이다.

“누.......”

“언.......”

꽈아아아아아앙-!

역시 어떻게 양손에 잡혔는지도 모르게 제압당해서 서로 이마를 박은 남녀가 비명을 지르면서 쓰러진다.

“악-!”

“켁-!”

또 서로의 이마를 박치기를 하고 의식을 잃은 2명을 내려다보면서 파란머리의 여성이 냉소적으로 말했다.

“난 바보가 아니야.

바보가 강해질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단지 이제까지 고민할만한 상황을 만난 적이 없는데 이번에는 당황했을 뿐이야.”

파란머리 미소녀는 이마에 혹이 솟은 남녀를 보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누가 아버지 자녀가 아니라고 할까봐 그렇게 맞고도 아직도 딴 생각을 하네.’

더구나 수작까지 부리니 더 패고 싶지만 이 이상의 타격은 이 둘도 끝장이었다.

자신을 제외하고는 배다른 형제자매 중에서 이 둘이 가장 쓸 만하니 잘 가르쳐서 부관으로 써먹으라는 아버지의 말도 어길 생각은 없었다.

대부분 자신에게 한 대 맞으면 거의 분쇄되었는데 이 둘만은 잘 버티고 있는 것이다.

벌인 짓은 용서할 수 없지만 어린 시절 가장 사랑을 주었던 친아버지였다.

질질질질질-!

이미 주변은 모두 결계로 막아서 소란이 일지는 않았다.

단지 작은 덩치의 여성이 큰 덩치의 두 명을 질질 끌고 가는 것이 신기한지 쳐다볼 뿐이었다.

축 늘러진 둘의 뒷목을 잡고 끌고 가면서 혼자 중얼거리기 시작한다.

“아버지가 왜 저러시는지 이유도 잘 알아.

창조신장이기도 한 초월자 총수 외에는 어머니를 초월자로 만들어줄만한 존재가 없고 그럴 이유도 없어.

그리고 아무리 강해도 반 초월자인 나에게 이 정도로 막대한 대가를 주면서 귀하게 대우받게 해줄 남성도 없겠지.

종말의 위험이 있는 반 초월자들도 중용하는 총수이니 이건 아마도 나나 너희가 지배층으로 올라설 수 있는 최후의 기회야.”

거기까지 중얼거리던 파란머리의 미소녀는 입을 꽉 다물었다.

지배자급 초월자로서 막대한 권력을 가졌던 아버지가 실각해서 더 이상 보호막이 되어주지 못했다.

어머니나 아버지, 더구나 자신과 늘어난 가족들을 위해서는 총수의 후궁이나 거기에 버금가는 지배층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었다.

‘아버지도 이번 첩과 자식들 문제로 초월자에서의 직위가 떨어질 대로 떨어졌으니 배경이 되어주시지 못해.

그럼 내가 후궁이 되어 총수의 총애를 받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방법이야.’

모든 현실은 이해하고 있었다.

다만 불만이 있는 것은 반려가 아닌 후궁이란 사실이었다.

“기분이 나쁜 것은 왜 후궁이지?

도대체 반려의 기준이 뭐기에 언급조차 없어?

힘 이상의 뭔가가 필요하다는 뜻인가?

신족의 창조신장이니 버금가는 창조력?

아니면 지배층다운 품위나 예의범절.

그러면 정말 자신 없는데.”

반 초월자로 태어나 아주 어린 시절에 지배자급 초월자인 아버지를 압도했다.

그리고 아버지가 가져다주는 정기로는 부족해서 여기저기 분쟁에 정체를 숨기고 참전하여 강대한 힘을 과시하면서 살아온 자신이었다.

덕분에 창조력이나 예절과는 담을 쌓고 힘만을 쌓아왔으니 현 세계 전부를 다스리는 총수의 후궁이란 직위는 불안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아무리 옷과 장신구를 많이 사서 꾸며도 본질을 속일 수 없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차라리 친위대장을 모집한다고 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면 가장 좋았다.

어머니와 아버지를 위해서라면 숨겨진 암살자나 애인 노릇정도는 할 각오도 했는데 무조건 정식 후궁이었다.

정식으로 발표되는 후궁이 되라는 말에 짜증을 내는 자신에게 아버지는 정말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했다.

“얼마 후면 반 초월자들이 정식으로 총수직속의 무력세력으로 선포된다.

그럼 넌 반 초월자 후궁으로서 총수님을 대신하여 그들의 생사를 주관하게 된다.

더구나 이 지참금을 보렴.

이 정도로 총수님은 강자에게 후하시다.

우리 가족이 최고 지배층에 버금가는 세력과 기반을 한꺼번에 얻을 유일한 기회였다.

너와 모두를 위해서 최선을 다해다오.”

얼마나 많은 반 초월자가 모일지 모르지만 모두 숨겨놓은 자식들이 있으니 최소한 백만은 넘을 것이라고 아버지가 자신했다.

그런 거대한 무력을 주관하는 자신을 모든 정신체가 총수의 후궁으로서 인식하게 된다는 뜻이었다.

‘후궁이 첩과 같은 부끄럽고 무력한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은 총수가 직접 써준 증서까지 있으니 잘 알았지만 자존심상 용납하기 힘들어.’

그러나 아버지가 두 손을 모아서 간절히 빌기까지 하니 물릴 수 없었다.

여기에 후궁을 그만 둘 경우 모든 특혜를 회수한다는 조건까지 달려서 어쩔 도리가 없는 것이다.

후궁이 되어가는 시간이 다가올수록 고민만 깊어가고 있었다.

그런 고뇌하는 모습을 화면으로 보는 시선들이 있었다.

통합신계의 신계주신이기도 한 차원창세신 코아와 딸의 아버지였다.

화면에 비추어진 모습과 신계가 분석한 능력을 읽고서 나직한 탄성을 질렀다.

“흐흠-! 정신체로서 최고, 아니 한계를 초월할 신체와 권능수준이군.

이계에서는 거의 상대가 없겠어.”

주우주에서도 놀라운 수준이었다.

정기만 충분히 보급되면 상위의 창조신조차 쉽게 노릴 정도의 재능과 힘이었다. 지극히 만족스러웠다.

“과연 네가 자신할만한 딸이구나.

내일 반 초월자 친위대의 선출에 앞서 지금 후궁으로 바로 임명하겠다.

바라는 대로 모두 해주지.

아니 이미 해주었나?

만족하나?”

통합신계의 지원과 창조신장으로서 전력으로 지성체를 초월자로 바꾼다.

어지간한 신계의 천족세력을 전부 만들 정도의 엄청난 정기가 들어가고 수고 또한 만만치 않았지만 성공했다.

총수실의 허공에 떠 있는 투명한 시간 정지용 수정에 싸인 이 발칙한 유력용의자의 지성체 반려는 하위지만 이제 초월자였다.

“고맙습니다. 총수님-!”

총수의 의자 앞에 엎드린 발칙한 유력용의자는 감격에 겨워서 외쳤다.

투명한 수정과 같은 시간의 결계로 봉인했던 자신의 첫사랑 아내는 지금 눈앞에서 초월자가 되는 각성의 의식에 들어서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 총수가 어떤 수고와 정기를 쏟아 부었는지를 직접 보니 초월자들에게는 거의 없는 충성심조차 생길지경이었다.

“좋아.

네 딸은 아직 후궁의 자리에 부담을 가진 것 같으니 가서 잘 달래도록 해라.

지참금이 부족하다면 더 주겠다.”

그리고 일천억짜리 정기구슬들이 눈앞에 황홀한 소리를 내면서 떨어져간다.

차원창세신 코아는 주우주에서는 십억 짜리 정기구슬을 차원권능으로 정제하고 강화한 다음에 세계의 수준차이를 이용해서 최종적으로 일 천억으로 만들었다.

그래서 쉽게 주지만 받은 입장에서는 결국 일 천억이니 심장이 떨릴 지경이었다.

좌르르르르르르륵-!

유력한 용의자는 자신도 모르게 총수 앞에 쌓인 정기구슬에 손이 갔지만 황급히 다시 회수했다.

‘딸의 지참금으로 받은 일조를 가지고 있다는 소문이 쫙 펴져서 주변에서 보는 눈이 심상치가 않다.

혼자 다닐 때는 은밀한 추적까지 붙고 있어.

더 이상의 정기를 가졌다가는 암살당할 위험까지 보이니 정말 위험해.’

힘도 없는 주제에 보물을 가지는 것은 죽을 죄다.

지배자급 초월자의 능력조차 위협하는 수십 명의 추적자들 때문에 지참금으로 받은 정기를 모두 공개적으로 딸에게 넘겨주었다.

‘그리고 딸은 추적자들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전부 우주의 먼지로 만들어 버렸지.

내 딸이지만 정말 무서워.’

그러나 효과적이었다.

후궁이 될 딸의 손에 정기가 있다는 소문이 나고 나서야 대부분의 추적이 사라졌으니 말이다.

그러나 다시 자신의 손에 막대한 정기가 쥐어지면 또 추적이나 암살이 붙을 것이 확실했기에 사양해야만 했다.

이미 자신에 대한 주변의 질투나 견제는 도를 넘을 지경이기에 자중해야 할 시기인 것이다.

“되........ 되었습니다.

더 주시면 정말 곤란합니다.

제 목숨까지 위험하더군요.”

하지만 본심은 아까워서 눈물이 앞을 가릴 지경이기에 한마디를 덧붙였다.

“후궁으로서 만족하신 딸에게 직접 주십시오.”

“호오? 하긴 너를 은밀하게 따라다니는 초월자들이 많아졌더구나.

네가 초월자들의 첩과 반초월자 운영담당이 되었다니 꽤 불편한 지배자급 초월자들이 많은 모양이야.

거기에 정기까지 많이 가지고 있으면 용기를 내볼 만도 하겠지.

허나 내가 관리하는 신계 안에서 범죄라?”

차원창세신 코아가 즐겁다는 듯이 웃으면서 말한다.

“후후후후-! 정말 후속처리가 재미있겠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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