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화아아아아아아아-!
자연스럽게 허공에서 펴진 계약서에는 후궁의 권한과 의무를 간단하게 명시해 두었다.
‘총수의 반 초월자 후궁은 반 초월자에 한해 총수와 대등한 권한을 가진다.
반려와 후궁간의 우열은 본인의 강함에 기준하며 총수의 부재 시에는 능력에 따라 대리임무까지 수행가능 하다.
신계가 위험한 비상상황에는 임무를 우선해야 하지만 그 외에는 정기교환과 권능합일도 거부할 수 있다.
그러나 후궁을 그만 둘 경우 부여했던 모든 권한과 특혜를 전부 회수한다.
이번만의 특별 조치로 지성체를 초월자로 바꾸어 줄 수 있다.
초월자 총수 회색현재 차원창세신 코아.’
간단하지만 많은 내용이 담긴 후궁 계약서를 꼼꼼하게 읽은 파란 머리의 미소녀가 입을 열었다.
왜 아버지가 후궁이 되라고 말하는지 이해가 조금은 가는 내용이었다.
“반려를 이길 수 있으면 후궁이 위인가요?
확실히 아무 권한도 없는 첩이 아니라 동업자 같네요.
여성 반 초월자 중에서 최고가 되어 후궁이 되면 반 초월자에 한해서는 총수와 거의 대등한 권한을 부여한다는 뜻이군요.
마지막에 후궁을 그만두면 모든 특혜를 거둔다는 말은 당연하고요.
더구나 정기 교환의 거부권까지 준다니 항상 발정 난 아버지와는 달리 총수는 성적인 욕심이 전혀 없나 봐요.
더구나 어머니를 초월자로 만들 수 있다고 이렇게 확약하다니 대단한 자신감이군요.”
다 좋은데 마지막에 ‘항상 발정 난 아버지’란 말이 가슴에 박혔지만 잘 넘어오는 분위기이니 더욱 부추겼다.
“그래. 이건 반 초월자들을 많이 모집하기 위한 공고다.
그런데 너무 당당하게 후궁을 삼는다는 조항이 이상해서 내가 위험을 감수하고 직접 뵙고 이 확약서까지 아무도 몰래 받아왔다.
다른 초월자들은 후궁이 이런 권리와 권력을 가진 줄을 전혀 몰라.
그러니 아마 후궁 경쟁도 거의 없을 것이다.
아니 있다고 해도 누가 너를 이기겠니?
내 장담하건데 너의 주먹을 견딜 존재는 반 초월자, 아니 초월자 중에서도 아무도 없단다.
내가 후궁만 되면 이제 네 어머니가 초월자가 되는 것은 당연하단다.”
“…….”
용서 못할 아버지만 칭찬이 싫지 않은지 살짝 얼굴을 붉히는 모습이 너무나 귀여웠다.
더구나 아직 성숙한 여성의 모습이 아닌 미소녀의 모습에 가깝기에 더욱 그러했다.
‘하나 방심은 금물이다.’
분노하면 자신이 어떤 대응도 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당할 정도로 압도적으로 강했다.
‘이렇게 귀엽지만 가진 힘은 측정불가다.
일원(一圓)과도 좋은 승부를 할 정도의 힘을 가진 반 초월자라니?
내 딸만 아니라면 초괴물(超怪物)이라고 부르고 싶군.’
아직은 성장 중인 반 초월자이면서 이미 지배자급 초월자의 능력을 넘어선 딸이었다.
더구나 얼마나 무지막지한 신체능력과 파괴력을 가졌는지 모른다.
초월자 중에서도 최상에 속하는 자신이 딸의 아주 어린 시절에도 어른 앞에 어린아이 꼴로 속수무책으로 당할 지경이었다.
하지만 워낙 강한 힘을 가지고 태어났기에 고난을 당한 적이 없어서 순진하기만 했다.
그런 딸이 혼자 중얼거리면서 골똘하게 생각하는 딸의 모습을 보면서 이미 넘어왔음을 확신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첩이나 후궁은 확실히 아니야.
그리고 최고의 창조력을 가진 신족의 창조신장이면 지성체를 정신체로 만드는 것이 가능할지도 몰라.
어쩐다?
어쩌지?”
정말 어머니가 초월자가 되어서 같이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점점 흔들리는 효심이 지극한 딸을 보면서 간절히 속으로 애원하는 아버지였다.
솔직히 첫 사랑에 반려나 다름없는 그녀를 구하는 것도 급하지만 지금 자신에게 벌어진 일의 해결이 더욱 급선무였다.
‘누구보다 사랑하지만 너무 강해 무섭기 짝이 없는 내 딸아.
드디어 너의 힘을 당당하게 펼칠 때가 온 것이다.
그 와중에 제발 나 좀 구해다오.
이런 상태로는 도저히 살아남을 방법이 없다.’
지금 이렇게 비굴하게 딸에게 애원하는 이유가 있었다.
차원창세신 코아님의 마지막 분노어린 일격에 이제까지 무적이었던 성기가 고장이 났던 것이다.
보기에는 멀쩡한데 기능이 완전히 망가진 상태였다.
치료를 맡은 고위 초월자가 고소하다는 표정으로 했던 말이 생생했다.
‘2써클 상위의 일격이라서 치료는 고사하고 재생도 안 통한다.
이걸 어쩌나?
고자가 되었네.’
창조신장이면서 마신황제인 총수의 최대 써클은 13써클 이상이 확실했다.
신력만 충분하다면 2써클 하위의 존재 자체에 개입하여 말소까지 시킬 수 있는 수준이었다.
덕분에 신체를 완전히 지배하고 혈실을 조정하는 권능까지 사용하는 지배자급 초월자가 정말 고자가 되어버린 것이다.
‘내가 11써클의 고위 초월자이기에 창조신장이상의 창조력이 아니면 복원이 불가능하다는 진단결과까지 받았다.
이건 안 돼-!’
절망했다.
그리고 젊음을 유지할 방법이 사라진 일천의 첩들의 분노를 생각하니 모골이 송연해질 정도로 두려웠다.
육체는 아직 지성체지만 자신과의 잦은 음양조화로 초월자의 능력을 가진 그녀들의 분노를 피할 방법은 없었다.
‘분명 죽는다.’
결국 두려움을 참고 차원창세신 코아님께 당장 달려가서 사정을 설명하고 치료해 달라고 애걸복걸했는데 다음 몇 마디를 듣고 할 말을 잃었다.
“이번에 첩과 반초월자 문제는 내가 시키는 대로 철저하게 다할 테니 제발 너만은 죽여 달라는 청원이 엄청나게 들어오고 있다.
어떻게 생각을 하느냐?
이미 고자로 만들었다고 하니 정말 잘하셨다고 감사까지 많이 하더구나.
고자로 살래?
아니면 지금 죽을래?”
“…….”
남자의 질투도 무서웠다.
비록 말 못할 분야이지만 최고의 위치에 있는 한 명만은 끝까지 죽이겠다고 집착할 정도로 말이다.
‘이이……, 이 빌어먹을 놈들이.
왜 나만 물고 늘어져.’
고자를 만들고 살려주었다는 소리를 태평하게 하는 총수의 모습을 가린 황금빛 구름의 성스러움조차 너무나 두려웠다.
‘저 안에서 갑자기 튀어 나오는 목검들은 이미 초월자에게도 공포다.’
더구나 운명을 선고하듯이 내리는 판결에 머리가 띵하고 울렸다.
“이제 고자로 살아.
첩들에게는 잘 설명해서 살아남아 보고 말이야.”
“!!!”
‘내가 첩들에게 어떻게 될지 총수는 이미 알고 있다.
설마 첩들의 손으로 나를 죽이려고?’
그런 확신이 들 정도로 차원창세신 코아는 드물게 쾌활하게 말했다.
고자를 벗어나 살아남기 위해서 이제 일생일대의 승부를 걸어야 하는 순간이라는 점을 절감하는 순간이었다.
심각한 어조로 현재 진행되는 반 초월자의 모집에서 파악한 문제점을 꺼냈다.
아니 그 전에 자신의 가치를 알렸다.
“총수님. 저는 반 초월자 자식이 일만 명이 넘게 있습니다.
제게 무슨 일이 있으면 그들의 통제에 큰 곤란이 있을 것입니다.”
“맞아! 그래서 널 고자로 만들고 살려주는 거야.
많이 참았다.”
“…….”
나중에 전력으로 삼아야할 자식들만 아니면 그때 당장 때려 죽였다는 뜻이었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으려고 했지만 고자로 살아남을 방법이 없었다.
어떻게든 첩들을 만족시키고 젊음도 유지시켜야지 목적을 이룰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면 전 첩들 손에 죽습니다.
미모에 목숨을 거는 미녀들이 추해지는 것을 참을 리가 없지 않습니까?
그러면 저를 존경하는 자식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입니다.”
나름대로 강하게 나왔는데 오히려 비웃음만 섞인 대답이 돌아온다.
“후후후후후-! 고자가 된 네가 음양조화를 못해서 젊음을 유지 못해 분노한 첩들 손에 죽는다면 네 자식들이 과연 문제제기를 할까?
그리고 아버지로서 존경?
네가 이런지 첩과 자식들이 알기라도 하나?
아마 필사적으로 숨기고 여기저기 행성에 뿌려두었겠지.
일천의 첩을 두고 어머니도 모두 다른 일만의 형제자매를 만든 발정 난 아버지를 어떻게 존경할 수 있나?
오히려 수치스런 아버지라고 쉬쉬할 것 같은데?
너의 자식이라는 출신만 덮어주면 그런 오명을 숨겨준 내 말에는 절대복종할 것 같지 않나?”
“!!!”
아주 유쾌한 말투인데 한마디 한마디가 심장에 칼이 꽂히는 기분이었다.
‘고자가 끝이 아니라 첩들 속에 찢겨 죽게 하는 처분이었구나.’
더구나 그 이후의 사태까지 모두 생각해둔 모양이었다.
결국 최후의 담판내용을 꺼내었다.
“하나 총수님. 반 초월자 공지내용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점을 아시는지요?
이대로는 반 초월자들이 모여도 대부분 어중이떠중이고 실력 있는 존재는 없을 것입니다.”
“…….”
후우우웅-!
그 말에 황금빛 구름이 자욱하게 피어오른다.
마력까지 치솟는 것을 보니 분노했다는 뜻이다.
“모든 초월자들 얼굴에 더러운 정액을 뿌린 이 초월적으로 발칙한 발기 찬 새끼가 고자와 죽음으로도 뉘우치지 못하는구나.
당장 사지 불만족까지 추가해서 첩들 손에 던져주마.
어떻게 되나 너를 당장 죽이라고 외친 모두와 함께 웃으면서 지켜봐 주마.”
욕설이 섞인 목소리를 들어보니 그것도 아주 많이 말이다.
두두두두두둑-!
황금빛 구름을 뚫고 모습을 나타내는 수많은 목검을 보자 차원창세신 코아는 자신이 도저히 제대로 협상할만한 동등한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다시 깨달았다.
그래도 어떻게든 거래를 해야 했다.
‘바로 지금이다.
이 정도의 눈치가 없으면 아무리 직위와 권능이 높아도 1천명 이상의 첩을 거느리고 숨겨오지도 못했었다.’
납죽-!
황급하게 엎드린 고자가 된 유력 용의자는 다급하게 외쳤다.
“잠시만-! 총수님 제가 태도를 잘못했습니다.
하지만 방금 드린 말씀은 사실입니다.
저희 이계는 후궁이란 직위가 굉장히 낮아서 첩과 비슷합니다.
제가 조사한 주우주의 후궁과는 천지차이입니다.
더구나 자유를 중시하는 이계의 인식으로는 어지간한 여성은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대책이 있습니다.”
그 말에 차원창세신 코아도 실수를 했다고 인정을 했는지 목검이 사라진다.
그리고 다시 물었다.
“발칙한 놈이 진작 그럴 것이지.
대책을 이야기 해봐라.”
“반 초월자들이 감히 덤빌 생각도 못할 강력한 반 초월자 여성을 후궁으로 삼고 관리를 위임한다.
완벽하면서 수월한 통제를 원하시지 않습니까?
한마디로 반 초월자 통제가 귀찮을 것 같으니 후궁을 만들어서 떠넘기시려는 것이지요.”
“…….”
잠시 말이 끊기고 큰 웃음소리가 울린다.
“하하하하하. 이 발칙한 새끼가 입과 머리도 제법이구나.
여자만 후리고 다니더니 눈치가 기가 막혀.
그래 너의 말대로다.
내가 반 초월자들의 관리를 직접 하지 못하겠는데 초기라서 문제가 많을 것 같다.
하나 그것까지 신경을 쓸 여력이 없어서 전담 후궁을 원했다.
그런데 네 말대로 이계의 후궁의 인식이 낮아서 강한 존재가 모집되지 않는다면 수정해야 하겠지.
그래서 대책은?
후궁이 되어 초월자들을 완벽히 통제할만한 강자를 부를 방법이 있겠지.”
그 말에 유력 용의자는 거의 다되었다고 확신하고 아주 환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헤헤헤헤헤. 제 첫째 딸아이가 참 강하고 참합니다.”
“네 딸?
하긴 일만 명이 넘으면 규격외의 강자가 있을 수 있겠다.
그런데?”
“반 초월자, 아니 초월자 중에서도 감히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아이입니다.
제 딸아이를 후궁으로 삼으시면 반 초월자들의 통제를 위한 신경을 쓰실 필요가 없으실 것입니다.
혼자로 충분합니다.”
“호오?
그 정도냐?”
“그런데 아주 큰 문제가 있습니다.
워낙 강한 아이라서 평소 반초월자의 입장은 신경 쓰지 않고 아무런 불편도 없었습니다.
제 보호가 아니라 누구라도 거슬리면 흔적도 없이 날려버리는 무서운 힘을 가진 아이라서 이제까지 자유롭게 살아온 것입니다.”
“호오?
그렇게 강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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