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807화 (718/2,000)

34권 35권

친절한 안내장이었다.

그러나 공간좌표를 분석한 과학자들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저 좌표는 저희 본성들 지역의 중앙입니다.”

“뭐야!?”

한 달간의 거듭된 장거리 공간이동으로 저 주신성을 확보하러 왔는데 목표는 바로 본거지로 이동해 버렸다는 소리였다.

선전포고보다 더한 게임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지성체들이 한 달을 걸려서 이동한 거리를 단숨에 주파한 차원주신성은 일만 개 행성지역에 위용을 나타냈다.

우우우우우우우웅-!

마치 본래 있었다는 듯이 아무런 무리 없이 초장거리 공간이동을 마친 차원 주신성의 모습이었다.

어떤 주우주 창조신이라고 해도 해도 거대한 주신성을 이렇게 자유자재로 이동시키는 것은 결코 무리였다.

그러나 차원의 권능은 시간과 공간의 융합이고 차원 주신성은 그런 권능에 기반을 두어서 만들어졌다.

그러하기에 차원 오리진인 차원창세신 코아의 권능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그렇게 순식간에 지성체들의 함대를 떨어뜨린 차원창세신 코아는 아르카나 시스템 2호기 통합신계의 총수자리에 앉아있었다.

그리고 지성체들의 연합함대 도착으로 그 앞에 집결한 온건파 초월자들은 급작스런 공간이동에 의문을 표했다.

“총수. 왜 이렇게 피하십니까?”

“이러실 것이면 저희들에게 언질이라도 해주셨으면 좋았을 텐데 왜 갑자기 이러시는지?”

온건파 초월자들의 지극히 당연한 물음에 역시 지극히 간단하게 물었다.

“지성체들에게 주신성의 위치정보를 흘린 간첩들은 잡았냐?”

이제 실수로 유출한 실무자가 아니었다.

초월자들의 지배를 위협하는 비밀세력의 존재를 확인한 이상 바로 간첩이었다.

이번 주신성 정보를 유출시켜 사태를 이 꼴로 만든 존재가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초월자들의 반역자가 되어 버린 셈이었다.

그래서 이미 모든 초월자가 혹시라도 걸릴까 봐서 기존의 지성체들과 가졌던 끈을 모두 끊고 있었다.

‘지성체 권력자들과 친분, 혹은 혈연까지 맺고 있는 초월자들이 너무 많았다.’

‘썩을 놈들. 아예 행성에서 딴 집 살림까지 차린 놈들까지 있었어.’

그런 상황에서도 확인해 보니 의심이 가는 초월자들이 너무 많은 것이다.

“……못 잡았습니다.”

그래서 온건파 지배자급 초월자들은 침통하게 대답했다.

주신성의 존재 자체가 화제였으니 언급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고 장담할 수 없는 초월자는 없었다.

“허허? 한 달 동안 모든 초월자들을 내사했다면서 결국 못 찾아냈어?

못 잡는 것이 아니라 너무 많아서 안 잡는 것이겠지.

지들이 간첩이란 자각도 없는 멍청이들이 너무 많았겠어.

잘했다.

아주 잘했어.

너무 잘해서 칭찬하고 싶구나.”

피지배계층인 지성체들과 모호한 관계라는 초월자들의 문제점을 확실하게 파악하고 있는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그 이상의 추궁 대신 다른 대답을 해주었다.

“그런데 너희들과 어떤 상의를 해야 한다고?

또 안 새어나간다는 보장이 있느냐?

자신이 있으면 듣던가?”

“…….”

이번에도 할 말이 없었다.

주신성 위치 정보를 흘린 간첩질을 걸리면 총수가 된 차원창세신 코아님이 정식으로 처단한다고 소문이 났다.

덕분에 지성체와의 접촉을 모두 자중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또 새어나갈 일이었다.

‘지성체 시절의 버릇을 못 버리고 행성에서 첩을 둔다든가 환락에 젖어있는 초월자들도 많은 이상 막을 방법이 없다.’

그런 멍청한 부하들 덕분에 창조주의 가호를 받은 총수에게 신용을 받는 상의의 대상은 고사하고 감시 대상으로 들어가 버린 셈이었다.

아니 지배층으로서 자질조차 의심받고 있다.

‘아예 일정기간 접촉금지를 시켜버려야지.’

‘아니 이제 뒤에서 조율하는 방식도 없애 버려야해.’

‘주신성 열 개만 있다면 다시는 저 따위 지성체들과 협상할 필요도 없다.’

‘아예 행성의 지성체들과 접촉을 금지시키자고.’

온건파 지배자급 초월자들이 이번 일로 끝없는 추궁을 당하고 부하들에게 이를 갈고 있는 동안 차원창세신 코아는 행성을 돌아보았다.

자신이 구입한 행성들의 정보를 직접 확인하니 역시 엉망이었다.

넘치는 오염물질로 공기와 물, 대지가 자정작용을 못하고 썩어가고 있으니 왜 그렇게 쉽게 넘겼는지 알 정도였다.

“쯧-! 역시 매립 쓰레기장이로군.”

간단하게 행성들의 평가를 마친 차원창세신 코아는 다른 사항을 물었다.

“그리고 저 놈들을 부추기고 연합시킨 비밀세력은 찾았냐?”

그 물음에 온건파 초월자들의 얼굴이 더욱 침중하게 굳었다.

“……못 찾았습니다.

흔적은 발견했는데 이미 모두 철수하고 난 이후였습니다.

단지 최고 수준의 정신체라는 사실만 알았습니다.”

“당연하게 적은 고위의 정신체이겠지.

이런 짓을 지성체들이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그건 조사를 안 해도 누구나 알겠다.

또 다른 정보는?”

“…….”

이번에도 아무 대답이 없자 차원창세신 코아의 눈이 험악하게 떠졌다.

비밀세력을 찾는다고 동원한 초월자의 전력은 엄청났다.

일만 개의 행성과 전 영역을 이 잡듯이 뒤졌는데 나온 결과가 최고위 정신체들이라는 정보 하나였다.

물어도 답변이 없으니 답변만 해주었다.

“왜 피하냐고?

적의 정체를 모르는데 어떻게 싸워?

일단 내부의 적부터 정리하고 시작한다.

최고로 간첩으로 의심이 가는 놈들부터 여기로 끌고 와,

함대가 쫓아올 때까지 처리해 보자.”

직접 시행한 자신들이 보아도 참으로 개탄스런 결과를 보고 내린 지시라서 모두 고개를 숙이고 대답했다.

“옛-! 총수!”

그리고 수십 명의 초월자들이 강제로 끌려오고 있는데 가관이다.

머리에는 ‘발언권 사수(發言權 死守)’ 붉은 띠를 묶고 구호를 외치는데 아주 가관이었다.

“모든 초월자들은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라.”

‘컥-!’

‘이런 제기랄-!’

부하들이 설마 체포 당시의 저 꼴을 유지하고 바로 끌고 올 줄 몰랐던 온건파 지배자급 초월자들은 머리가 아득해지는 느낌이었다.

겨우 창조주님의 인정을 받아가고 있다고 기뻐했는데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부르르 떨릴 지경이다.

그 심정을 차원창세신 코아가 간단하게 말했다.

“지배층이 하류층처럼 아주 잘 논다.

잘하면 창조주님 앞에서도 시위할 기세일세.

아니 설마 벌써 했냐?

했겠구나.

이러니 이계 창조주님이 초월자들에게 진저리를 치고 잠에 드셨지.”

그 말에 온건파 지배자급 초월자들은 이를 부득 갈면서 벌떡 일어났다.

차원창세신 코아의 말에 아주 먼 과거의 악몽이 되살아 난 것이다.

‘창조주님께 지배층으로 인정받기만 하면 끝이었는데 그때도 이런 사단이 났지.’

일원을 선두로 하여 신족에게 벌인 초월자들의 혁명은 성공했다.

거의 대부분의 영역에서 신족을 물리치고 새로운 지배층으로서 올라선 것이다.

그리고 거의 불가능한 혁명을 성공시킨 초월자들은 자신들의 힘에 취했다.

‘눈이 돌았지.’

‘감히 창조주님과 거래를 하고자 했다.’

정기를 생산하는 지성체를 통합하고 그리고 가공해서 바치는 정신체의 독점적 지배층이 된 이상 자신이 있었다.

영원체가 강해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대량의 정기가 필요하고 신족이 몰락한 이상 자신들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기겁한 일원이 말렸으나 집단 거부행동이나 위력과시도 당연히 했다.

그러나 신족의 절대복종만을 받으셨던 창조주께서는 초월자들의 지극히 무례한 행동을 용납하지 않으셨다.

‘그리고 파업을 하듯 잠들어버리신 것이다.’

영원체가 잠을 자게 되면 활동에 필요한 정기가 소모되지 않으니 자연 발생하는 정기만으로 강해지기 충분하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리고 엄청난 시간이 흘렀다.

‘그러나 그만큼 세계도 활기가 줄어들고 시간이 갈수록 망해간다.’

지성체들이 적당한 잠을 자면 체력이 회복되지만 장기간 자면 근육이 마르고 허약해지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아무리 창조주님을 불러도 응답이 없자 외면을 받은 현실을 깨달은 초월자들은 할 말을 잃어버렸다.

사상초유의 창조주의 파업에 초월자들의 혁명은 미완으로 끝났다.

‘…….’

‘…….’

일원과 지배자급 초월자들이 모여서 어떻게든 용서를 빌고 다시 깨우려고 했지만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사정을 잘 아는 정신체들의 웃음거리가 되었고 점점 약화되는 현세계의 상황에 비난의 대상이 된다.’

이렇게 된 책임의 공방이 왔다 갔다 하다가 각 계파로 나뉘어 대립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였다.

그런 창조주님이 오백억 년 만에 드디어 반응을 보이셨는데 또 이런 추태인 것이다.

지배자급 초월자들의 살기서린 목소리가 울렸다.

“당장 모든 개인 물품을 몰수하고 꿇어앉혀-!”

“누가 죄인들에게 저런 복장을 허용했나?”

그러나 부하들은 아직 분위기 파악을 못했다.

혁명시절 이후로 태어난 초월자들은 지배세력이 되고도 창조주의 인정을 받지 못해 웃음거리가 된 그때의 절박함과 원통함을 모르기에 나온 행동이다.

“하나 이들은 아직 죄인이 아닙니다.

아직 재판을 받지 않았습니다.”

계급조직에 속하지 않는 일반적으로 자유롭고 평등한 초월자들이기에 평상시라면 당연한 대답이고 항의였다.

그러나 이제 창조주의 가호를 받은 총수가 초월자들에게 생긴 이상 시대는 강력한 중앙집권으로 변했다.

‘아니 그래야 한다.’

‘더 이상 이런 우스운 지배자 노릇은 하기 싫다.’

두 번 다시 조직을 운영하는데 아무 쓸모도 없는 이상을 위해서 반쪽도 안 되는 지배층이 되기는 싫었다.

“닥쳐라-!

업무와 관련되지 않는 주신성의 정보에 접근하고 세부 자료까지 복사했다.”

“더구나 그 자료를 허락 없이 혈족이란 이유로 지성체들에게 넘겨준 정황만으로도 죄인이 되기 충분하다.”

지배자급 초월자들이 미쳐 날뛰기 직전까지 격렬하게 반응을 하자 용의자들을 끌고 온 부하들도 이제 변해버린 분위기를 눈치를 챘다.

더구나 가장 윗자리에서는 총수가 된 차원창세신 코아가 돌아가는 모습을 한심하다는 듯이 혀를 차고 있었다.

“쯧쯧. 신족보다 개판인 위계질서로군.

초월자들도 훈련장을 만들어서 모두 처박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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