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전투력이 약한 여창조신이라고 어느 정도 낮추어 보는 마음이 있었는데 지금 보인 투기는 무서울 만큼 강했다.
그렇게 자신도 성과를 올려서 추가 정기를 받아보겠다고 미쳐 날뛰던 군부담당 주신이 비슈누의 투기에 질려서 침묵하자 다른 담당 주신도 안도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입에서는 저절로 긴 한숨들이 흘러나왔다.
“후우우우우.”
“에호.”
‘겨우 멈추었군.’
위원회 주신들의 탄식이 가득 찼지만 비슈누도 그러고 싶은 심정이었으니 뭐라고 하지 않았다.
창조신장 대리라고 영광스럽게 생각했지만 위험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범죄신들의 일제 검거를 보면 잘못된 판단을 하나만 하면 신계가 무너질 것 같았다.
앞으로 어떻게 행동해야할지 생각이 복잡해져 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어마어마한 정기가 있으니 못할 일은 없겠어.
단지 뭘 할지가 문제네.’
모두가 그렇게 생각에 잠겨 침묵의 시간이 잠시 흘렀다.
치안부와 군부의 보고에 질려서 다른 처부도 보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아니 서로에게 작작 하라고 눈치를 주고 있었다.
‘이만 끝내자.’
‘오늘 결산은 다행히 이걸로 끝날 것 같다.’
차원창세신 코아님이 창조신장이 된 이후 매일이 이런 사건과 긴장의 연속이었다.
그래도 현재 안 계시고 결산도 끝나가니 조금의 마음의 여유를 되찾는다.
그러자 창조신장의 자리에 앉은 여창조신에 대한 의문이 떠올랐다.
‘그런데 도대체 누구시지?
저 정도의 여창조신님이 소문이 나지 않을 리가 없는데?’
‘절대계나 주우주의 창조신님이신가?’
이미 주우주를 허계라면서 낮추어 부르는 위원회의 주신들은 없었다.
차원창세신 코아님을 창조신장으로 한 달 동안 옆에서 모신 결과였다.
아무리 써도 마르지 않고 끝없이 쌓여만 가는 정기구슬의 산과 모든 신족을 압도하는 개인 무력은 경외심을 가지기에 충분했다.
더구나 이루 말할 수 없는 고생은 많이 했지만 성공하기만 하면 수고했다고 엄청난 정기를 쉽게 챙겨주었기에 존경심까지 들고 있었다.
‘아니 신력파형은 분명 현세계의 여창조신님이 맞는데?’
‘모르겠다.
창조신님들의 일은 창조신님들이 알아서 하시겠지.
우리는 일단 시키신 일이나 끝내자.’
‘주고 가신 정기로 추진할 세부 사업을 만드느라 정신이 없어.’
한 달 동안 눈치만 보던 위원회의 주신들의 변화는 일을 못한다고 지독하게 구타를 받더니 변화했다.
독기로 오른 주신들은 이제는 가만히 앉아서 맞고만 있지는 않았다.
차원창세신 코아님께 직접 덤비면 공개처형이니 업무로 인정받아서 정기를 얻고 출세하겠다고 치안부나 군부처럼 앞뒤 가리지 않고 설치려는 주신들이 늘어났다.
덕분에 안정을 추구하던 고위 주신들은 언제 뭐가 터질지 몰라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각 처부에서 추진하는 사업들이 너무 커서 주변 처부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났기 때문이었다.
‘이건 하루하루가 가시밭이 아니라 지뢰밭이다.’
창조신장님의 절대독재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자 이제 차원창세신 코아님의 징벌보다 의욕이 넘치는 옆의 처부에서 뭐가 터질지 걱정이었다.
그리고 본의 아니게 무력과시로 군기를 잡게 된 비슈누는 한숨을 속으로 쉬었다.
장기적으로 일을 하려면 친분을 맺는 것이 훨씬 좋기에 곧 최대한 상냥한 음성으로 인사를 건네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비슈누, 유지의 영웅신(維持의 英雄神) 비뉴천(毘紐天)입니다.
차원창세신 코아님에 의해 부 창조신장으로 임명되어 대리 임무를 수행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많은 도움을 부탁드립니다.”
조금 상황이 바뀌었지만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나았다.
그리고 효과는 확실했다.
위원회의 주신들은 정말 오래간만에 듣는 것 같은 지극히 정상적인 상위자의 인사말에 잠시 충격을 받았다.
멍청이 취급을 받으면서 이렇게 힘겹게 산지 한 달도 안 되었지만 상급자의 이런 인격적인 대우는 정말 눈물이 날 정도로 감격적이었다.
그리고 모두 힘차게 일제히 일어나서 대답했다.
“핫-! 뭐든지 시켜만 주십시오.”
“…….”
지극히 충성스런 대답에 내심 긴장했던 비슈누는 어이가 없었다.
‘겨우 상냥한 말 한마디에 고위 주신들이 모두 넘어왔다.
이렇게 충성을 받기가 쉬웠나?’
갑작스런 벼락출세로 기존세력의 반발을 걱정하던 자신이 바보같이 느껴지는 비슈누였다.
그리고 신계의 상황파악과 기존의 명령에 대해서 세부파악을 서둘렀다.
위원회의 주신들과 밤과 낮을 가리지 않는 열띤 토의가 벌어졌다.
그렇게 치안신들이 범죄신들에게 기습적인 총력 검거를 걸었던 그날 밤 신족의 명운은 요동쳤다.
그리고 지성체들의 운명 역시 그러했다.
검은 우주공간에 거대한 위성크기의 포대모양의 이동요새가 주인이 왔음을 알리는 울림을 토해낸다.
우우우우우우웅-!
아르카나 시스템 2호기.
이제 이계 차원 주신성 통합신계라고 불리는 거대요새가 한 달 만에 되돌아온 주인을 환영한 것이다.
그리고 차원창세신 코아는 지극히 분노했다.
죄를 지은 표정으로 모인 온건파 초월자들의 보고는 기가 막혔다.
주신성을 미끼로 전쟁을 붙여서 선별하다는 아무 문제가 없던 지성체들의 정리계획에 엄청난 잡음이 생긴 것이다.
“뭐라?
내 행성 전쟁을 통한 주신성의 거주권 배분 지침을 멋대로 수정해서 시행해?”
처음의 지침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초월자들이 처리하려다가 사건이 터졌다.
행성 전쟁을 통한 승자를 주신성으로 받아들이라는 지침에 대상 행성의 지성체들이 모두 반발하여 반역을 일으킨 것이다.
지성체들에게 비롯된 초월자들은 그들의 반역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어떻게 할 바를 모르다가 일만 행성 연합이 이루어져 버렸다.
‘한 달 동안의 시간으로는 있을 수 없는 대사건이다.’
자칫하면 이계 전부가 반역의 불길에 삼켜질 수 있었다.
지성체들은 혁명이라고 부르겠지만 지배층인 초월자들에게는 반역이었다.
그래서 애써 감정을 참고서 회의장의 가장 위인 대표의 자리에서 나직하게 초월자들에게 되물었다.
“휴우우우우우우-! 그래서?
나중에 생각해보니 각 행성의 전력차이가 크니 대규모 전쟁은 공평하지 않다?
그래서 해당 지성체들의 여론조사를 해?
전쟁을 해서 주신성으로 올지 아니면 이대로 자멸할지를 투표를 하라고?
그게 싫다면 모성의 재생을 하라고?
잘못의 수정을 통한 용서라고?
그런 이상적인 말이 잘 통하면 세상에 전쟁이 어디 있겠나?”
우르르르릉-!
여기까지 상황을 파악한 차원창세신 코아의 노성이 신계를 뒤흔들었다.
“허허-! 모성관리를 그 따위로 하는 타락한 지성체들이 참 회개하겠다.
그들의 무엇을 믿고 이런 이성적인 제안을 해?
질이 한참 낮은 지성체들에게 참 좋은 소리를 들었겠구나.
오히려 자신들을 죽이려 든다고 욕했겠지.
결국 반역의 좋은 빌미만 되었구나.”
‘…….’
이계 차원주신성의 안정과 한 달 동안 벌어진 난장판의 정확한 요약에 온건파 초월자들은 꿀을 먹은 병아리처럼 한마디도 대답을 하지 못하고 더욱 고개를 숙인다.
통합신계가 간략하게 추린 보고서와 지은 죄가 있어서 고개를 숙인 채 들지도 못하는 초월자들을 보니 이건 신족보다 더하다는 생각에 긴 한숨이 나왔다.
‘휴우우우-! 이계는 어디를 가나 모두 자기 뜻대로 한다고 제멋대로에 엉망이로군.’
행성을 팔아서 엄청난 정기를 손에 쥐고 여유를 되찾은 자신들도 최선을 다해 설득했다.
그런데도 최악의 결과에 초월자들은 정말 당황했다.
여론조사를 통한 투표로 운명을 선택하게하려 했던 방법은 당시에는 정말 올바르다고 생각했는데 나타난 결과는 최악이었다.
그리고 모성상황이 개선된다면 주신성의 선발에서 우대하겠다는 조건도 아주 좋아보였다.
‘일만 개의 행성의 지성체들은 잘못의 회개보다는 심판에 대한 분노를 택했다.’
‘호의로 시작한 일이 이런 결과가 나와 버리다니?’
‘역시 모성을 멸망시키는 지성체들에게 자비는 금물이었어.’
직접 초월자들이 강림하여 모성의 재생을 하라고 지성체들이 권고했지만 오히려 연합하여 노골적으로 반역의 의사를 보인 것이다.
‘참으로 실망스럽고 개탄스러운 결말이다.’
얼마나 화가 났는지 당장 모두 처리하고 싶었지만 자신들의 뿌리는 지성체들이니 어떻게 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그리고 이것이 지성체로부터 비롯된 초월자들의 지배자로서의 한계였다.
가망이 없는 지성체들을 단호하게 심판하지 못하고 질질 끌려가다가 이계가 갈수록 피폐해져만 갔다.
상황을 파악해가는 차원창세신 코아의 분노서린 음성은 갈수록 커져가서 귀가 멀 정도였다.
“너희들은 도대체 지배세력이라는 자각이 있나?
왜 지배층인 초월자들이 피지배세력인 지성체들에게 어떻게 지배를 받고 싶은지를 물어?
지배는 너희들이 전문가이니 잘 되든 못 되든 목숨 걸고 책임지고 해라.
그런데 왜 아무것도 모르는 지성체들에게 책임을 떠넘겼는가?
잘못되면 너희들의 선택이었으니 우리의 잘못은 없다고 말하려고?
이런 썩어빠진-! 이게 무슨 지배자냐?
중간 관리자도 못 되겠다.”
“…….”
나름대로 최선의 대우를 해주려던 행성의 지성체들이 통합으로 반기를 들은 지금 상황에서는 지극히 동감이기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는 온건파 초월자들이었다.
그리고 보고서를 계속 읽어 보다가 도저히 분을 참지 못한 차원창세신 코아의 주먹이 탁자를 내려쳤다.
꽈아아아아앙-! 우우우우우우웅-!
이계 차원신계가 통째로 흔들리는 충격 속에서 왜 이러는지 단숨에 납득이 가능한 내용이 터져 나왔다.
“뭐야?
선별을 반대하고 반역한 그것들이 연합을 하고 우주함대로 여기를 공격하기 위해 이동해 오는 중이야?
내가 구매한 폐기 직전의 행성들의 지성체들에게 사전조사를 빌미로 주신성의 정보를 넘겼어?
아니 누가 이계 차원주신성의 좌표를 흘렸느냐?”
“…….”
분란이 일상인 차원신계에서 단련된 차원창세신 코아의 이성이 흔들릴 정도로 상황은 아주 좋지 않았다.
이계 차원주신성의 존재를 깨달은 일만 개 행성은 일치단결하여 초월자들에 대한 저항의 깃발을 들었다.
지성체들에게 이상적인 환경이고 일반 행성 일만 배 크기의 초거대 행성은 말 그대로 영원의 번영을 약속하는 낙원이었다.
‘지성체들의 욕망은 때로는 상상을 초월한다.
주신성의 존재를 알게 되면 어떻게든 빼앗으려 할 것이다.’
정신체와 행성은 약화되었는데 우습게도 지성체들의 물질문명은 그만큼 강화되어있다.
이계 끝에서 여기까지 엄청난 시간이 들겠지만 올 수 있을 정도다.
그래서 행성 지성체의 선별의 도구와 이계를 되살릴 씨앗인 이계 차원주신성이 이계 전부를 태울 지성체들의 혁명의 불씨가 되려 하고 있었다.
그런 주신성의 중요성을 지배층인 초월자들이 모를 리가 없는데 위치를 유출하여 여기로 공격함대가 오고 있다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설마 이계 차원주신성의 규모나 위치가 지성체들에게는 절대로 말하지 말아야할 기밀인줄 몰랐다는 멍청한 소리를 하는 초월자는 설마 없겠지?
지성체들에게 주신성이 어떤 가치를 가지고 어떻게 반응할지 몰랐다는 멍청한 대답은 하지도 마라.”
주우주 중에서 가장 발달된 사백구십구 주우주에서도 주신성의 존재를 안 지성체들의 반응은 언제나 같았다.
행성 간 전쟁을 벌여서 종족 전부의 운명을 걸고 빼앗으려했다.
그리고 그 정도의 가치는 분명 있었다.
‘일반적으로 일백 억이 한계인 행성거주인구가 단숨에 일백조가 되어 버리니 말이다.
정신체조차 목숨 걸고 싸울 이유가 있지.’
그러니 멸망이 코앞인 행성의 지성체들이라면 어떻게 나올지는 간단한 예상이다.
초월자들의 지극히 초보적인 실수로 공격을 받게 되었으니 극도로 열이 받은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그러니 대답을 해라-!
누가 이런 기밀 정보를 함부로 넘겼느냔 말이냐?
어떤 놈이 자신만이 아니라 초월자의 지배를 말아먹을 이런 멍청한 간첩질을 했어.
초월자들의 지배가 무너지면 개인이 무사할 것 같으냐?
과거 신족의 경우처럼 모두 끝장이란 말이다.
창조주님께 인정받지 못한 너희들은 신족처럼 도망칠 곳도 없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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