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차원창세신 코아는 아주 못마땅하지만 그래도 신계 자아의 판단을 따라주었다.
아니 이계의 창조주가 뒤에 버티고 있을 것이 확실해 보이니 잘 보여야 했다.
이계가 어느 정도 부흥하면 반드시 온전하게 깨어날 것인데 그때 어떻게 될지는 지금이 중요했다.
“괜찮아.
잘못되면 다 날리고 원위치로 하면 된다.”
나름 덕담인데 그게 또 신계 자아의 이성을 건드린 모양이다.
날카로운 대답이 들려왔다.
‘안 괜찮습니다.
주신이상의 인사권한의 위임은 허용할 수 없습니다.’
신계 자아가 대리자에게 적극적으로 위임하려는 창조신장의 권한에 개입을 하자 한참을 밀고 당기는 조율을 하게 된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그래도 인사권과 예산의 핵심을 제외한 골치 아픈 신계 관리감독을 거의 전부 떠넘기는데 성공한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인수자의 서명을 끝내자 그러자 바로 창조신장의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외쳤다.
‘나 간다. 수고.’
인수인계 설정이 끝나자마자 떠나려는 차원창세신 코아에게 신계 자아가 당황해서 막았다.
‘잠시만-! 대리자가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하나 차원창세신 코아는 앉아 있어야만 하고 얼빠진 주신만 보니 신력과 권능이 감소되는 것 같은 창조신장의 자리에 더 이상 머물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유지의 영웅신(維持의 英雄神) 비뉴천(毘紐天) 비슈누의 신격과 권능은 내가 이미 신계와 연결했다.
도착하기 전에 원격으로 일하라고 그래.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하라.”
그 말과 함께 차원권능을 발동해서 바로 신계 영역 바깥으로 나가버리는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후우우우우우우우웅-!
그렇게 순식간에 공석이 되어버린 창조신장의 자리 앞에 흐릿하게 빛나는 인영이 대신해서 나타났다.
바로 신계에 연결되었지만 거리가 멀어서 직접 오지 못하고 화신의 일부만을 보낸 유지의 영웅신 비슈누였다.
워낙 먼 거리라서 막대한 신력이 사용되니 용건만 간단하게 꺼냈다.
‘창조신장이신 차원창세신 코아님의 부름에 응하겠습니다.
제가 해야 할 일이 뭔가요?
아니 정식 직위가 무엇인가요?
군사령관보다는 위이겠지요?’
뭔가 기대감과 자부심이 가득한 여창조신의 음성이 울리자 뭐라고 할 말이 없는 신계 자아였다.
직접 연결되고 보니 과연 창조신장의 대리를 맡기고 떠날 정도로 강력한 신격과 권능을 가진 존재였다.
‘어디서 이런 창조신이 숨어있었지.
그리고 구세의 영웅신이 임관하자마자 군사령관이 되었으니 높은 자리를 잔뜩 기대하는 모양이군.’
정확히 표현을 하지 않았지만 마치 이런 의지가 화신에게서 전해지고 있는 것 같았다.
‘전 신계에 방영된 구세의 영웅신의 능력은 저보다 높지 않습니다.
신력이나 운용능력을 비교하면 제가 우위입니다.
당연히 내가 직위가 위여야 합니다.’
신계 자아는 잠시 망설이다가 바로 대답을 했다.
마침 차원창세신 코아는 어떤 신입도 만족할 만한 자리로 임명하고 바로 인계하고 떠났다.
‘부 창조신장입니다.
임관을 축하드립니다.’
‘아……, 부 창조신장이요?’
부 창조신장은 바로 창조신장의 밑이었다.
부름에 응해서 통성명만 하고 바로 임관했다가 단숨에 서열 2위가 되어버린 유지의 영웅신(維持의 英雄神) 비뉴천(毘紐天) 비슈누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
너무나 파격적인 인사 조치에 혜택을 받은 당사자이지만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나에게 어울리는 높은 자리를 기대했지만 이건 너무 높다.’
물론 높은 능력을 가지고 신계에 들어가 바닥부터 시작하기에는 자존심이 용납지 않아서 은거해서 살았다.
그리고 아무리 숨어산다고 해도 비슷한 존재들은 서로 잘 알기에 구세의 영웅신의 수준도 어느 정도는 알았다.
‘거의 같은 입장인 구세의 영웅신이 군사령관이 되었다는 사실에 임관을 결정했는데 이건 너무 과하잖아?’
적어도 군사령관 이상의 직위를 원했지만 단숨에 서열 이 위에 임명하다니 상식을 너무 초과했다.
일단 확인 작업을 했다.
‘그 말 농담이지요?
다짜고짜 부 창조신장이라니요?’
‘신계 자아는 농담을 하지 않습니다. 부 창조신장님.
지금 창조신장님께서 외부 업무로 부재중이시니 바로 최고위원회의 창조신장의 자리로 출근하시면 되겠습니다.
상황이 시급하니 최우선 초장거리 공간이동을 발동하겠습니다.’
‘…….’
우우우우웅-!
막대한 정기와 신력이 소모되어 신계의 비상사태가 아니면 함부로 못하는 초장거리 공간이동의 문을 겨우 한 명만을 위해 열고 있었다.
신계 자아도 스스로 눈치를 못 챘지만 넘치는 정기에 망설임이 거의 사라진 것이다.
유지의 영웅신(維持의 英雄神) 비뉴천(毘紐天) 비슈누는 허공에 열리는 공간이동의 검은 구멍을 보면서 망설임이 생겼다.
최고 위원회의 창조신장실로 직통으로 열린 공간 이동문이 엄청난 고생문으로 보이고 있다.
‘이건 너무 빠르다.
그렇게 신계 사정이 좋지 않나?
그러나 이미 신계에 정식으로 임관한 이상 돌이킬 수는 없다.
더구나 부 창조신장에 창조신장의 대리임무가 주어진다면 지극히 만족스런 대우다.
하나 왜 이렇게 불안하지?’
구세의 영웅신의 출세에 질투가 나는 판국에 끝없이 울려 퍼지는 부름에 임관을 결정한 것이 심각한 오산이 아닌지 다시 생각하는 유지의 영웅신(維持의 英雄神) 비뉴천(毘紐天) 비슈누였다.
‘그러나 정식 임관하면 얼마의 세월이 걸려야 도달할지 모를 창조신장의 자리가 잡힐 듯이 보인다.’
부 창조신장이라고 하지만 차원창세신 코아에게 무슨 일이 발생하면 바로 창조신장이 될 수 있었다.
어떤 절차 없이 단숨에 신족의 정점이 된다니 항거할 수 없는 유혹이었다.
‘그래-! 이제 물러설 수 없다.
이건 다시 못 올 기회야.’
결국 초장거리 공간 이동문을 건너서 창조신장실에 들어선 비슈누를 가장 먼저 반긴 것은 창조신장 앞의 큰 원탁 위에 가득 차서 빛나는 정기 구슬의 산이었다.
분석을 하고 나니 놀라서 저절로 경악성이 터져 나왔다.
“뭐? 작은 구슬 하나가 일백억?
아니 희석하면 일천억 이상?”
얼마나 순도가 높게 농축했는지 가까이만 있어도 고농도의 정기에 황홀할 지경이었다.
그렇게 얼마인지도 모른 막대한 정기 앞에 바짝 얼은 비슈누에게 신계 자아가 의지를 보냈다.
‘차원창세신 코아님이 일단 쓰라고 구십 조의 예산을 주고 가셨습니다.
참모 부서별로 할당되는 비율은 창조신장님이 이미 정하셨지만 그 안에서 사용결정은 자유이십니다.
창조신장이신 차원창세신 코아님에 의해 개선된 예산사용지침에 의해 뜻대로 사용하시고 합당한 성과만 보고하시면 됩니다.’
한마디로 사용처에 대한 감시가 없다는 소리였다.
관리신으로서는 실로 반가운 소리였다.
“구십 조?! 내 마음대로 쓰라고?”
비슈누는 상식을 초과한 거대한 예산과 자유도에 저절로 다리에 힘이 빠져서 휘청거릴 지경이었다.
비틀-!
물론 가진 권능과 능력이 워낙 뛰어나서 누구보다 풍요롭게 살아왔지만 수십조 단위의 정기는 처음 보는 것이었다.
‘이……, 이걸 어디다 쓸까?
뭐든지 할 수 있겠어?’
할 수 있는 일을 계산하면서 황홀한 표정을 짓는 비슈누에게 신계 자아가 경고를 하기로 했다.
‘초기의 담당 주신들이 저렇게 쉽게 생각하다가 말 그대로 개 패듯이 맞았다.
사용처를 묻지 않겠다고 했지만 성과가 없으면 가만두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보면 일시적인 대리임무에 불과했다.
아무리 능력이 좋아도 갓 신계에 들어온 창조신이 쉽게 처리할 만한 신계 상황이 아니었다.
아차하면 순식간에 망할 정도로 위태롭기 짝이 없었다.
‘차원창세신 코아가 무능한 주신들을 꼴 보기 싫다고 뛰쳐나갔지만 문제가 발생하면 급한 성질을 고려했을 때 바로 복귀할 것이다.
더구나 차원권능의 초장거리 공간이동 능력까지 고려하면 바로 옆에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가장 중요하면서 기본적인 예산관리에서 잘못하면 새로운 부 창조신장과 같이 멍청이 취급을 당할 수 있었다.
정확한 의미 전달을 위해 수식어는 생략하고 본 그대로를 이야기한다.
‘주의하십시오.
계획대로 성과가 없으면 맞습니다.
그것도 반드시 제대로 성과가 나오게 하겠다고 목숨을 걸고 맹세할 때까지입니다.’
“뭐?”
차원창세신 코아가 창조신장이 되고나서 위원회의 주신들을 한 달 동안 살벌하게 패고 있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지배자에게 딸려오는 당연한 악 소문으로 들었다.
‘신족을 전부 관리하는 위원회에서 창조신장이 성과가 없다고 고위 주신들을 직접 패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네.’
얼굴에 못 믿겠다는 표정이 역력하다.
신계 자아도 이런 지극히 정상적이고 당연한 반응에 한숨을 푹 쉬고 싶었다.
자신도 믿고 싶지 않지만 일을 못하면 맞는 것이 이제 일상이고 너무 당당하게 하니 담당 주신들도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창조신장은 위엄 있게 명령하고 휘하 창조신과 주신들은 장엄한 음성으로 복종한다.
최선을 다한 실패는 용서하고 같이 풀어야 하지.
그게 정상적인 신계이고 비록 많이 해이해졌지만 그렇게 유지는 되고 있었다.
그런데 무능하다고 공개적으로 때리기 시작한지 한 달 만에 설마 이렇게 야만족으로 분위기가 변할 줄이야.’
오전에 목검이 난무하는 살벌한 처부별 계획보고가 끝나면 오후에는 주먹으로 하는 성과보고가 있다.
보고한 계획의 성과를 보고하는데 만에 하나 효과가 없거나 성과가 지체되면 정말 주먹으로 뼈와 근육이 박살나는 경험을 주신들이 겪고 있었다.
‘수많은 창조신장을 보아온 나도 놀랐다.
창조신장이면서 설마 겨우 성과가 적다고 휘하 주신들을 반죽음을 당할 정도로 무식하게 팰지는 상상도 못했다.’
부 창조신장이라고 봐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니 명확하게 경고해야 했다.
‘정말 오래간만에 쓸 만한 창조신장으로 여창조신이 나타났는데 참혹하게 맞고 의지를 꺾이게 할 수는 없지.’
이제 의지가 아닌 음성으로 소리치듯이 외치는 신계 자아였다.
자신도 모르지만 한 달 동안 차원창세신 코아의 옆에서 파격의 극치를 달리는 기행을 보다보니 울화가 쌓이고 있었다.
“거짓이 아닙니다―!
결산내용이 마음에 안 들면 바로 팹니다.
보고된 계획서에 명시된 날짜에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바로 끌고 와서 주먹으로 패셨습니다.
그것도 여주신과 남주신 모두를 평등하게요.”
“설마 여신까지?”
지극히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비슈누가 창조신장이 남주신만이 아니라 여주신까지 용서하지 않고 때렸다는 말에 의문을 표했다.
창조력은 강하지만 신체적으로 약한 여신을 남신이 구타한다는 사실은 사회적 금기와 같았다.
‘신족의 정점인 창조신장이 그런 금기를 무시한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역시 불신의 반응에 신계 자아는 몸이 있으면 가슴을 치고 싶었다.
‘역시 안 믿네.
하긴 직접 본 나도 믿기지가 않아서 내 감각기관을 다시 점검을 했으니 할 말이 없군.’
하지만 진실이었다.
결산시간에 추궁을 받다 대답 못한 여주신들이 얼굴을 주먹으로 얻어맞고 피를 토하면서 날려진 일이 부지기수다.
이 일은 선신과 악신을 공개처형을 한 일보다 더 파장이 컸다.
‘위원회의 모든 여신들이 공포에 젖어서 출근거부를 하려고 했지.’
그러나 차원창세신 코아는 무조건 정면 돌파였다.
남신이고 여신이고 뭐고 자리를 하루라도 비우면 파직하고 군대로 보내겠다고 선언했다.
대기 중인 신들이 넘쳐나니 바로 대처하겠다는 말에 모두 눈물을 머금고 남주신과 같은 폭력 징계를 감수해야 했다.
‘완벽하면서도 진정한 남녀평등이 이루어진 것이다.
아주 안 좋은 폭력으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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