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시바의 시선이 이제 손잡이만 남은 삼지창을 쳐다보면서 흔들렸다.
‘신기를 먹는다고?
신기보다 신체 강도가 위란 소리인가?
이게 가능해?
더구나 직접도 아니고 공간을 넘어서?’
신기를 공간을 넘어서 먹어버리는 괴사에 이제 억지로 대화를 안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할 말이 없어지는 시바였다.
그리고 확신했다.
자신에게 전뇌계와 정체 모른 후원자가 일부러 거짓 자료를 넘겨주어서 함정에 빠뜨렸음을 말이다.
‘속았다.
그리고 졌다.
이 정도의 공간 통제력을 보면 나를 처치하려면 장거리 이동을 하는 순간 바로 할 수도 있었어.
차원창세신 코아는 정상적으로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야.
상대하려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해.’
너무 큰 힘의 차이에 전투의욕을 잃고 투기가 완전히 사라진 시바에게 역시 평온해진 차원창세신 코아의 음성이 울렸다.
“구세의 영웅신으로 할 만큼은 했으니 이제 신족의 미래와 자신을 위해 일하라.”
“…….”
“본성에는 처음인 것 같으니 신계는 충분히 구경하고 최고위원회로 오도록 해라.
이제 군사령관이면 본성의 거의 모든 것이 무료이니 충분히 준비를 갖추고 와야 한다.
인식표는 여기 있다.”
“…….”
대답은 하지 않았지만 거부도 못했다.
패자는 승자의 처분에 복종할 의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윙-!
그리고 허공에서 떨어지는 빛나는 인식표 모양의 투신의 정식 증명서를 받았다.
거기에는 찬란한 황금빛의 글씨로 정확하게 써져있었다.
‘제 4군 시위(示威) 군사령관 구세의 영웅신(救世의 英雄神) 대자재천(大自在天) 시바.’
손에 닿는 순간 신계와 직결되는 것이 느껴지는 완벽한 정식 신분 증명이었다.
신족의 투신에게 있어 최종 목표와 같은 십만 이상의 병력을 지휘하는 최고군신의 자리였다.
‘정말 너무나도 쉽게 투신으로서는 최고의 위치라고 할 수 있는 군사령관이 되는군.
하물며 차원창조신 코아에게 도전하여 싸우기까지 했는데도 말이다.’
그런데 추가로 몇 개의 인식표가 떨어져왔다.
그 인식표의 내용을 읽은 시바는 몸이 굳는 것 같았다.
“!!!”
저절로 온 놈에 힘이 들어갔다.
우드드드득-!
그리고 한참 있다가 큰 웃음을 터트렸다.
“푸후후후후후후-!
나는 우물 안의 개구리였군.
아니 광대였나?
하하하하하하하-!”
인식표에 적힌 직위는 군사령관인 자신의 부관으로서 주신으로 오를 수 있는 최고의 직위였다.
그리고 이름은 최대한 숨겨 와서 아버지 외에는 누구도 모르는 자신의 아내들 전부였다.
‘우마(Uma), 사티(Sati), 파르바티(Parvati), 두르가(Durga), 칼리(Kali), 샤크티(Shakti).’
만에 하나 패배한다면 잔혹한 독재자의 복수를 생각해서 숨겨두고 왔는데 헛짓이었다.
이 일을 꾸민 세력과 상대는 자신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는데 홀로 고심하고 숨긴 격이었다.
‘잔인하다고 소문난 차원창세신 코아는 직접 겪어보니 다르다.’
중용 하려던 자신이 기대를 배신하고 달려들었는데도 다시 기회를 준 것을 보니 소문이 너무 과장된 것이다.
그리고 암울하기만 할 줄 알았던 본성 서우리나도 이상한 활기에 차 있었다.
‘역시 소문은 믿을 것이 못 돼.
차원창세신 코아는 가혹한 지배자는 아니다.
으득-! 일단 나를 속여서 싸우게 만든 놈들부터 처리한다.’
세계의 구원을 위해 타도할 목표를 바꾼 마음속에서 격렬한 분노가 타오르고 있었다.
그렇게 복수를 다짐하면서 본성의 신계 속으로 이동을 했다.
수련만 해온 자신은 세상에 대해 배울 것이 너무나 많다고 자조하면서 말이다.
조용해진 신계와는 달리 최고위원회는 다시 본래의 아수라장이 되었다.
“에라이-! 이 쓸모없고 무능한 자식아-!
절대 독재자이면서 창조신장인 내 밑에서 일하면서 범죄율이 이게 뭐야?
왜 제로가 아니야?
밤에 두 명이나 범죄신들에게 부상을 당했다는데 넌 왜 멀쩡해?
너 정말 치안담당 주신이 맞아?”
치안담당 주신은 정말 억울했다.
십억이 모여 사는 신계에서 밤에 두 명이 다친다는 지금의 범죄율은 경이적인 수준이었다.
모처럼 좋은 실적이 나와서 자랑스럽게 대답했다가 더 당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하루에 수백 명의 부상자가 생기고 행방불명이 되는 신도 많았다.
거의 범죄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이게 왜 욕을 먹을 일이야.’
물론 범죄신이나 일반신들이 선신과 악신이 공개처형이 된 이후로 극도로 몸이 사리게 된 덕이다.
‘그리고 절대 찍히지 않기 위해 치안신들이 열심히 하는 덕인데 그 걸로는 망설이지 않고 아예 없애라고 불가능을 요구한다.’
이러니 방금 구세의 영웅신에게 보인 강력한 위력행사에 겁에 질렸으면서도 한마디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위……, 위대한 창조신장이시여.
치안신들은 모두 죽도록 최선을 다해 일하고 있습니다.”
차원창세신 코아는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가치 없는 변명이라도 한 줄까지는 용서했다.
“그리고 과거에 비해서는 정말 많이 감소했으니 오히려 상을……, 헉-!”
그러나 한 줄 더 추가한 대가는 가혹했다.
공중에서 목검이 하나 내려오는 것을 본 치안담당 주신은 저절로 비명이 나왔다.
이제 손으로 파멸유혼검을 잡고 일일이 때리기도 귀찮아졌는지 허공에 목검을 띄워놓고 때릴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내려왔기 때문이다.
뽀각-! 뽀각-!
“컥-! 으헉-!”
허공에 떠 있다가 눈앞에 내려온 목검 하나가 사정없이 양쪽 뺨을 번갈아서 후려갈기자 눈에서 빛이 번쩍일 지경이었다.
‘무슨 목검이 부러지지도 않아-!
그리고 왜 이렇게 아파?’
주신의 강력한 신체를 두부처럼 다져대는데 한 대만 맞아도 정신이 혼미할 지경으로 아팠다.
그래도 많이 맞았더니 적응을 하서 쓰러지지는 않고 버틴 치안담당 주신에게 차원창세신 코아의 지시가 쏟아졌다.
“현재에 만족하지 마라.
범죄가 벌어지기를 기다리지 말고 예방하란 말이다.
과거 시위했던 경력을 가진 놈과 범죄경험이 있는 놈들은 모두 찾아서 체포해.
조금만 의심스러우면 현재 죄가 있든 없든 싹 잡아들여.
실적이 없거나 낮은 치안신들은 파악해서 모두 직위해제하고 훈련병으로 만들어.
죄목은 무능이다.”
“…….”
무능이란 죄는 없다고 말하고 싶었으나 또 맞기는 싫은 치안담당 주신이었다.
그리고 지금 가장 두려워하던 협박이 또 나왔다.
“치안을 책임지는 주신답게 수단방법 가리지 말고 범죄율을 제로로 만들란 말이다.
그게 네가 할 일이야.
못 하면 무능한 네놈부터 훈련병으로 만들어 버린다.
네놈 자리를 노리는 주신이 많다는 것은 알고 있냐?”
아무리 힘들지만 그래도 권력이 있는 자리이고 일족 덕분에 정말 힘들게 얻었다.
그런데 무능하다고 쫓겨나면 일족에게 얼굴을 들 방법이 없었다.
“알겠습니다!
몽땅 잡아들이겠습니다.”
위에서는 자신이 이렇게 깨져나가는데 아직도 체포를 망설이는 부하들을 자신이 맞은 것보다 더 가혹하게 조질 생각을 하는 치안담당 주신의 눈은 살기로 번들거렸다.
그것은 상급자에 대한 모독과도 같지만 그제야 칭찬이 터져 나온다.
“내 말 안 들으면 모두 죽여 버리겠다는 지금 눈빛은 아주 좋아-!
잘할 수 있잖아?
빨리 가서 일하고 내일 아침회의에 실적 가져와라.
오늘 밤에 범죄가 하나라도 발생하면 일단 너부터 맞고 시작한다.”
“그……, 그것만은-! 부디 약간의 시간이라도 주십시오.”
통금에 대한 계도도 필요하고 고위 치안신들을 불러서 바짝 조일 시간도 필요했다.
그런데 당장 결과를 내오라고 하면 또 내일 아침에 박살나야만 했다.
“안 돼.
시간 없어.
돌아가서 일이나 해.”
역시 지금 위원회는 정상이 아니었다.
지시 내린 후 바로 성과를 확인하겠다는 말에 기겁하지 않을 실무자는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일상이었다.
“내게 애원할 시간에 일해.
너도 나처럼 똑같이 명령하고 사건이 발생하면 그 지역담당 치안신들을 모두 날려버려.
그리고 새로 뽑아서 쓰란 말이다.”
“아-!”
이제야 뭔가 깨달았는지 탄성이 나온 치안담당 주신이었다.
불가능한 목표를 주었다고 혼자 고민하면서 실패하지 말고 부하들에게 시키고 못 하면 똑같이 조치하란 소리였다.
‘그 동안 금기시되던 상급자 마음대로 해고라던가 채용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뜻이잖아?’
그동안 지들끼리 세력을 지어서 속을 긁어왔던 괘심한 부하와, 능력은 있는데 정치적인 능력이 없어서 한직에 있던 부하들이 생각났다.
여기에 직장도 없이 빈둥거리던 일족까지 생각이 났다.
‘당장 몽땅 해고하고 내 편을 승진시켜야지.
그리고 일족들도 취직시키면 오래간만에 면목이 서겠어.’
희색이 만연해지는 치안 담당 주신을 지극히 한심하다는 눈으로 쳐다본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확인을 안 해도 알고 있었다.
‘원래 무능한 놈이 권력을 쥐면 부패부터 배우지.
부하 해고 권한과 임명을 전적으로 넘겨주니 좋단다.
이 멍청한 놈.
이제 모두 네 책임이다.
지금처럼 부하에게 책임전가도 못 해.
그리고 잘못하면 일족까지 전부 책임을 져야한다.’
혹시 모르니 확실하게 경고했다.
“무슨 수단을 써도 좋은데 결과가 나쁘면 모두 네가 혼자 책임진다.
전부 네 탓이다.
조직의 모든 것을 상급자 단독으로 책임진다는 뜻이지.
각오하고 실시해라.”
“혼자 책임지고 모두 제 탓이요?”
이제까지 전혀 상관이 없던 단독 책임이라는 단어를 듣자 눈에 뜨게 당황하는 치안담당 주신의 엉덩이를 목검으로 때려서 쫓아낸다.
뻐어어어엉-! 슈아아아아아-!
더 이상 대화는 시간낭비였다.
“치안은 보고 종료.
당장 내 눈 앞에서 꺼지고 바로 가서 일해-!
오늘 밤에 조그만 문제라도 있으면 내일은 각오하고 와라.”
“컥-!”
최고위원회 정문을 부술 기세로 날아가 광장에 처박히는 치안담당 주신을 쳐다보면서 속으로 혀를 차는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아주 기준 미달인데 오래 해서 경험은 많단 말이야.’
치안담당 주신을 바꾸자니 다른 분야도 아주 간당간당하게 위험해서 돌려 쓸 주신이 없었다.
그래도 오랜 경력과 눈치가 있고 권력욕도 강하니 어떻게든 따라왔다.
그러니까 적임자가 분명하다고 생각해야만 했다.
‘쯧-! 후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치안인데 담당자가 저러니 힘들군.
그래도 융통성이 없어서 시킨 대로 하고 멍청해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으니 계속 쓰는 수밖에 없군.
그래도 이렇게 일일이 가르쳐서는 끝이 나지 않겠어.
권력에 독기를 좀 심어주면 알아서 하겠지.’
그렇게 치안담당 주신을 날려 보낸 차원창세신 코아의 눈은 군사담당 주신들에게 향했다.
드디어 올 게 왔다는 식으로 떨리는 손으로 현황과 차후 계획을 보고하는 책임자의 손은 떨렸다.
‘치안담당 주신은 범죄를 아예 없애라는 황당한 목표를 받았다고 하소연이지만 군부인 우리들보다 낫다.’
현행 오십만의 병력이 너무 부족하니 일천만 정예 병력을 만들라는 지시를 받은 것이다.
‘오십만도 안 되는 병력을 갑자기 일천만으로 늘리라니?’
‘이게 말이 되나?’
갑자기 이십 배로 병력을 늘리라는 말도 안 되는 지시를 받아 버렸다.
정기는 제한 없이 주겠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했지만 신계 운영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당연히 불가능하다고 바로 답변한 최고 군사책임자는 대광장의 기둥에 즉시 거꾸로 묶여 버렸다.
수백 명이 선신과 악신이 괘심 죄와 분탕 죄로 처형당하고 신령봉인 된 바로 그 장소였다.
“투신에게 불가능은 없다.
아니 없어야 해.
그런데 감히 군부 최고 책임자가 함부로 입을 놀려?
넌 최 말단으로 강등에 불명예제대, 거기에 공개처형과 신령봉인까지 사중으로 처벌시켜주마.”
“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든 해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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