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너무 과한 준비에 넘버원이 믿기지 않기지 않는지 다시 확인했다.
여기서 포획조는 주신이었다.
전원이라면 진리 친위군에 소속된 십만의 군세를 통솔하는 일천 명의 최고의 주신들을 말한다.
산술적으로는 최고위원회의 창조신들 백 명과 같은 전력이라는 거대한 힘이었다.
그런데 지금 넘어오는 투신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그들 전부가 필요하다고 넘버원이 말하고 있었다.
“만에 하나 본성에서 날뛸 경우 그 정도는 되어야 제압이 가능한 수준이다.
훈련도 중지시키고 훈련병들을 숙영지로 보내라.
최악의 경우에는 본성 전부를 봉인 조치한다.”
최고 경계태세를 명령하는 넘버원의 눈은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창조신으로서 강하다고 자부했지만 허무도 그렇고 규격외의 존재들을 보니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이미 허계의 존재들을 봉인하면서 보인 적의 능력을 판단하는 안목을 믿는 진리 친위군의 지휘부들은 바쁘게 움직였다.
그렇게 행성 진압 대형을 갖추어가는 와중에 드디어 공간이동을 완료한 투신의 모습이 확실히 드러났다.
신족 특유의 황금빛의 전신갑옷에 목 주변에는 푸른색의 추가 갑옷이 겹쳐진 중무장의 투신이었다.
이마 중앙에는 크게 떠진 붉은 색의 세 번째 눈이 화염을 뿜어내고 등 뒤에는 푸른빛의 빛의 날개가 마치 은하수처럼 주변을 아로새긴다.
후우우우우우우-! 휘이이이이잉-!
그리고 특이하게 흰색 갑주를 장비한 큰 흰 소가 따르고 삼지창을 들은 생소한 모습이었지만 가진 힘을 짐작하기 힘들 정도의 강자라는 사실은 누구도 의심하지 못할 정도였다.
차원창세신 코아가 그랬던 것처럼 허공에 그려진 거대한 투신의 환영을 그만큼 강렬한 인상을 보였다.
그리고 그 투신의 환영은 최고위원회를 향해 다가서고 있었다.
투하하하학-!
말없이 삼지창을 들자 끝에서 대륙을 가를 기세로 뿜어지는 투기의 폭풍이 그대로 최고위원회에 작렬했다.
명백한 공격과 반역행위에 진리 친위군이 강하하려는 순간 다음 광경에 몸이 얼어붙었다.
사아아아아아아아아아!
삼지창에서 발사되어 최고위원회를 직격한 투기공격이 그대로 흩어지고 있는 것이다.
무슨 방어권능도 막은 것도 아니고 아예 와해가 되어버리자 공격한 시바조차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리고 허공에 차원창세신 코아의 모습이 마치 마주하듯이 드러났다.
최고위원회의 창조신장의 자리에서 앉아 있는 모습이었다.
전투가 벌어졌지만 일어나지도 않은 채 책상 위의 서류를 뒤척이면서 귀찮다는 듯이 말한다.
“세상과 신족을 구원하는 임무를 가진 구세의 영웅신(救世의 英雄神) 대자재천(大自在天) 시바여.
역시 나를 이계에서 가장 위험한 존재로 판단했는가?
이럴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영 융통성이 없군.
신족 군사령관 자리면 세상 구원하는 일 끝나고도 무사할 정도의 고위직이니 본능은 좀 죽이는 것이 어때?
서로 좋은 게 좋은 것 아닌가?
감정적이고 어리석은 하위신들의 말에 너무 귀 기울이면 할 수 있는 일도 못 한다네.
아니 너무 귀 기울이면 신족이 망해.”
“…….”
시바는 말없이 다시 삼지창에 신력과 권능을 모아서 최고위원회를 공격했다.
너무나 강해서 자신을 오백억 년 동안의 침묵의 수련을 하게 만든 일원이 차원창세신 코아와 대화하다가 어떻게 되었는지를 전뇌계를 통해서 들었기 때문이었다.
대응지침도 넘겨받았다.
‘현자의 정점인 회색과는 대화의 금지가 기본전략.
그리고 다른 수단을 쓰지 못하게 몰아붙여야 한다.’
여기에 지금 차원창세신 코아가 말한 대로 구세의 영웅신의 무의식이 끝없이 싸우라고 충동을 하고 있었고 실제로 굉장히 위험한 존재였다.
먼 외곽 행성까지 들려온 악행은 경악할 지경이었다.
허계의 존재가 창조신장이 되어서 일만 명에 가까운 죄 없는 선신들을 공개처형하고 수백만의 시위대를 군대로 끌고 갔다는 소문은 끔찍하기까지 했다.
‘아버지가 오셔서 그런 존재이지만 자신을 군사령관에 당장 임명하고 나중에 총사령관으로 해주겠다는 말에는 잠시 흔들렸다.
하지만 이미 토벌할 결심이 선 이후였다.’
한 달 동안의 조사와 전뇌계의 지원으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가상전투를 해 본 결과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어서 나온 것이다.
그리고 은밀하게 전해진 누군가의 막대한 지원으로 한계까지 강해진 상태이기에 더욱 자신감이 있었다.
투하하하하하하하하하-! 사아아아아아아-!
그런데 끝없이 쏟아내는 투기와 권능을 합한 공격이 전혀 통하지가 않았다.
아니 모두 무효화되고 있었다.
엄청난 신격의 차이가 있어도 불가능한 현상에 대한 답은 바로 들려왔다.
“모든 신족의 권능에 대해 완전면역.
이것이 창조신장의 고유권능이다.
신족 멸망의 위기에 나타난 구세의 영웅신이 아무리 강력해도 결국 신족에 속한 이상 창조신장은 결코 못 이겨.”
창조신장이 어떤 존재인지 오백억 년 전에 일원에게 패하면서 모든 자료가 사라졌다.
그래서 몰랐기도 했지만 자존심이 상하고 아니면 창조신장임을 인정하지 못하겠는지 시바의 눈썹이 하늘로 치솟는다.
동시에 이마 중앙의 붉은 눈이 크게 떠지면서 불의 강이 최고위원회를 향해서 덮쳤다.
푸하하하하하하하하-!
불의 강 주변의 모든 것이 증발한다.
물질만이 아니라 주신조차 불태우는 위력을 가진 불길이었다.
‘신족의 투기나 권능이 정말 완전 무효라고 해도 이미 만들어진 열기만큼은 견딜 수 없기에 유효한 공격일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황금색과 은색이 태극모양으로 섞인 위성크기의 태양이 그 화염의 줄기를 막았다.
아니 흡수했다.
화아아아아아아-!
신족의 눈조차 멀게 할 것 같은 강렬한 빛과 근처에 있으면 열기로 증발할 것 같은 고열에 주춤거리면서 물러서는 시바였다.
그리고 얼굴은 무표정했으나 속으로는 경악할 지경이었다.
최고의 화염권능을 가진 자신인데 지금 약하지만 화상을 입은 것이다.
직격도 아닌 멀리 떨어진 곳에서 살짝 노출되었기만 했는데도 말이다.
“나는 일월(日月)의 태양신이기도 하다.
화염의 권능을 활용한 공격으로 효과를 보기는 아주 힘들 것이다.”
“!”
화염계열의 최고등급인 태양신이란 말에 서서히 창백해지는 시바의 얼굴이었다.
한 달 동안 파악한 차원창세신 코아의 능력은 힘들지만 상대할 만 했는데 이건 뭔가 아주 잘못 걸린 느낌이었다.
‘전뇌계가 알려준 정보는 권능을 맞는데 위력이 천지차이다.
이름을 밝히지 않는 후원자가 넘겨준 정보와도 달라.
내가 함정에 빠진 것일까?’
그래도 구세의 영웅신인 자신의 의무를 상기하고 스물세 쌍의 파란색의 빛의 날개를 전개했다.
독재에 신음하는 불쌍한 신족을 구원하는 일이 가장 급한 급선무였다.
그리고 유효한 권능 효과는 많이 남아있었다.
‘불이 안 되면 물이다.’
파란 색의 날개가 완전히 펼쳐지자 행성 전체를 뒤덮을 기세인 해일이 최고위원회에 쏟아져갔다.
해일의 어마어마한 수압은 단숨에 최고위원회를 부수려는 듯이 덮쳐왔지만 황금빛의 차원권능의 막이 막아선다.
슈하하하하하하하-!
차원막에 닿는 순간 모조리 흡수되는 해일이었다.
막는 것도 아니고 모두 무효화하거나 흡수하는 광경에는 어느 정도 고전을 예상한 시바조차 기가 막힐 지경이었다.
“내 차원의 권능은 모든 시간과 공간을 통합하고 융합하여 세계를 창조한다.
세계의 구성요소인 자연계열은 나의 권능 통제력을 넘어설 수 없다.
나를 이기려면 신체로 직접 싸워야 할 것이다.”
담담히 이야기하는데 이건 암울하기 짝이 없었다.
모든 공격권능을 무효화하고 권능의 효과까지 완전히 제어할 수 있다면 이렇게 까다로울 수가 없었다.
‘이……, 이건 권능으로는 상대할 수가 없다.
오로지 육박전만이 해답인가?’
갑자기 몰려온 후원자들에게 넘겨받은 자료에 마신황제의 권능도 의심된다는 내용이 있었다.
창조신장의 고유권능이 신족의 공격권능에 대해서 완전 무효화라고 한다면 마신황제는 또 어떤 강력한 고유권능을 발휘할지 몰랐다.
‘적의 능력이 미지수인 이상 물러서는 것이 현명하다.’
그러나 구세의 영웅신으로 독재자로부터 구원을 바라는 신족의 갈망을 더 이상 무시할 수는 없다.’
결국 뒤를 따르던 갑주를 입은 흰 소에 불러서 올라탔다.
“난디(Nandi)!”
“음머-!”
이 성스러운 흰 소는 최고 수준의 신수였다.
기마처럼 등 뒤에 올라타서 삼지창을 휘두르면 동일 수준의 창조신이라고 해도 몇 명이 동시에 덤벼도 이길 자신이 있는 최고의 공격수단이었다.
“가자-!”
“음머어어어어어어-!”
흰 소의 울음소리와 질주하는 소리가 울린다.
두두두두두두두두-!
흰 소의 막대한 중량이 실린 발굽이 땅을 뒤흔들리면서 최고위원회로 향해 질주를 시작하려는 순간 지독한 투기와 살기가 서린 음성이 신계를 울렸다.
“정지-!”
놀라운 강제력을 가진 신언이었다.
시바는 힘겹게 뿌리쳤지만 흰 소는 그러지 못했다.
아니 천적을 만난 것처럼 그대로 멈추어 섰다.
끼이이이이이익-!
깊은 고랑이 파지고 시바가 낙마하기 직전까지 갈 정도로 급하게 멈춘 흰 소의 눈에는 오직 공포만이 떠올라 있었다.
공격의 목표로 삼은 가장 거대한 건물에서 검붉은 살기와 투기가 마치 자신을 잡아먹을 것처럼 거세게 피어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뿔하고 고개를 땅에 박아.
안 하면 확 잡아먹어 버린다.”
“음머어어어어-!”
살의가 구체화되기 직전의 신언에 흰 소가 겁에 질린 구슬픈 울음소리를 내면서 정말 뿔을 땅에 박았다.
비록 소의 모습이지만 어지간한 마수는 벌레처럼 발로 밟아서 죽여 버리는 최고의 신수가 보인 추태에 뭐라고 반응할지 몰라 멍해진 시바였다.
“난 흑염일족이기도 하다.
흑염 권능의 기원은 일대 흑염의 절대자님이 어린 시절 무수한 마수를 포식하고 생긴 마기와 살기, 투기의 융합체이지.
먹어치워 융합된 마수 중에 신수가 없다고는 말 못하겠군.
즉 어떤 권능을 가진 신수나 마수라고 해도 흑염 일족 앞에서는 무력해.
개장수 앞에 강아지 신세라는 것이지.”
“…….”
그 말대로 지금까지 무슨 말을 해도 복종하던 충직한 난디가 움직이질 않았다.
아무리 재촉을 해도 땅에 박은 뿔과 머리를 들을 기미가 없자 결국 내려서서 삼지창을 다시 들었다.
‘아직 내게는 신기가 남았다.
이길 수 있어.’
그리고 다시 최고위원회를 향해서 삼지창을 앞세우고 몸을 날리려는 순간 괴음이 들렸다.
꽈드드드드득-! 으적-! 으적-!
이상한 소리의 출처는 삼지창의 끝이었다.
가장 애용하던 신기인 삼지창이 뭔가에 먹히는 듯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
너무나 놀란 시바가 다급하게 뒤로 물러났지만 삼지창이 점점 사그라지는 것을 막지 못했다.
그러나 아무리 휘둘러도 공간에게 과저처럼 먹혀가는 것 같은 신기의 훼손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
꿀꺽-!
점점 삼지창이 조금씩 사라지다가 결국 손잡이만 약간 남아버린다.
그리고 트림소리가 들려왔다.
“커어억-! 권능은 먹을 만한데 신기는 영 씹는 맛이 없어.
이계는 신기도 무르군.
입맛 버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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