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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있는 주신들도 감히 고개를 들지 못했다.
모든 투신들은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문제를 일으킨다면 어떤 꼴이 될지는 이제 확실히 알았다.
세금포탈과 병력기피로 공개처형도 모자라서 신령봉인까지 당한 선신과 악신들처럼 안 된다는 보장은 이제 어디에도 없었다.
그리고 화면 너머에서 무슨 짓을 당했는지 벌벌 떠는 주신들에게 엄청난 서류와 자료를 넘겨받고 던지고 있는 차원창세신 코아는 냉소적으로 대답했다.
‘그래서?
훈련을 거부하자고 선동하는 것들 때문에 못 하겠다고?
더구나 가족과 친구타령?
그런 이유로 신족 중 최고 정예라는 진리 친위군이 겨우 두 배도 안 되는 신병조차 통제하지 못하나?’
작은 문제가 아니었다.
차원창세신 코아는 주우주의 존재이니 가족 따위야 아무 상관없지만 현세계에 몸담고 있는 신족에게는 큰 문제였다.
그걸 무시하고 강요할 수는 없었다.
잘못하면 지휘체계가 붕괴될 가능성조차 있는 것이다.
“그것이…….”
진리 친위군의 넘버원이 식은땀만 흘리면서 대답을 하지 못하는 꼴을 보던 차원창세신 코아는 명령했다.
“훈련 거부자와 성과 미달자, 동조자는 바로 최전선으로 인계하라.”
“!”
“복종하고 노력하는 자, 따르는 자만 키우겠다.”
훈련도 안 된 신병을 최전선, 그것도 창조신들이 격돌하는 격전으로 보내면 당연히 죽은 목숨이었다.
더구나 우수한 투신도 아니고 최악의 고문관들이니 더 큰 문제였다.
고문관을 전선의 투신들이 용납할 리가 없었다.
‘갈수록 힘들어지는 전황에 살기가 치솟아 있는 최전선의 창조신님들과 1군과 3군의 투신들이다.
신병이 바로 도움이 안 된다면 가장 앞에 방패로 강제로 세울 것이다.’
신족의 싸움은 죽음이 끝이 아니다.
전선에서 죽으면 바로 부활되어서 다시 투입된다.
약한 투신은 끝없는 죽음의 반복은 피할 수 없었다.
신계로 다시 부활된 신체는 완전하지만 죽음의 충격으로 발생하는 신격 하락은 피할 도리가 없었다.
그래서 넘버원이 대답을 못하고 긴장으로 땀에 푹 젖어가자 주변에서 눈치만 보던 지휘부들도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이건 인정과 도리, 애원으로 버틸 수 있는 사태가 아니었다.
아쉬운 소리를 하면 더욱 강력한 조치가 떨어졌다.
‘어떤 고위신이라도 저런 훈련 상태로는 최전선에서 버틸 수 없어.’
‘수없이 죽다가 하위신으로 떨어지는 것은 순식간이겠군.’
‘친구 가족이라고 훈련을 봐줄 상황이 아니군.’
차원창세신 코아님이 나타나신 이후 지금 신족의 분위기는 살벌 그 자체였다.
평상시에 군축을 주장하다가 이런 일이 터져 속수무책으로 밀리자 최고위원회의 창조신님들의 분노를 산 관리주신들이 무슨 꼴을 당하고 있는지 모르는 투신이 없었다.
그리고 창조신장이 된 차원창세신 코아는 최고위원회의 창조신들보다 엄청나게 무서웠다.
싸워본 적도 없고 훈련도 안 된 고위신들을 최전선에 방패막이로 내몰라고 지시한 것이다.
“몇 번 적의 손에 죽으면 제발 훈련을 받게 해달라고 매달릴 것이다.
원하는 존재만 훈련을 시켜라.
저들은 이제 알아야 한다.
이미 힘이 전부인 투신이 되었음을 말이다.”
넘버원도 다른 대책이 없는 이상 따를 수밖에 없었다.
“하. 대상자를 선별하여 최전선에 보내겠습니다.”
“너의 지시에 반대하는 간부 놈들도 바로 직위박탈을 하고 말단 신병으로 모두 보내.
상급자의 명령에 따르지 않는 간부는 쓸모가 없다.”
그리고 주변의 지휘부들도 창세신 코아의 시선이 자신들에게 향하자 다급하게 고개를 숙이고 복종의 외침을 토해냈다.
“하-!”
잘못하면 말단이 되게 생겼으니 친구고 가족이고 문제가 아니었다.
무엇보다 차원창세신 코아는 그러고도 남을 존재였다.
진리 친위대의 지휘부가 모두 복종의 기세로 변하자 한탄과 같은 음성이 화면이 꺼지면서 울렸다.
“잘해라.
부디 잘해.
제발 잘해.”
그렇게 화면이 꺼지자 안도의 한숨을 쉰 넘버원과 지휘부에게 차디찬 살기가 서린 의지가 전해졌다.
‘최고 정예로 대우 받아온 주제에 신병교육조차 못하면 전부 처분한다.
그리고 한 번만 더 쓸데없는 감정을 가지고 임무수행을 못하겠다고 설치면 가만 안 둔다.
진리 친위군 전부를 대광장에 거꾸로 매달아서 목을 잘라버리겠다.
무능한 놈들 같으니라고.’
섬뜩-!
무능이란 단어에 섞인 살의에 넘버원과 지휘부 모두가 찬물을 뒤집어 쓴 느낌이었다.
비록 군부의 사기를 생각해서 공적으로 하지 않은 모양이지만 거의 최후의 경고와 같았다.
한참을 넋이 나간 듯이 말없이 서 있던 넘버원의 눈에서 곧 살기와 투기가 폭사되었다.
최고의 군신으로 인정받아서 진리 친위군의 수장이 된 자신이 겨우 신병교육 때문에 이런 꼴이 되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더구나 신족의 창조신이 무능력자라고 창조신장님에게 직접 듣다니 평생의 수치였다.
“전군과 신병에게 창조신장님의 명령을 그대로 통보하고 조치하라.
문제를 일으키는 모든 투신은 격리 감금하라.
아니 영창도 아깝다.
이제 반대자는 내가 즉결 처형한다.
부활 또한 금지하고 신령을 창조신장이신 차원창세신 코아님에게 직접 끌고 가겠다.”
넘버원의 눈이 뒤집혀진 것을 깨달은 지휘부는 이제 더 이상 물러설 방법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반란도 힘이 있어야 하지 혼자서 신족 전부를 뒤집어엎은 차원창세신 코아를 제압할 무력은 아예 없었다.
“하-!”
자신들의 안위까지 위험해진 진리 친위군은 참았던 본색을 드러냈다.
그 다음부터 훈련반대를 주도하던 시위 지도부들은 모두 최전선으로 끌려갔다.
그야말로 피가 나고 이가 갈리는 가혹한 훈련이 시위대 훈련병들에게 쏟아진 것이다.
훈련병들은 반항하거나 포기하려고 하면 바로 열외 되어서 최전선으로 끌려가버리니 어떻게든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진리 친위군들이 압도적인 무력으로 솔선수범하면서 밀착감시까지 하니 도망치거나 요령조차 부릴 여지조차 없는 최악의 훈련이었다.
그렇게 진리 친위군과 얽히면서 서서히 군대로 바뀌는 4군 시위였다.
본성의 이런 상황은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최고위 창조신들에게 바로 전해졌다.
주신 체면에 맞아서 생긴 멍과 눈물범벅이 된 얼굴이 된 위원회의 주신들이 긴급보고를 몰래 한 것이다.
‘재판도 없이 선신과 악신을 공개처형했습니다.
죄명은 세금포탈과 병역기피라고 합니다.’
‘시위대 이십만을 강제로 징병하여서 제 4군으로 만들었습니다.
지금 진리 친위군에게 훈련을 받고 있습니다.’
여기에 시킨 일이 너무 많고 툭하면 무능하다고 욕하고 목검으로 때려서 힘들어 죽겠다고 거의 울면서 보고하는 위원회 주신들이었다.
참혹하면서도 웃기는 광경을 보는 최고위 창조신들의 시선은 착잡했다.
아니 복잡했다.
‘우리 앞에서는 잘났다고 입을 놀리면서 설치더니 폭력 앞에서는 별 수가 없는 모양이군.’
‘그나저나 막을 방법이 없다.’
‘지금 최전선을 떠났다가는 당장 배신자 신족에게 피오리나를 빼앗길 지경이다.’
그리고 지금 차원창세신 코아를 막을 힘도 이익도 명분조차 없었다.
억지로 돌아가서 싸운다고 이길 방법은 없고 전쟁에 큰 도움이 되니 막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보내준 신병 고위신들도 쓸 만하고 말이야.’
‘시위대를 강제징병해서 4군 시위(示威)라고 했나?
급조했겠지만 기대해도 되겠어.’
일천 명 정도 되는 신병들이 문제아라고 끌려왔는데 역시 하도 말이 많기에 바로 최전선의 요새에 전부 처박았다.
그 이후는 알아서 끈질기게 잘 버티고 있으니 전력을 아끼는데 아주 큰 도움이 되는 것이다.
‘이런 과격한 조치들은 과거라면 정신 나간 소리라고 비난할 일이다.’
하지만 전장에서 살고 있는 지금은 지극히 정상으로 보이기 시작하고 직접 하기도 하니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기는 했다.
그러나 전쟁의 승패로 판단해 보면 아주 작은 거슬림에 불과했다.
더구나 그동안 귀찮다는 듯이 현세계를 외면하던 진리님이 직접 나서서 창조주의 권한을 발동하신 상황이기에 더욱 그러했다.
‘현세계의 창조주님이 잠드신 지금 진리님에게 창조신장을 임명할 권리가 분명 있으시지.’
절대계의 창조주이신 진리님은 영원체가 분명히 맞았고 일부지만 현세계의 지분을 가지고 계셨다.
이제까지 애써 무시했지만 현세계의 창조주님이 잠드신 지금 현세계의 창조주님은 진리님이 맞았다.
‘그러나 설마 차원창세신 코아를 창조신장으로 임명하실 줄이야.’
‘창조신장은 모든 신족에 대해 생사여탈권을 가지고 있다.’
‘우리 또한 예외가 아니지.’
창조신장은 창조주님의 대리인으로서 의도에 어긋나지 않는 한 무소불위의 권리가 있었다.
비록 허계의 창조주이신 진리님이 임명한 창조신장이지만 현세계에 정상적으로 인증되어서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니 개인의 사욕이 아닌 후방의 안정이란 측면으로 보면 지금 하는 일은 모두 잘못된 것이 아니었다.
위원회의 주신들이 큰일이라고 외치는 재판 없는 공개처형도 별 감흥이 없었다.
‘선신과 악신이 수백 명이 죽어?
그래서 뭐?’
‘여기는 매일 수백 명이 죽어나간다.’
전장에서 배신자 신족의 창조신들과 사투를 벌이면서 수많은 죽음을 당하고 시키는 입장에서 현재의 본성의 상황은 크게 와 닿지가 않았다.
지금도 전선에서 국지전이 벌어지면서 수천 명의 투신이 죽어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겨우 수백 명의 선신과 악신을 억울하게 공개처형을 당했다고 외치지만 큰 의미가 없는 것이다.
아니 눈에 가시가 빠진 것처럼 시원하기까지 했다.
‘잘 죽고 봉인되었다. 입만 살은 썩어빠진 놈들.’
‘어차피 세금도 안내고 신족 전력에 도움도 안 되는 것들이지.’
‘오히려 아주 잘 되었어.
무슨 일만 하려면 항상 방해만 놓았는데 잘 처리되었어.’
‘이제까지 하신 일 중 가장 마음에 드는군.’
물론 재판도 없는 공개처형은 잘못이지만 지금은 전시였고 전력강화에 방해물이 되는 존재의 처리였다.
후방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지만 불량이 많던 신기들의 품질과 수량까지 정상화 되었다.
일 년 동안 항상 삐걱거려 가슴을 서늘하게 하던 보급은 안정화되었고 신병까지 온다고 하니 더할 나위 없이 안심이 되었다.
더구나 방법이 과격하지만 후방이 확실하게 안정이 되었다는데 방해를 할 수 없었다.
‘확실한 보급과 엄청난 수의 신병이라?
전방의 지휘관으로서는 더 이상 좋을 수가 없군.’
‘진리 친위군에게 훈련을 받고 있다는 4군 시위가 오면 전선을 교대하고 휴식을 할 수 있겠어.’
창조신들은 피곤했다.
일 년 동안 격전을 거듭해서 피로가 몰려오고 있는 것이다.
창조신까지 이런데 휘하 주신들과 투신들은 이미 한계에 몰린 상황이었다.
그러니 추가로 만들어지는 군대의 투입은 가장 바라던 일이었다.
그렇다고 속마음을 입 밖에 낼 수는 없기에 서로 의지를 교환하고 통신을 종료했다.
창조신장이 새로 임명된 이상 더 이상 신족의 패배는 창조신으로서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어느 정도 희생은 감수할 각오를 끝냈다.
“……알았다.
고생이 많구나.
그럼 수고하도록 해라.”
“예? 예?”
“잠……, 잠시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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