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778화 (689/2,000)

34권 35권

칭호를 받은 존재들의 권능은 기본이 초월권능 이상이다.

그리고 진리님께 끝까지 저항했던 일대 십중심 세력의 잔당들의 권능이었기에 특히 강력했다.

특히 일부의 권능은 개방과 동시에 주변 전부를 파멸로 몰아넣을 정도로 위험하기 짝이 없어서 운용이 힘들 정도였다.

그 중에서 가장 독보적으로 강력하고 위력적인 칭호가 바로 허무였다.

‘완전개방을 하면 소유자조차 위협하는 소멸의 권능이다.’

‘행성 위에서 사용할 수 있는 권능이 도저히 아니야.’

권능의 발현자 조차 소멸될 위험을 감수할 정도이니 상대하는 자나 주변의 모든 것이 무사할 리가 없다.

허무도 너무 위험하고 위협적이라서 불필요한 공포를 줄까봐서 남이 보는 앞에서는 거의 사용한 적이 없을 정도였다.

하나 허무는 멈출 기세가 전혀 없었다.

아니 단호하게 외쳤다.

“너희들은 내 뒤로 피해라.

이들은 네가 전부 처리한다.

주변 피해는 차원창세신 코아님의 차원권능이 있는 이상 걱정 없다.

이대로 물러나면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

이미 전장 주변에 빈틈없이 에워싸고 있는 황금빛의 차원결계를 확인한 이후였다.

이 안에서라면 허무권능을 전력으로 사용해도 이상이 없다는 확신이 들 정도의 방어벽이었다.

그리고 가진 조직이 엉망이기에 수장인 자신이라도 가능성과 유용성을 증명해야만 앞으로의 난세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

짧게 생각을 전달한 허무의 말에 모든 칭호를 받은 존재들이 다급하게 뒤로 도망치듯이 후퇴해갔다.

허무의 칭호에 말려드는 순간 끝장이란 사실은 너무나 잘 알았다.

그렇게 허무의 끝도 없이 치솟는 신력, 아니 위압감에 최고위원회만을 주시하던 가릉반가의 시선이 커진다.

그리고 검은 태양이 나타난 것은 거의 동시였다.

화르르르르르르-! 슈아아아아아아-!

상처에서 뿜어진 검은 빛으로 완전히 검은 태양으로 변한 허무의 입에서 정식영창이 흘러나온다.

“나는 허무.

그는 행복을 지키는 자.

모든 미녀의 사랑과 영광을 독차지하는 영웅을 수호하며 승리의 길을 보장하는 자.

누구보다 강하기에 역사의 전면에 나설 수 없는 자.

누구보다 아름답기에 질투의 여신의 사랑을 받은 자.

만물을 사랑하나 아무것도 얻을 수 없게 운명 지어진 존재.

그러하기에 허무한 자.”

구출세력의 주신들은 전율했다.

이제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파괴력이 검은 태양 속에서 증폭되어 갔다.

‘해방되는 순간 본성 서우리나, 아니 이 항성계 전부가 소멸시킬 정도의 위력이라니?

‘이게 허무? 칭호를 받은 존재들 중 최강이라고 인정받은 존재의 강함인가?’

가릉빈가가 다급하게 악기를 잡고 연주를 시작하여 음파공격을 쏟아냈지만 아까와는 반응이 달랐다.

소멸의 검은 태양은 무형의 음파공격조차 남김없이 소멸시킨다.

그리고 심상치 않은 위기를 느낀 구출세력의 주신들도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칭호를 받은 존재들조차 곤란하게 했던 위력을 가진 공격들이 허무 하나만을 노리고 무차별로 쏟아졌다.

과아아아아-!파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러나 소멸의 검은 태양은 어떤 권능도 접근을 허락하지 않았다.

전투만으로는 최고위원회의 창조신들보다 강하다고 인정받는 허무의 진면목이 아낌없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검은 태양에서 최후의 영창이 터져 나왔다.

“모든 것은 내 손안에-!

다시는 지켜보기만 하지 않으리라.”

영창이 끝났는지 검은 태양이 응축을 거듭하면서 오른손에 집중했다.

작아졌지만 처음과는 비교할 수 없이 파괴력을 응축한 권능을 손에 움켜쥔 허무의 외침이 입에서 터졌다.

“전부의 소멸!”

파아아아아아아-!

기합과 같은 신언으로 허무의 칭호를 개방하면서 손바닥을 펴고 그대로 정권지르기 자세로 내지른다.

그러자 거대한 손바닥 모양을 한 검은 소멸의 권능이 공간과 시간을 집어삼키면서 절대적인 위력을 드러냈다.

쿠아아아아아아아아-!

순식간에 허무의 전면부 모두가 거대한 검은 소멸권능의 영향에 말려들었다.

칠백 명의 주신들이 힘을 합쳐서 수백 겹의 방어막을 쳤지만 잠시 저지했을 뿐 모두 소멸되기 시작했다.

너무나 강대한 소멸의 위력이 촌각의 여유조차 주지 않고 주신 전부를 집어삼켜 버렸다.

“!!!”

“!?”

주신들이 최후에 본 것은 거대한 검은 손이 시야 전부를 움켜쥐는 것 같은 환영이다.

그리고 모두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소멸의 폭발에 말려들어서 사라져 버렸다.

파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렇게 모든 것을 소멸시키던 검은 소멸의 광선은 끝없이 확장하다가 주변을 보호하던 차원결계에 충돌해서야 사라졌다.

“…….”

단 일격으로 그렇게나 상대하기 힘든 강력한 주신들이 전부 소멸되어버리자 가장 놀란 것은 칭호를 받은 존재들이었다.

허무가 진리님에게 가끔 직접 교육을 받을 정도로 특별하다고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정말 몰랐던 것이다.

잠시간의 정적 속에서 박수소리가 울린다.

짝짝짝짝-!

그 소리는 최고위원회에서 들려온다.

누구인지는 확인하지 않아도 알았다.

허공에서 거대한 확대된 차원창세신 코아가 박수를 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 품에는 일시적인 동료들이지만 허무의 일격에 소멸되어버리자 라크사샤가 입을 벌린 채 넋을 잃고 있었다.

‘비록 부모를 구하기 위해서 일시적으로 모였지만 주신 일천 명이다.

그들이 힘을 합쳤는데도 이렇게 허무하게 소멸되다니?’

이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또한 저들은 아무런 잘못도 없이 현재의 시대와 위치에 만족하고 조용히 숨어살던 주신들이었다.

단지 부모를 구하기 위해서 뜻을 합쳐서 덤벼 왔지만 명분이 있었다.

저렇게 허무하게 소멸당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차원창세신 코아는 이계에서 처음으로 진심으로 허무의 승리를 칭찬하고 있었다.

전장에서 적군을 압도하는 아군만큼 찬사를 받을 존재는 없기 때문이다.

적에게 베풀 동정은 사치이기도 했다.

“멋지군.

좋은 승리다.”

짝짝짝-!

그러나 추가적인 반응은 없었다.

허무의 전력의 일격에 칠백 명의 주신이 일순간에 소멸된 충격은 너무나 컸기 때문이다.

칭호를 받은 존재들조차 허무 덕분에 쉽게 승리했지만 축하에 동조하기 힘들 정도로 참혹한 결과였다.

동료들조차 공포에 어린 얼굴이라서 허무의 표정도 좋지 않았다.

우려하던 결과였다.

‘허무의 칭호는 적을 너무나 쉽게 소멸시킨다.

그래서 아군조차 무서워하게 하는 권능.

이래서 허무의 칭호는 가급적 쓰지 않으려고 했었지.

하지만 이번에는 어쩔 수가 없었어.’

허무의 칭호는 다수의 적을 소멸시키는 너무 강력한 파괴력 때문에 아군조차 공포에 질리게 한다.

그래서 결국 혼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과거 허무의 칭호를 가진 모든 존재들이 가졌던 고민이자 한계였다.

‘아군에게 준 공포는 서서히 풀어나가자.

일단은 되었다.’

지금 가장 절실한 차원창세신 코아의 칭찬과 박수에 얼굴을 풀고 고개를 깊숙이 숙여서 감사를 표시했다.

“감사합니다.”

“진리님께 인정받은 강함.

똑똑히 보았다.

앞으로도 중임을 맡아서 활약할 것을 기대하겠다.”

“하-!”

아군에게 공포를 심어주었지만 그렇게나 원하던 평가와 약속이 나온 것이다.

초월자들의 대표가 된 차원창세신 코아의 말은 이제 법과 같았고 이렇게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었으니 좋은 결과였다.

옆에서 눈치를 보던 불복종의 디스가 크게 박수를 치자 곧 여기저기서 박수소리가 울려 퍼진다.

짝짝짝-!

적을 동정하기 전에 갑자기 등장한 강적들을 혼자서 처치한 허무의 강함은 찬사를 받을만한 일이었다.

그 박수소리를 들은 허무의 얼굴이 그제야 희미한 웃음이 서렸다.

자신과 같은 존재를 받아들일 정도로 조금은 이계가 변했음을 감지한 것이다.

‘이제 되었다.

초월자들의 대표로 등극한 차원창세신 코아님의 인정을 받은 이상 칭호를 받은 존재들은 위치는 흔들리지 않을 반석이 되었다.

앞으로의 칭호를 받은 존재들이 얻을 위치 또한 신족보다 낮지는 않겠지.

그걸로 만족하자.’

그렇게 칭호를 받은 존재들의 큰 박수소리와 환호가 울리는 와중에 차원창세신 코아는 라크사샤의 귀에 나직하게 속삭였다.

“이것이 신족의 다음 시대이다.

진정한 강자만이 살아남아서 지배자로서 군림하게 된단다.

강자에 대한 견제보다 인정, 아니 크나큰 영광이 부여되지.

이제 배우나 가수가 되기 위해서 신생을 걸 필요가 없다.

지금처럼 바닥에서 쓸데없는 시간낭비나 절차 없이 능력에 걸 맞는 최고의 위치에서 시작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내가 만들 너와 같은 강자들의 시대이지.

정말 흥분이 되지 않느냐?”

“…….”

라크사샤는 이런 참극을 벌인 허무를 칭찬하는 차원창세신 코아의 말에 반항심이 들었다.

더구나 허무가 승자로서 영광과 찬사를 받은 승리는 칠백 명의 주신들을 소멸시킨 결과였다.

그 중에는 자신의 친구까지 끼어있으니 찬성할 수 없었다.

‘강자들의 시대라는 것은 결국 약자들의 희생을 전제로 하지 않아.’

그러나 이미 당한 바가 있고 아직 품 안에 있으니 바로 대들지는 못하고 자그마하게 말했다.

“저들은 아무런 죄가 없습니다.

단지 부모를 구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부디 자비를 바랍니다.”

유일하게 속마음을 열 수 있는 대등한 친구라고 말할 수 있는 가릉빈가조차 소멸되었으니 구해야만 했다.

그러나 주신의 소멸을 복구할 만한 권능을 가진 창조신은 지금 신족에게는 없었다.

창조신급인 칭호를 받은 존재들을 장난치듯이 되살리는 차원창세신 코아만이 유일한 희망이었다.

그런데 정색하는 대답이 들려왔다.

“저들이 죄가 없다니?

용서할 수 없는 죄가 두 개나 있다.”

“?”

이번에는 또 무슨 엉뚱한 죄가 나올지 몰라서 긴장을 하는데 역시 또 이상한 죄목이 나왔다.

“세금포탈과 병역기피.

이제까지 선신과 악신은 개인의 신념은 신계운영과 별개라는 이유를 들어서 이 둘을 모두 피해왔다.

이제까지 죄가 아니었지만 내가 독재자 된 이후부터는 죽어야할 중죄다.”

“?”

선신과 악신은 신족의 이상과 가치관을 주관하고 보살피기에 최고위원회의 정식통제를 벗어난다.

신족의 가치를 주관하는 신념이 권력과 밀착해서 타락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구조이다.

‘선신은 악신은 정식등용도 피하고 신족의 일원으로서 창조주만을 찬양하면서 살아간다.’

그래서 세금이나 병역의무가 면제되는데 그걸 지적한 것이다.

차원창세신 코아는 이제까지 장난기가 어린 말과는 전혀 다른 위엄이 서린 말투로 말을 이었다.

“선신이든 악신이든 신족임에는 분명하다.

그런데 선과 악의 신념을 앞세워서 신계에 임관도 병역도 하지 않고 세금도 안 낸다.

강제로 집행하려하면 무리를 이루어서 필사적으로 저항하지.

신계는 전면전 중인데 후방에서 평화를 주장하는 입 바른 소리와 어차피 권력다툼이라는 냉소적인 말만 하고 있다.

틀린 말도 아니고 개인적인 신념이나 이상으로는 평화가 맞을지도 모른다.

하나 이미 존망의 위기에 있는 신족에게는 하등의 도움도 안 되는 말장난이지.

내가 창조신장이 된 이상 선신과 악신의 신념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마치 딸을 가르치는 아버지처럼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설명을 이어갔다.

이 장면은 모든 신족이 보고 있었다.

그들에게 앞으로 무엇이 죄가 되는지 명확하게 가르쳐야 했다.

납득하든지 아니면 반역을 선택하든지는 신족의 자유였지만 알려줄 의무는 있었다.

그리고 차원창세신 코아의 차가운 눈은 제압한 시위대를 흩고 있었다.

‘아무 훈련도 받지 않고 당장 전쟁에서 나서도 큰 전력이 될 고위신들이 이십만이 넘는다.

그런데 전선에서는 전력이 부족해 신계운영을 위해 반드시 자리를 지켜야할 창조신들이 전부 참전했다.

결국 창조신에게 보호된 고위신들이 후방에서 평화시위를 하면서 최고위원회를 점거하려고 하다니?

전부 엉망진창이야.’

시위대들이 어디서 구했는지 신기로 무장까지 했으니 용서할 필요가 없었다.

“평상시라면 상관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은 전시다.

안전한 후방에서 하는 평화시위는 전장에서 조금이라도 영역을 확보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싸우는 투신들에 대한 모욕이다.

더구나 창조신들 전부가 나서서 신족 전부의 존망을 건 전쟁 중에 평화 요구시위라니 참으로 가당치도 않은 어리광이로다.

여기 평화회담을 요구하면서 최고위원회를 점거하려고 하다니 반역죄로 처분을 해도 분이 풀리지 않을 정도다.”

당장이라도 모두 숙청하거나 처분할 기세였다.

창조신장의 끔찍한 살기에 몸이 마비되지 않았다면 시위대의 고위신들이 비명을 지르면서 도망을 칠 정도였다.

그런 차원창세신 코아의 분위기를 읽은 라크사샤는 다급하게 말했다.

“하지만 저들도 신족입니다.

또한 사적인 욕망이 아니라 신족을 위해서 나선 행동일 것입니다.

다시 신족을 위해 노력할 기회를 주시면 좋겠습니다.”

차원창세신 코아가 자신을 이상하게 귀중하게 여기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알았다.

친아버지나 가족조차 하기 힘든 배려와 지원을 해주고 있기에 시위대에 대한 선처를 해달라고 말을 했다.

이십만의 고위신들이 시위를 했다는 이유하나만으로 몰살된다면 이후의 시대는 광기로 물들을 것이었다.

‘잘못하면 이십만 명의 시위대가 공개 처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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