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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축하잔치가 이어지고 있는데 이계 신족의 본성 서우리나의 상황은 좋지 않았다.
아니 아주 나빴다.
신족 전력의 주축인 최고위원회 창조신들의 장기 부재가 첫 번째의 문제였다.
피오리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배신자 신족들과의 전면전에서 전력차이를 메우기 위하여 모두 최전선에 가버린 공백은 심각했다.
위원회의 주신들이 이어받아서 운영하고 있었으나 일 년 동안이나 부족한 권능으로 자리를 대신하다 보니 신계 운영에 문제가 발생되고 있는 것이다.
신계를 유지하고도 어느 정도 여유가 있던 창조신들과 달리 주신들은 위원회의 자리에서 벗어나지도 못하고 붙잡혀서 권능과 신력을 쏟아 부어야만 했다.
‘조금만 방심하면 신계가 기능마비에 빠질 지경이군.’
‘차라리 전쟁터가 낫겠다.’
여기저기 삐꺽거리는 신계운영에 주신들이 필사적으로 대응했지만 능력을 넘는 일이었다.
그렇게나 원하던 권력이었는데 막상 받고 보니 신령과 신체가 쥐어 짜이는 고난의 연속이었다.
이제 권력의 자리가 아닌 강제노동 수용소와 같은 위원회의 자리에서 주신들은 연일 대책을 논의를 하고 있었다.
“더 이상은 무리입니다.”
“개인 신전에 돌아가 본지가 일 년이 넘었소.”
“교대할만한 주신들도 전부 전장으로 갔으니 큰 문제요.”
이미 총력전이었기에 잘 알려진 정식 고위신들은 이미 전선에 투입한지가 오래였다.
교육 중이던 투신까지 강제로 교육속도를 가속화할 지경이라서 교대할 주신이 있을 리가 없었다.
이러니 거의 최고위원회에 갇힌 신세였다.
두 번째의 문제는 더욱 심각했다.
비축정기가 거의 떨어진 것이다.
“그것보다 가장 큰 문제는 정기-!
정기가 부족하오.”
일 년 동안 전면전에 투신들이 소모한 정기는 단순히 숫자를 보기만 해도 아찔할 수준이었다.
오백억 년 동안이나 부흥을 꿈꾸면서 아끼고 모아왔던 정기가 바닥을 드러내버린 것이다.
더구나 전쟁이란 괴물은 파괴와 소모만을 한다.
기존의 생산체계를 모두 망가트려 버렸다.
“다른 정신체 종족들이 의뢰해 오던 정기 가공의 일도 배신자 신족과 전면전이란 소식에 끊겨 버린 지가 오래입니다.”
“정기 가공을 통한 무역외에 다른 대책을 끌어내야 합니다.”
엄청난 지출이 이루어지는데 수입은 하나도 없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신계의 기능은 점점 떨어지고 정기는 바닥을 드러난다.
그 악영향은 하위신들에게 바로 갔다.
그래서 점점 늘어나는 전쟁을 반대하는 하위신들로 연일 광장에서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었다.
전쟁에 꼭 필요한 체계적인 행정업무를 무너트리는 연속되는 반전시위, 이것이 세 번째의 문제였다.
‘밖에서 들려오는 전쟁 반대 구호 소리를 들어보면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현실을 모르는 어리석은 것들.
저러니 평생 하위신들이지.’
처음에는 적극 대응했지만 점점 나빠지기만 하는 신계 사정과 전쟁에 집중되는 지원에 일반 신족들은 감정적으로만 반응했다.
결국 치안담당 주신에게 맡겨놓고 대응을 그만 둔지가 오래였다.
신계를 통해 계속 들려오는 시위대의 철없는 구호에는 단지 마음속으로만 대답을 했다.
“우리는 평화를 원한다.”
이루어질 수만 있으면 아주 좋은 소리였다.
‘우리도 전쟁은 싫다.’
‘전쟁은 엄청난 적자에 소비다-!
이러다 나도 망하겠어.’
‘네가 어떻게 혼자만의 힘으로 노력해서 여기까지 올라왔는데 왜 같이 망해야 해?’
‘직계들과 일족들이 올리는 보고도 점점 형식적이 되어간다.’
‘당장 가서 확인해야 하는데 이 자리를 떠날 수가 없다.’
최고위원회를 벗어날 수 없으니 일족의 관리는 고사하고 밖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몰랐다.
후계들에게 맡겼지만 결국 미숙한 주신에 불과했기에 문제가 커져만 갔다.
그렇게 벗어날 수 없는 족쇄가 되어버린 최고위원회의 자리에 묶인 주신들은 그렇게 점점 기력을 잃어갔다.
그리고 일 년이 지난 지금은 거의 노골적으로 전쟁을 부정하는 구호까지 들려오자 점점 감정적이 되어간다.
“무기를 내려놓고 꽃을 들자.”
어디서 시집을 복사해왔는지 구호치고는 가관이었다.
‘꽃을 들어?
차라리 머리에도 꽂고 전선에서 노래하고 춤까지 추어보지?
그러면 적이 안 죽일 것 같지?’
‘심장에 무기 박히고 싶냐?’
“투신들을 피오리나에서 물러나게 하고 평화를 되찾자.”
‘평화 좋지.’
‘다시 과거의 평화를 얻을 수 있다면 피오리나에서 철수를…….’
거기까지 무의식적으로 반사적이고 감정적인 대응만 하던 주신들이 기겁을 했다.
마치 악몽에서 깨어난 느낌이었다.
“뭐라-!”
“어떤 놈들이 저딴 소리를 해-!”
“피오리나의 지배권을 얻기 위해 지금까지 쏟아 부은 정기와 희생이 얼마인데 다시 돌려주라고?’
말도 안 되는 구호에 분노한 주신들의 손이 일제히 원탁을 쳤다.
꽝-! 꽈-! 투각-!
이제까지 배신자 신족의 본성 피오리나의 점유를 유지하기 위해서 투자한 정기가 얼마인데 이대로 물러날 수는 없었다.
이대로 물러나면 거의 파산이었다.
‘더구나 거기에는 검은 길, 아니 생사의 일방통행의 입구가 있다.’
차원창세신 코아가 뚫어놓은 현세계를 관통한 생사의 일방통행은 신족 모두의 명운까지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것이었다.
만에 하나 배신자 신족이 가지고 활용한다면 다시 우세를 되찾을 방법이 없었다.
‘오죽하면 그 동안 품위만 찾았던 창조신들이 모두 뛰쳐나가겠는가?’
‘배신자 신족에게 다시 피오리나를 넘겨주면 끝장이다.’
현세계의 일순간에 이동할 수 있는 초장거리 공간통로의 가치는 고위신일수록 너무나 잘 알았다.
그러니 이런 서로 망하는 장기 전면전을 치루고 있는 중이었다.
그것도 수백억 년 만에 창조신들이 직접 충돌하는 혈투였다.
본성에 있던 배신자 창조신들이 차원창세신 코아에게 당해서 사라졌으니 천만다행으로 우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없는 정기를 끌어 모아서 거대 요새까지 만드는 이런 와중에 반전을 요구하는 시위는 우습기까지 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생사의 일방통행의 입구인 피오리나는 사수해야만 했다.’
‘다시 뺏어야만 한다.’
창조신들이 전부 전투에 참전한 덕분에 최고위원회에 붙잡힌 주신들이지만 사정은 너무나 잘 알기에 감수하고 있었다.
그러니 피오리나에서 병력을 후퇴시키자는 소리는 절대로 용납할 수 없었다.
‘다시 피오리나를 돌려주자고?
신족의 미래를 위해 전장에서 피를 흘리고 있는 혈투를 감수하고 있는 창조신들이 알면 모두 처단될 중죄다.’
하나 지금 몸 상태가 최악이라는 점을 간과하고 창조신들이 만든 원탁을 친 대가는 혹독했다.
주신들 모두가 원탁을 친 손을 쥐고서 부르르 떨었다.
모두가 작게는 멍, 크게는 주먹 뼈가 부러져서 신음을 하는 꼴이 된 것이다.
“윽-!”
“컥-!”
“뼈……, 뼈가 부러졌다.”
“내가 이렇게 약해졌다니?
이건 말도 안 돼-!”
본래대로라면 약간의 통증 외에는 아무 이상이 없어야 하는데 하위신들처럼 신체가 으스러지자 위기의식이 떠올랐다.
이 이상 창조신들의 자리를 억지로 떠맡았다가는 정말 완전히 말라붙은 미이라가 된다는 사실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창조신님들의 일부라도 복귀를 청해야 해.
우리만으로는 한계다.”
“아니 더 이상은 우리가 못 버텨.”
하지만 적이 의외로 강해서 여유병력이 없었다.
적이 강해서 후방으로 창조신님들이 올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점이 문제의 네 번째였다.
초월자들에게 아부만 하면서 세력을 유지하는 단순히 숫자만 많다고 얕보았던 배신자 신족이 아니었다.
세배가 넘는 병력에 비슷한 신기를 가진 강적들이었다.
“그분들이 빠지면 어떻게 전력유지를 해?
배신자 신족이 이번에 동원한 투신들의 수가 세 배가 넘는다.”
“우리들은 배신자보다 우월해.
수는 적어도 뛰어난 신기와 강인한 투지로 얼마든지 이길 수…….”
이제까지 모두가 공감하여 잘 통용되던 전력 감축 이유를 한 주신이 말했다가 날아드는 명패와 권능들에게 두들겨 맞았다.
퍼퍼퍼퍼퍼퍼-!
“그 미친 정신력 강조는 닥쳐-!”
“무기만 좋으면 한 명이 세 명을 이긴다고?
아직도 이런 헛소리를 하나?”
“투지 좋아하네.
정기가 고갈되고 신력이 바닥을 치는데 어떻게 싸워?”
전력의 질이 조금 우세하다고 압도적인 병력의 차이를 언제나 이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한 자루의 총을 들고서 검을 든 백 명의 적을 이기는 것은 그야말로 천운이 따라야하는 일이었다.
아니면 적이 엄청난 바보거나 멍청이여야 하는데 배신자 신족은 그 정도로 무능하지 않았다.
“그 소리를 최전선에서 싸우고 계신 창조신님들 앞에서 하기만 해봐라.”
“지금까지 투신감축을 제안하고 찬성했던 관리주신들과 고위신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몰라?”
그 말에 발언한 주신에게 찬동한 주신들도 소름이 끼친다는 표정을 지었다.
실제 전면전이 벌어지자 우수한 신기나 신체는 일시적인 우위만을 보장했을 뿐이었다.
‘배신자 신족들이 초월자 세력의 지원으로 신기의 우위를 따라잡는데 걸린 시간은 한 달도 걸리지 않았다.
‘그 이후는 처참하게 밀려 버렸다.’
‘창조신님들이 달려가서 다행이었지 오히려 전멸당할 위기였다.’
운 좋게 얻은 피오리나까지 빼앗길 위기에 처하자 다급하게 달려간 창조신님들로 인한 소강상태였다.
그리고 신족의 최고 지배자인 창조신들까지 전력이 부족하여 어쩔 수 없이 최전선에서 처참한 전투를 반복하게 만든 실무자들에게 분노가 폭발했다.
지금 상황은 약간의 공간을 두고 서로 치고받고 있는 대치상태였다.
요새를 만들고 방어전으로 돌아간 덕분에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긴 창조신님들이 명령했다.
“전면전 명령을 내린다.”
“정식으로 신계에 직위를 가진 고위신들은 전원 참전시키라.”
필수적인 인원, 즉 위원회를 유지하는 주신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고위신들을 최전선에 세워버린 것이다.
신격은 높지만 서류만 만지면서 살아가던 고위신들에게는 이런 날벼락이 없었다.
그러나 최고위원회의 창조신들이 살기가 번들거리는 눈으로 전시이니 거부하면 즉결처분하라고 하니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렇게나 적보다 뛰어나니 몇 명이든 동시에 상대가능하다고 자랑하던 우수한 신기를 겹겹이 입고서 참전을 했지.’
‘미친놈들! 하나의 신기조차 잘 사용하지도 못하면서 몇 개를 꺼내 간 거야?
아깝게-!’
‘차라리 잘못했다고 용서를 빌지.’
관리신들은 입은 강했지만 몸은 약했다.
신격은 주신이지만 신체는 고위신 이하였다.
그래도 신기를 믿었지만 역시 재앙이 벌어졌다.
우수하다고 믿었던 신기가 무슨 일인지 적의 신기를 방어하지 못한다.
아니 뭐가 불량인지 모르게 기능고장도 잦으니 신기의 개발책임자이기도 했던 관리신들의 입장으로는 입이 백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더구나 창조신들의 전투가 벌어질 때마다 바로 겉에 세우니 죽음도 피할 도리가 없었다.
전선에서 죽어서 돌아온 그들을 부활시켜 다시 투입하는 것도 엄청난 일이었다.
“그놈들이 지금 부활이 몇 번째지?”
“열 번 이상이다.
신격이 거의 중급신으로 떨어졌더군.”
“용서하고 풀어주실 생각이 아예 없는 모양이야.”
“하위신으로 내려 보내기로 작정을 하셨는가?”
“아니면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게 유도하시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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