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765화 (676/2,000)

34권 35권

이대로 칭호를 받은 존재들의 대표를 유지하면 수백 명이 넘는 고위신을 공개처형하겠다는 생각을 하는 차원창세신 코아를 바로 상대해야 했다.

그것도 저 멍청한 놈들을 관리까지 하면서 말이다.

‘나 혼자 잘해도 아슬아슬한데 덜 떨어진 놈들까지 책임졌다가는 목숨이 몇 개 있어도 부족하겠다.

이렇게 귀가 얇아서 부화뇌동을 잘하면 절대로 부하로 두어서는 안 되었다.’

덕분에 왜 칭호를 받은 존재들이 독립 세력이 되지 못했는지 그 이유를 이번에 절감했다.

단순한 역량부족이었다.

‘신족이나 초월자들의 견제가 문제가 아니었어.

칭호를 받은 존재들이 조직을 이루기 위해서는 미래를 보는 안목과 인내가 부족해.

아니 조직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마음이 가장 부족하군.

고생 좀 더해야 하겠어.’

아무리 자신이 강하다고 해도 준비가 안 된 조직의 수장을 덜컥 맡았다가는 같이 몰락한다.

그래서 아무 미련도 없이 칭호를 받은 존재들의 옆을 떠나서 재빨리 차원창세신 코아의 뒤로 위치하는 허무의 베인이었다.

차원창세신 코아가 솔직히 하는 행동을 보아서는 ‘미친 회색의 현재는 역시 미쳤다.’ 라는 평가에 동감이다.

하지만 그래도 강자는 챙겨주고 보상도 확실했다.

그러니 완전히 떠날 수는 없었다.

‘이계에서 이 이상의 보상을 줄 존재가 없는 이상 반드시 붙어있어야 한다.’

그렇게 허무의 베인이 재빨리 개인자격으로 입장을 정리한 모습을 보고 불복종의 디스는 불길함을 심하게 느꼈다.

아니 차원창세신 코아가 아주 못 마땅한 시선으로 자신과 칭호를 받은 존재들을 쳐다보고 있는데 눈치를 못 채면 바보였다.

‘대표 자리를 과반수를 핑계로 가로챘는데 속 시원한 표정의 허무의 디스가 굉장히 신경이 쓰인다.

저 힘내라는 눈빛과 정말 안 되었다는 표정은 또 뭐야?’

아예 근원의 옆으로 가서 공손한 자세로 서 있는 허무의 베인을 본 차원창세신 코아의 눈초리는 더욱 일그러졌다.

저러는 이유는 바로 깨달았다.

‘갑작스럽게 단체 공개처형을 도우라는 지시가 너무 과했나?

쯧-! 초월자들을 너무 쉽게 처리해서 방심했군.’

너무 어려운 지시를 받았고 마침 불복종의 디스가 대표라고 자처하니 아예 골치 아플 것이 당연할 자리를 내놓을 모양이었다.

‘후임자보다 무능하면 상관없는데 더 유능하니 문제다.’

허무의 베인은 주우주에서도 어느 정도 통할 정도로 강하다.

불복종의 디스도 이계에서는 쓸 만한 수준이고 우수했지만 그 정도로는 많이 부족했다.

동급의 칭호를 가진 존재들이 아니라 다른 정신체들이 누구나 인정할 만한 강함을 지니지 않으면 앞으로 일은 하지 못한다.

‘높은 자리가 어울리는 사람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직위에 어울리지 않는 놈들이 자리에 앉으면 모두 잡아먹고 견디는 놈만 살려놓으니 그렇게 보일 뿐이지.

불복종의 디스는 아무리 보아도 대표로는 부족하다.’

불복종의 디스는 보아하니 쓸데없는 욕심을 부리는 전형적인 모사꾼이었다.

조직의 불만을 파악하고 기회를 봐서 대표 자리를 차지한 것은 현자 대표인 회색의 절대자로서 칭찬할 만한 성과이지만 시기가 영 아니었다.

‘평화로운 시기도 아니고 이계 전부의 운명을 건 사업이다.

후방에서 앞장서서 움직여야 할 칭호를 받은 존재들의 대표가 잔머리만 돌리는 약골이면 큰일이다.’

무엇보다 모사는 발전단계의 대표로서는 불합격이었다.

막 형성된 조직에 강력한 지도력과 힘이 없는 대표가 없다면 약간의 고난으로도 붕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슬쩍 정기술에 취해 떠들썩한 초월자들의 잔치자리를 쳐다보았다.

‘대표자리가 장기간 공석이었던 초월자들처럼 아주 쉽게 흔들린단 말이지.

그런 꼴로 만들 수는 없지.’

속마음이 그렇지만 일단 칭호를 받은 존재들의 의견을 모아서 대표가 되었다니 한번 맡겨보기로 했다.

그래도 자신은 빛의 신족인 마도신이니 여론을 완전히 무시하지는 않았다.

참고 정도는 해야 관대하다고 말할 수 있었다.

“네가 칭호를 받은 존재들의 대표라고?

감당할 수 있겠느냐?”

차원창세신 코아의 물음에 힘차게 대답하는 불복종의 디스였다.

“예. 맡겨만 주십시오.

칭호를 받은 존재들과 한마음으로 높은 성과를 보여드리겠습니다.”

불복종의 디스는 허무보다 능력은 떨어지지만 집단을 이끄는 능력을 인정받았다고 생각했다.

하나 다음 지시에 멍청해지는 기분이었다.

“좋아-! 맡겨보겠다.

허무에게 방금 한 지시를 너에게 다시 한다.

지금 잡은 나쁜 놈들과 좋은 분들을 모두 서우리나의 대광장으로 압송시켜.

전부 공개처형한다.”

“예?”

뭔가 잘못 들었는지 얼빠진 대답이 자연스럽게 튀어나온다.

‘공개처형?!

악한 신들은 상관없지만 선한 신들도 있는데?

왜 그런 비난, 아니 탄핵 받을 짓을 해?’

그리고 다시 주변에 물어서 확인하려 했다.

하지만 뒤에 서 있는 칭호를 받은 존재들도 충격을 받았는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럼 방금 들은 말이 사실인 것이 확실하다는 뜻이었다.

머리가 빙글빙글 돌면서 위험경고를 마구 띠운다.

‘하루에 두 명씩 고위신을 꼬박꼬박 납치했더니 신족들이 아주 난리이다.

범인을 찾으면 반드시 처단한다고 지역전체를 뒤집을 정도인데 본성에서 공개처형을 해?

만에 하나 칭호를 받은 존재 아니 내가 주동자이라는 소문이 나면 끝장이다.’

신족이 아무리 몰락했어도 아직 자기 지역에서는 지배세력이고 창조신들도 무사하니 저력도 충분히 있었다.

그리고 자신은 어디까지나 독립 세력의 대표가 되고 싶었지 십억이 넘는 신족을 적으로 돌릴 생각은 전혀 없었다.

더구나 공개처형을 하는데 앞장서서 압송하라니 빼도 박도 못하고 신족의 적이 될 판국이었다.

“…….”

할 말을 잃은 불복종의 디스를 보고 혀를 차는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쯧쯧-! 무슨 생각을 하는지 손에 잡힐 듯이 보인다.

역시 글렀군.

생각이 많아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느리다는 점이 모사, 아니 현자의 약점이지.’

지금처럼 성공확률이나 이해득실을 따지다가 대처가 늦어지는 것이 모사나 현자의 가장 큰 문제점이었다.

평상시라면 신중해서 좋으나 지금과 같은 격변기에서 조직의 대표로는 치명적인 결점이었다.

“쯧-! 주어진 기회에 목숨을 걸고 이득을 쟁취하지는 못할 만정 위험부터 계산해?

그리고 평판에 신경을 써서 무슨 대표를 한다고?

대표 자리가 좋아만 보이더냐?

부하가 지는 부담 전부보다 더한 무게를 감당할 자신과 능력이 없다면 물러나는 것이 좋을 것이다.”

“…….”

대표로서 각오를 묻는 질문에 아무 말도 못하고 고개를 떨어트린 불복종의 디스였다.

그 모습을 보고서 고개를 뒤로 돌려서 허무의 베인을 쳐다보고 물었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나?

각오는 되어 있겠지?

허무의 베인?”

이건 불복종의 디스는 칭호를 받은 존재들의 대표로 못 써먹겠으니 그만 뒤에서 나오라는 압박이었다.

하나 허무의 베인은 겨우 신력 향상 때문에 신족과 불구대천의 원수가 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다.

영원을 사는 존재들에게는 친구를 늘리는 것보다 원수가 없는 것이 더욱 중요한 일이었다.

누구라도 은혜는 잊어도 원한은 남기기 때문이다.

‘신족을 몰래 납치 후 처단만이 아니라 공개처형까지 하겠다니?

나중에는 뭘 시킬 줄 알겠는가?

이쯤에서 몸을 사리고 정체를 숨기고 일하자.

나라면 그 정도로도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다.’

그런 마음이었기에 더욱 정중한 음성으로 대답을 했다.

“모처럼 대표가 되고자 나섰으니 한번만 믿어주십시오.

기회를 주시면 불복종의 디스는 잘 할 것입니다.

권능역시 정신계이기에 기대를 해주시면 더욱 효과가 클 것입니다.”

천연덕스럽게 대표 추천과 조언까지 하는 얼굴은 너무나 진지했다.

사정을 모르는 타인이 보면 대표 자리를 빼앗긴 것이 아니라 자진해서 양보한 것으로 착각할 지경이었다.

“…….”

“…….”

허무의 베인의 천연덕스러운 대처에 차원창세신 코아와 불복종의 디스는 잠시 말을 잃었다.

그리고 잠시 후 강대한 살기가 가득한 차원창세신 코아의 의지가 허무의 머리를 울렸다.

‘대표로 원위치-! 더 이상은 듣기도 싫다.

허무하게 신생을 마감하기 싫으면 지금 당장 대표 자리로 돌아가라.

내가 처음에는 모든 칭호를 받은 존재들을 처단하고 칭호를 축출하려고 했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네가 쓸 만하니 생각을 바꾸었을 뿐이다.

그러나 방해가 된다면 용서하지 않겠다.’

‘!’

그것은 처음 만났던 때보다 비교도 안 되는 살기와 마력이었다.

갑자기 폭증한 살기에 놀란 허무의 베인이 화를 내는 차원의 마도신의 모습을 주의 깊게 쳐다보았다.

그리고 황금빛 연기 속에서 꿈틀거리는 검은 마력이 이루는 모습을 본 순간 번개를 맞은 충격을 느끼면서 몸이 움직였다.

‘스물일곱 쌍의 암흑의 날개의 형태와 머리를 둘러싼 커다란 왕관모양의 보석 뿔이라고?

설마 마신황제-!’

진리님에게 직접 가르침을 받아 십중심의 자격을 얻은 일원조차 절대기 파이가 아니었다면 곤란할 정도로 강대함을 보였던 이계의 마신황제였다.

이계 십중심을 제외하고는 누구에게도 패배하지 않았던 최강의 마신이 다시 나타난 것이다.

지금 차원창세신 코아가 분노하여 보이는 마력과 모습은 충격적인 힘을 보였던 최고의 마신과 너무나 닮아있었다.

‘이계 창조주님에게 반란의 토벌지시를 받은 마신황제에게 죽은 초월자와 지성체의 수는 전 신족에게 당한 숫자와 맞먹었다.

적군과 아군조차 가리지 않고 날뛰었으니 정말 끔찍한 피해였지.’

이계 창조주님이 만들어낸 마신황제의 절대적인 힘 앞에 혁명군인 당한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지경이었다.

그런 마신황제의 살기가 자신과 칭호를 가진 존재들에게 향한다면 엄청난 큰일이었다.

‘칭호를 받은 존재들이 십중심처럼 마신황제를 감당하기는 아직 무리다.

일단 따른다.’

상황판단을 끝낸 허무의 베인은 이해를 시키는 것보다 몸을 먼저 움직였다.

슈우우우우-! 뻐억-!

너무나 감당 안 되는 지시에 멍청하게 서 있기만 하던 불복종의 디스의 머리를 발로 차서 뒤로 날려버린 것이다.

“컥-!”

멍청하게 고민만 하다가 기습에 대응을 못한 불복중의 디스가 비명을 지르면서 날아간다.

그리고 신령에는 다급한 허무의 의지가 전해졌다.

‘이 멍청아-! 지금 조직도 제대로 안 만들어진 대표 자리를 가지고 다툴 시기가 아니다.

너는 저 마신황제의 마력이 안 보이냐?

나까지 죽일 셈이야?

이건 도저히 안 되겠다.

빨리 뒤로 가서 다른 놈들도 주의를 시켜-!’

‘마……, 마신황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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