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763화 (674/2,000)

34권 35권

이렇게 면전에서 대놓고 말을 할 수가 없었다.

혁명동지였던 초월자들의 지금 행동은 어떻게 보면 과거 신족에게 당했던 배신보다 더욱 큰 충격이었다.

대신이 아무런 말도 못하자 일원은 흐려진 의식을 추스르고 지금 상황에 가장 도움이 될 십중심에게 물었다.

“검편이여 나를 도와다오.

너의 초고속 이동이라면 현세계를 십 년이면 가로지를 수 있겠지?

나를 데리고 진리님의 영역까지 가다오.

반드시 이 빚은 나중에 갚겠다.”

그 말에 검은 외날 검을 허리에 메고 있던 검편이 차갑게 대답했다.

“일 년-! 십 년은 먼 과거의 이야기다.

너를 데리고 가도 삼 년 정도면 충분하다.”

과거보다 열배나 빨라졌다는 말에 일원은 감탄했다.

‘방어에 집중된 나는 백 년이 걸리지만 속도에 집중된 검편은 확실히 다르다.

정말 다행이다.’

삼 년이면 어떤 사태가 벌어져도 만회할 수 있는 기간이었다.

자꾸 흐려지는 의식을 붙잡고 반색을 하면서 요청했다.

“대단하다.

그리고 잘 되었다.

부탁한다.

나를 진리님의 영역으로 데려가 다오.

내 동지들을 차원창세신 코아에게 남겨두고 왔다.

그는 위험해.

이 일이 끝나면 반드시 보답하겠다.”

“…….”

일원의 고개까지 숙이면서 부탁을 하자 검편은 말없이 고개를 돌렸다.

이미 초월자들의 상황은 긴급으로 연락을 해온 검편일족을 통해서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검편일족은 특유의 초고속의 기동력으로 현세계 전부에서 십중심의 전령과 정보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니 상황을 모를 리가 없었다.

그러나 주우주의 창조신이 초월자들의 대표가 되다니 이게 무슨 사태인지 파악이 안 될 정도로 충격적인 일이었다.

너무 황당해서 일원의 부탁에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모를 정도였다.

‘일원이 돌아가도 싸울 상대는 없다.

만약 한다면 초월자들과 결판을 내야할 판이다.’

“…….”

자신에게 고개 숙여 부탁하는 일원의 모습은 본래 검 날처럼 차가운 이성을 추구하던 자신조차 연민이 생길 정도였다.

그러나 지금 돌아가서는 안 되었다.

고통만 커질 뿐이었다.

‘네가 다시 돌아갈 필요는 없다.

이미 지배종족으로서 권력과 번영을 원하는 초월자들은 혁명의 상징인 너를 버렸다.’

다른 십중심들도 대신의 의지와 각각의 일족들의 연락을 받고서 모두 믿기지 않는 얼굴을 지었다.

이계의 지배세력이 지배권을 가지고 있는 행성들과 대표 자리를 팔았다는 사실이 선뜻 믿기지가 않았다.

일원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런 일도 있을 수 있나?

이런 수치가 있나?’

‘황금이 저렇게 반응할 만하다.’

‘앞으로 일원은 어떻게 되는 것이지?’

다른 십중심들이 모두 침묵하면서 자신을 불쌍하게 쳐다보자 이제야 이상함을 깨달은 일원이었다.

다른 십중심들이 자신들의 일족을 만들고 이계 곳곳에 정보통으로 만든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다른 초월자들이 새로운 지배세력이 되려는 의도로 보고 제재를 하려고 했으나 제지했다.

이미 황금과의 적대관계도 부담스러운데 다른 십중심들까지 반대파에 가세하게 할 수 없었다.

‘십중심들은 신족과는 다르다.

언제든지 우리들과 결판을 낼 힘이 있지만 지배권에는 욕심이 없다.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의 힘과 일족의 육성이다.

이와 사실은 같은 십중심인 내가 가장 잘 안다.

적을 더 늘릴 수는 없으니 일단 신족부터 제압한다.’

일족의 확보와 정보파악까지 막았다가는 정말 전면전이 일어날 수 있기에 무시한 상태였다.

그렇게 일족을 확보하기 위해 이계 전부에 뿌려져 있었다.

그러니 가장 중요한 신족 봉쇄선에 일족이 없을 리가 없다.

오리진과 일족의 연결은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었으니 바로 상태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설마 차원창세신 코아에게 모두 전멸했는가?”

“…….”

그 말에 더욱 곤란한 얼굴을 지은 이계 십중심들이었다.

지금 상황은 지극히 간단했다.

전멸이 아니고 오히려 한편이 되었다.

‘초월자들이 차원창세신 코아에게 행성을 거의 다 팔아먹고 대표 자리까지 기부를 받고 넘겼다.’

설명은 단 한 줄인데 일족을 통해 직접 본 십중심들도 못 믿을 일을 당사자인 일원이 받아들일 리가 없었다.

결국 대신이 또 나섰다.

툭툭-!

말없이 일원의 어깨를 두드리고 신력을 주입하면서 상세의 악화를 막았다.

“일단 푹 쉬면서 회복하세나.

지금 몸 상태로는 검편의 초고속 이동을 못 견디네.”

“대신-! 지금 차원창세신을 막고 있는 전선 상황이 어떻습니까?”

다급하게 묻는 일원의 대답에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하는 대신이었다.

이건 간단하게 대답해 줄 수 있었다.

“이상 없네.

초월자은 아무도 더 죽지 않았고 차원창세신 코아와 협상 중이네.”

“……그렇습니까?

다행이군요.”

차원창세신 코아가 자신과도 끈질기게 대화를 원했던 상황이 생각나자 믿음이 가는 말이었다.

그리고 긴장이 풀려서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일원을 부축한 대신은 긴 한숨을 말했다.

“휴우-! 현세계의 행성과 대표 자리를 거래하는 협상이고 이미 다 끝났지만 말이야.

참으로 이상이나 복수를 위한 혁명은 허무하군.

끝나면 남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

일원이 깨어나서 사실을 알면 어떻게 반응할지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파왔다.

오백억 년 전처럼 또 복수, 아니 혁명을 하겠다고 할지 몰랐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랐다.

과거의 신족세력과 지금 차원창세신 코아가 이끄는 세력은 너무나 달랐다.

‘차원창세신 코아가 일단은 진리님의 이계 대리인 이상 잘못하면 반역으로 보일 수가 있다.

그리고 황금도 이번에는 절대로 용납하지 않겠지.

무엇보다 행성 재생과 강화를 통한 이계 부흥이라는 명분을 혁명으로는 막을 수가 없지.’

정신을 잃은 일원의 어깨를 부축하고 개인 신전으로 이동하는 대신의 심정도 복잡했다.

황금만큼은 아니지만 차원창세신 코아가 이렇게 쉽게 푼 일을 왜 자신은 못했는지 의아스러울 정도였다.

아니 왜 진리님이 이계에 저런 존재를 보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일반적인 상식을 벗어난 해결방법을 고안하고 실행하면서 이루어낸다.

그 과정에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아 발생하는 어떤 오명이나 부작용도 감수하고 감내한다.

그래서 미친 회색, 아니 광기(狂氣)의 현자인가?

이런 위험한 존재를 그동안 무시하시던 이계로 보내다니?

진리님이 무슨 생각이신지 대신인 나조차 알 수가 없군.”

대신이 그렇게 일원과 다른 십중심을 부축하여 황금영역으로 이동하고 나서 한참 후의 일이었다.

경계막에 약간의 틈이 생겼다.

그리고 틈 사이에서 몇 개의 눈동자가 모습을 드러냈고 음성이 흘러나왔다.

“저들이 십중심인가?”

“정신체를 경계막이 막지 못하다니?”

“경계막을 오히려 자유자재로 이용하고 있다.”

“정말 상대 못할 괴물들이로군.”

“이만 닫아라.

아무리 경계의 틈이라고 해도 위험하다.”

“하? 모두 갔지 않는…….”

거기까지 흘러나오던 대화는 멈추어졌다.

갑자기 공간이 열리고 발사된 찬란한 황금빛이 경계막을 강타한 것이다.

투하하-!

어느새 나타난 황금빛의 창 에반젤리가 경계막의 틈을 파고들어서 가공할 만한 충격파를 속으로 쏟아내었다.

두두두두두-!

경계막의 틈이 마두 진동하면서 벌어지려고 한다.

경계막 너머에서 무엇인가 에반젤리에 관통된 듯 피로 보이는 액체가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바로 틈 안에서 수많은 손들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액체의 유출을 막고 보수를 시작했다.

순식간에 파손된 경계막의 틈을 보수하는 권능의 강함은 심상치가 않았다.

그러나 다시 모습을 드러낸 이계 황금의 절대자에게는 결코 닿지 않으려고 피했다.

손들이 경계막의 틈을 보수하면서 점점 좁아지자 에반젤리를 틈에서 뽑아낸 이계 황금의 절대자는 단호한 음성으로 외쳤다.

“꺼져라-!

이계는 이제 진리님의 영역이다.

과거의 협정 따위는 의미가 없다.

접근하면 무조건 말소시킨다.”

“…….”

시끄럽던 대화소리가 완전히 사라지고 아무 말 없이 원상복구된 경계막을 보면서 황금은 나직하게 내뱉었다.

“지겨운 것들-!

조금의 틈도 놓치지 않는군.

오백억 년 동안 전혀 포기를 하지 않았어.”

황금영역에 돌아가다가 일원이 절대거리 코아에게서 벗어나기 위해서 경계막을 변형시킨 사실이 생각나서 돌아온 황금이었다.

경계막은 하나의 세상을 지키는 보호막이기도 했기에 변형은 위험했다.

그래서 바로 돌아와서 확인해 보니 역시 외부의 존재가 침투 직전이었다.

격퇴한 외부의 존재들이 경계막의 틈을 메우고 사라져 간다.

저 멀리로 멀어졌음을 확인하고 가볍게 에반젤리를 휘둘러서 방금 생긴 경계막의 틈의 흔적까지 완전히 지워버린다.

휘이이이잉-!

황금의 권능이 완전히 경계막을 복구한 것을 확인하고 창끝에 묻은 액체를 확인했다.

푸른색의 빛나는 액체와 동일한 색의 신체조각 일부가 묻어 있었다.

경계막의 틈을 열고 대화를 나누던 존재 하나의 심장을 날려버리고 얻은 성과였다.

방금 심장을 관통시켜버린 상대의 피가 분명한 혈액을 보면서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예전에는 검은 색이더니 이번에는 푸른색 피 인가?

저들도 여러 종류가 있는 모양이군.

이건 좋지 않아.”

방금 심장을 관통시킨 상대도 권능을 쏟아 부었는데도 불구하고 완전히 끝장을 내지 못했음을 짐작했다.

신력 부족 문제도 있지만 적의 생명력의 강대함을 짐작하게 하는 부분이었다.

아직도 살아서 움직이려는 푸른색의 액체와 몸 조각을 지긋이 쳐다보던 황금은 그대로 권능으로 완전히 지워버렸다.

완전히 사라진 경계막의 틈을 보면서 다짐하듯이 말하는 황금이었다.

“하나 진리님과 우리가 이쪽에 있는 이상 아무런 의미가 없다.

현세계의 창조주님이 다시 눈을 뜨실 때까지 이계는 진리님의 것이다.

영역까지 만든 이상 누구든 침투하면 반드시 말소시킨다.”

황금영역에서 벌어진 작은 사건이었다.

그리고 정 반대에서는 한창 축제 중이었다.

초월자 대표가 된 차원창세신 코아는 바로 모성을 파괴한 지성체들을 처단하기 위해 죽음의 군세를 투입했다.

그래서 경직된 분위기를 파악한 듯이 한마디를 했다.

“나는 부자다.”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모두가 짓자 가볍게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내 방식을 따르면 너희들도 부자가 될 것이다.”

우우우우웅-!

그리고 열려진 아공간에서 강력한 정기가 느껴지는 음식과 술, 음료수들이 쏟아지듯이 끝도 없이 나왔다.

수천 명이 넘는 참석한 모두의 앞에 준비도 없이 바로 놓여 진 처음 보는 산해진미를 보면서 할 말을 잃은 초월자들과 정신체들이었다.

거대신의 모습을 풀고 원래 크기로 돌아온 차원창세신 코아는 먼저 음식과 술을 먹었다.

“주우주 제일의 부자인 나를 믿어라.

이것은 우리가 앞으로 누리게 될 부귀영화의 일부다.

과거를 잊고 현재를 즐기며 미래를 기대하도록 하라.”

다른 참석자들도 어렵게 한 조각을 먹으니 일반 음식도 아니고 신력까지 올려주는 귀한 보물이었다.

그리고 산처럼 쌓인 정기 술을 한 모금을 마시자 몸 전체에 전율이 스칠 지경이었다.

지배자급 초월자란 체면을 잊고 정기술을 마구 들이키다가 취해버린 존재들이 여기저기 보일 정도였다.

비록 용서 못할 수준이지만 방금 죽음의 군세로 인해 지성체들이 학살될 걱정은 잊고서 바로 잔치로 들어갔다.

곧 정기술에 취해 여기저기서 흥겨운 노래가 흘러나올 정도로 가열된 축제 분위기에 살짝 편승한 존재가 하나 있었다.

눈치를 보면서 숨어 있다가 나온 존재는 허무의 베인이었다.

“우물우물-! 꿀꺽-!이것 참 맛있군요.

희석은 하신 모양이지만 신력이 오르는 것을 보니 거의 보물급인데 이렇게 많이 푸시다니 대단하십니다.

허무의 베인이 진리대리 회색현재 차원창세신 코아님을 뵙습니다.

이계로 돌아오심을 진심으로 축하드리옵니다.”

입에 가득 문 음식을 정기술로 삼켜버리면서 허리를 숙이면서 천연덕스럽게 말한다.

허무의 베인은 차원창세신 코아가 이계에 돌아온 느낌을 받자마자 바로 달려와서 근처에 숨어있었다.

‘너무나 빠르고 의외로 돌아가는 상황에 어이가 없었지만 워낙 경황이 없어서 나설 순간을 놓쳤다.’

그리고 다른 칭호를 받은 존재들도 뒤 따라오는 중이니 혼자서 나설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그렇게나 원하던 정기술로 잔치가 벌어지자 참을 수가 없어서 모습은 나타낸 것이다.

그런 허무를 보면서 차원창세신 코아는 잠시 아무 말이 없다가 가볍게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휴우-! 이제 얼굴을 내미느냐?

상황파악을 끝내고 내게 붙을지 결심한 모양이지.”

초월자들이 투표를 시작한 순간에 도착한 사실은 알았지만 숨어있기에 괘심하던 판국이었다.

그 말에 잠깐 얼굴이 붉어진 허무의 베인은 더욱 깊숙이 고개를 숙이면서 대답한다.

‘자칫하면 또 맞는다.’

“물론입니다.

칭호를 받은 존재들과 저는 언제나 진리대리이신 차원창세신 코아님의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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