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결국 화가 폭발한 황금이었다.
에반젤리의 창끝이 절대기 파이를 든 일원을 향한다.
이런 상황에 익숙한 주변의 십중심들은 고개를 흔들면서 쳐다보고만 있었다.
이미 수없이 반복된 대립이자 대화였다.
오백억 년 동안 쓸데없는 혁명을 하는 일원이나 같은 기간 동안 잔소리를 멈추지 않는 황금이나 지독했다.
둘 다 엄청난 고집쟁이라서 옆에서 말린다고 멈출 리가 없었다.
여기에 서로에게 책임을 돌리고 원망만을 쌓아온 세월이 너무 길었다.
“일원-! 가진 권능조차 발휘 못하는 추한 꼴이 되어서 오백억 년을 덧없이 보낸 이유가 전부 너에게 있다.
너 하나의 복수 때문에 우리 전부가 진리님께 이름과 바람성을 받지 못하고 있단 말이다.
과거에 같이 진리님께 교육을 받으면서 동등했던 절대계의 십중심들은 우리를 아예 이제 무시한다.
그런 경멸을 당하고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물러선 나의 심정을 네가 아느냐?”
그런데 이번에는 황금이 심상치가 않았다.
언제나 하던 공식적인 비난이 아닌 개인적인 원한까지 나오고 있었다.
황금의 분위기가 이제까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게 살기와 투기로 물들어 있었다.
“당장 복수를 멈추어라.
그리고 내가 만든 황금영역에 들어서 일원일족을 만들라.
차원창세신 코아에게 이계를 인계 받기 위한 세력을 서둘러서 준비해야 한다.
이계 부흥이 끝나면 너무 늦다.
지금 거부한다면 이제 나의 적은 바로 네가 될 것이다.
당장 대답하지 않으면 너를 십중심으로서 자격부족으로 죽여 버리고 새로운 일원후보를 찾아서 진리님께 추천하겠다.
이제까지 외면해 왔던 서열 1위인 나의 권리이자 의무를 드디어 행사하겠단 말이다.”
“!!!”
에반젤리에 담긴 황금의 권능이 끝도 없이 솟구쳤다.
대부분 화상이나 통신만으로 싸웠는데 바로 앞에서 일원이 직접 고집을 부리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쌓인 감정이 요동치고 있었다.
아니 신력고갈상태로 절대기 파이가 약화된 지금이라면 바로 쓰러트릴 수 있다는 사실이 자꾸 투지를 자극했다.
‘역시 차원창세신 코아에게 당해서 최악의 상태로군.
절대기 파이조차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될까봐서 직접 보지 않으려고 했지만 이제 늦었다.
더 이상 참아줄 수 없다.’
새삼스럽게 일원에 대한 감정이 더 악화되어 처단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전혀 다른 이유였다.
오백억 년 동안 자신이 이루지 못한 초월자들의 혁명의 중지를 차원창세신 코아는 순식간에 이루었다.
‘비록 정기로 사버렸다고 하지만 분명 초월자들의 난동을 중지시킨 것은 맞다.
왜 나는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지?
정기는 바람성이 없어도 나라면 얼마든지 조달 가능했다.
오백억 년 동안 나는 도대체 무엇을 했나?’
언제나 최고로서 인정받던 황금으로서는 상상도 못했던 열등감과 패배감이 두 번째로 밀려오고 있었다.
그것도 상대가 같은 십중심도 아닌 주우주의 창조신이 대상이니 정말 감당하지 못한 감정의 폭풍이었다.
“자질은 있으나 수련과 노력이 부족한 저열한 십중심을 배제한다.
서열 1위인 황금에게 가장 중요한 업무이다.
나는 개인적인 복수가 끝났음에도 원래의 자리로 돌아오지는 않는 너를 어떤 희생을 치루더라도 처단해야 했다.
그러나 한때 진리님에게 같이 배운 동료라는 사실이 나를 망설이게 했다.
하지만 현세계가 이계가 된 이상 이제 더 이상 망설임도 물러날 곳도 나에게는 없다.
서열 1위인 나의 명령을 듣지 못하겠다면 십중심의 자리에서 강제로 퇴출시켜주마.
너의 소멸로서-!”
“큭-! 할 수 있으면 해보아라.”
이계 황금과 일원이 당장이라도 사생결단을 낼 듯이 투기를 올리자 긴 한숨을 쉬면서 대신이 나선다.
이미 현세계에 널리 뿌려둔 일족을 통해서 돌아가는 사태는 전부 파악하고 있었다.
‘거듭되는 돌발 사태에 아무리 황금이 평정심을 잃었지만 불변의 이성까지 흐려지지는 않는다.
더 이상은 십중심의 이합집산을 넘어가지 않겠다는 뜻이군.
모두에게 보내는 경고인가?’
최고의 황금이 일원이 저렇게 약화되었으니 절호의 기회라고 지금 처단하겠다고 나올 리도 없었다.
정말 처분한다면 서로 최상의 상태에서 진리가 보고 있는 앞이었다.
‘최고라는 자부심과 위세는 절대로 비겁을 행하지 않기에 나올 수 있다.
처분을 직접 언급하면서 일원을 구석에 몰아넣었다.
그러니 소멸시키기 싫으면 같은 신족인 내가 나서서 설득하란 뜻인가?’
현세계의 초월자 출신의 십중심은 황금과 소마, 검편으로 세 명이었다.
신족은 대신인 자신과 일선, 일원이라서 정확히 균형에 맞추어져 있었다.
절대계에는 흑염과 유일용신제가 초월자에 속해서 발전에 집중되어 있다고 하나 문제도 많았다.
그러니 상당히 이상적인 편성이었다.
‘그런데 이게 독이었다.
잡아먹을 초식동물이 없으면 육식동물은 멸종이지.
그리고 초식동물도 과다 증식해서 먹이가 고갈되어 멸망한다.
누가 양보하거나 희생하지 않으면 모두 끝장이야.’
어느 쪽도 세력이 기울어져 있지 않으니 양보는 없고 서로 끝까지 대립하는 평행선이었다.
조율을 하려고 해도 상대방의 우위를 인정하지 않으니 답답하기만 했다.
‘하나 이러다가 황금과 일원의 정말 결투라도 하는 날이면 관계는 끝이다.
겨우 만든 황금영역이 또 풍비박산이 나면 진리님을 뵐 면목이 없다.’
결국 한숨을 쉬고서 둘 사이로 걸어갔다.
서로 투기와 살기가 집중되어 있지만 진심은 아니니 큰 무리는 없었다.
“후우우우우-! 대신의 역할이란 절대계나 이계나 똑같군.
가장 이성적이라서 어쩔 수 없이 중재를 해야 한다니 상당히 싫은 위치야.”
황금의 절대기 에반젤리의 창끝과 일원의 절대기 파이의 방패 사이에 선 대신은 황금을 바라보면서 의지를 보냈다.
일원이 지금 초월자들이 돌아가는 상황을 알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니 숨겨야 했다.
지금 차원창세신 코아와 초월자들이 벌인 짓을 일원이 들으면 지성체의 기준으로 치면 피를 토하고 죽을만한 일이었다.
‘지금은 참게.
이제 일원을 도울 세력은 없네.
초월자들의 상황을 알고 있지 않는가?
자네와 일대 일 승부를 막을 세력이 이제 일원에게는 없네.
처분이나 승부는 언제든지 볼 수 있지.’
그리고 나직하게 정확한 사실을 말했다.
“일원의 지금 상태는 최악이니 쓰러트린다고 해도 의미가 없네.
공정한 서열전으로 처리를 하지 않으면 진리님이 다시 일원을 복구하시겠지.
정말 처분을 하려면 진리님의 앞에서 정정당당해야 끝이 난다네.
잘 알고 있지 않는가?”
“…….”
대신의 말에 황금은 에반젤리를 거두었다.
생각해보니 그 동안 일원에게 붙어서 가장 골치를 아프게 했던 초월자들의 광대한 세력이 거의 사라졌다.
아니 차원창세신 코아에게 전부 빼앗겼다.
‘아직 일할 정도의 강경파들은 신족의 멸망을 부르짖으면서 혁명을 추종하지만 이제 끝이다.
차원창세신 코아가 자신을 반대하는 강경파들을 가만 둘리는 없겠지.
이미 대부분의 초월자들은 혁명이 끝났음을 인정하고 변화와 부흥으로 가고 있다.
일원이 돌아간다고 해도 바꿀 수 없어.’
잘 생각해보니 일원이 불쌍할 지경이었다.
그 동안 몇 번이나 다른 초월자들이 계파를 떠나서 합심하여 일원을 대표로 올리려고 했다.
그런데 일원은 스스로 죄 많은 신족이라고 사양하던 초월자 대표 자리였다.
권력을 위해서 혁명을 한 것이 아니라는 말하면 수없이 사양했었는데 이게 지금사태의 가장 큰 핵심이었다.
‘계파 간의 혼란을 중지하기 위해서는 가장 시급한 것이 강력한 대표였다.
일원이 사양하여 사실상 거의 무의미해지려던 자리였는데 차원창세신 코아가 재빨리 챙겼지.
막대한 대가를 지급하면서 말이야.’
일원을 중심으로 뭉쳤던 강경파들조차 아무것도 못하고 대표 자리를 차원창세신 코아에게 넘긴 결과 혁명을 종료되었다.
‘만에 하나 일원이 초월자 대표로 취임해서 자리를 지켰다면 결코 벌어지지 않을 일이다.’
위에서 조율할 대표가 오랜 기간 공백이라서 계파 간에 갈등이 갈수록 커져만 가는 문제점이 컸다.
이걸 어떻게든 해소하려던 초월자들의 바람을 파악한 차원창세신 코아의 전격적인 조치가 혁명의 치명타가 되어버린 셈이다.
‘결국 일원은 오백억 년 동안 모든 것을 바쳐 키운 모든 혁명세력을 잃었는가?
참으로 허망하군.
역시 일족과 개인전력 강화가 우선이다.’
자신도 소규모지만 황금일족을 이끌고 있는 오리진이었다.
사실을 전부 알게 된 일원의 절망을 예측할 수 있었다.
그래서 꺼내들었던 에반젤리를 거두고 뒤로 돌아보지도 않고 황금영역으로 돌아가 버리는 황금이었다.
이제 일원에게서 초월자들의 세력이 없는 이상 언제든지 처분할 수 있었다.
그리고 황금영역은 초기 단계라 너무 쉬워진 일원의 처분이 아니더라도 할 일이 너무나 많았다.
스스스-!
너무나 쉽게 떠나는 황금의 모습에 일원은 놀랐다.
자신의 신력이 고갈된 지금은 황금이 그렇게나 원하던 절호의 처분기회였다.
그런데 대신의 말 몇 마디에 순순히 사라지자 오히려 당황해하는 일원이었다.
아니 긴장이 풀려서 의식조차 흐려질 지경이었다.
절대거리 코아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무리했던 모든 여파가 한꺼번에 몰려온 것이다.
비틀-!
일원이 절대기 파이의 통제조차 잃고 쓰러지려 하자 옆에 있던 대신이 황급하게 부축했다.
신체를 접촉하여 심각한 상태를 확인한 대신은 놀랐다.
의식을 유지하는 것이 다행일 정도로 신력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런 엉망이로군.
일단 내 신전에 가서 안정부터 취하세.”
이계라면 정상적인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신력과 정기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하지만 황금영역에 만들어 놓은 십중심들의 개인 신전이라면 빠르게 회복될 것이기에 다급하게 공간이동을 시키려 했다.
‘무슨 잘못을 했든 귀중한 십중심이다.
그것도 같은 신족을 허무하게 잃어서는 안 되지.
지금 이계의 정기상황으로는 일원이 언제 다시 채워질지 모른다.
어떻게든 지금 있는 십중심들을 지키고 대수를 만들어내야 해.
하나 이제 자연적으로는 후보조차 아예 태어날 기미가 없으니…….’
현재 이계의 허약한 정기밀도로는 창조력의 정점인 대수(大手)는 태어날 가망조차 없었다.
황금영역 안에서 십중심들이 모여 있으면 어쩌면 가능할 수도 있기에 일원은 반드시 필요했다.
그런 대신의 다급함에도 불구하고 일원은 고개를 흔들면서 거부의사를 표했다.
“아닙니다. 대신.
언제나 도와주시는 호의에는 감사드리나 지금 쉴 여력이 없습니다.
제가 없으면 혁명의 동지들에게 무슨 일이 있을지 모릅니다.
빨리 돌아가서 차원창세신 코아를 막아야 합니다.”
“…….”
일원은 말에 대신은 정말 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황금은 갔고 몸 상태도 어느 정도 안정된 것 같군.’
이제 돌아가는 상황을 사실대로 이야기해야하는데 입이 영 떨어지지가 않았다.
아무리 대신이 가장 이성적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같은 십중심에게까지 무감정하게 대할 수는 없었다.
같은 경지와 힘을 가진 동등한 존재는 거의 없기에 귀중했다.
하나 내용이 문제였다.
‘자네 혁명동지들은 차원창세신 코아에게 현세계 행성들과 대표 자리까지 팔아넘기고 아주 잘들 있다네.
아니 이제 축제를 열고 있더군.
자네만 요양하면 아무 문제없어.’
=============================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