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황금의 당황스러워하는 말에 마치 웃는 것 같은 균열이 코아의 검은 표면에 그어졌다.
살기와 투기가 넘치는 소름끼치게 흉악한 웃음소리와 의지가 주변을 울린다.
‘크크크크크큿-! 누가 감히 나를 흡수하려하는가?
이계의 황금인가?
아주 잘 되었군.
너도 나의 폭발로 동시에 날려주지.’
황금은 코아의 갑작스런 의지 발현에 황금 깃발에 담으려던 전술을 수정해야할 필요를 느꼈다.
에반젤리의 깃발에 담을 수 있는 것은 오직 권능뿐이었다.
“칫-! 정말 살아있는가?”
결국 깃발에서 거의 풀려난 코아가 황금시대조차 튕겨내고 다시 폭발하려는지 진동을 일으킨다.
구루루루루루릉-! 스스스스-!
황금은 낭패의 표정을 지었다.
이런 권능인지 마도인지 아니면 살아있는 존재인지 모를 존재는 깃발에 담을 수가 없었다.
‘분신의 일종인가?
그러면 봉인은 무리이겠군.
직접 없애야 한다.’
황금이 코아를 어쩔 수 없이 깃발에서 풀어놓으려 하자 소마가 다급해져서 소리쳤다.
“황금-! 코아를 깃발에서 풀어주어서는 안 돼.
코아는 생물이 아닌 폭탄권능이 맞다.
방금 거부반응은 단순한 에반젤리의 흡수 과부하다.
과다한 용량에 조금 더 시간이 걸릴 뿐이다.”
터무니없는 코아의 폭발력은 이미 경험해 보았다.
그러나 지금은 에반젤리의 깃발 봉인에 저항하기 위해 다시 응집해서 약화되어 있다.
그러나 만에 하나 황금의 깃발에서 풀려나오자마자 또 폭발한다면 황금까지 날려질 가능성이 있었다.
“표면의 변화와 의지전달은 차원창세신 코아의 단순한 원격조작에 불과하다.
그러니 전력으로 흡수해 버려.”
“…….”
소마의 말에 코아를 깃발에서 방출시키 처리하려던 황금은 동작을 멈추었다.
소마는 순수한 마도에서 정신체로는 최고의 경지에 도달한 존재였다.
‘마도에 속한 권능의 분석에서 자신보다 위였기에 더욱 정확할 것이다.
저 말이 맞겠지만…….’
하나 황금의 자존심이 인정을 막았다.
에반젤리의 깃발이 단숨에 제압하지 못하는 권능이 있다고는 믿기지가 않았다.
“내 에반젤리의 흡수속도가 따르지 못하는 마도가 있을 수 있다고?
그걸 인정하라는 것이냐?”
그 말에 소마의 웃는 가면이 마력의 빛을 내뿜었다.
그것은 경고이자 분노였다.
“단순한 권능의 강약이 아니다.
코아가 가진 정보용량이 엄청나서 단순한 흡수속도 부족으로 생긴 문제라고 말했다.
그리고 마도는 소마인 내 전담이며 너보다 우위다.
내 전문분야에서 또 고집을 부리려한다면 연합은 당장 취소다.”
협박과도 같은 소마의 말에 황금은 노여움의 감정을 느꼈으나 겨우 모인 십중심의 연합이었다.
자신의 감정과 고집으로 와해시키기에는 너무나 할 일이 많았다.
이미 차원창세신 코아가 현세계를 초월자들에게 전부 사버린 이상 서로 다툴 여유도 없었다.
지배세력인 초월자들의 대표 자리까지 차지한 이상 진리의 지침을 따르는 것이 최선이었다.
‘어떻게든 십중심들을 합쳐서 진리에게 부끄럽지 않은 세력을 만들고 당당하게 인계를 받아야 한다.’
차원창세신 코아에게 복구가 끝난 현세계를 넘겨받는다.
가장 무난하고 이상적인 방법이었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그러면 누가 십중심의 권위를 인정한단 말인가?
영원히 차원창세신 코아에게 비교당할 것이다.’
그리고 이계가 겨우 주우주의 창조신에게 전부 팔렸다는 사실을 절대계의 다른 십중심들이 알면 얼마나 비웃을지 생각만 하면 눈앞이 깜깜해지는 심정이었다.
“……알았다.”
힘없이 대답한 황금이 전력으로 코아를 깃발에 담으려고 했다.
그러자 과연 마치 생물체처럼 반응하던 코아이지만 다시 흡수가 되었다.
소마의 분석이 정확한 듯 전력을 기울이자 깃발에 코아에 더욱 빠르게 빨려 들어간다.
그런데 갑자기 코아에게서 차원창세신 코아의 음성이 흘러나왔다.
“칫-! 역시 황금의 절대자인가?
불완전한 마도로는 대항할 방법이 없군.
김이 완전히 샜어.
이러면 적자지만 어쩔 수 없지.”
그 말과 함께 코아의 모습이 순간적으로 회색빛으로 분해가 되어서 사라진다.
거의 흡수가 끝내가던 코아가 갑자기 회색빛으로 변하여 사라지자 잠시 당황했으나 바로 사태를 짐작하고 이를 가는 황금이었다.
파팟-!
“으득-! 차원창세신 코아.
지독하게 포기가 빠르구나.”
차원창세신 코아가 자신에게 코아의 권능을 넘기지 않으려고 마력과 신력을 조합하여 바로 소멸시켜버린 것이다.
물과 불이 만나는 격렬한 폭발력이 아닌 마치 검은 색과 흰색을 섞어 회색빛을 만드는 것처럼 너무나 자연스럽게 말이다.
우웅-!
‘코아가 분해된 회색빛조차 완전히 사라진다.’
이제 깃발을 담으려고 해도 아무 쓸모없는 잔해에 불과했다.
무리를 해서라도 코아를 깃발에 담아서 분석하려던 황금의 입장에서는 어처구니가 없는 결과였다.
그러나 겨우 위기를 넘긴 다른 십중심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간단한 구조 작업으로 생각했는데 잘못하면 일천 주우주 너머로 날려질 위기를 당했다.’
‘상당히 위험한 상대로군.’
모처럼 치열한 삶의 긴장이 돌아오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바로 나름대로의 분석결과를 내었다.
일단 서로의 권능으로 세부분석을 하고 토의를 해야지 상대가 가능할 것 같았다.
“비록 우리에 비해 써클은 떨어지지만 놀라울 정도의 권능 운용이다.”
“주우주에서 12써클이라고 하지만 거의 14써클의 위력으로 보인다.”
“마도의 숙련도도 엄청난 수준이야.”
“무엇보다 예측불허의 전투방식이 성가시군.”
그렇게 십중심들이 한마디를 하고서 일원을 쳐다보았다.
일원이 차원창세신 정면대결을 했으니 가장 잘 알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언제 십중심의 수치를 처분한다고 황금이 달려들지 몰라서 경계를 늦추지 않던 일원은 그 시선들의 의미를 알고 바로 대답했다.
“혼자서 상대하기 힘든 강적이다.
둘 이상이 힘을 합쳐야 한다.”
분석의 마무리를 지은 일원의 말에 다른 십중심들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동의했다.
그 모습을 본 황금은 가늘게 한숨을 쉬었다.
일대 일로 이길 수 없다면 남은 것은 합동으로 공격을 해야 하는데 십중심의 자존심이 용납지 않았다.
‘십중심이 둘 이상 몰려가서 차원창세신 코아 한 명을 공격하여 이기면 아무 의미가 없다.’
다수가 개인을 공격하는 것은 약자만의 방식이었다.
다른 정신체들이 십중심의 우위를 인정할 리가 없었다.
그리고 진리를 볼 면목조차 없었다.
‘결국 남은 방법은 하나로군.
진리의 지침대로 현재 차원창세신 코아가 가진 전력을 능가하는 세력을 만들어서 인계를 받아야 한다.
이계 부흥이 완전히 끝나기 전에 말이야.’
그런데 그 방식도 힘들어 보였다.
이제 차원창세신 코아는 신족의 창조신장이며 초월자들의 대표였다.
비록 진리님에게 위임받고 정기로 사버렸다고는 하지만 엄청난 세력이었다.
‘저 정도의 세력을 능가하려면 일원의 복귀는 필수이다.’
모든 공격을 막아내는 절대의 방호력을 포기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꾹 참고 잘 설득한다는 다짐은 차원창세신 코아에게 당한 한심한 몰골을 보자 또 터져 나왔다.
결국 또 일원이 문제였기 때문이다.
‘오백억 년 동안 혁명을 명분으로 이끌었던 초월자 세력 거의 전부를 주우주의 존재에게 허무하게 빼앗기다니?
도저히 같은 십중심으로 신뢰가 안 간다.
이러면 일원부터 처분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서열 1위 황금의 가장 큰 의무와 권리가 자꾸 머리에 떠올랐다.
그리고 마음속에서 소용돌이치는 원망과 경멸이 결국 험악한 목소리로 변해 터져 나왔다.
“더 이상 기다려 줄 수 없다.
일원-! 십중심에 복귀하여 일원일족을 만들라.
이건 서열 1위의 명령이다.”
황금의 강압적인 명령이라는 말에 다른 십중심들은 골치가 아프다는 표정을 지었다.
현세계에서 십중심의 우열은 서열전으로 확실하게 정해지지 않았다.
일족을 만들지 않았다고 진리가 허락하지 않은 것이다.
비록 황금이 가장 강하다고 하나 목숨을 걸고 정면승부를 하기 전에는 승부는 모를 일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십중심으로의 복귀조차 거절했던 일원이 황금의 명령을 받을 리가 없었다.
역시 거부 반응이 바로 나왔다.
“거절한다.
나의 혁명은 끝나지 않았다.”
일원은 신력고갈 상태라서 거의 전부불능이면서도 투지는 사라지지 않았다.
절대기 파이조차 경계막에서 몸으로 돌려서 전면을 막는 모습을 본 황금의 눈빛은 분노로 빛났다.
꼭 필요해서 가급적 좋게 설득하려고 했지만 이제 참아줄 여유가 없었다.
일원이 저렇게 끝까지 붙잡고 고집하는 혁명조차 이미 허상이었다.
“신족은 이미 지배세력이 아닌 극소수의 소수종족이다.
지배세력이 된 초월자들이 몰락한 신족을 멸족시키려는 행위는 이제 혁명이 아닌 탄압이란 말이다.
너의 행위는 과거 신족이 보였던 학살과 다름없다.”
그 말에 일원도 잠시 대답을 멈칫했다.
이미 온건파들에게서 여러 차례 나왔던 지적이었다.
‘이제 강자이며 다수인 초월자들이 약자이며 소수인 신족에게 혁명이란 용어를 쓰는 것이 올바른가?’
‘우리는 지금 혁명이 아닌 탄압을 하고 있다.
그것도 과거 신족이 내세우던 발전도 아닌 과거의 복수를 위해서 말이다.’
‘새로이 지배종족이 된 우리는 탄압도 복수도 아닌 지배와 관리를 해야 한다.’
하나 신족은 아직 망하지 않았다.
수는 엄청나게 감소했으나 신족의 주력인 창조신들이 거의 보전되어 있었다.
더구나 신족의 저력은 같은 신족인 자신이 더욱 잘 알았기에 부흥기회를 줄 수 없었다.
‘창조신들이 무사한 이상 원래의 전력 회복은 시간문제다.’
행성단위의 창조가 가능한 창조신을 대체할 존재는 아직 없었다.
신족을 완전히 제압하려면 어떻게든 창조신들을 전부 잡아 없애고 주신이하만 남겨야 했다.
그러니 창조신이 건재한 이상 혁명을 지금 끝내자는 말은 어림도 없는 소리였다.
‘모든 정신체는 결국 창조력이 강한 존재를 따르게 된다.
초월자들에게서 신족을 대신할만한 대수일족(大手一族)이 나오기 전까지 신족을 봉인해야 한다.’
아니면 창조신을 능가할 창조력을 가진 존재를 만들어야 했다.
그러나 너무 희박해진 정기밀도는 강대한 창조력만큼 강한 정기가 필요한 대수(大手)의 발생자체를 막았다.
아니 초월자란 존재자체가 창조력과는 적성이 맞지 않았다.
힘들여 발굴하여 기른 대수 후보도 결국 파괴력 쪽으로 흘렀다.
‘어떤 대수 후보를 제시해도 진리님은 받아들이지 않았어.
아니 나조차 납득하기 힘든 수준밖에 없었지.’
그렇다고 신족에게서 대수가 나타나면 피폐해진 현세계의 상황에서 바로 반격을 허용할 수 있기에 필사적으로 막아왔다.
그리고 이제는 일부러 그럴 필요도 없을 정도로 이계가 약화되어버렸다.
‘모든 것이 얽히고 꼬여서 여기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하지만 아직 혁명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신족은 아직 죄의 대가를 다 치루지 않은 것이다.
“탄압이 아닌 심판이다.”
그 말에 황금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면서 쏘아붙였다.
“너의 사적인 복수겠지.
그 당시의 일과 관련된 모든 존재는 이미 너의 손에 말살되었다.
그런데도 아직 만족하지 못하는가?
겨우 너의 복수 때문에 이계가 이렇게 되었다.
한 때 절대계와 동등하던 현세계가 이렇게 되었는데도 부족한가?
대답하라-! 일원.
도대체 얼마나 너의 동족과 세계를 죽여가야 만족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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