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760화 (671/2,000)

34권 35권

혁명 다음에는 반드시 대숙청이 따른다.

이 대숙청이야말로 강경파들의 가장 큰 고뇌였다.

그것은 과거의 지배세력만이 아니라 그들을 따르던 세력까지 합쳐야 처분해야 하니 엄청난 희생이었다.

그리고 목표는 같으나 방법이 다른 동지들까지 처단해야 하기에 진행을 망설여 왔다.

하나 이제 허계에서 온 창조신이 대표로 선출되어 강제로 추진하고 있으니 더 이상 막을 방법이 없었다.

그렇게 이계는 이제 개인의 자유가 아닌 세계의 이익을 우선으로 하는 시대로 다시 움직이려고 있었다.

차원창세신 코아는 거침이 없이 공개적으로 지시를 쏟아내었다.

“부흥은 일단 내가 구입한 일만 개의 행성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러니 일단 모성(母星)을 죽이고 다른 행성에 진출한 종족부터 몽땅 쓸어버려.

아무리 잘 나가도 모성을 잃으면 해당 종족도 끝장이란 것부터 가장 먼저 가르쳐준다.”

“충-! 맡겨만 주십시오.”

위장충신과 살모사 황제, 무식한 찬탈자는 희색이 만연했다.

아니 안심했다.

차원창세신 코아님이 워낙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변해서 어르고 달래니 자신들이 나설 기회가 없어지는 것을 걱정했던 것이다.

‘이러다 우리들은 쓸데가 없다고 모두 죽여 정기로 싹 바뀌시는 것 아니야?’

‘에이. 설마? 만드신지 얼마나 되었다고 그렇게 하실까?’

‘쓸모가 없으면 버리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큰일이군요.

평화에는 저희와 같이 문제가 많은 힘은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나 다행히 목적은 바꾸어도 수단은 바꾸지 않는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처음에는 몰살을 시키려던 초월자들과 손잡고 이계부흥을 하려고 했으나 역시 방식은 과감했다.

모성을 죽이고 버린 종족부터 모조리 처단하라는 지시에 불안이 가신 부활악당들이었다.

나중에 독자세력이고 뭐고 일단 최선을 다해 능력증명부터 하기로 결심까지 했다.

생사의 일방통행(生死의 一方通行), 약칭 검은 길을 통해서 부활악당들과 죽음의 군대가 초장거리 공간 이동을 통해 흩어진다.

우르르르르르르-!

악명 높은 지성체들의 세력 위치와 좌표는 이미 온건파 초월자들이 다 알려주었고 병력배분까지 끝냈기에 거침이 없었다.

그리고 이제까지 아무런 통제도 받지 않고 행성 자원을 고갈시키면서까지 이기적인 번영을 지속하던 이계의 지성체들에게는 재앙의 시대가 열렸다.

* * *

그리고 절대거리 코아의 탄환 폭발에 휘말린 이계 십중심들은 차원창세신 코아의 악랄함에 이를 갈았다.

폭파 충격이라면 신체로 어떻게든 버틸 수 있겠지만 순수한 추진력으로 덮쳐서 날려버리려고 하고 있는 것이 문제였다.

너무 생소한 권능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채 단지 다섯 명이 힘을 합쳐서 필사적으로 저지하는 것이 한계였다.

그리고 제압도 서서히 풀리면서 점점 밀려나려 하고 있었다.

14써클의 정점에 있는 대신의 현실강화의 권능과 소마의 현실부정의 마도조차 통하지 않는 것이다.

“음-! 내 권능이 안 통하는군.

이런 일도 있었나?”

신력을 기반으로 하는 권능이 대신인 자신의 통제를 거부한다.

처음 겪는 일에 당혹해 하는 대신이 어떻게든 위치를 고정하는 현실을 강화해서 버티려고 한다.

하지만 세계폭탄 코아의 폭발에 모든 규칙이 뭉개져 버려서 불가능했다.

그것은 소마도 마찬가지인지 한계를 넘는 마력의 방출에 웃는 가면이 일그러져 보일 정도였다.

분해하면서 파악한 결과는 세계폭탄 코아는 말 그대로 세계 자체를 폭발시키는 폭탄이었다.

“현실부정의 마도 영역을 뛰어넘고 있다.

이 코아는 신력과 마력의 융합으로 법칙 자체를 붕괴시킨다.

이건 오로지 한 가지 분야에서 정점에 도달한 상위 존재를 소멸시키기 위한 마도다.”

이러면 마력이나 신력으로는 단독으로 막을 방법이 없었다.

어중간한 권능이나 마도를 융합해서 가로막으면 오히려 역효과일 뿐이었다.

오로지 폭발 전에 막거나 압도적인 신력으로 제압해야 했다.

서로의 권능을 연합해서 폭발작용을 억제해서 날아가는 것을 막았지만 시간문제였다.

그런데 진중한 음성이 터지듯이 울렸다.

“내가 바라는 세계는 찬란하고 영원한 황금시대.”

슈가가가가가가-!

황금빛의 창이 우주를 일순간에 가른다.

창끝이 향하는 것은 이계 십중심들이 힘겹게 억누르고 있는 코아의 폭발지점이었다.

이계 십중심 다섯 명이 쩔쩔매던 코아의 폭발영역을 손쉽게 가르는 창은 황금의 절대기 에반젤리였다.

에반젤리를 들고 돌진하는 황금빛으로 감싸인 인영을 본 이계 십중심들은 탄성을 질렀다.

“오-! 황금.”

“결국 왔군.”

“아아. 면목 없다.”

“이거 어떻게 좀 해봐.”

갑자기 등장한 황금에 다른 십중심들은 반겼지만 일원은 오싹함을 느꼈다.

초월자의 편에서 혁명을 하면서 신족을 무수하게 처단한 결과로 부족해진 창조력으로 인하여 이계는 피폐해졌다.

자신은 신족을 멸족시키고 그 다음에 해결을 보려했었다.

하나 당장 끝내고 지금의 신족으로 부흥을 시키자는 황금과는 수없이 의견충돌을 했었기 때문이었다.

‘서로 싸우지는 않았지만 적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

아니 이미 서로의 존재를 노리는 원수인가?’

황금이 혁명으로 인한 이계 퇴보를 명분으로 진리님에게 몇 차례나 자신의 처분을 주장했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신족의 완전부흥은 아니라도 창조분야만이라도 다시 주도권을 돌려주어야 한다는 황금의 시도를 몇 차례나 모두 가로막았다.

‘그때 보인 황금의 분노와 살기는 나조차 순간 질릴 정도였지.’

만에 하나 주변에 수많은 초월자들이 없으면 당장 끝장을 낼 기세였기 때문이었다.

그 이후도 혁명을 그만두고 십중심의 자리로 돌아오라는 황금의 권유를 들으면서 수없이 충돌했다.

물론 들어줄 수 없는 요구에 서로 악감정만 쌓였으니 경계를 놓을 수가 없었다.

“…….”

분명 자신을 능가하는 강자인 황금과의 대립은 부담이 너무 컸다.

신족을 거의 멸망시켰지만 지도층인 창조신들과 주요전력이 진리님의 영역으로 도주를 허용하는 커다란 실수를 한 이유이기도 했다.

‘진리님의 영역에서 강자인 십중심인 내가 약자들을 학살을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신족을 끝장내기 위해 자신을 제외하고 총동원된 초월자들의 군세는 정말 의외로 직접 나서신 진리님에 의해 분쇄당해 버렸다.

간청해서 대부분 살려나왔지만 다시는 들어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그 이후에는 전세는 아무런 변함이 없었고 부작용만 커져갔다.

혁명이 길어질수록 명분도 지지도 약해진 것이다.

‘혁명은 이계가 멸망하고 있는 주원인이다.’

나중에는 그렇게 공언한 황금이었다.

이런 관계이니 당장 에반젤리의 창끝이 자신을 향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는 이유이기도 했다.

과거 진리에게 같이 배우고 느꼈던 우정도 이미 빛이 바랜지 오래였다.

‘지금은 신력이 고갈되어 황금의 공격을 버틸 힘이 없다.

너무 멀리 와서 동지들의 조력도 불가능하다.

자칫하면 여기가 내 무덤이 될 수도 있겠군.’

자신을 처단하고 신족을 복구시킬 기회만을 노리던 황금이었다.

십중심에서 부동의 서열 1위인 황금의 권능을 생각하면 지금 피폐된 몸 상태로는 대항은 고사하고 소멸이 가장 가망성이 큰 길이었다.

그런 일원의 고심과는 달리 황금의 절대기 에반젤리의 창끝은 일원이 아닌 코아의 폭발력을 관통한다.

두두두두두두-!

코아의 폭발을 쉽게 제압한 이계 황금의 얼굴은 심각하게 굳어있었다.

‘십중심 다섯 명이 모였는데도 막아내지 못하는가?

이런 힘과 권능에 이제 초월자들의 대표까지 되었다면 이제 어쩔 도리가 없다.’

초월자들의 대표로 차원창세신 코아가 임명되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정보 획득을 위해 근처에 위치하던 황금일족을 직접 대표 선출장에 보내서 실시간으로 긴급보고를 받은 것이다.

오리진으로서 일족을 통해서이니 직접 본 것과 다름이 없다.

하지만 하도 믿기지 않는 사실이라서 추가로 자세한 과정을 파악하고 나서는 머리가 아파졌다.

‘설마 현세계의 지배권을 되돌려 받기 위해서 초월자와의 전쟁 대신에 행성 전부를 사버릴 줄이야.

아무리 망하기 직전이지만 팔아버린 초월자 놈들은 도대체 뭐하는 것들이냐?

더구나 기부라고?

결국 대표 자리까지 팔아치웠다.

이것들을 전부 어떻게 처리해야 하지?’

‘어……, 어떻게 할까요?’

‘……상황을 주시하도록 해라.’

회의장에서 바로 보고하는 고위 황금일족의 얼굴은 차원창세신 코아의 위압감에 일그러져있었다.

이것도 놀랄 일이었다.

‘지배자급 초월자들조차 우습게 여기는 황금일족이 말을 더듬을 정도로 위축되고 있다.

차원창세신 코아가 그 정도라는 것인가?’

다른 십중심들 앞이라도 당당한 고위 황금일족의 떠는 반응은 자신보다 존재감이 상위라는 뜻이기도 했다.

이러니 다른 십중심들의 조력이 더욱 절실해졌다.

‘그것이 비록 배신자나 다름없는 일원이라도 말이다.’

그런데 일원을 직접 보면 살해해버릴까 우려되어 다른 십중심들을 도와주라고 보낸 일이 생각났다.

방심하지 말라는 진리님의 경고도 있고 해서 혹시나 해서 급하게 달려왔는데 역시 이 꼴이었다.

‘잘못했으면 십중심 전부를 외계로 날려버려서 잃어버릴 뻔했다.’

더욱 차원창세신 코아의 권능 분석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투가가가가가강-!

에반젤리가 완전히 관통하자 코아의 강력한 폭발력이 일순 멈추었다.

창 전체에서 뿜어진 황금의 권능에 폭발하던 코아가 서서히 본래의 검은 구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완전히 제압하여 깃발에 담아 분석하려는 의도였다.

이렇게 폭발조차 취소하여 다시 코아의 원래 형태로 되돌리는 일이 가능한 황금시대의 권능은 간단했다.

더없는 불변의 완벽함이었다.

그 앞에서는 어떤 권능과 마력도 한계를 드러내고 소멸한다.

황금의 절대자가 원한다면 본래의 원형, 즉 안정된 현실로 돌아가는 것이다.

‘완전은 불완전을 용납하지 않는다.

견고한 현실강화의 강화도 무시하는데 불안정한 현실부정의 마도가 나를 이길 수 없다.’

황금시대가 발동하면 주변의 모든 불완전한 모든 존재의 권능을 지우거나 굴복시킨다.

방어나 공격을 가리지 않고 심지어 세상의 법칙까지 조정한다.

모든 현실을 원래대로 조정하여 모든 권능과 마도에게 우위를 점유한다.

황금시대가 발동된 이후에 남은 것은 오로지 황금의 권능뿐이었다.

그렇기에 황금은 부동의 최강이었다.

두두두두두두-!

그러나 에반젤리에 완전 제압되어 다시 검은 구로 돌아간 코아가 진동을 시작한다.

반응이 사라지지 않고 또 다시 폭발할 기세로 진동하자 황금의 눈썹이 위로 치솟았다.

감히 황금시대 앞에서 굴복하여 사라지지 않고 발악하는 권능이나 마도가 있다니 용서할 수가 없었다.

“건방진-! 나의 황금의 깃발은 세상 전부를 뒤덮는다.”

휘리리리리리리리리-!

에반젤리의 창대에 묶여있는 깃발이 빠르게 펴지면서 거대한 코아를 휘감았다.

어떤 상위의 권능도 담을 수 있는 에반젤리의 깃발이다.

그러니 당연히 완전히 흡수되어야 하는데 이번에는 달랐다.

결국 본래의 검은 구 형태로 돌아간 코아는 흡수가 되면서도 쉽게는 굴복하지 않겠다는 듯이 섬뜩한 울림을 토해낸다.

우르르르르르르-!

이제 이제까지 다른 십중심의 권능까지 아무 이상 없이 흡수했던 에반젤리의 깃발에서 거부반응까지 나오고 있었다.

처음 보는 에반젤리의 이상반응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황금이었다.

“음?”

두두두두두둑-!

여기에 절반이상 에반젤리의 깃발에 흡수되었던 코아가 발악하듯이 요동치면서 벗어나려 한다.

그것은 마치 살아있는 생물체와 같았다.

단지 권능에 의해 발동만 하는 권능이라면 있을 수 없는 반응이었다.

“단순한 폭탄권능이 아니었구나.

설마 하나의 세계, 그 자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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