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752화 (663/2,000)

34권 35권

진리는 거기까지 상황을 보고 화면을 멈추었다.

이계를 부흥시킬 진리대리의 일은 아주 잘하고 있었다.

‘부흥을 위해서는 전쟁이나 파괴보다 협상과 창조가 우선이다.

본인의 창조능력도 상당한데 자신의 개인재산까지 아낌없이 투자하니 더할 나위가 없군.’

만약 저런 방식으로 초월자 전부를 고스란히 흡수한다면 이계 십중심도 못할 수준의 성과였다.

‘상당히 정기 만능주의자가 된 경향이 있지만 잘하고 있어.

그런데 정말 이계 소유권 전부를 주우주에서 축적한 정기로 사들일 기세로군.

이게 가능한 일인가?’

하나의 세계를 전쟁으로 빼앗는 것이 아니라 통째로 사들인다는 방식이 처음에는 기가 막혔다.

한데 생각해보니 나쁘지 않은 일이기도 했다.

아무리 허약해도 다른 세계와의 전쟁에 사용하는 정기와 인력손실은 지극히 막대했다.

저렇게 피폐해진 이계라면 차라리 저렴하게 사들이는 편이 나을지도 몰랐다.

“……이계 대신에 새로 만들 차원 주우주급으로 하나 만들어 주면 되려나?

나중에 이계 창조주와 대화를 좀 해보아야 했군.”

진리가 진지하게 이계의 처리 행방을 고민하는 시간에 차원창세신 코아와 이계 초월자 중 온건파의 협상을 마무리가 되고 있었다.

계약은 지극히 순조로웠다.

초월자들이 똑같은 계약서를 받고서 읽고 있는데 누구도 불만이 없을 정도였다.

아니 서로 웃고 있었다.

초월자들은 반란세력까지 설치는 골칫거리였던 적자행성을 엄청난 정기를 받고 팔았으니 기쁠 수밖에 없었다.

차원창세신 코아도 너무 쉽게 행성들을 돌려받아서 아주 기분이 좋았다.

가진 정기가 계측 불가의 수준이 넘어가니 큰 짐이기도 했던 것이다.

‘누가 손을 벌리기 전에 전부 투자해야지.’

이계의 창조신장이 자신인 이상 신족을 총동원하여 본전이상을 뽑아낼 자신이 있었다.

“좋군.

다시 정리해 보지.

첫 번째로 행성의 소유권은 사백구십구 주우주 차원독립신계의 신계주신인 내가 가진다.”

“동의합니다.”

초월자들은 아무런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혁명을 하면서 기껏 얻은 행성을 정기만 받고 팔아넘긴 셈이지만 불만이 없었다.

‘넘긴 행성은 어차피 현상유지도 안 되던 폐기 직전의 행성들이다.’

‘부패하다 못해 썩어빠진 지성체들을 더 이상 안 보아도 되겠군.’

‘반란군 놈들을 안 보는 것만도 아주 마음에 들어.’

‘알짜는 그대로 남겨두었으니 큰 문제가 없다.’

‘그리고 어차피 창조주님의 소유권의 정식 승인도 안 되어서 불안하기 짝이 없었으니 이번에 정리한다.’

행성의 소유권이 있지만 결국 모든 주우주의 소유권은 창조주에게 있다.

현세계의 창조주님이 초월자들을 지배세력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어서 자체 개발한 신계운영 자체에도 큰 제한이 걸려있는 상황이었다.

즉 초월자들에게는 반쪽짜리 소유권이었기에 쉽게 넘긴 것이다.

팔아버린 행성들은 운영에 엄청난 부담이 가고 적자만 면하고 있는 입장이었으니 아까울 것이 없었다.

그리고 백억 년을 운영해도 얻을 수 없는 엄청난 정기를 일시불로 받았으니 각자의 본성 개발에 전념하기만 하면 되었다.

앞으로의 미래를 생각하니 희망이 벅차올랐다.

‘이제 더 이상 같이 망해가는 길을 가지 않는다.’

‘어떻게 여기까지 올라왔는데 거꾸로 혁명을 당해 망할까?’

‘강경파들과는 결판을 본다.’

기껏 얻은 영역의 지배권을 팔아넘겼으니 강경파들이 눈이 뒤집혀서 덤빌 것이다.

잘못하면 전투까지 예상되지만 이 정도로 정기가 많다면 전혀 문제가 없었다.

‘초월자 군대를 유지하기 위한 정기의 지원은 대부분 우리들이 했다.’

‘강경파들에게 비축 정기가 거의 없다.’

‘장기전은 우리가 승리한다.’

과거 혁명의 동지와 싸울 각오까지 했기에 각자의 손에 쥔 정기구슬에 더 힘이 들어가는 이유였다.

“두 번째 신족은 각 행성의 재건과 치료를 맡고 끝나면 초월자들이 대신하여 모두 관리한다.

보수는 신족과 같이 지급하고 나머지 정기의 소유권은 신족에게 있다.

이것도 동의하나?”

“물론 동의합니다.”

일단 소유권을 가진 주인과 마찬가지인 차원창세신 코아 휘하의 신족과 동등한 보수를 지급한다는데 오히려 너무 후하기까지 했다.

갑자기 관리하는 행성이 줄어들어서 생긴 초월자들의 실직까지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이었다.

그래서 초월자들이 한마음으로 대답하자 차원창세신 코아는 짙은 미소를 지었다.

“아주 좋군.

신족도 이렇게 일치단결했으면 참 좋았을 것인데 말이야.

워낙 말 많고 중구난방이니 문제야.

곧 완전히 정리할 것이니 상관은 없지만…….”

“…….”

말꼬리를 약간 흐렸지만 거기서 새어나오는 끔찍한 살기를 못 느낄 초월자들이 아니었다.

호의의 미소만을 짖고 있는 차원창세신 코아가 절대계에서 최고의 악명을 자랑하는 회색의 절대자의 현재라는 사실을 다시 깨달을 정도였다.

적인 자신들에게 이상할 정도의 관대하고 좋은 조건으로 맺은 계약이라서 깜박했지만 경각심이 되살아나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내용도 으스스할 정도로 한기가 밀려왔다.

“세 번째는 행성 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일의 처리는 재건 전에는 신족이 많고 이후에는 관리를 위임받은 초월자들이 맡는다.

만에 하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신족과 초월자가 합세하여 처분한다.”

“그것도 동의합니다.”

그 말에 차원창세신 코아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그리고 재차 확인하듯이 상세하게 설명했다.

“정말 이것도 상관없나?

나는 신을 배신한 배교자들에게는 잔혹하다.

주우주의 최고위 신 시절에서도 오억 명을 하루 만에 처분했지.

단순한 배교도 큰 손해를 무릅쓰고 그렇게 한다.

그런데 정기도 약한 주제에 신족을 따르지 않으면서 반역을 해?

더구나 가장 귀중한 기반인 행성까지 망치는 극악무도한 지성체들은 무조건 몰살이다.

행성을 완전히 비운 이후에 부흥할 가능성이 있는 지성체들에게 내어 줄 것이다.

이게 신족과 나의 기본방침이 될 것인데 지성체들에게서 탄생한 초월자들이 외면할 수 있나?

이미 종족 자체가 달라졌다고 하나 초월자들의 모체와 같지 않나?”

“…….”

그 말에 온건파인 초월자들은 할 말을 잃었다.

부흥에 방해가 될 만한 나약하고 방해되는 지성체는 전멸시킨다는 선언이었다.

말대로 이미 초월자로서 정신체가 되었지만 근본인 지성체들을 학살한다는데 선언에는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원래 초월자 혁명도 신족이 선별을 이유로 대학살을 벌이려고 해서 벌어졌다.’

‘결코 허락해서는 안 될 일이다.’

그러나 머릿속에서 더 이상 행성을 오염시키지 말라고 경고하자, 거짓 신은 사라지라고 외치는 반역자들의 모습과 그들에게 당한 모욕들이 되살아났다.

정신체가 되어서 유일하게 안 좋은 점이 이렇게 어떤 수치스런 기억도 잊혀 지지가 않는다는 점이었다.

결국 완전히 반대하지는 못했다.

“그것은 너무 과한 조치가 아니실지?”

“조금 더 온화한 방식이 좋을 듯합니다.”

이미 소유권까지 팔았지만 지성체들이 몰살하는 꼴을 보고 있을 수는 없었다.

비록 휘하의 초월자들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지만 그런 사태가 벌어지면 절반이상은 이탈할지도 몰랐다.

더구나 차원창세신 코아에게 팔아넘긴 그런 대량학살이 벌어지면 강경파들과 정말 전면전쟁을 벌여야 할지도 몰랐다.

초월자들이 처음으로 반대 의사를 표시하자 차원창세신 코아는 너무나 기쁜 미소를 지었다.

마치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말이다.

“조금 심하겠지?

후후후후후후-! 그럴 것이야.

인간의 일은 인간이 해결해야지.

아무리 쓸모없고 방해만 되는 인간이라도 같은 인간의 손에 심판받아 죽어야 공평하지.

그렇지 않은가?”

“그……, 그렇습니다.”

뭔가 동의해서는 안 될 것 같다는 느낌이 확 닥쳐왔다.

하지만 분명 이대로 지성체들의 이기적인 관리에 내버려두면 대부분의 행성이 무분별한 자원채굴과 환경오염으로 파괴될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 과감한 조치가 반드시 필요했다.

하나 누구도 그런 일을 하려 않고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 범죄자 취급을 하니 이제까지 못했을 뿐이었다.

“좋아-! 신족도 깔끔하게 직접개입을 하지 않는 것으로 하지.

지성체의 감정과 사정을 신은 잘 모르지.

그런 신이 주관하는 무차별적인 선별은 나도 지성체 출신의 초월자라서 아주 싫어하네.

인간들끼리 스스로 생존할 가치가 있는지 결판을 보게 하는 쪽으로 하지.

그러니 보상도 걸겠다.

이러면 선별이 아닌 대회가 되겠군.

이건 상관없나?”

그 말에 초월자들은 반색을 했다.

지금과 거의 같이 자유를 보장하는 방식이니 강건파들에게 대학살을 방조했다고 비난 받을 수가 없었다.

“그 정도라면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습니다.”

“주변의 이목도 고려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혹시나 몰라서 추가한 말에도 아주 시원스런 대답이 돌아왔다.

“물론-! 나만큼 평판에 신경을 쓰는 창조신도 없다네.”

차원창세신 코아가 아주 흥이 나는지 계약서에 망설임 없이 내용을 기입해 간다.

“직접적인 선별은 금지한다.

대신 보상을 걸고 쟁탈전을 벌이게 해서 자발적이면서 자율적인 통제를 유도한다.

쟁탈전의 참가인원은 나이비율을 고려하여 행성 지성체의 십분의 일 규모에서 동일한 수준으로 제한한다.

전쟁의 승패는 상대의 전멸이나 과반수이상의 피해를 입었을 경우 항복으로 결정된다.

승리한 행성의 지성체는 주신성의 이주에 우선권이 부여된다.

패배한 행성의 지성체에게는 다시 도전권이 부여되고 다른 제재는 하지 않는다.

어떤가?

이 정도면 아주 관대한 조건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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