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750화 (661/2,000)

34권 35권

지금 무슨 말을 할 수 있는 초월자들은 당연히 없었다.

난생 처음 겪어보는 강력한 정기에 취하고 뜻밖의 제안에 혼란에 빠진 초월자들에게 아주 강력한 신언이 귀에 파고 들어왔다.

“오백억 년의 혁명이 밥이라도 먹여 주었나?

고생만 죽도록 하고 결국 더 가난해지고 비참해졌지.

더구나 구원한 지성체들은 배은망덕하게도 혁명의 화살을 자네들에게 돌리고 반역하고 있네.

현재에 아무 쓸모없는 과거의 혁명은 이만 묻도록 하세.

우린 비록 편은 다르나 이성과 지성을 가진 존재들이니 간단한 대화와 약간의 협력을 나눌 수 있지.

신족은 창조력을 제공하여 개발하고 초월자들은 관리한다.

서로의 장점을 가지고 같이 일한 후 이득을 공편하게 나누면 과거보다 더욱 친해지고 서로 부유해질 수 있네.

안 그런가? 친구들.

아니 동지들.”

차원창세신 코아의 미소는 더욱 짙어지고 신언은 더욱 달콤하게 신령에 스며들어갔다.

* * *

그리고 그런 광경을 지켜보고 있는 존재들이 있었다.

바람가 본가 수련장의 평상에서 가부좌를 하고서 앉아있던 진리였다.

창조신장은 창조주의 대리인이기도 했기에 급격한 신력의 증가나 이상은 바로 보고가 오게 되어있었다.

직결된 상황이니 이제 명목상의 진리대리가 아닌 진정한 권한 위임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덕분에 이계 일원과 전투를 시작했을 때부터 경고가 왔기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살짝 미소를 지었다.

“상당히 잘 하고 있군.

그런데 무엇이 문제이냐?”

방금 이계 일원을 추방한 방식부터 시작해서 초월자들을 회유하는 것까지는 아주 의도에 잘 맞았다.

이계는 전쟁으로 골라내야할 대상조차 아까울 정도로 피폐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눈앞에 선 황금빛으로 뭉쳐진 존재에게 다시 물었다.

“저 정도면 아주 적당하지 않느냐?

조금 더 강하면 무력으로 모두 처분하려 들 것이다.

조금 더 똑똑했다면 아예 앞에 나서지 않고 뒤에서 움직이려 했겠지.

적당히 강하고 현명하기에 솔선수범하면서 가장 빠르게 정리하고 있다.

정말 적임자이지 않는가?”

그러나 앞의 황금빛으로 감싸인 존재는 불만감을 드러내면서 말했다.

“주우주의 존재가 이계의 행성소유권을 원하는 것은 위험한 일입니다.

진리님.”

“뭐? 행성 소유권? 푸하하하하하하핫-!”

그 말에 진리는 파안대소를 터트렸다.

황금빛의 존재는 이계의 황금이 직접 올 수가 없으니 보낸 분신이었다.

이계 십중심들도 오백억년동안 가르치고 이끌어서 절대계의 십중심과 대등한 경지를 이루었다.

편법을 쓰면 주우주 끝에서 끝으로 직접 의사소통을 할 정도로 강해진 상태였다.

하지만 정기부족으로 숙련도가 부족하고 본신신력조차 이계의 신력한계로 인하여 이백억에서 멈추어 있었다.

더구나 일족조차 없는 미완성의 십중심들이었다.

여기에 아직 사명을 깨닫지 못하고 혼자의 몸이어서 감정적으로 하는 행동이 귀엽기 짝이 없었다.

“하하하하-! 황금이 겨우 행성 몇 만 개의 소유권을 가지고 불만을 가지지 마라.

너희들에게는 무한의 정기를 가진 바람성이 부여될 것이다.

이계의 정기 농도가 바람성을 버틸 정도만 되면 바로 지급이 될 것이다.

서두르지 마라.”

“알겠습니다.”

바람성이라는 말에 이계 황금은 불만을 거두었다.

확실히 무한의 정기를 가진 바람성의 가치는 빈약한 정기를 가진 행성 수만 개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다만 지금 이계가 바람성을 감당할 수가 없으니 아쉬울 뿐이었다.

‘바람성만 얻게 되면 소유한 행성의 수는 상관이 없다.’

오히려 많을수록 관리가 필요한 쓸모없는 영역만 늘어나는 격이었다.

나중에는 지금의 초월자들의 경우처럼 골치만 아플 뿐이었다.

“모든 일은 차원창세신 코아에게 정리를 시킬 것이다.

너희는 이계의 현재 상황에 관심을 끊고 오리진이 될 일족의 준비만 해두어라.

바람성에 십중심의 일족들이 자리를 잡으면 한계 신력 따위는 단숨에 해소된다.

그리고 조금만 노력하면 일조가 넘는 본신신력을 가지게 된다.

그 이상은 이계의 부흥에 달렸겠지만 아무 문제가 없다.

일족까지 가진 십중심에게 거역할 존재는 이계에 없다.

너희들의 일은 바로 그 다음이다.

저쪽도 상당히 초조해진 모양이니 준비가 완료되면 바로 움직여야 한다.”

진리의 허공에 떠 있는 달을 보는 시선은 그 너머의 뭔가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앞에 고개를 숙이고 있는 이계 황금을 쳐다보면서 다정하게 말을 했다.

“다시 말하지만 너는 모든 정신체들의 정점이 되어 그들을 통제하고 관리할 황금이다.

그러니 겨우 행성의 소유권이나 작은 평판에는 관심을 둘 필요는 없다.

네가 이계 십중심의 대표라는 사실은 항상 명심해야한다.

작은 것에 신경을 쓰면 큰 것을 놓친다.

항상 그 점을 명심하고 더 큰 것을 보아라.”

언제나처럼 자신만을 생각해서 하는 조언이었다.

그리고 갈수록 망해가는 이계에서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존재였기에 다시 깊숙이 고개를 대답하는 이계 황금이었다.

“예. 진리님.”

하나 막대한 신력을 소모하는 분신까지 보내서 만남을 요청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절대로 멈추지 않을 것 같던 신족의 내분이 정말 끝나간다.

그리고 초월자들을 이끈 이계 일원이 사실상 패배했다.

더구나 저런 엄청난 정기를 무차별로 투입하면 이계의 부흥도 바로 끝낼지도 몰라.

이러면 정말 우리의 입장이 위험해.’

더 이상 차원창세신 코아에게 이계를 맡겨놓았다가는 이계 십중심이 나설 일이 없을 지경이었다.

‘이러면 나중에 이계 관리를 넘겨받아도 두고두고 비교가 되면서 문제가 된다.

더 이상 상황을 지켜볼 수가 없다.

학살자의 오명을 쓰는 한이 있더라도 내가 진리대리가 되어 직접 나선다.’

십중심의 대표인 황금으로서 당연한 희생이자 각오였다.

차원창세신 코아를 당장 쓰러트려 주우주로 돌려보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었다.

그러나 차원창세신 코아를 진리대리로 임명한 것은 바로 진리였기에 허가를 요청하러 온 것이다.

“지금 차원창세신 코아에게 맡기신 진리대리를 십중심의 대표인 저에게 맡겨달라고 정식으로 요청을 드리옵니다.”

“호오? 직접 저 시궁창에 뛰어 들겠다는 것이냐?

차원창세신 코아는 신족의 분열을 수습하고 초월자들을 같은 편에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

성공한다면 이제 남은 것은 오염된 지성체의 정리이다.

그 과정에 엄청난 수의 지성체가 학살되겠지.

너는 그런 것을 혐오하지 않았느냐?

그런 이유로 이계 창조주의 창조신장의 제의조차 거부했고 말이다.”

진리의 말에 과거의 일이 생각나서 얼굴을 살짝 붉히고 다시 정중하게 말했다.

“더 이상 망설일 때가 아님을 자각했을 뿐이옵니다.

이계의 일은 저희들 이계 십중심들에게 믿고 맡겨주십시오.

이미 저희들은 과거의 분열을 뒤로 하고 하나로 의지를 모았습니다.

저희를 따라 이계를 정리할 군세까지 준비는 다 되어있습니다.

어떤 어려움과 오명을 쓰더라도 반드시 차원창세신 코아 이상으로 완벽하게 해내겠습니다.”

이계 황금의 황금빛이 더욱 찬란하게 빛나면서 더욱 영역을 넓혀간다.

그리고 황금빛이 뭉쳐서 강렬한 권능을 풍기는 네 명의 인영을 추가로 만들었다.

이계 황금의 뒤에 서 있는 네 명을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확인한 진리는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후후후후후-! 일원을 제외한 다른 이계 십중심들을 결국 하나로 모았구나.

이대로는 각개격파를 당할 수도 있으니 어쩔 수 없었겠지.

각 계열의 정점인 십중심은 모일수록 진정한 위력을 발휘한다.

하나 세력이 부족하다.

진리대리인 차원창세신 코아의 위협으로 인하여 어쩔 수 없이 모인 것이지 않느냐?

그리고 차원창세신 코아는 어느 정도 일이 끝나면 주우주로 복귀시킬 것이다.

이번의 위험이 지나면 또 다시 각자의 길을 가는 다른 십중심들을 무슨 수로 재통합하려고?

이계 일원에게 오백억 년 동안의 혁명을 그만두라는 권고조차 실패하고 있지 않느냐?”

“!”

그 말에 맨 앞에 선 이계 황금은 부르르 떨었다.

오백억년 전에는 모두가 모여서 진리의 가르침을 받으면서 하나였다.

그런데 이계 일원이 신족의 타락과 개인의 원한으로 초월자의 편에 서서 혁명을 하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다른 십중심들과 자신은 이계 일원의 신족에 대한 개인적인 원한과 분노에 공감하고 감정을 풀라고 방조를 했었다.

가장 후회되는 선택이었다.

‘일원은 십중심 정도의 강자가 감정적으로 움직였을 때 어떤 참혹한 결과가 나오는지 신족을 대상으로 철저하게 증명했다.

더구나 혼자일지라도 압도적인 세력을 얻게 되면 다른 십중심들도 어쩔 수 없게 된다는 사실까지 알려주었지.’

이계 일원은 신족을 대신할 어떤 대안도 없이 멸족에만 매달렸고 그 결과가 현재 이계의 추락이었다.

창조력에 특화된 신족의 멸족 직전의 몰락은 바로 이계의 약화로 이어졌다.

‘이계 십중심의 대표인 황금으로서 개인적인 복수를 허용했다.

이것이 이렇게 여파가 클 줄은 상상도 못했다.’

신족이라는 유능한 관리자를 잃어 악화되기만 하는 이계상황에 당황하여 멈추게 하려 했다.

하지만 일원이 엄청난 수의 초월자들과 합세하여 막아서니 그럴 수도 없었다.

결국 자신들이 관리해야할 이계가 같은 십중심에 의해 망해가는 상황이었다.

‘일원은 혁명이란 명분으로 복수에 눈이 멀어서 자신이 무슨 짓을 하는지도 몰라.

그때는 사태가 이렇게 될지를 몰라서 개인의 이탈을 적극적으로 막지 않았다.

만에 하나 강제로 억류를 했다면 이계의 상황은 지금과는 아주 달랐을 것이다.’

잠깐의 예외 허용이 지배세력이었던 신족의 몰락과 이계의 자멸로 이어진 셈이었다.

‘여기에 주우주의 창조신이 진리대리로 투입되는 최악의 상황이 될 줄 알았다면 절대로 용납하지 않았다.’

아마도 일원을 죽여서라도 막아냈을 심각한 일이었다.

‘십중심의 힘과 영향력에 대한 내 판단착오다.

초월자의 편이 된 일원 덕분에 결국 신족은 거의 멸족이고 이계는 멸망 직전이다.

덕분에 진리께 내가 이런 요청까지 자청하게 만들다니?

이제 같은 십중심의 동료가 아니라 원수나 다름없다.

일원 이놈-! 반드시 이 대가를 치르게 해 줄 것이다.’

진리를 만나 이어진 십중심의 영광된 삶에서 가장 후회가 되고 분노하는 일이었다.

망해가는 이계야 다른 십중심들과 힘을 합하면 다시 부흥이 가능하지만 이제 그것조차 힘들었다.

일원의 경우를 본 다른 십중심들도 각자의 감정과 사정에 충실해졌기 때문이다.

‘혼자 이상을 추구하는 일원 때문에 다른 십중심들도 각자의 길을 가고 말았다.

덕분에 내가 아닌 겨우 주우주의 창조신이 진리대리로 임명되어 신족의 분란을 정리하고 있다.

더구나 이계의 부흥까지 완료한다면 십중심의 가치는 추락한다.

이 사태를 만든 원흉인 일원을 더 이상 참아줄 수 없다.’

이계가 붕괴되는 상황을 보면서 일원을 수없이 설득하고 불가능하자 어쩔 수 없이 처분하려고 했다.

아니 죽이지는 못해도 최소한 봉인이라도 하려고 했다.

하나 일원이 만든 초월자들의 거대한 세력이 문제였다.

그들의 조력을 받는 일원을 혼자서는 제압할 방법이 없었다.

‘시간을 끌면 벌떼같이 몰려온다.

순간에 승부를 해야 한다.’

절대기 파이의 방어력을 쉽게 넘어설 방법이 없으니 다른 십중심들과 합공을 해야 했다.

그러나 같은 십중심을 처분하기 위한 합공은 대표인 황금의 권한 밖이었다.

반드시 진리의 승인이 필요했다.

그래서 감정을 최대한 추스르면서 건의를 했다.

“……이계 일원의 처분 승인도 재차 요청 드리옵니다.

이번에 차원창세신 코아와 전투에서 보인 추태만으로도 십중심의 자격은 없습니다.”

이번에는 자신이 있었다.

십중심은 어디까지나 최강의 존재여야 했다.

하위의 존재에게 패배를 한다면 이미 그 자격이 없는 것이었다.

하나 진리의 대답은 단호했다.

“불가(不可). 아직 지지 않았다.

단지 밀렸을 뿐이다.

싸울 의지도 힘도 충분하니 패배했다고는 볼 수 없지.

그러니 절대로 허락할 수 없다.

그리고 각 계열의 정점이기도 십중심은 그 세계의 정신체의 수준과 직결된다.

그런 중요한 존재를 한 때의 실수나 잘못으로 처분할 수 없다.”

그 말에 이계 일원의 황금빛이 격하게 흔들렸다.

이미 몇 번이나 오갔던 문답이었다.

“한 때가 아닌 벌써 오백억 년이옵니다-! 진리시여.

저희 십중심들을 이렇게 아껴주시니 황금으로서 누구보다 더 감사드리옵니다.

하나 부디 이번만은 예외를 인정해주시옵소서.

이계 일원은 이계의 모든 강자의 정점이자 목표로서 위치한다는 십중심의 기본 의무마저 망각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원한을 참지 못하고 초월자들과 집단을 이루었나이다.

지시하신 본인의 일족조차 모으지 않고 있습니다.

창조를 담당한 신족을 멸망시키면서도 대책조차 수립하지 않았나이다.

덕분에 이계를 파탄으로 몰아넣으면서 아직도 이제는 무의미한 혁명만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진리는 단호했다.

“이계의 파탄보다 너희들의 안위가 더 중요하다.

너는 십중심의 대표면서도 자신들의 가치를 너무 낮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구나.

너희만 있으면 이계는 언제든지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지금처럼 일원이 스스로 감정을 추스르고 돌아올 동안 기다려 주도록 해라.

동료의 방황을 참지 못하다니 그래서는 안 된다.

이제 겨우 오백억 년이다.

조금 더 기다려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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