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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물음에 순간 무슨 대답을 해야 하는지 모르는 초월자들이었다.
하나 과거 혁명 표어를 듣는 순간 이들의 표정이 자연스럽게 굳는 것을 차원창세신 코아는 놓치지 않았다.
‘호오? 이것 봐라?
이게 통하려고 하네.
워낙 이계가 막장이다 보니 역시 파고들 틈이 있었군.
잘하면 기간은 반 이상 줄일 수도 있겠어.’
실로 의외의 수확이 나오려하고 있었다.
뒤에 있는 대부분의 초월자들이 왜 당장 혁명이 전부라고 대답을 하지 않느냐고 발작을 하지만 앞으로 나선 대표자들은 신중했다.
이 대답이 일원조차 추방해 버린 차원창세신 코아와의 관계에 결정적이란 사실을 직감한 것이다.
‘지금 자칫하면 일억이 넘는 정예가 전멸된다.’
‘전멸을 자초할 필요는 없다.’
부활시설은 무사하니 바로 부활하면 큰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회복에 들어가는 막대한 정기와 죽음에 대한 신격하락을 생각하면 반드시 회피해야 했다.
부활이 자유로운 정신체의 전투는 결국 정기의 양이 결정지었기 때문이다.
‘일원이 가급적 접근전을 피하라고 했는데 마음대로 돌격해서 죽어버린 멍청이들의 부활에 들어가는 정기만 해도 이미 적자다.’
‘공적인 전투에서 죽었으니 부활을 시키지 않을 수가 없다.
하지만 더 이상의 손해는 절대로 안 돼.
비축정기가 거의 없다.’
‘그렇다고 혁명에 대해서 나쁜 말을 할 수는 없지 않는가?’
‘저 멍청이들은 아직도 실체가 없는 혁명에 목을 매고 있단 말이야.’
자칫하면 지금 앞에 나와 있는 모든 초월자가 탄핵을 당할 수도 있었다.
그래서 대답을 미루고 있는데 차원창세신 코아는 느긋하게 황금연기를 내뿜고 있을 뿐이었다.
옆의 근원과 황금착각이 적에게 이게 무슨 짓인지 묻고 싶었지만 워낙 중요한 상황이라는 것을 알기에 침묵을 했다.
그러니 어색한 침묵만이 흘렀다.
“…….”
대표로 나선 초월자들은 모두 빠르게 의지를 교환했다.
우연인지 필연이지 이백억의 한계신력을 가진 초월자들은 모두 동류였기에 의견취합은 빨랐다.
아니 원래 혁명과 지성체들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갈수록 자멸하고 있는 현세계의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한 발버둥이었지만 피지배계층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원망은 앞장서서 통제를 강화하고 정기를 강제징수해서 발전에 집중시킨 우리들에게만 향했지.’
일원과 같은 이백억이란 최고의 신력을 얻고 유지하기 위해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수련하고 강력하게 지배해왔다.
결과적으로 과거 혁명시절에 자신들이 외쳤던 구호를 거꾸로 듣는 입장이 되었다.
지금은 각 행성에서 끝없이 쏟아지는 반란세력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정기가 희박해져서 초월자가 자연발생 되지 않자 육체를 개조하거나 환생에 돌연변이를 일으켜 대항하는 미친놈들까지 나오고 있다.’
‘규칙은 없고 있는 것은 욕망뿐인 지성체만 넘쳐난다.’
‘그런 놈들이 행성 전체를 점유하고 다른 행성들을 점령까지 하니 어떻게 할 방법이 없어.’
‘당장 개입해서 제압해야 하는데 다른 초월자들이 반대한다.
그렇게 하면 혁명세력이 신족과 다른 점이 뭐가 있냐고?’
‘반란세력에 죽어봐야 정신을 차리려나?’
지금도 자신들이 직접 개입을 하지 않으니 세상을 마음대로 망치면서 겁 없이 날뛰는 지성체들의 세력이 너무나 많았다.
그들의 무차별적인 세력 확장과 각 행성에서 벌이는 남획과 개발에 수없는 생명체가 멸족되고 유린되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정기가 부족해서 갈수록 종의 수가 줄고 약해지고 있다.
행성 자체가 위험하다고 직접 경고를 하는데도 멈추지를 않는다.
오히려 더욱 발전을 가속하며 대항하려 하고 있어.’
‘그 탐욕스런 놈들이 정말 우리와 같은 지성체가 맞는 것인가 의심스러울 정도지.’
‘지금은 인간의 시대이니 과거의 신은 침묵하라고?
누가 신이냐?
우리도 과거 지성체였다.’
‘무분별한 지성체들의 우주 진출과 개발로 폐기된 행성만 수천 개가 넘는다.
이제 용납할 수 없다.’
가장 큰 세력들을 유지하고 있는 지배자인 자신들로서는 정말 혁명과 지성체라는 말만 들어도 이를 갈 정도였다.
그리고 지성체들의 자정노력과 이성수준에 대해서도 이미 포기한지 오래였다.
서로의 의지를 모아서 하나의 결론을 내고 합창하듯이 대답한다.
“우리의 혁명은 아주 먼 과거요.
지금과는 상관없소.”
대표로 나선 일백 명의 초월자들이 짤막하게 한 대답에 뒤에 서 있던 구백 명이 넘는 초월자들이 넋을 잃을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
아무리 지금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거짓이라고 해도 해서는 안 될 말이었다.
그러나 차원창세신 코아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득의의 미소를 지으면서 다른 질문을 했다.
“이계의 지성체들을 어떻게 생각하나?”
생각할 필요도 없다는 듯이 이번에는 즉답이었다.
이미 초월자 집단에서도 수없이 주장했기에 거침이 없었다.
“겸손을 잃은 지성체들의 방종과 분탕은 한계를 넘어서 현세계를 괴멸로 이끌고 있소.
과감한 제재조치가 필요하오.”
하나 지금 가장 강대한 적인 차원창세신 코아에게 할 말이 아니었다.
뒤의 초월자들 동료들이 놀랄 기력도 없는 표정을 하고 있지만 깔끔하게 무시했다.
‘차원창세신 코아가 동감의 미소만을 짖고 있다.’
‘이제야 왜 이런 대화를 원했는지 알 것 같다.’
‘잘하면 전혀 뜻밖의 해결책이 되어줄지도 몰라.’
점점 망해가는 현세계에서는 소중하게 지킬 것이 없었다.
그리고 하루 만에 신족의 절반을 쓸어버린 너무나 강력한 적과의 싸움이었다.
끝없이 죽었다가 부활을 반복해야하는 무의미한 신령이 마모되는 전투를 또 겪어야 하는 절망 속에서 희망이 피어나려하고 있었다.
“이계 신족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그 말에는 대표자로 나섰던 초월자들도 한참을 대답을 하지 못했다.
이미 신족의 필요성은 절감하고 있었다.
아니 창조력이 필요했다.
초월자들은 무력에 있어서 뛰어나나 창조력은 약했기 때문이다.
‘아직도 초월자들은 아주 작은 지역단위의 조정밖에 못해.
과거 신족처럼 행성단위의 전체적인 조율은 꿈도 꾸지 못할 수준이다.’
본질적으로 창조를 위해 만들어진 신족을 누구도 따라가지 못했다.
그래서 오백억 년 동안 몇 번이나 신족과 화해해야 한다고 외쳤다.
그러나 대다수의 혁명세력에게 반감을 사서 반역자로 낙인찍힐 위기도 여러 번이었다.
“이제 죽은 신이 살아나야 할 때요.”
“!!!”
뒤의 초월자들이 이제 분노의 기세까지 보였지만 무시했다.
잘못되면 나중에 이 자리를 모면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한 말이라고 하면 끝이었다.
그리고 이걸 명분으로 탄핵을 하겠다고 하면 끝까지 맞받아치면 끝이었다.
아니 이제 독립이라는 선택지까지 생겼다.
‘총합전력은 밀리나 저들은 흩어져 있고 관리도 엉망이지.’
‘십중심들이 이미 독립한 이상 우리도 할 수 있다.’
집중된 세력자체는 자신들이 우위이고 이미 거의 길이 갈라졌으니 못할 말이 없었다.
그래도 빠져나갈 길을 만들기 위한 발언으로 끝을 내었다.
“그러나 지금처럼 무능한 신족들은 필요가 없소.
과거처럼 행성 전체를 재구성할 수 있는 진정한 창조의 힘을 가진 신족이 필요하오.”
그 말을 들은 차원창세신 코아는 길게 연기를 흡입하고 내뿜으면서 말했다.
“후우우우-! 이제 보니 우린 같은 길을 가고 같은 생각을 가진 친구였었군.
아니 그 쪽 용어로는 이걸 동지라고 하던가?”
“코아?”
“허?”
근원과 황금착각이 놀라든 말든 말을 이었다.
“내가 진리님께 받은 명령은 이계의 부흥과 신족의 지배세력의 복귀라네.
동지들.
하도 신족들이 도와달라고 매달려서 아주 귀찮으셨던 모양이야.
여기에 절대계와 주우주도 일단 이계에 실체를 구현하고 있지.
이러니 이계가 망하면 골치가 아프거든.
그래서 자립할 수 있게 진리님의 대리로서 도와주라는 지시를 내게 내리신 것이지.
후후후훗-! 정말 골치가 아픈 임무지.
설마 이계가 이 꼴로 엉망일 줄은 몰랐으니 말이야.”
아주 친근한 말투로 사근사근하게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반역자들을 모두 소멸시키면 자연스럽게 신족이 복귀할 것이다.
그래서 초월자들을 전멸시키면 끝이라고 아주 쉽게 생각했다네.
이계가 아무리 넓어도 결국 주우주 규모이니 나는 아무런 상관없지.
차원권능을 가진 나라면 일 년 정도만 투자하면 전부 몰살 시킬 수 있어.
절대계의 내 미래인 회색의 절대자가 단 한 달 만에 주우주의 열 배 규모인 회색영역을 초토화했으니 증명은 필요 없겠지?
절대계 회색의 절대자라면 아마 하루면 끝장을 볼 수 있어.”
“!!!”
대표자로 나선 초월자들이 기겁을 할 정도의 투기가 퍼져 나온다.
이런 위협이 없다고 해도 이미 전뇌계와 직결된 일원에 의해 차원창세신 코아의 위협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혹시나 해서 여러 가지 방법으로 사실여부를 점검했으니 절대계보다 더 잘 알 정도였다.
덕분에 회색의 절대자의 권능과 회색영역에서 보인 난동으로 생긴 혼란에 대해서는 전뇌계가 전달해준 사실보다 더욱 무서운 일들도 많이 알았다.
그 참혹함이 이계에 재현되는 일만은 막아야 했다.
“바로 몰살시키려고 배신자 신족부터 처분하려 했는데 직접 상태를 확인해 보고 포기했지.
신족이 너무 약해졌더군.
그리고 아무리 신족이 창조력이 강해도 정기가 어느 정도 있어야 가능하지.
현재의 정기 밀도로는 창조신조차 행성단위는 고사하고 대륙조차 관리 못할 수준이야.
이러면 너희들이 사라져도 신족은 지배세력이 되지 못해.
또 반란을 당하고 진리에게 매달리겠지.
포기조차 못하는 지긋지긋한 약자들 같으니라고.”
거기까지 말한 차원창세신 코아는 담뱃대를 치웠다.
그리고 진지하게 하소연을 하듯이 말을 이어간다.
“이런 덜 떨어진 신족조차 통틀어도 겨우 십억도 안 되는 참담한 상황이지.
질이 안 되면 머릿수라고 일천 억은 넘어야 겨우 제대로 관리를 할 것으로 추정하네.
그 정도로 늘리려면 수십 억 년은 들어가겠더군.
더구나 영원히 사는 신족은 기본적으로 출산율이 낮아서 시간이 더 걸려.
이걸 고치려면 창조주의 승인이 필요하지.
그렇다고 모든 것에 실망하고 잠드신 창조주님을 강제로 깨우는 짓은 자살행위라네.
이러니 언제 신족을 강화시키고 늘려서 지배세력으로 만드나?
일 년 간 전투를 하고 얻는 대가도 없어.
그 이후로는 나 혼자 행성개발만 하다가 영구히 이계에 묶일 지경이야.
그럴 수는 없지.
이계에 있기만 해도 약해지니 정말 그러기는 싫군.”
“…….”
초월자들은 너무 현세계를 무시하는 발언에 속에서 울컥거렸지만 결론에 다가온 기분이라서 다음 말을 기다렸다.
“정말 이계에 오래있기가 싫군.
일손은 부족하고 말이야.
그래서 하는 말인데…….”
은근한 어조로 말을 이어가던 차원창세신 코아는 환한 미소를 지으면서 오른손의 손가락을 튕겼다.
딱-!
그리고 환하게 빛나는 구슬들이 아공간에서 끝도 없이 쏟아진다.
좌르르르르르르르르-!
어마어마하게 쏟아진 구슬들이 작은 동산을 이루고 멈추었다.
갑자기 나타난 구슬의 산에서 엄청난 정기의 압력을 느낀 초월자들이 놀라기도 전에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이 구슬 하나당 정기 십억, 아니 이계 기준으로는 백억이로군.
현재 이계의 지성체들로 치면 대략 일천 억 명에게서 정기를 거두어서 정제해야 하는 수준이지.
차원공통원소로 가공했으니 이계라고 해도 만분의 일의 가감 없이 사용가능하지.”
“…….”
“…….”
상세한 설명을 하지 않아도 추정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한 정기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정기구슬의 산에 가까이 있는 것만으로도 희박한 정기밀도에 괴로워하던 신체와 신령이 요동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신력이 오르고 있다-!’
‘이럴 수가?’
이백억이란 한계에 꼼짝도 안 하던 신력조차 느릿하지만 분명 올라가고 있었다.
일천 억이란 광대한 정기를 가진 구슬들이 산처럼 모여 있는 영향을 받아서 한계가 풀린 것이다.
지배자급의 초월자들이 오랜 족쇄에서 해방되는 것 같은 환희를 모두 맛보고 있었는데 충격적인 제안이 들려왔다.
“사백구십구 주우주 차원신계 신계주신의 자격으로 현재 이계를 실효지배하고 있는 초월자들에게 제안하지.
현세계의 행성을 무제한으로 구입하여 신족의 힘으로 개발하겠네.
그리고 참여를 희망하는 초월자들은 직접 고용까지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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