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자꾸 시비를 걸어서 끝장을 내려던 신계에 정식 임용되어서 어떻게든 인정받기 위해서 사력을 다하던 고위신의 고생도 생생하게 기억에서 살아났다.
전 너구리 신계주신이 포기한 신계를 강제로 물려받아서 부흥시키겠다고 그렇게나 싫어하던 대신족과의 전투를 자청했던 자신도 바로 앞에 있었다.
그리고 주신장이 되기 위해서 전능의 휘와 사력을 다해 승부를 내던 순간이 바로 앞에서 그려졌다.
너무나 힘들고 괴로웠다.
하나 참고 이겨낸 결과로 지금 여기와 있었다.
‘지금 나의 앞에는 과거라면 쳐다볼 수 없던 직위를 가졌던 강자들이 부하로 있다.
나는 정말 여기까지 왔어.’
뚝-! 뚝-!
끝없이 눈에서 흐르는 눈물은 뺨을 타고 그대로 바닥에 방울져서 떨어졌다.
다행히 황금빛 구름기둥에 가려졌기에 아무도 알지 못했다.
손가락은 눈을 눌러서 눈물을 멈추고 아무렇지도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긴 말은 필요가 없었다.
아니 마음이 격동되어서 못 했다.
“강자에게는 영광을.
약자에게는 기회를.
모든 것은 진리의 뜻대로.”
그 말과 함께 공간 속에서 주신들에게 입힌 병아리 아동복을 하나 꺼냈다.
“어떤 수치라도 참고 강해지려는 그대들에게 부여한 기회다.
비록 지금은 병아리지만…….”
아동복에 신력을 주입하기 시작한다.
그러자 가슴에 그려진 병아리가 자라기 시작했다.
옷 전체가 강대한 권능과 신력에 반응하여 변화하는 것이다.
화아아아아악-!
주신의 신격이 넘어서 창조신의 신격이 옷에 집중될수록 변화는 더욱 화려해졌다.
마침내 무지개 색으로 빛나는 찬란한 신의가 모습을 드러났고 가슴의 병아리는 창공을 날아오르는 황금의 봉황이 되어있었다.
가장 높은 황제만이 입을 수 있을 정도로 극도로 화려하고 위엄이 넘치는 옷이었다.
갑작스런 병아리 아동복의 화려한 변화에 주신들이 미처 반응하지 못하는데 차원의 마도신의 신언이 울렸다.
“기숙학교에서 입학한 모두가 현재의 병아리에서 벗어나 찬란한 미래의 봉황이 되어 날아오르기를 기대하겠다.”
진심이 담긴 말은 힘이 담긴다.
창조신 정도의 축복의 신언(祝福의 神言)이면 하위의 존재는 운명조차 어느 정도 바꿀 정도였다.
신족은 그래서 위대한 창조신의 신언에 경의를 바치는 의미로 아래처럼 정식으로 불렀다.
‘창조신의 축복(創造神의 祝福).’
부여받는 존재가 주신 정도의 강대한 존재라면 행운이 붙는 정도이지만 이번은 달랐다.
최고위 창조신계의 지원이 최대수치인 주신전에서 발동된 차원의 마도신의 창조신의 축복은 강력했다.
참석한 주신 모두가 지금부터 다가올 교육결과가 조정되고 있다고 모두 느낄 정도였다.
‘모두의 미래가 성공 쪽으로 기울었다.’
‘삼백 명이 넘는 주신들의 운명을 축복하다니 이 무슨 엄청난 권능인가?’
‘이 정도로 주신들의 미래를 축복할 정도면 아무리 상위 창조신이라도 엄청난 부담이 되는데 이걸 겨우 입학식에 했단 말인가?’
지금 차원의 마도신이 신계의 신계주신으로서 막대한 권능과 정기를 사용하면서 모든 주신들에게 가호를 내린 것을 모를 주신이 없었다.
병아리 아동복을 강제로 입힌 과거가 어떻든 신계주신으로서 최선의 호의였다.
짝짝짝짝짝-!
모든 주신들이 치는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가 주신전을 울렸다.
한계까지 발동한 창조신의 축복이 제대로 작동되는 것을 확인한 차원의 마도신은 박수소리를 들으면서 영광의 자리로 돌아섰다.
혹시라도 끝까지 조롱을 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최고 수준의 축복부여에 놀란 골든 아이디얼이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나의 창조신의 축복도 이 정도의 주신들이라면 한두 명이 한계다.
사회신족의 오리진이신 아버님도 열 명 정도이시겠지.
그런데도 삼백 명을 동시에 하다니?
이 무슨 강대한 창조력인가?’
방금 수준의 창조신의 축복은 정말 비상식적이었다.
지성체 정도라면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주신들의 운명에 개입할 정도의 축복은 아무리 창조신이라도 힘든 일이었다.
특위 창조신들과 싸우고 난 이후로 피투성이로 돌아온 인상이 워낙 강해서 간과했는데 차원의 마도신이 가장 높게 평가되는 이유가 다시 생각이 났다.
‘창조신의 군세(創造神의 軍勢).’
권능영역 내의 주신들을 무한하게 창조신으로 온전하게 승급시키는 빛의 광역 권능이었다.
그리고 공개된 정보를 바탕으로 도전한 모든 창조신들을 당황하게 하고 절망시킨 권능이기도 했다.
이 권능에 도전한 어떤 강력한 고위 창조신도 성공하지 못하고 입문조차 거부되었다.
실패한 그들이 이동구성으로 외쳤다.
‘창조신의 기준을 초월할 정도의 연산력과 창조력이 필요하다.’
‘이건 주우주의 수준이 아니야.’
‘절대계에서도 통용될 정도이다.’
그 이후로 차원의 마도신이 모든 창조신 중 최고의 연산력과 창조력이 가졌다는 사실은 비공식적으로 인정되었다.
사백구십구 주우주에서 최강의 창조력과 연산력을 가졌음을 지금 삼백 명이 넘는 주신들을 축복함으로써 더욱 확실히 알린 셈이었다.
강사로서 참석한 모든 주신들과 고위신들이 증인이 되었다.
‘이 차원신계가 누구 때문에 이렇게 발전하고 유지 되고 있는지를 말이다.’
단상 아래의 주신들이 강사와 교육생을 가리지 않고 치는 박수소리가 멈추지가 않는다.
그런 갈채와 같은 박수 속에서 더욱 공손하게 머리를 숙여서 인사를 하는 골든 아이디얼이었다.
성향이 어떻든 이렇게 강대한 창조력만큼은 정말 존경스러웠다.
“수고하셨습니다.”
“뒤는 맡기겠다.”
짧게 대답한 차원의 마도신은 그대로 이계로 가는 차원문을 열었다.
그리고 아직도 눈을 감고 있는 두 명을 쳐다보면서 지시했다.
“이계로 가자! 근원! 황금착각!
이계 부흥의 의뢰 시작이다.”
그 말에 눈을 감고서 지금 상황과 상관없는 척하던 근원이 벌떡 일어섰다.
흑염세력은 1대 흑염의 절대자를 따라서 절대계의 모든 반란세력을 토벌했다.
집에서 편하게 쉰 날보다 전쟁터에서 사투를 벌인 날이 더 많을 정도였다.
그러니 이런 쓸데없이 근엄한 의식보다 차라리 전쟁터가 성미에 맞았다.
이미 오만 년을 칭호와 부여자로서 같이 수많은 사투를 경험한 관계였다.
동료들의 반항으로 차원의 마도신에게 몇 번이나 죽음을 당했다고 감정은 없었다.
다만 하도 허무하게 당했더니 짜증이 쌓여서 마음껏 날뛸 수 있는 전투가 오히려 반가웠다.
“오-! 그 말을 기다렸다.”
“알겠습니다.”
차원의 마도신의의 기준으로 땅에 떨어진 흑염세력의 가치를 다시 올릴 기회이기도 했다.
‘과거 절대계의 정예 중의 최정예로서 십중심의 바로 다음의 강자들이라고 평가받았던 흑염세력의 힘을 보여준다.
그리고 차원신계에서 합당한 위치를 받겠다.’
더구나 치열한 전투가 과거의 힘을 되찾는 지름길임을 안 이상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희망도 생겼다.
‘차원의 마도신이 신계주신인 이상 공만 세우면 비록 동족학살자의 오명이 있을지라도 신계주신이 될 수 있다.’
성질이 더럽고 예측불허이지만 확실하게 한 일에 대한 대가를 치러준다.
더구나 워낙 강력한 창조력을 가진 본인은 자각하지 못하지만 보상이 지극히 후한 상위자였다.
‘확실하고 공정한 보상.
이것만큼 상위자를 믿을 수 있게 하는 부분이 없지.’
차원문에 들어서는 차원의 마도신을 따라서 두 명이 조금 이동하자 바로 출구가 보인다.
그리고 열린 출구 쪽으로는 저 멀리 엄청난 수의 초월자들의 군세가 질서정연하게 도열하고 있었다.
척 보아도 이계를 지배하고 있는 초월자들의 정예 군대였는데 어림잡아도 고위신급의 강자들이 거의 일억이 넘었다.
조금 떨어져서 차원문을 열고 나타났지만 이미 경계태세로 들어간 듯이 투기가 물밀듯이 밀려온다.
그러나 근원은 물론이고 황금착각도 두려움 따위는 없었다.
“좋아-! 이제야 뭔가 하는 것 같군.”
“아주 좋군요.”
고위신으로는 이제 전체적인 전력으로 보면 창조신급에 도달한 자신들에게 큰 의미가 없었다.
그나마 위협적인 주신이상 강자는 겨우 일천 명 정도에 불과했다.
‘저 정도면 차원신계의 전력만으로 충분히 제압이 가능하겠군.’
여기에 창조신급인 흑염세력 오십 명이 있다.
더구나 이제 십만에 도달한 부활악당들과 십억이 넘는 죽음의 군대까지 포함되면 압도할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자신들 세 명 만 나오고 차원문이 닫히자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차원의 마도신이 다른 전력을 불러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불길한 예감이 스쳤다.
“잠깐-! 설마 우리 셋 만이냐?”
“예?”
근원의 다급한 물음에 차원의 마도신은 가볍게 온 몸을 풀면서 대답했다.
“더 이상은 필요 없다.”
간단하게 주먹을 주었다 폈다 하는 식의 몸 풀기였지만 온 몸의 근육이 약동한다.
우둑-! 우둑-!
체구가 변할 정도의 수준이 아니지만 흑염권능까지 빈틈없이 발동시킨 차원의 마도신, 아니 차원창세신 코아는 나직한 말로 지시했다.
“전초전이다.
공격은 나 혼자 한다.
너희 둘은 뒤에서 상황을 보다가 알아서 움직여라.”
근원과 황금착각은 정말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차원창세신 코아는 주우주의 상급 창조신이면서 이계 전력과 맞먹는 중급 창조신계 수준의 엄청난 전력의 신계까지 가지고 있다.
여기에 지옥구원사업으로 벌은 정기를 조금만 쓰면 주우주에서 얼마든지 용병주신들을 모집할 수도 있다.
그런데도 결론은 혼자서 돌격이었다.
“뭐야?
또 혼자서 처리하려고?
그럼 뭐 하러 우린 데려왔는데?”
“위기관리.”
차원의 마도신은 그렇게 짧게 대답하고 마력까지 풀어놓았다.
신력을 뛰어넘은 마력이 흑염의 권능과 융합하여 흉악한 살기를 뿜어낸다.
지금 당장이라도 달려들려는 모습에 황금착각은 다급하게 막으려고 나섰다.
“잠깐 코아님. 이제 이런 무모한 전투는 하시지 말아야 합니다.
이계 창조신장이자 마신황제이시니 이제 신족, 아니 모든 정신체들의 수장의 직위이십니다.”
자신의 과거 상식으로는 이제 차원의 마도신, 아니 이계이니 차원창세신 코아는 이런 식으로 싸워서는 안 되었다.
전군을 움직이며 전쟁의 시작과 끝을 선고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황제가 돌격 대장처럼 적진에 돌진하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또한 저희 지옥군대의 생사까지 같이 걸려있습니다.”
마지막이 가장 중요했다.
창조신들의 지옥을 순회하면서 기껏 힘들게 만들어놓은 십억이 넘는 엄청난 전력이 차원창세신 코아의 존재와 직결되어 있는 것이다.
‘이 방식의 장점은 무한의 부활이다.
그러나 차원창세신 코아님이 죽으면 동시에 전멸이다.’
만에 하나 정말 소멸되는 사태가 발생한다면 자신을 제외한 모든 죽음의 군대와 부활악당들은 몰살되고 다시 지옥의 악령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들이 수장으로 떠받드는 자신으로서는 반드시 막아야 할 최악의 상황이었다.
그러나 말리는 것이 늦었다.
싸울 준비가 끝나자 바로 초장거리 공간이동을 반복하면서 초월자들의 군세 쪽으로 돌진해 가버린다.
쿠쿠쿠쿠쿠쿠-!
쫓을 수도 없이 초장거리 공간을 연속하여 뛰어넘는 진동이 굉음이 되어서 우주를 울린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초월자들의 군대에서 경고하는 음성과 의지가 요란하게 우린다.
“역시 온다―!”
“분명 차원창세신 코아다.”
“광역파괴권능에 발동을 주의하고 접근을 막아라.”
“방어권능을 계획대로 동시에 발동시켜.”
가가가가가가각-! 화아아아아-!
이미 대책을 준비한 듯 장거리 공간이동과 원거리 공격권능을 막기 위한 초월자들의 방어권능들이 수없이 중첩되어서 발현된다.
“대차원 중첩결계진(對次元 重疊結界陳)-!”
어느 정도 분석된 차원권능에 대응하기 위해 초월자들이 합세해서 만들어내는 중첩형 공간과 시간결계였다.
일억이 넘는 전력이 모여서 만들어낸 차원권능과 유사한 방어권능이 일순간 그물처럼 덮쳐왔다.
하나 사백구십구 주우주의 차원의 오리진이기도 한 입장으로서는 참으로 웃기는 수준이었다.
“하? 뭐냐?
힘을 모은 것이 전부 이게 다냐?
설마 이걸 공간결계라고 치는 것이냐?
그리고 겨우 몇 초의 시간만을 혼란시켜?
주우주 차원의 오리진인 나와 장난을 치나?”
투하하하하하하-!
초월자들의 수만 겹의 공간과 시간결계는 그대로 무시하고 돌진하는 차원권능에 무력하게 관통 당한다.
차원권능은 모든 시간과 공간계열에 최상위의 권능이기에 이런 동류의 결계들은 거의 효과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차원문이 열린 순간부터 긴장하면서 신력을 높이던 초월자들의 군세에서 다급한 명령들이 터지면서 공격권능들이 발동되었다.
“권능 일제사격-!
탄막(彈幕)을 깔아라.”
“개인이 아닌 주변공간을 모두 공격한다.”
“상대가 신족이라고 얕보지 마라-!”
“저건 과거 오백억년 전의 초신(超神)들보다 더한 괴물이다.”
“절대 접근시키지 말고 원거리에서 소모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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