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730화 (641/2,000)

34권 35권

정령주신들의 침묵에 결국 로키나는 인정할 수 없었다.

이들은 기본적인 신계운영, 아니 기초적인 사회성 공부부터 해야 한다는 골든 아이디얼이 옳았다는 사실을 말이다.

‘과거처럼 화가 나면 법은 무시하고 바로 힘으로 해결 하겠다는 성질부터 바꾸어야 한다.

신계의 수준이 높아질수록 이해득실이 개인의 자존심보다 우선이 된다는 사실을 인정 못하니 한발자국도 나갈 수가 없어.’

하나 워낙 야만적인 전쟁이 난무하던 구세대의 주신들이라 기본적인 사고구조조차 다시 배워야 할 상황이었다.

기껏 가르쳐 놓았더니 말은 하지 않지만 눈에는 반항심만 가득했다.

‘그러면 안 되지 않나?’

‘이익보다는 의리가 먼저지.’

‘집단에 먼저 맞추기 위해서 자존심부터 버리라고?

어떻게 그게 가능하지?’

이러니 교육이 될 리가 없다.

더구나 마도신인 자신도 아슬아슬하게 위험한 전투적인 성향인데 이런 사회성교육이 가능할 리가 없었다.

결국 일 년 동안의 노력이 공허한 용어설명이 되어버린 상황에 로키나도 폭발 직전이었다.

‘토리나가 수백 명이 있는 것 같아.

성질대로라면 모두 강제로 기억주입이라도 하고 싶다.

하지만 불필요한 사적인 기억까지 주입되는 부작용을 생각하면 그럴 수도 없다.

이 전투능력만 좋은 돌머리들을 어떻게 해야 사회성의 수준을 높이지?’

그런데 화산처럼 폭발하는 분노에 기름이 붓는 일이 벌어졌다.

사회신족의 주신이 하나 와서 포기하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것이다.

“사회신족의 위대한 크로노스이자 차원신계 파견신들의 총책임자이신 골든 아이디얼님의 전달사항입니다.”

“전달만 해.”

로키나의 말은 가시가 잔뜩 돋아 있었다.

자신은 신계관리주신으로서 복귀했으니 신격은 밀리나 파견신보다 직위는 오히려 상위였기에 밀릴 것이 없었다.

‘사회신족 주신 일천 명이 지원하지 않는다면 단독으로는 쉽게 지지 않았다.’

그래서 로키나가 뿜어내는 투기어린 기세에 전달하는 사회신족의 주신이 잠깐 멈칫거렸으나 멈추지 않고 바로 용건을 전달한다.

“나는 정령주신으로 이루어진 신계관리주신들은 자력으로는 업무복귀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다.

유일하게 시험을 통과했지만 소속 정령주신들의 교육을 위해서 힘쓴 정령주신의 대표인 로키나의 노고는 인정한다.

하지만 지금 판단을 다시 묻는다.

더 이상의 노력은 무의미하다.

인정하는가?”

정령 주신들 전부를 골든 아이디얼 본인도 아니고 부하를 보내서 일방적으로 전원 구제불능의 낙제생이라고 낙인찍은 격이다.

하나 이제 정령주신들의 신계관리능력을 자력으로 올리는 것은 불가능함을 인정해야 했다.

“으득-! 인정한다.

그래서 어쩌자고?

당장 붙어보자고?”

전달을 온 사회신족의 주신은 로키나의 험악하게 올라가는 기세에 흠칫 놀랐다.

그리고 주변에서 멍한 표정만을 짓던 정령주신들이 서서히 투기를 끌어올리자 동급의 신격을 가진 자신조차 위축될 지경이었다.

겨우 몇 마디 말로 당장이라도 전투가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다.

‘윽-! 역시 이들의 전투능력은 심상치가 않아.

아니 성질들부터 왜 모두 이 따위야?’

이러니 차원신계의 신계관리주신들은 신계운영에는 절망적인 수준이지만 감히 앞에서는 비웃을 수가 없었다.

골든 아이디얼은 기존의 자료와 직접 주신들을 보고 분석하면서 명확하게 선을 그어 놓았다.

‘만약 동급의 주신들과 싸운다면 사회신족의 주신인 너희들조차 필패다.

파견임무이기도 하니 절대로 충돌하지 말고 피하도록 해라.’

관리능력은 완전히 낙제지만 전투능력은 아주 높게 평가하신 골든 아이디얼님이 절대로 자극하지 말라고 주의를 주시면서 인정하셨으니 확실했다.

분석결과를 알려주면서 하시던 말씀이 아직도 생생했다.

‘차원신계의 주신들은 모두 이상하게 전투능력이 높아.

신계운영을 포기하고 전투에만 집중했다고 생각해도 아주 기이할 정도로 높은 수치로군.

신계의 영향인가?

아니면 신계주신인 차원의 마도신님의 차원권능 때문인가?’

‘과거를 보면 본인들의 성향 때문이 아닐까요?’

‘훗-! 주신전쟁의 승자인 현재의 명문신족들조차 들으면 웃을 소리다.

개인의 성향이나 수련으로는 올릴 수 있는 한계는 명확해.

그런데 정령주신에서 풀려 난지 얼마 안 되는 데도 사회신족의 주신조차 능가하는 전투능력이라니?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지?

정령계에 무슨 장치가 있다고 보아야 하지 않나?’

‘정령계는 이미 모든 분석이 끝났지 않습니까?

정령신들의 권능과 정기를 강제로 뽑아내서 만든 외곽요새입니다.’

‘아니. 그건 어디까지나 주신이 가서 조사한 결과 보고였다.

나중에 내가 시간을 내서 직접 가보아야 하겠어.

정령계가 뭔가 이상해.’

그런 대화가 오고 갈 정도로 기이하게 높은 전투능력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골든 아이디얼님의 지시를 받고 결정사항을 통보하는 사신의 입장이기도 하니 마음을 다잡고 외쳤다.

“차원신계의 신계주신이신 상급대우 창조신 차원의 마도신의 특별명령을 추가한다.”

차원의 마도신님에게 이미 막대한 성과급을 받고 또 받을 가능성이 있는 이상 잘 보여야 했다.

더구나 사회신족의 어려움에 용병신으로 나서서 특위 창조신들과 벌인 전투와 압도적인 승리를 모르는 주신들이 이미 없으니 충분히 존경할 만했다.

“더 이상 신계관리주신들의 장기부재를 눈감아 줄 수 없다.

모든 신계관리주신들은 이번에 만들어질 차원신계 초등신학교에 신입생으로 입교를 명령한다.”

“…….”

그 말에 분노하던 로키나와 정령여주신들도 표정이 확 굳고 기세가 사그라졌다.

정말 모처럼 내려온 신계주신의 명령이었던 것이다.

사업을 한다고 외부로 나가서 소식조차 모르겠고 거기다가 가끔 돌아오면 결재만 하고 바로 사라진다.

신계주신인데 아예 신계에 위치하고 있지 않고 파견신만 설치고 다니니 이제 솔직히 초조하기까지 했다.

그래서 명령이지만 이제야 제대로 돌아간다고 안도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다만 내용이 뭔가 아주 이상했다.

“차원신계 초등신학교?”

“뭐야? 그건 또?”

유일하게 용어를 알고 있는 로키나의 얼굴이 확 일그러졌다.

사회신족의 기본과정을 모두 습득했으니 지금 초등신학교가 무엇인지 모를 리가 없다.

‘초등신학교(初等神學校).’

사회신족의 신이 태어나면 바로 입학하게 되어있는 신족의 유치원과 같았다.

“사회신족 유아신들의 교육과정을 우리에게 하겠다는 뜻인가?”

그 말에 사회신족의 주신은 터지려는 웃음을 꾹 참고서 뭔가를 아공간에서 잔뜩 꺼내서 정령여주신들에게 보냈다.

“교육과정 중에는 반드시 이 유니폼을 입고 다니라는 엄명입니다.”

내놓아진 유니폼을 보고서 모두 입을 딱 벌렸다.

아주 밝은 노란색으로 만들어지고 가슴부위에는 커다란 노란 병아리까지 새겨진 아주 귀여운 유아복장이 거기 있었다.

이걸 입으라니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반발하려고 했지만 다음 말에 말문이 막혔다.

“불만이 있으면 빨리 습득해서 유아과정을 벗어나거나 직접 덤비라는 지침입니다.

도전은 얼마든지 받아주시겠다 하십니다.”

“…….”

차원의 마도신의 막무가내의 명령과 계속되는 도발에 정령 여주신들은 이제 머리가 저절로 고개가 숙여질 지경이었다.

‘또 이런 식이야?’

‘사회성 교육이 가장 필요한 것은 신계주신이 아니신가?’

그러나 가진 힘과 능력이 너무 크니 누가 뭐라고 개입을 할 수 없었다.

요즘 차원의 마도신이 얼마나 힘을 올렸는지 모르는 주신은 없었다.

그리고 같은 마도신으로서 차원권능까지 같이 연결되어있는 로키나의 표정은 심상치 않게 굳었다.

지금 자신에게 넘어오는 차원의 마도신의 마력은 정상이 아니었다.

‘마력이 심상치 않게 올라가 있다.

상급 창조신의 신격으로도 이렇게 불안정하게 마력만 올랐다면 거의 이성을 유지하기 힘든 흥분상태일 것이다.

지금 덤비면 위험해.

무슨 짓을 당할지 몰라.’

마도신의 가장 큰 장점인 신력과 마력의 완벽한 통제력과 인내력조차 흔들리고 있는 점은 확실했다.

그러니 지금 덤비면 정말 무사하기 힘들다는 사실은 확실했다.

그렇다고 저런 커다란 병아리가 새겨진 웃기는 옷을 입고 다닐 수는 없었다.

뭐라고 항의하기도 전에 바로 일방적인 지시가 이어졌다.

“사회신족의 교육과정과 다르게 차원신계의 교육과정은 기숙사제로 모두 변경되어있으니 기본적인 물품만을 가지고 모두 입교하시기 바랍니다.

개인 신전에 지급되던 지원은 모두 기숙사로 이동됩니다.”

그렇게 자기가 할 말만 하고 바로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사회신족의 주신은 무척 바빴다.

여기저기 찾아다니면서 말을 전할 곳이 너무 많았던 것이다.

그리고 여신혈맹의 여주신들이 모여 있는 그랑라하의 개인 신전을 찾아갈 때는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반려 살해자.

남주신 학살자.

무수한 악명이 존재하는 여투신들이 이들인가?

아름다운 모습보다 강대한 힘이 느껴진다.

과연 엄청난 압박이다.’

이들은 과거 주신전쟁의 최종 승자가 될 수도 있었다.

하나 무수한 남주신이 살해당한 주변 신계는 그것만은 용납할 수 없었다.

그들의 필사적인 합공으로 다스리던 행성들이 박살나는 바람에 정령계로 보내졌던 전설적인 여투신들이었다.

당시의 최후의 결전에서 무참하게 당하고 살아남았던 남주신들은 이들이라면 모두 이를 갈면서 욕을 하느라 바빴다.

하지만 전쟁에서 올린 전공기록만으로도 확실히 존경받을 만한 수준이었다.

더구나 골든 아이디얼님의 일방적인 통보에도 아무런 감정적인 반응조차 보이지 않았다.

‘정령주신들보다 이들이 확실히 한 수 위다.

조심해야 하겠어.’

막 신계에 자리 잡은 정령주신들이 보인 감정적인 대응을 생각하면 토착세력인 이들은 더욱 거셀 것을 예상했다.

잘못하면 여기서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조심스럽게 용건을 꺼냈다.

“더 이상 자력으로는 수준을 높일 수 없다고 판단됩니다.

그래서 차원신계의 모든 신계관리주신들은 모두 초등신학교에 입학하라는 신계주신님의 지시입니다.

그리고 반드시 이 유니폼을 입고 기숙사로 입교하라 하십니다.”

여신혈맹의 여주신들에게조차 강제 기숙사에 이런 애들 유니폼을 입히니 당연히 격렬한 반발이 있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순순히 받아들였다.

아니 그나마 감정을 보이던 정령여주신들과 다르게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챙겼다.

오히려 서로에게 주어진 유니폼을 비교하면서 웃기까지 했다.

“카하하하하! 귀여운 병아리네.”

“이런 복장도 오래간만이네.”

“신계주신님에게 이런 취미가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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