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차원의 마도신의 정말 피를 토하는 대답에도 진리의 반응은 없었다.
다만 끝없이 가증되는 기세의 압력에 하반신이 거의 땅에 박혀 들어갈 뿐이었다.
말 그대로 이 자리에서 매장할 기세였다.
우우우웅-! 두두두두둑-!
차원의 마도신은 이대로는 바람성의 땅에 묻혀서는 끝장이라는 사실을 직감했다.
그리고 진리의 의도도 알았다.
‘진리는 만장일치를 통한 절대독재를 포기하고 정석대로 초월자들과 투쟁을 통해서 신족들이 지배층으로 돌아가기를 원하신다.’
바로 지금 이계 진리대리로 다시 돌아가겠다는 말만 하면 살아날 수 있다는 사실은 알았다.
하나 그래서는 평범한 결과만이 나올 뿐이었다.
‘계속 버티면 여기가 정말 나의 무덤이 될 수 있다.
나 외에 쓸 전력은 진리에게 얼마든지 있으니 말이다.
하나 절대독재자인 나의 영도 하에 초월자와 결판을 내는 방법 외에는 이계 신족 스스로 살아남을 방법은 없다.
아니 단기간에 끝낼 유일한 수단이다.’
생각은 빠르게 했지만 이제 상반신까지 묻혀서 머리만 남아이었다.
그래서 혼신의 힘을 다해서 외쳤다.
“진리시여. 이 모든 것은 진리의 이름을 높이기 위해서입니다.
진리께서 생각하신 대로 광역마도를 가진 마도신인 저는 일 년의 시간만 있다면 혼자 이계 초월자 전부를 쓸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너무 강하여 많은 피해를 부르는 십중심의 일족에 비해 창조신이기도 한 저는 그 작은 피해조차 복구가 가능합니다.”
“…….”
“하나 그러면 이계 신족은 영원히 저런 꼴이옵니다.
반드시 다시 망하고 이계의 창조주에게 외면 받아서 진리에게 다시 매달릴 것입니다.
그러니 제가 모든 문제를 그들 대신 혼자 나서서 전부 처리한다면 근본적인 해결이 아니옵니다.
이계의 신족, 아니 이계는 너무나 바쁘신 진리를 다시 귀찮게 할 것입니다.
그러니 과정이 아닌 결과만을 보아주소서.”
그 말에 진리의 기세가 멈추었다.
지배를 하나 관리에는 무능하기 짝이 없는 초월자들을 전부 쓸어버리고 신족을 지배층으로 다시 올리는 것이 목적이다.
그렇게 해주어도 지금의 이계 신족들이라면 다시 망할 것이라는 사실은 동감이기 때문이다.
이제 목까지 땅에 묻힌 차원의 마도신으로서는 천만다행이었다.
‘켁-! 이……, 이건 통한다.
제길-! 바람성은 흙조차 특별한가?
어마어마한 압력이다.
이러면 정말 묻히면 자력으로는 못 도망친다.’
가슴을 누르는 흙의 압력에 말조차 곤란해질 지경이었다.
하나 끝없이 말을 해야 사는 상황이니 어떻게든 틈을 만들기 위하여 흑염의 권능까지 동원하여 꿈틀거린다.
우두두두득-! 우둑-!
덕분에 겨우 말할 수 있게 되었으나 흑염의 권능으로도 진리가 박아 넣은 바람성의 땅을 벗어나는 것은 무리였다.
이제 머리만 땅 위로 남은 차원의 마도신은 다급하게 결국 최후의 말까지 꺼냈다.
너무나 아부 같고 감정적이라서 효과적이라고 생각하고도 바로 제외한 말이었다.
하지만 이대로는 정말 끝장날 것 같으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
“좋은 결과를 내는 것도 벅차 과정까지 신경 쓸 수 없는 없는 약자에게 기회를 주소서.
너무나 나약하여 홀로 설 수 없는 이계의 신족에게도 강해질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소서.
그럼 저는 절대 독재권을 가진 진리대리라면 이계 창조주조차 포기한 세계를 되살릴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겠나이다.
진리가 직접 나서지 않아도 부하를 파견하여 약간의 도움과 배려만으로도 최고임을 입증하겠나이다.
저런 무능한 신족들이라도 강제된 희생과 노력을 통해 강해져서 당당하게 지배권을 되찾을 수 있음을 증명하겠나이다.
이것이야말로 제가 생각하는 진리의 이름을 가장 드높이는 길이옵니다.
비록 능력은 부족하나 평범한 성과를 거부하고 더욱 높은 성과를 바라는 저의 각오와 방식을 부디 보살피소서.
반드시 모든 영원체, 창조주들의 위에 진리의 이름을 올리겠나이다.”
머리만 남아서 필사적으로 외치는 차원의 마도신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진리가 한마디를 했다.
“나는 이미 가장 위다.”
“그……, 그러셨죠.”
너무나 당연한 사실에 잠시 할 말을 잃은 차원의 마도신이었다.
그래도 이대로 묻힐 수는 없기에 추가로 발언했다.
“그래도 가끔 확인시켜 주는 것도 좋지 않습니까?”
“…….”
악착같이 버티면서 자신의 방식과 주장을 포기하지 않는 차원의 마도신의 모습은 정기를 포기하지 않고 버티던 지옥의 악령들과 너무나 닮아있었다.
진리가 자신을 대상으로 내뿜는 투기가 아닌데도 영향을 받아서 쓰러질 것 같은 황금착각이 질려버릴 정도로 끈질겼다.
목만 남은 차원의 마도신을 쳐다보면서 진리가 다시 물었다.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서 절대독재라라고?
더 나은 성과를 위해서 어떤 오명도 감수를 하겠다고 이야기했느냐?
권력은 관심이 없다고?”
그 말에 차원의 마도신은 이제 살아났다는 생각에 환하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맡겨만 주십시오.
귀찮은 지배나 권력 따위는 관심도 없습니다.
저는 맡은 의뢰의 종료에서 얻는 수익과 자신의 성취에만 관심이 있을 뿐입니다.”
진리는 잠시 생각하더니 품속에서 둘둘 말린 양피지와 같은 서류를 꺼내서 내용을 쓰기 시작했다.
“좋아-! 네 말대로 이계 신족이 본질을 잊고 약화된 이상 다시 지배종족으로 되돌려도 또 자멸하려 할 것이다.
이번에 근본적인 부분까지 손본다.
그래서 이제부터 이계 창조신장은 너다.”
“예-!? 알겠습니다.”
창조신장을 결정하는 것은 당연히 창조주의 권리다.
이계의 창조주가 따로 있으니 아무리 진리라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
그런데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계의 창조신장을 하라고 말하자 조금 당황했지만 대답은 했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너는 마도신이니 마신족도 감당이 가능하겠지?
이계 마신황제의 직위도 같이 주겠다.”
“감……, 감사합니다.”
차원의 마도신은 땅에 머리만 남아서 고개를 깊숙이 숙였다.
정신체로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직위들을 주셔서 감격은 해야 했지만 문제는 하필이면 이계였다.
‘허술하기 짝이 없는 이계의 창조신장이라면 일반 주우주의 창조신들조차 맡기를 꺼림칙하게 여길 수준이다.’
그러니 뭔가 할 일만 더 커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여기에 진리가 서류에 적어가는 내용이 길어지고 있으니 지극히 불길했다.
“모든 지성체와 정신체들의 생사에 대한 면책권을 부여한다.”
“!!!”
이계에 사는 모든 정신체와 지성체 전부를 죽여도 죄를 묻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마음대로 일을 추진하기 위해서 절대 권력을 원했지만 이 정도까지 가니 겁이 더럭 났다.
그런 내용을 다 적은 진리가 차원의 마도신의 머리 앞에 양피지 두루마리를 보내면서 말한다.
“이계의 창조주가 잠을 자고 있는 이상 이계의 영역에 권리를 가진 유일한 영원체인 내가 모든 결정권을 가진다.
더구나 나의 힘이면 어떤 정신체의 신격도 부여하고 권한을 줄 수 있지.
하나 분명 이건 이계의 존망이 걸린 일이기에 이계 창조주의 승인도 필요하다.
너는 반드시 이 명령서를 가지고 있다가 이계의 창조주가 깨어나면 이걸 내밀고 반드시 승인을 받도록 해라.
만에 하나 이계의 창주주가 성과에 만족하지 못한다면 어찌 될지는 알 수 있겠지?
이게 나를 귀찮게 한 벌이다.”
이계의 창조주는 발전을 하기는 고사하고 지속적으로 망해가는 이계의 상황에 절망하여 잠에 빠져있다.
‘이계 창조주가 잠에서 깨어났는데 망하기 직전인 현재 상황을 보고서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그러니 이 명령서에 승인을 받는다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
‘깨어나자마자 이계가 이 꼴이 된 것이 모두 나 때문이라고 바로 안 죽이면 다행이겠다.’
하나 잘못하면 바람성에 생매장될 상황이니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알겠습니다.
이계 창조주가 깨어나면 공동승인을 받겠습니다.”
대답을 하자 차원의 마도신은 자신의 몸에 엄청난 신격이 부여되는 것을 느꼈다.
아니 실제로 신격이 변화하고 있었다.
화르르르르르르르-! 우우우우우우우웅-!
빛의 날개가 순간적으로 스물여섯쌍이 되었다가 바로 이중으로 겹쳐지면서 열세쌍이 되었다.
암흑의 날개도 똑같이 두 배로 늘어났다가 바로 원래대로 돌아온다.
그리고 창조신장이자 마신황제의 증거인 스물일곱 번째의 권능의 날개가 등에서 찬란한 휘광을 뿜어냈다.
그 힘은 이제까지 약간 꿈틀거리는 것만을 허용하던 바람성의 대지를 밀어내고 떠오르게 할 정도였다.
꽈드드드드드드드-!
그렇게 열배이상 늘어난 권능의 힘으로 스스로 땅에서 기어 나온 차원의 마도신은 재빨리 명령서를 챙겼다.
빠르게 내용을 읽어갈수록 얼굴은 환하게 펴졌다.
‘직위와 신격이 늘어난 것은 중요하지 않아.
그보다 절대계의 십중심이 가진 것과 동등한 면책특권이 부여되었다.’
현재 자신은 분명 창조신장이면서 마신황제였다.
나중에 이계 창조주가 깨어나면 승인과 책임추궁은 따르겠지만 지금 이미 신격과 권한을 받은 이상 거칠 것이 없었다.
‘더구나 진리가 직접 준 면책특권도 있으니 신경 쓸 이유도 없다.
어차피 내 본거지는 이계가 아닌 주우주이니 말이야.’
이러면 이계 신족들의 만장일치의 승인이 없어도 충분할 정도였다.
저절로 얼굴이 확 풀어질 지경이었다.
그렇게 너무나 좋아하는 차원의 마도신을 한심하게 쳐다보면서 진리가 당부했다.
“절대 독재는 하위자들의 만장일치의 지지로 얻지 못한다.
지금처럼 온전히 자신의 의지를 부하와 상급자에게 관철시키는 것이다.
독재를 수단으로써 선택했다면 명심해라.”
“당연합니다. 진리.
바로 이계의 처리를 시작하겠습니다.
그리고 업무상 필요한 일입니다만 1대 흑염의 절대자의 부하들도 이번에 쓰고 싶습니다.
물론 칭호의 관리는 내버려두고 신령만 빼내어서 사용하는 백의종군입니다.”
그 말에 진리의 얼굴이 약간 굳어지고 핏대까지 살짝 보이자 다시 긴장하는 차원의 마도신이었다.
또 진리의 역린을 건드렸는지 몰라 화들짝 놀랐지만 지금 같이 처리하지 못하면 또 찾아와야 했다.
‘올 때마다 이 꼴이다.
가급적 줄이자.’
그렇지만 살아남기만 하면 이렇게 큰 이익이 오니 안 올 수도 없었다.
진리는 최대한 공손하게 고개를 숙인 차원의 마도신의 모습과 등 뒤에 솟아오른 스물일곱 쌍의 권능의 날개를 바라보았다.
‘모든 정신체를 총괄하여 다스리는 창조신장과 마신황제의 위치를 생각하면 지금처럼 막 대할 수는 없군.’
그래서 노기를 억누르면서 물었다.
“그 무례한 동족학살자 놈들을 어디다 쓸 생각이냐?”
차원의 마도신은 이미 준비한 대답을 바로 내놓았다.
“신령만 빼서 신체를 다시 부여해 이계 초월자들의 후방을 흔들 생각입니다.
이미 일반 지성체들은 초토화할 전력을 거의 갖추어놓았습니다.
하나 토벌하러 올 초월자들을 막을 정예 전력이 따로 필요합니다.”
“주우주에서 주신을 아무나 데려다 쓰면 되지 않느냐?
이계에서 힘이 감소되는 제약은 풀어주겠다.”
차원의 마도신은 그 말에 당황했다.
진리라면 1대 흑염의 절대자의 세력 따위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이계의 제약을 풀어줄 것이니 주우주의 주신들을 활용하라는 말까지 나올 줄은 몰랐다.
이계의 제약을 풀기 위해서 들어가는 수고를 대조하면 나올 말이 아니었다.
‘정말 풀어주기가 싫으신 모양이군.
이렇게까지 말하시는 모습을 보니 이놈들이 과거에 무슨 짓을 했나?’
그러나 과거 흑염세력의 복귀는 1대 흑염의 절대자에게 몰아의 조언의 대가로 약속한 대가였다.
비록 다시 부활할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계약은 지켜져야 했다.
“이것은 1대 흑염의 절대자가 2대에게 몰아 흑염을 전수한 대가이기도 합니다.”
“1대 흑염의 절대자가 부하들의 복귀를 원했다고?
몰아의 전수대가로?”
이 말에 진리는 잠시 숙고에 들어갔다.
뜻밖의 상황에 차원의 마도신은 조마조마했으나 승산은 이쪽에 있었다.
아까 대화로 들어보니 흑염의 영원권능 몰아의 가치는 상상을 초월하고 있었다.
주고받는 것이 확실한 진리이기에 몰아 흑염의 대가가 그들의 해방이라면 풀어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승인이 떨어진다.
“좋아. 풀어주지.
1대 흑염의 절대자가 몰아까지 내주면서 풀어주기를 원했다면 어쩔 수 없다.
칭호에서 1대 흑염 세력의 신령들만을 뽑아서 너의 신계로 보내줄 것이다.
하나 오백억년의 강제 노동으로는 아직 죄 값도 못 치렀고 나의 분노도 안 풀렸다.
그러니 네가 반드시 데리고 써라.
만약 너의 관리에서 벗어난다면 모두 원위치를 시킨다.
이제 가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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