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차원의 마도신과 황금착각이 잔뜩 긴장을 한 채 수련중인 바람가의 오리진들을 지난다.
그렇게 점점 가까이 가자 진리가 슥 보더니 정신을 잃은 2대 흑염의 절대자의 몸을 한쪽으로 치워놓고 말했다.
“어서 와라.
그렇지 않아도 조금 상황을 더 보고 있다가 부르려고 했다.
그런데 아주 무척 빠르게 찾아왔구나.”
진리가 아주 기분이 상쾌해 보이니 천만다행이었다.
아마도 2대 흑염의 절대자와 대련을 통해서 상쾌하게 몸을 푼 이유가 커보였다.
물론 그 대가는 컸다.
2대 흑염의 절대자의 몸을 잘 보니 멀쩡한 곳이 드물었다.
‘아예 곤죽을 만들어 놓으셨군.
하긴 2대 흑염의 절대자 정도면 안심하고 대련할 수준은 되니까.
좋아-! 일단은 좋은 분위기다.’
바닥에 쓰러진 2대 흑염의 절대자에게 살짝 감사의 의지를 보내고 공손하게 고개를 숙여서 인사를 올린다.
“이계 진리대리로서 중간보고를 드리러 왔습니다.
또한 승인을 받을 일들도 있습니다.”
그 말에 진리가 묘한 미소를 지으면서 물었다.
“호오? 이계의 창조신들은 모두 네가 사고만 치고서 도망갔다고 하던데?
제발 십중심 본인이 안 된다면 황금의 일족의 일원이라도 좋으니 다른 존재로 바꿔 보내달라고 애원을 몇 번이나 하고 갔다.”
그 말에 차원의 마도신의 입이 저절로 이를 갈았다.
으득-!
‘하라는 전쟁은 안하고 이게 무슨 짓이냐?
의견조율도 못하고 진리에게 전부 고자질을 했다 이거지?
나중에 두고 보자.
그리고 일단 이 정도는 예상범위 안이다.’
진리의 추궁에 잠깐 표정을 정리하고 천연덕스럽게 설명을 했다.
“오해십니다.
이계는 지금 상태로는 도저히 정상으로 만드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지역을 불법 점유한 초월자들의 세력을 물리치기 위해서는 이계 신족만으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그래서 추가적인 전력의 확보와 현재 신족세력의 결사적인 의견 일치가 필요 했습니다.
그 증거로 여기 주우주를 조사하면서 저를 도울 전력을 충원하고 대표도 데려왔습니다.
인사드려라.
네가 그렇게 뵙기를 바라던 진리시다.”
사실 전부가 진실이 아니었다.
주우주에서 카르마 관리와 여기저기 널려있는 강자들에게 치여 살다가 허름한 이계에 가보니 막을 자가 없어서 마음껏 날뛰었다.
그 다음에 수습을 하려고 보니 이계 신족들의 전력부족과 예상되는 후폭풍이 너무 심해서 일단 물러섰었다.
‘어찌 보면 변명이지만 실제로 전력 확보를 했으니 조치가 맞다.’
그래서 슬슬 진리의 눈초리가 날카로워지자 재빨리 몸을 비켜서 뒤에 데리고 온 황금착각을 보였다.
진리의 눈이 황금착각을 보자 역시 풀어졌다.
예상대로였다.
‘황금착각의 에반젤리를 회수 안하셨으니 포기는 하지 않으셨다.
십중십 후보 정도 되면 일단 좋게 생각하실 것이다.
제발 분위기 좀 좋게 좀 바꾸어 봐라.’
그런데 황금착각은 감히 얼굴을 들지 못하고 말조차 꺼내지 못했다.
진리를 처음 보았을 때 당당하게 외쳤던 사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내가 진리님께 제국의 수호신의 직위와 사랑하는 가족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외쳤던가?
지성체의 모든 가치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한다는 사실을 몰랐던 내가 참으로 어리석었다.’
제국은 자신의 가호로 만년을 버티었다.
하나 가족은 백년을 지나니 모두 죽고 조금이나마 피를 이은 후손들은 황족이 되었다.
그렇게 천년을 지나니 혈연조차 무의미했다.
이미 선조가 아니었다.
앞에서는 수호신 취급이고 뒤에서는 불사의 괴물에 지나지 않았다.
그리고 제국에서 발생되는 끝없는 반란과 똑같은 잘못의 반복에 결국 염증을 느껴서 스스로 무너트렸다.
‘모든 것을 지우고 다시 시작하려고 했었다.’
그러나 멸망 해가는 인간들의 갈망은 강력했다.
덕분에 완전한 수준으로 강림한 상급 창조신에게 패배해 버린 것이다.
‘가장 소중하게 여겼던 존재들의 바람에 의해서 패배하고 지옥의 악령이 되어버린 사실이 너무나 뼈저리게 아팠다.’
그때 그렇게 소중하다고 외치던 모든 것이 허망하게 사라지고 남은 것은 패배로 얼룩진 약자인 입장만이 남은 것이다.
하나 진리는 전혀 비난하지 않고 오히려 따뜻하게 말했다.
“잘 찾아왔구나.
생명체들이 말하는 부귀영화와 사랑은 어떠했더냐?
황금의 후보자격과 맞바꿀 만한 가치가 있었더냐?
후후후후-! 그래도 너라면 일만 년은 버티었겠지?
생명체로서는 긴 즐거운 꿈이었을 것이다.”
“저……, 저는…….”
차마 그 이후의 사정을 말할 수가 없었다.
겨우 상급 창조신에게 패배하여 지옥의 악령이 되어버린 사실을 말이다.
자력으로 찾아온 것도 아니고 차원창세신 코아의 도움을 받았으니 더욱 그러했다.
황금착각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하고 고개를 더욱 푹 숙였다.
“일단 찾아왔으니 상관없다.
황금의 절대자의 후보자격을 되돌린다.
앞으로 정진해서 더욱 힘을 쌓도록 하라.”
절대계의 창조주인 진리의 말이었다.
황금착각의 몸에 과거와 같은 충만감이 되돌아왔다.
그것은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의 충족이었고 실제로 그러했다.
돌아온 자신감이 에반젤리의 힘과 결합하여 완전한 황금의 기세가 되어서 전신을 완전하게 만든다.
후우우웅웅-!
전신에서 황금빛의 광채가 찬란하게 빛나는 그 모습은 절대계 황금일족의 모습이었다.
황금의 신기인 에반젤리까지 더욱 광채를 발산하면서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왔음을 알리자 결국 황금착각은 눈에서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마음속에서는 계속 피를 토하면서 외치고 있었다.
‘진리시여. 저는 이런 대접을 받을 자격이 없습니다.
전부를 실패했나이다.
황금후보인 제가 겨우 신족에게 패배했습니다.
차라리 벌을 주옵소서.’
그때 가장 소중히 여겼던 제국과 가족이 시간의 흐름에 모두 퇴보되고 오히려 적이 되어버렸다.
가족이라고 끝까지 믿으려 했던 황족들조차 일만 년의 번영을 잊고 인간의 시대를 부르짖으면서 제국의 모든 병력을 이끌고 적으로 돌아섰다.
인간을 억압하는 불사의 괴물로서 혼자 모든 세계의 적이 된 그 절망적인 상황 속에 머릿속에 떠오른 장면은 오직 하나였다.
‘시험은 끝났다.
나를 따르라.’
만약 그때 따라나섰다면 잠시의 슬픔이 있었지만 이런 꼴을 보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후회와 자책으로 제국의 전부를 파멸시켰다.
그런 뼈저린 감정으로 눈물을 보이는 황금착각을 보면서 모든 것을 이해한다는 말투로 진리가 말한다.
“누구나 실수는 하는 법이다.
황금의 절대자가 될 수 있는 재능을 가진 너에게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겠다.
원한다면 바람가에 숙소를 내어줄 것이니 수련을 하면서 정진하라.”
“크흐흐흐흐흐흑-!”
시간이 흐르자 자신의 힘에 경악한 모든 존재가 적이 되었는데 너무나 변함없이 자신을 아끼는 말을 하는 진리였다.
그래서 아무 말도 못하고 눈물만을 쏟는 황금착각이었다.
그렇게 소리 내어서 우는 황금착각의 어깨를 격려하듯이 가볍게 두들기는 진리였다.
그런 훈훈한 모습은 보는 차원의 마도신은 안도했다.
‘역시 진리에게 십중심 후보로 선정되었던 황금착각을 데려오는 것이 정답이었어.
십중심의 진리의 보물이니 이계 진리대리의 일이야 아무것도 아니지.
이 기회에 과거 흑염 세력의 복귀 건도 처리한다.
아주 잘 넘어간다.’
모두 생각대로 되어 가는데 점점 뭔가 속에서 울컥거리면서 치솟아 올랐다.
생각보다 너무 화기애애하고 감동적이었던 것이다.
자신은 진리를 만나자 마자 죽을 고비를 몇 번이나 넘기고 치도곤을 당했는데 말이다.
‘그런데 벌은 언제 주시려나?
상은 황금후보의 자격을 돌려주셨으니 벌은 어떻게 주시려나?
원칙대로라면 분명 부여하신다.’
이것이 진정한 노림수였다.
진리는 상과 벌을 함께 준다.
황금착각의 말대로라면 직접 진리를 찾아오기만 하면 황금후보의 자격을 되돌려 준다고 했다.
그러면 본인에게 발생한 재능과 자신감 하락의 괴리가 해결되면서 허점도 사라진다.
벌도 분명 부여하실 것이다.
이미 사전에 이계제압을 위한 전력이라고 했으니 싸우라고 참전시킬 것이 분명하셨다.
‘제일 좋은 방법은 귀찮은 진리대리의 임무를 황금착각에게 넘겨버리는 것이다.’
그렇게 되지 않아도 완벽해진 황금후보를 휘하에 둘 수 있다면 남는 장사였다.
황금 후보라면 이계의 후방제압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벌을 주실 기미가 전혀 안보였다.
‘설마 십중심 후보라고 그냥 넘어가시는 것은 아니겠지?
에이 설마? 아니지-!
십중심은 거의 모든 일에서 면책특권이 있으니 가능해.’
무척이나 열이 받는 예측이 떠오르자 은근히 혈압이 치솟아 오르는 차원의 마도신이었다.
‘칭호를 받은 나는 흑염의 바람성에 벌레로 보내졌는데 십중심 후보라고 돌아온 자식 취급이냐?
재능 없는 놈들은 서러워서 살겠나?’
하지만 일단 그렇게 되더라도 분위기만 좋으면 잘 끝날 수가 있으니 부글거리는 마음을 달래었다.
그런데 의외의 사태는 황금착각에게서 나왔다.
“진리시여. 패배하여 약자가 된 저는 황금후보의 자격이 없습니다.
이계 십중심 후보들을 전부 꺾어서 저의 자격을…….”
그 말에 차원의 마도신의 속에서 울컥거리던 질투의 감정이 분노로 승화했다.
황금착각이 진리 앞에서 감당 못할 아무 제한이 없는 은혜에 감정에 복받쳐서 말 하는 모양새가 딱 과거의 자신이었다.
‘나는 하위신이 될 수 있는 8써클의 마도서를 너무나 쉽게 받고서 의도를 의심했다.’
그래서 함부로 입을 놀렸다가 이것저것 감당 못할 칭호와 제한까지 받아버렸던 바로 그 모습이었다.
언제인가는 반드시 과거로 되돌아가서 그 당시의 자신을 가만두지 않겠다고 수없이 이를 갈았던 바로 그 장면이었다.
결국 폭발했다.
“이 멍청한 황금착각 놈아!
그냥 감사하다고 받아!
누구 앞이라고 건방지게 말을 함부로 해?
당장 닥치지 못해-!”
반사적으로 분기탱천하여 마력과 신력을 전력으로 끌어올려서 진리 앞에 고개 숙인 황금착각의 머리를 주먹으로 내려쳐 버린다.
“헛-!”
전혀 의외의 인물이 벌인 갑작스런 기습과 같은 공격에 당황한 황금착각이었다.
다급하게 진리에게서 멀어지면서 에반젤리로 차원의 마도신의 주먹을 막아냈다.
차원의 마도신의 주먹과 황금착각의 에반젤리의 창대가 충돌하자 끔찍한 굉음이 울렸다.
꽈드드드드드득-!
그러나 에반젤리는 검은 불길이 치솟아 오르는 차원의 마도신의 주먹을 튕겨내지 못하고 밀렸다.
투가가가강-! 퍼어어어어어어어억-! 쿠쿠쿠쿵-!
에반젤리가 흑염권능에 의해 튕겨지는 소리와 주먹과 마찰이 일어나는 괴음이 겹쳤다.
여기에 황금착각이 턱을 얻어맞고 땅에 처박히는 굉음이 거의 동시에 일어났다.
바닥에 처박힌 황금착각을 보면서 투기와 살기를 줄줄 뿌리면서 차원의 마도신이 외친다.
“잘 되어 가는데 어디다 재를 뿌리느냐?”
재능과 존재감은 분명 황금후보의 자격을 되찾은 황금착각이 차원의 마도신보다 상위였다.
그러나 황금후보의 자격을 되찾았다고 해도 당장은 주신과 창조신의 차이가 났다.
가용한 권능의 차이가 열배 이상 벌어져 있고 수련으로 쌓아올린 힘의 격차는 당장 메울 수가 없었던 것이다.
더구나 신력과의 균형을 포기하고 마력을 우선적으로 확보한 차원의 마도신의 공격력은 현재의 에반젤리의 방어력조차 능가하는 수준이었다.
덕분에 일격으로 황금착각을 그대로 바람성에 땅바닥에 처박아 버린 차원의 마도신이었다.
황금착각이 흑염의 권능까지 실린 전력공격에 잠시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것을 보고 열이 받아서 추가로 소리를 쳤다.
“그냥 주는 대로 받아-!
하여간 말 많고 자존심 내세우는 놈들이 제 무덤을 파지.
헉-!”
과거의 자신을 훈계하는 식으로 소리치던 차원의 마도신은 바로 정신을 차렸다.
흥분이 가시자마자 바로 주변에 있는 끔찍한 수준의 신력들의 유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어디 있고 황금착각이 대화하던 상대가 진리라는 사실도 깜박했다.
마력을 너무 많이 흡수한 탓인가?
분노하면 주변상황을 아예 망각하네.
정말 미치겠다.’
창조주를 기준으로 하면 겨우 창조신이 대화상대를 가로채고 패서 쓰러트렸으니 무례하다고 소멸을 당해도 할 말이 없는 대죄였다.
그러나 강자를 아끼는 진리답게 아주 흐뭇한 어조로 말했다.
“호오? 겨우 주우주의 창조신이 주신의 신격이라지만 황금의 방어력을 돌파했느냐?
많이 쓸 만해 졌구나.
상으로 이계 진리대리를 하면서 나를 귀찮게 한 죄는 넘겨주마.”
“감사합니다.”
이럴 때는 진리의 강자만을 우대하는 지침이 무척이나 고마웠다.
그래서 재빨리 주는 것을 챙겼다.
그렇게 가장 큰 고비를 넘겼다고 안심하는 차원의 마도신이었다.
하나 위기는 그 다음에 또 튀어나왔다.
“그런데 만장일치로 너의 독재를 인정해야지만 돌아오겠다고 한 의미는 뭐냐?
아무리 창조주의 명령에 절대복종하고 단결이 잘되는 신족이라고 해도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이다.
왜 실행이 불가능한 조건을 걸었느냐?
이계의 신족들이 말을 안 들어서 진리대리를 도저히 못하겠다는 변명을 할 생각은 아니겠지?”
역시 가장 설명하기 곤란한 문제가 나왔다.
이미 답변을 준비했으니 별 문제가 없었는데 슬슬 추가적인 문제가 발생하려 하고 있었다.
주변에서 수련만 하고 있던 바람가의 오리진님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시선들에 담긴 것은 적의가 아니라 호기심이었다.
‘황금후보로 돌아온 황금착각을 때려눕혔더니 주변의 바람가의 오리진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바람가의 오리진님들이 보기에는 주신이나 창조신이나 거의 똑같은 수준이었다.
그런데 황금후보인 황금착각이 한 방에 쓰러지자 관심을 가진 것이다.
‘다음 세대의 영원체라고 말해지는 바람가 오리진님들의 주목을 받으면 정신체로서는 당연히 엄청난 기회이고 영광이다.’
주우주의 오리진 정도의 자리는 확정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람가 오리진의 과도한 개입이 어떤 괴멸적인 결과를 가지고 있는지 알기에 더 이상은 사양이었다.
‘하지만 바람가 마도신의 오리진님과 차원의 오리진님조차 견디기가 힘들다.
빨리 설명하고 떠야하겠어.’
생각을 정리한 차원의 마도신은 자신감 있게 대답을 한다.
“절대독재에 대한 피지배자들의 만장일치의 찬성은 당연히 불가능합니다.
하나 지금 이계의 신족은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또한 그렇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호오? 어디 이야기 해보아라.
절대독재를 집단이 만장일치로 찬성하게 되는 이유를 말이다.
잠깐 기다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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