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권 33권
그 순간 모든 술잔에서 세 갈래로 술이 솟구쳐서 죽음의 군대와 부활악당의 입을 벌리고 부어진다.
푸하하하하하하-!
향기로운 술 줄기가 보라색 복숭아 꽃잎들을 가르고 강제로 입에 파고들었다.
“푸-!”
“울컥-!”
“컥-!”
영창내용을 보면서 심상치 않은 기미를 느낀 모두가 필사적으로 입을 다물려고 했으나 그러면 코와 입을 가리지 않고 파고들어버린다.
결국 모두 술을 나누어 마시게 되어 토하려고 했지만 이미 모두 몸에 흡수되어 버렸다.
아니 죽어있는 신체를 가진 죽음의 군대까지 술에 절여지는 기분이 드는 것을 보니 영혼까지 포함시킨 모양이었다.
“목숨을 연결하는 한잔을 세 명이 나누어서 마시게 했다.
효과는 지극히 간단하다.
이런저런 전제조건 없고 오로지 같은 날에 죽는 결과만을 도출한다.”
마도신이자 현자답게 상세한 설명을 하는 차원의 마도신이었다.
“이제부터 같은 술잔을 나누어 마신 삼인 일조로 조를 짜서 움직여라.
만약 너희 조 중 한 명이 어떤 이유로든 죽었는데 다른 두 명이 같은 날에 안 뒈지면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둘을 죽이겠노라.
아니 네가 죽일 필요도 없다.
어차피 반드시 죽을 것이다.
안 보면 못 믿을 테니 시범을 보여주지.”
그리고 차가운 시선을 바로 앞에 엎드린 세 명의 부활악당들에게 향했다.
누가 최고의 악당이 아닐까 봐서 책임자가 되어 일하라고 권한도 주고 강화도 시켜주었더니 하는 짓이 결국 배신이었다.
무식한 찬탈자도 처음에는 두 명을 잘 견제하다가 한 몫 떼어주겠다는 말에 한통속이 된지 오래였다.
세계를 창조하는 차원권능에 의해 의지의 교환을 들을 수 있는데 진행과정을 보니 엄청나게 신속했다.
여기다 황금착각의 존재감이 자신보다 위이니 바로 수장으로 삼아서 배신을 때리려고 하니 참으로 현실적인 주종관계라고 할 수 있었다.
“내가 잔머리를 굴리지 말라고 했지 않느냐?
그 짧은 시간에 부활악당 모두를 통제에 둔 능력은 칭찬하겠다.
그러나 그걸 이계의 지성체들을 어떻게 빨리 죽일지 고민을 해야지 독립을 할 생각을 해?
그럼 다른 창조신들에게 아무 문제가 없이 관리할 것이니 정기를 받고 넘겨만 달라고 한 내 입장이 어떻게 되나?
나른 곤란하게 한 대가라면 대체 몇 번을 죽어야 하나? 위장충신?”
“전하-!”
“내가 급할 때만 전하라고 부르지 말라고 했지?”
위장충신이 뭐라고 변명을 하기도 전에 머리가 순식간에 날아간다.
퍼어어어억-! 털썩-!
차원의 마도신이 부활시킨 몸은 통제력이 머문 영혼보다 위였기에 권능이나 물리력조차 필요가 없었다.
간단한 의지로 목 위의 모든 것을 잃고 위장충신의 신체가 앞으로 쓰러지자 옆의 살모사 황제와 무식한 찬탈자는 몸을 떨 수밖에 없었다.
방금 죽은 위장충신처럼 죽을 것이 무서워서가 아니었다.
도대체 얼마정도의 창조력을 가졌는지 방금 죽인 신체가 신력의 여파에 다시 복구되는 기미가 보였기 때문이다.
‘이러면 우리는 죽어도 반드시 부활한다.
차원창세신 코아님께는 지성체 수준의 삶과 죽음이 아무런 의미가 없구나.’
‘절대로 못 죽어?
왜 부활이 죽음보다 더 무섭게 느껴지지?”
다시금 자신들이 누구에게 묶였는지 깨달았다.
그리고 이 부활은 구원이 아닌 절대악의 카르마에 대한 징계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갑자기 땅에 엎드려 처분만 기다리던 부활악당들의 기세가 돌변해서 무수한 무기를 던지고 자신들을 공격해 온 것이다.
아니 이미 포섭이 끝나고 통제까지 가능한 죽음의 군대들까지 용서 없이 전력으로 공격을 퍼부어 댄다.
“뭐? 컥-!”
“왜 갑자기-! 크아아악-!”
투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살모사 황제와 무식한 찬탈자의 신체가 반응할 새도 폭우처럼 쏟아지는 무기와 각종 공격에 갈가리 찢겨나갔다.
그 옆에서 지켜보던 황금착각조차 기겁을 할 정도의 맹렬한 증오가 담긴 공격이었다.
그런데 더 놀란 사실은 누구보다 빠르게 저 둘의 목숨을 거둔 존재가 바로 자신이라는 사실이었다.
파슈슈슈슈슉-!
초고속의 창 찌르기 공격으로 가장 먼저 두 명을 자신도 모르게 죽여 버린 황금착각을 정말 어이가 없었다.
왜 자신이 이런 짓을 했는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위장충신이 죽자 갑자기 이 둘에게 극도의 혐오감과 증오심을 느꼈다.
나조차 감정을 못 이겨서 충성하겠다고 맹세한 자들을 죽이다니?
이게 도대체 무슨 권능 아니 마도이지?’
어처구니없는 방법으로 너무나 쉽게 죽어버려서 죽음의 고통을 느낄 여유도 없는 세 명의 영혼에게 차원의 마도신은 담담하게 말했다.
“신께서는 굽어 살펴 의리를 저버리고 은혜를 잊는 자가 있다면 하늘과 사람이 함께 죽이소서.
이 의미를 이제 알겠느냐?
세 명 중 하나가 죽으면 네가 너희들에게 이름을 봉인하여 막은 절대악의 부정의 카르마가 다시 발동된다.
그 결과 지금처럼 가장 빠른 수단으로 처참하게 죽게 되지.
허나 안심해라.
우리가 갈 곳은 이계이니 진리의 발전의 카르마가 적용되지 않는다.
그래서 죽음의 군대와 부활악당들에게만 카르마의 부정적 영향을 주고받도록 조건을 걸었다.”
차원의 마도신의 시선이 부활 악당들 쪽으로 향하자 수천 개의 머리가 또 폭발한다.
그 숫자는 이만명이 넘던 부활악당들의 삼분의 일이었다.
퍼어어어어어억-!
향기로운 술 냄새와 울창한 숲을 이룬 복숭아꽃이 내품는 향기 속에서 자욱한 피비린내가 섞여든다.
그리고 살아남은 부활악당들은 다음에 벌어질 광경을 예상하면서 몸서리를 쳤다.
설명이 맞는다면 격의 차이로 수하가 된 일천만이 넘는 죽음의 군대가 눈에 시퍼런 살기를 풍기면서 일제히 살아남은 자신들을 덮칠 것이기 때문이다.
과연 분노와 증오심으로 이성을 잃은 죽음의 군대의 무기와 능력들이 다시 비처럼 쏟아졌다.
“크아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
비명을 지르면서 반격이라도 하려고 했지만 숫자가 너무나 많았다.
그렇다고 능력적으로 부활악당들이 상위이기에 바로 난전이 벌어졌다.
그러나 인원수의 차이를 이기지 못하고 대부분이 그대로 찢기고 관통당하고 잘려 죽어간다.
그런 부활악당들을 보면서 차원의 마도신은 냉정하게 결론을 내려주었다.
“겨우 부활한 목숨을 지키고 싶다면 서로를 지키고 도와서 임무를 완수하도록 해라.
그리고 네 놈들은 되살린 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넋이 나가있어?
고민할 여유가 아직 있다 이거냐?
오냐-! 그럼 다시 죽어봐라.”
이미 죽자마자 부활조치를 끝내서 멀쩡해 졌지만 죽음의 충격을 벗어나지 못한 세 명이었다.
더구나 거의 원수인데 강제로 같은 목숨으로 묶인 자신의 상황에 거의 공황상태였다.
‘인정사정을 봐줄 놈들이 아니지.’
퍼퍼퍽-!
그대로 엉덩이를 발로 차서 부활악당들과 눈이 뒤집힌 죽음의 군대의 난전 속으로 처넣었다.
하늘을 날아서 갑자기 떨어진 세 명에게 이미 증오심으로 이성이 나간 죽음의 군대와 판단착오로 또 죽게 된 부활악당들이 봐줄 리가 없었다.
“저 놈들이 원흉이다.”
“죽기 전에 저 놈들부터 죽여-!”
아무리 부활을 시켜준다고 하지만 죽음의 충격은 지성체의 영혼으로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고통이었으니 화가 날대로 난 상태였다.
원흉들이 격돌하는 한가운데 떨어졌으니 더욱 악착같이 덤벼들 수밖에 없었다.
난잡한 살기의 폭풍에 화들짝 놀라서 정신을 차린 세 명이 황급하게 부르짖었다.
“전하-! 제가 잘 못했습니다-!”
“이놈들 내가 누구인줄 아느냐?”
“나다-! 이놈들아-!”
아무리 수가 많아도 동급이하의 상대들이라면 순순히 당하지 않을 정도로 강해진 상태였기에 처음보다 더한 아수라장이 벌어졌다.
“이....... 이런.”
방금 자신의 에반젤리의 깃발에 충성을 맹세한 죽음의 군대와 부활악당들이 서로 치고받으면서 죽어가는 모습에 황금착각은 어떻게 할 바를 몰랐다.
차원창세신 코아라는 이 창조신의 힘은 정상적인 수준이 아니기에 대처할 수도 없었다.
반항을 했으니 어느 정도 징계를 예상했다.
쓸 곳이 있으니 일정기간 봉인이나 고통 부여로 예상했지 이렇게 할 줄은 몰랐다.
‘힘도 정신도 정상이 아니야.
도저히 행동을 예측할 수 없다.’
엄청난 정기를 투자하여 만들어낸 세력을 징계한다고 서로 죽고 죽이게 만들 줄은 상상도 못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 무서운 창조신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아공간 속에서 제어구를 한 개 더 꺼내더니 한참을 만지작거리고 크기까지 줄여서 자신에게 던져주었다.
“이것을 나처럼 손목에 차라.”
그리고 왼쪽 손목을 들어서 팔찌처럼 착용한 제어구를 보여주었다.
“.......”
자신에게는 강제 도원결사를 걸지 않았지만 결국 제어구를 채울 모양이었다.
이를 악물고 당장 결판을 낼까 생각도 들었지만 너무나 힘의 차이가 컸다.
그리고 다행히 머리가 아니었다.
최악의 경우 한 팔을 희생하면 제어구에서 벗어날 수 있기에 결국 왼쪽 손목에 찼다.
우웅-!
생전에 그렇게나 피하고 싶던 신족의 제어구를 비록 팔목이나 스스로 차게 된 셈이다.
황금착각은 하늘의 무너지는 느낌을 받으면서 만감이 교차했지만 애써 표정을 정리했다.
그러나 다음 이어지는 말에 표정이 확 풀릴 수밖에 없었다.
“네가 알고 있는 단순히 신체와 신령을 동시에 고통만 주는 제어구가 아니다.
너의 신령과 연결되어 적대적인 권능을 탐지하고 고통으로 방어하는 최후의 방어벽이 되어 줄 것이다.”
그리고 가볍게 자신의 손목에도 찬 제어구를 튕기면서 말을 이었다.
띵-!
맑은 음을 내는 제어기에는 더없이 강력한 신력의 파동이 울린다.
“차원신계에는 사회신족의 직계인 창조신들이 파견이 나와 있다.
그들은 강력한 권능으로 아무도 모르게 은밀성을 유지하면서 상대방의 의지와 감정을 마음대로 변화하고 조율한다.
황금후보였던 너의 존재감을 느낀다면 분명 노릴 것이다.
너는 분명 일반 창조신을 능가하지만 신격은 주신이고 진리의 가호를 잃어서 방어력도 낮아졌으니 걸려들게 된다.
내가 마력으로서 너의 에발젤리의 강제 통제가 가능한 것처럼 말이다.
이계에도 그런 강대한 정신권능을 가진 최고위 창조신이나 그 이상의 강자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아마도 걸리면 자신도 모르게 반역자가 되겠지.
그래서 이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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