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권 33권
나름대로 자신감이 넘치게 의지를 표출했지만 워낙 망해버린 과거가 발목을 잡았다.
또 말이 막히려고 했지만 그래도 물러설 수는 없었다.
자신이 생각하는 상급자는 하급자의 약점을 잡고 협박을 하면서 겨우 자리를 유지하는 그런 미천한 존재가 아니었다.
‘진리의 자랑이 될 자신이 그렇게 해야 한다면 차라리 모두 포기하고 넘기는 것이 좋겠지.’
당연히 무진장 아깝기는 했지만 이미 벌어들인 정기의 양이라면 차원신계나 죽음의 군대는 수백 개를 만들고도 남았다.
측정이 곤란할 정도로 쌓아놓은 정기가 여유와 자신감을 보충하고 있었다.
‘처음부터 잘하는 재능은 저에게 없습니다.
허나 아무리 평범한 존재라도 포기하지 않고 반복한다면 조금씩 나아집니다.
그리고 원래 현자는 자기 일은 못하고 남의 일은 잘하는 법이지 않습니까?’
‘이게 남의 일이냐?
너의 일이지?’
그 말에 차원의 마도신은 아주 짙은 미소를 지었다.
일대 회색의 한계, 아니 일대 십중심의 한계를 본 것이다.
‘역시 고난을 겪은 경험은 일대 회색보다 내가 위다.
일대들은 워낙 강하고 자부심이 넘치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방식이나 삶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래서 강력하지만 극단적인 결과만을 내어놓다가 멸망했지.
허나 나와 이대들은 달라.
수없이 자신만의 방식을 수정하고 보완한다.
광전사의 정점인 이대 흑염의 절대자조차도 필요하면 반드시 죽여 버리겠다던 내 미래와 화해를 하겠다고 할 정도로 진화했지.’
깊숙이 고개를 숙이면서 마치 읍소를 하듯이 정중하게 말했다.
‘자신의 일을 남의 일처럼 냉정하게 생각하면 바른 길이 보이는 법입니다.’
‘........’
그 말을 들은 일대 회색의 절대자는 비판을 멈추었다.
자신은 과거에 창조주의 중압감에 미쳐가는 일대 십중심을 진리를 통해 죽이고 팔륜봉인에 봉인했다.
그 안에는 자신의 신체와 진리의 아버지인 한진호의 신체도 같이 묻혀있다.
허나 이 일을 꾸민 자신과 충실하게 따라준 한진호만은 신령을 살려서 빼돌렸다.
그래서 열 명의 신체를 여덟 개의 권능으로 묶어놓아서 없던 허점이 생겨버렸다.
‘난 나 자신의 최후를 완전히 냉정하게 결정할 수 없었지.
어떻게든 내가 구상한 절대계와 주우주, 이계의 진행을 보고 싶었다.
이건 내 모든 것을 희생해서 다른 십중심을 도와 지금 세계를 구상하고 만든 나만의 권리야.’
그 덕분에 거의 영원과 같은 팔륜봉인의 위력과 수명이 급격히 줄어서 가끔 풀리고 유일용신제의 신체로 보완하는 등의 추가 조치도 해야 했지만 후회는 없었다.
아니 그렇게 생각했는데 자신의 일을 남의 일처럼 생각하라는 이대의 말에 의문이 들었다.
‘만에 하나의 경우 정말 내가 나의 일도 현자로서 냉정하게 남의 일처럼 판단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모두가 지금도 살아있지 않을까?
우리가 처음 모였던 그때 그 모습 그대로.........’
창조주 아니 모든 세계를 이겨낼 만한 강자들과 이상을 추구하면서 황금의 절대자를 따르던 그 시기는 분명 즐거웠다.
세계 전부와 끝도 없이 이어지던 무모한 전쟁조차 완벽한 승리를 거두면서 누구도 이룰 수 없는 위업에 즐거웠다.
‘현자로서 생각해서 안 될 이대로 이 시절이 계속되기를 바라던 시대였다.’
그런 시대를 스스로 닫았으니 당연히 생기는 후회였고 가정이었다.
잠시 그런 생각이 하고 있는데 이대 회색의 절대자가 다시 말한다.
‘올바른 처분의 핵심은 자신이 받아도 납득할만한 조치를 해야 하지요.’
‘.........’
‘실패하면 깔끔하게 포기하고 다시 하면 됩니다.’
‘너의 고집대로 해봐라.
이대 회색의 절대자의 현재.
단 이번에 실패하면 바로 전원 제어구를 조치하도록 해라.’
뜻대로 하라는 허락은 받았다.
그리고 아공간에 무서울 정도의 기세로 흉악한 제어구가 쌓여나간다.
쿠쿠쿠쿠쿠쿠쿠쿵-!
그런데 산맥처럼 쌓여가는 제어구의 숫자는 아무리 보아도 일천만 개가 넘어갔다.
아니 수백억 개가 넘어가는 것을 보니 뭔가 심상치가 않았다.
“지성체부터 정신체까지 너의 부하 전부에게 이걸로 제어를 걸어라.
황금착각에게 통할만한 특제 제어구도 곧 만들어 주겠다.”
“.........”
식은땀이 날 정도로 기백이 전해졌다.
아니 또 뭔가 말을 잘못해서 건 들여서는 안 될 폭탄을 터트린 것 같았다.
그러나 다음 전뇌계를 통해서 보여주는 광경에 왜 이러시는지 납득을 했다.
주신들이 관리하는 신계 지옥에 파퓰리스트에게 딸려 보낸 초월자출신의 하급신들이 모여서 나누는 대화였다.
“파퓰리스트님은 정말 대단하지 않나?
여기 주신들이 아예 상전으로 모시더라.”
“그렇지. 명문신족의 후계라더니 정말 대단한 대우더라.”
“어딜 가도 항상 싸움과 전투만 하시는 차원의 마도신님에 비하면 정말 대단해.”
“뛰어난 지도력도 정말 멋지시지.”
“우리가 전향하면 받아주시려나?”
“열심히 하면 받아 줄지도 모르지.”
자신들을 무리해서 신으로 만들어준 자신을 배신하고 다른 신계로 가겠다는 어처구니가 없는 대화에 잠시 차원의 마도신은 침묵을 유지했다.
그리고 천둥처럼 뇌리에 울리는 일대 회색의 절대자의 의지가 들려왔다.
“이대 회색현재(二代 灰色現在)! 지금 할 말은?
아니 부정할 수 없는 현실 앞에 어떻게 할 셈이냐?”
“........”
차원의 마도신은 바로 대답 없이 봉인구를 뒤적거리면서 몇 개를 끄집어낼 뿐이었다.
뒤적뒤적-!
거의 똑같지만 마음에 드는 봉인구들을 찾은 차원의 마도신은 하나를 줄여서 스스로의 팔에 찼다.
그리고 몇 개를 쥐고서 똑바로 시선을 하늘을 쳐다보면서 말한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
올라가면 내려간다.
성공하면 실패한다.
기대하면 실망한다.
현실적인 삶이란 원래 이런 것이지요.
그래서 영원을 바라지는 않습니다.
다만 삶의 끝에서 내려갈 때, 그리고 실패하고 실망하는 순간 조금 더 의연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버려야 하는 것은 집착과 욕망, 아니 감정입니다.”
별로 화가 나지 않은 어조였지만 이미 의지가 아닌 육성이다.
주변의 황금착각과 죽음의 군대를 생각해서 의지로 말하는 것조차 잊은 것이다.
우둑-!
손에 쥔 제어구들이 형편없이 우그러질 정도로 힘도 들어가 있는 상태였다.
조금 제어구의 권능을 손을 보고서 그대로 다시 폈다.
“그렇다고 저에게 피해를 주고 실망시킨 놈들을 그냥 용서하지는 않습니다.
참고 넘어가면 나중에 후회가 되니까요.
바로 조치하겠습니다.”
그대로 지옥의 공간을 강제로 개방시킨다.
상위의 창조신의 지옥은 이미 정리를 끝내고 지금은 동격이하 창조신들의 지옥들을 돌고 있었다.
같은 신격이라면 비록 신계의 최고 중심부라고 할지라도 차원 권능의 발휘를 막을 수는 없었다.
우우우웅-!
강제로 열려진 초공간 통로로 보이는 공간은 웃음을 머금은 피퓰리스트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 교황신과 동료들이었다.
휘하의 하위신들이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아주 기쁘게 웃고 있었다.
실로 입에서 불길이 토해질 광경이었다.
‘이 멍청한 놈들. 책임자 주제에 포퓰리스트의 권능에 아주 홀딱 넘어갔구나.
명문 중의 명문인 사회신족이 뭐 하러 초월자 출신의 하위신들을 받아들인단 말인가?
칭호를 가진 나조차 용병신으로 떠돌아야만 했는데 말이다.’
자신은 주신급의 용병신으로 활동하면서 올린 전공으로 상승불패의 전투신으로 칭송받았다.
칭호를 가진 마도신의 능력을 탐내서 정식으로 신계로 임용을 추진한 신계주신들도 많았다.
최악의 카르마의 부정적인 영향을 벗어나기 위해서 자신도 적극적으로 바라는 일었다.
그러나 마지막 심사에서 항상 탈락 된 이유는 전뇌계가 신계주신들에게 알려준 지성체 출신의 불안정한 신이라는 어쩔 수가 없는 문제 때문이었다.
‘그리고 흑마도사 출신의 마도신이란 사실까지 겹쳐지니 통과가 될 리가 없었지.’
흑마도사의 종주라는 신분으로 인해 카르마조차 최악이니 당연하게 받아야할 대가조차 축소되면서 감시받다가 의뢰가 끝나면 쫓겨나듯 내보내어졌다.
주신이 다스리는 일반신족들조차 그렇게 철저하게 따지는데 명문 사회신족 정도면 순수혈통 그것도 고위 신족이 아니면 전속은 불가능하다.
결국 모두 꿈을 꾸고 있는 셈이었다.
“에라이-! 정신 차리지 못할까-!”
그대로 손에 쥐고 있던 제어구를 파풀리스트의 앞에서 해롱거리며 웃고 있는 교황신과 동료신들에게 던져버렸다.
목표는 당연히 그들의 머리통들이었다.
푸하하하하하학-! 투가가가각-!
“크어어억-!”
“허허허허-!”
“커컥-!”
“뭐야-! 컥-!”
갑자기 열려진 공간의 문을 통해 날아 들어온 제어구에 용사신만 조금 반응했으나 결과는 변하지 않았다.
상급 창조신이 던진 공격을 중급신이 막거나 피한다는 사실은 있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제어구에 머리를 맞아서 그대로 바닥에 쓰러진 네 명에게 살포시 채워져 있었다.
이마에 빛나는 황금빛의 띠가 무엇인지를 사회신족의 직계인 포퓰리스트가 당연히 모르리가 없었다.
“흡-!”
창조신조차 벗어나기 힘든 제어구이니 놀란 신음성을 내면서 주변을 살필 뿐이었다.
언제 열렸는지 모른 공간의 문 너머로 차원의 마도신이 보이니 누가 던졌는지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왜 이렇게 했는지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왜 갑자기 이런 일이 벌어지지?
업무는 너무나 잘 되고 있다.’
초월자 출신의 하위신들에게는 순수 신족보다 포퓰리스트의 대중을 다루는 권능이 아주 잘 먹혔다.
거기가 백만 명이 넘으니 병력을 나누어 추진해도 상관이 없었다.
덕분에 열배 이상의 속도로 너무나 잘 추진되는 하위 지옥구원사업에 만족하여 책임자들과 서로 덕담을 하던 상황이었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감화의 강화조치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들이 갑자기 날라든 공격에 모두 쓰러지자 기겁을 하면서 주위를 살폈는데 싸늘한 음성이 들려왔다.
“포퓰리스트. 진행상황은?”
무엇 때문인지 모르지만 살 떨리는 살기를 머금고 있는 차원의 마도신이었다.
처음 만났을 때도 별로 좋지 않은 인연이었고 무엇보다 책임자들을 쓰러트린 제어구가 위기감을 불러일으켰다.
‘저건 용서할 수 없는 반역자나 통제할 수 없는 범죄자를 제압하는 강제 제어구가 맞다.
이걸 왜 던져서 이들을 쓰러트렸지?
아니 왜 씌워 놓은 것이야?
나 모르게 정기라도 빼돌렸나?
아니다.
나의 권능의 영향에서는 하위자들의 이탈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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