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709화 (620/2,000)

32권 33권

그렇게 말하면서 폐에 머물던 황금연기를 길게 내품는다.

후우우우우우-!

지옥의 꿈을 꾸게 하여 몸서리쳐지는 황금연기가 다시 자욱하게 깔리자 흠칫 놀란 지옥의 군대들이었으나 황금후보였던 악당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다.

‘에반젤리를 쥐고 전력을 보이려는 순간 이미 나는 황금의 절대자의 후보다.’

황금의 불변성에 의해 어떤 마력도 권능도 아주 미비한 영향을 줄 뿐이었다.

더구나 지옥에서 이를 악물고 수련만을 쌓아왔다.

지금이라면 과거에 주신급으로 벌인 상위 창조신과의 결투에서조차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실제로 에반젤 리가 품어내는 불변성이 아까는 무방비로 빠져들었던 천국의 꿈을 자연스럽게 튕겨내고 있었다.

그런 현상을 보면서도 차원의 마도신은 태평스럽게 말했다.

“절대 악의 카르마는 너의 이름과 함께 봉인조치 하였다.

초월자들이 점령한 이계와 부실한 지성체들을 정리하는데 도움이 되어라.

황금착각(黃金錯覺)이 되어서 죽음의 군대를 이끌고 이계 전부를 숙청하는 것이라.

이게 너를 지옥에서 부활시켜준 대가다.”

“........”

황금착각(黃金錯覺).

이런 수치스런 이름이 강대한 마도와 권능을 부리는 창조신이 자신의 삶은 분석하고 부여한 호칭이라는 사실은 자각했다.

당장 거부하려고 했지만 신령에 화인처럼 새겨져서 영향을 미친다.

무슨 권능인지 모르지만 황금의 불변성조차 무시한 것이다.

십억이 넘는 인구를 가지고 일만 년의 번영을 유지해준 대가로 수없이 찬양을 받았던 영광의 이름이 기억에서 사라졌다.

‘이미 과거의 이름조차 떠오르지 않는다.

봉인 상태의 에반젤리로서는 막을 수 없다는 뜻인가?’

지금 남은 것은 지옥에 떨어진 악령으로서 부활을 대가로 받은 수치스런 칭호뿐이었다.

더구나 자신이 앞으로 해야 할 일도 용납할 수 없었다.

보기만 해도 짜증이 나는 지옥악령들로 만든 죽음의 군대와 부활한 악당들을 이끌고 이계의 지성체들을 학살하라니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는 것이다.

창조신성의 모든 지성체들에게 현인신으로까지 칭송받았던 자신이기에 더욱 그러했다.

우드드드드득-!

분함을 못 이겨서 에반젤리의 창대를 쥔 오른손이 부서져라 움켜쥐고 깃발을 쥔 왼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이 창조신은 지금의 에반젤리만으로는 어떻게 할 방법이 없어.

그러나 깃발을 펴면 이길 수 있다.’

허나........허나.........’

그 단어가 적힌 깃발을 결코 펼 수는 없었다.

황금의 절대자의 후보였다가 지금은 황금착각으로 호칭을 받은 악령이 최종결정을 망설이면서 오로지 망설이면서 투기만이 증가한다.

악당의 심상치 않은 기세를 느낀 위장충신과 살모사 황제, 무식한 찬탈자는 다급해졌다.

차원창세신 코아님이 직접 부활시킨 악당들에게서 반역자가 나온다면 심각한 문제였다.

‘차원창세신 코아님에게 부활된 신체는 결국 종속된다.’

‘더구나 영혼의 권리조차 이미 넘겨져서 죽으면 바로 차원신계로 보내진다.’

‘그만큼의 강제력이 작용하고 있으니 만에 하나라도 이길 리는 없다.’

‘이런 상황에서 반역자는 절대로 안 된다.’

자신들은 누구에게나 경원시 되는 지옥악령의 출신들이다.

그래서 무엇보다 차원창세신 코아님의 신뢰가 가장 필요한 죽음의 군대와 부활 악당들이었다.

아무런 실수 없이 잘해도 힘든데 자신들 중 반역자가 나온다면 쓸 만한 도구취급을 받기 딱 좋았다.

반역자가 나온 가문을 멸문시키고 아예 성을 하나 전멸시킨 전력도 있으니 모를 리가 없다.

다른 부활악당들에게 의지를 보내서 여차하면 같이 제압할 준비를 하는데 차원의 마도신은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진리에게 데려다 주지.

나는 이계에서는 회색현재 차원창세신 코아로서 진리대리를 맡고 있다.

어차피 중간보고와 앞으로의 업무방향을 위해서 본의 아니게 가야할 상황이었다.

그러니 책임자를 한명 데려가도 상관없겠지.”

“!”

황금 후보였던 황금착각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지옥에서 수없는 세월을 악령들을 휘하로 두고 버티면서 가장 바라던 일이 너무나 쉽게 다가온 것이다.

놀라는 와중에서도 계속 희망적인 말이 이어졌다.

“그리고 진리에게는 신이든 마신이든 상관없다.

오로지 강하기만 하면 된다.

강함만이 모든 기준이지.

약자만 아니면 된다.”

지금 부활한 자신은 순수한 황금족이라고 할 수 없었다.

지옥에서 장기간 있으면서 주변의 마력에 조금이나마 영향을 받은 덕이었다.

그래서 하는 말 같은데 본론이 바로 이어졌다.

“그런데 너는 도대체 무슨 면목으로 진리를 볼 생각이냐?

후후후후후후훗-! 설마 그 꼴로 갈 생각은 아니겠지?

너의 지금 모습으로 과연 황금의 절대자의 후보자격을 다시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겠지?

진리가 죽이지 않으면 다행일 것이다.”“.........”

무슨 소리인지는 알 것 같았다.

창조신에게 패배해 지옥에 떨어졌고 지옥 악령으로 있다가 본인의 힘도 아닌 타인의 도움에 의해 부활했다.

그리고 진리를 찾는 것까지 남의 도움을 받았다면 최강의 황금에 어울리는 강자라고 도저히 말할 수 없었다.

아니 그때 직접 보았던 감으로는 이대로 함부로 접근했다가는 약해졌다고 노여움을 사서 말소당할 우려까지 있었다.

“진리에게 강자로 다시 인정받을 아주 좋은 방법이 있는데 말이다.

관심이 있느냐?”

“.........”

분명한 악의 꼬임 같지만 이미 이렇게 얽힌 이상 벗어날 방법은 없었다.

그리고 분명 지옥에서 꺼내주고 육체까지 부활시켜 준 은혜는 있었다.

침묵을 긍정으로 파악한 차원의 마도신은 결론을 내어주었다.

“너보다 강자를 이겨내라.”

당연한 말이었다.

압도적인 강자를 이겨낸다.

그것만이 진리를 다시 볼 가장 빠른 길이라는 사실은 이미 전뇌계를 통해 알고 있었다.

‘그러나 방법이 없다.

나보다 강하다고 느껴지는 존재감을 찾을 수가 없었어.

나를 패배시킨 창조신조차 존재의 무게로 보면 아래였다.

단지 먼저 태어나 쌓아온 신력과 수련, 세력이 앞서 있었을 뿐이었다.’

너무나 강대한 재능과 존재감이 문제였다.

황금 후보였던 자신보다 압도적인 강자로 인정될 만한 존재는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차원의 마도신도 그 점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허나 진리가 십중심 후보였던 너보다 강자로 인정할 존재는 거의 없지.

아마도 십중심 현역들이나 후보정도를 이겨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역들은 어떻게 할 방법이 없고 후보는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

십중심과 관련된 사항은 진리가 특별히 직접 관리하기에 몇 명이 있는지 아무도 모르지.

너의 경우를 보면 후보 자신조차 모르는 것 같으니 어떤 탐색이나 검색도 무리다.”

명확한 사실이다.

황금후보였던 자신조차 시험이 끝날 때까지 아무것도 몰랐으니 말이다.

“주우주는 너 외에는 없을지도 모른다.

십중심이 될 수 있는 재능은 결코 흔하지 않으니 말이다.

그리고 너는 황금이니 다른 하위의 십중심 후보를 쓰러트려도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러면 아직 진리의 가호를 받은 황금의 후보를 쓰러트려야 한다.

그러나 황금의 절대자의 후보가 또 있을까?

황금족의 희소성을 보면 아닐 것이다.”

황금착각도 가장 고민이 되었던 부분이었다.

황금후보였기에 같은 십중심 후보를 쓰러트린다고 인정받지 못한다.

적어도 동급인 황금후보나 아니면 둘 이상을 쓰러트려야 아슬아슬하게 가능했다.

그런데 이 창조신은 마치 생각을 읽고 있는 것처럼 거침없이 해답을 내려주고 있었다.

“그러나 이계에 십중심 후보들이 분명히 있다.

황금이 있는지는 모르나 지금까지 확인한 바로는 최소한 셋 이상은 있다.

그들과 싸울 기회를 만들어줄 것이니 네가 전부 쓰러트려라.

그러면 진리는 너의 가능성을 다시 인정하고 후보의 자격을 돌려줄 것이다.

왜 이런 제안을 하냐고?

진리의 가호를 받으면서도 이계를 저런 꼴로 만들고 신족의 반대편과 중립에 선 이계 십중심 후보들은 나의 적이다.

그들을 쓰러트리기 위해서라면 모든 지원을 해준다.”

“........”

침묵으로 일관하는 황금착각을 보면서 마지막 말을 했다.

“의심할 필요는 없다.

나는 진리의 길을 따른다.

강자에게는 영광을 부여하고 약자에게는 기회를 준다.

회색의 후보자격을 얻은 내가 그러했으니 말이다.”

“........”

그리고 보여준 기억에 황금착각은 숙연한 기분이 들었다.

차원의 마도신은 흑염의 바람성에서 영원의 심판의 대상으로 최고위 흑염일족을 지목하고 쓰러트렸다.

엄청난 준비와 영겁윤회(永劫輪回)라는 대상자를 지정하여 시공조작으로 승리를 할 때까지 도전을 하게 하는 금단의 마도로서 이겨낸 것이다.

그 승리의 결과가 회색의 절대자로서 후보 자격의 획득이었다.

‘방금 흑염일족이 된 약자가 최고위 흑염일족에게 승리한다.’

두말 할 필요가 없는 진리가 인정할만한 공적이었기에 스스로 달라고 요청하고 승인까지 받았다.

이 위업은 전뇌계를 통해 십중심 일족의 능력수준을 알고 있는 자신이었기에 존경심까지 들 정도였다.

“명심하라.

십중심 후보의 자격을 상실한 너보다 강자로 인정될 수 있는 존재는 십중심 또는 후보의 자격을 유지하고 있는 존재들뿐이다.

비록 약한 이계의 십중심 후보이지만 진리의 가호를 받는 존재들을 혼자서 쓰러트린다면 그것은 크나큰 위업이다.

그럼 두말 할 필요도 없이 바라는 것을 들어주길 것이다.”

“.........”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생각에 잠긴 황금착각을 보면서 차원의 마도신은 속으로 혀를 찼다.

‘젠장-! 이 정도면 좀 넘어와라.

더럽게 까다롭네.’

역시 황금후보였던 악당답게 무척이나 힘들었다.

부활시킨 신체를 취소시킨다고 협박을 하려고 해도 언제인가는 스스로 신체를 만들 권능수준에 도달할 재능이었다.

그리고 가장 큰 이유는 근원의 길잡이로 때린 타격이 거의 효과가 없었다는 점이었다.

힘으로는 제압이 안 된다는 뜻이었다.

‘차원공통원소로 인하여 완전해진 흑염일족의 신체능력과 권능, 마도로 동시에 죽일 기세로 때려 박았는데도 분쇄되지 않고 자력으로 회복을 했다.’

황금일족의 방어력과 불변성이야 누구나 인정할 수준이지만 기가 막힐 일이었다.

물론 전력으로 하면 당연히 소멸시킬 수 있지만 초월자들과 엄청난 전력차이를 생각하면 아주 아까운 일이었다.

결국 탐탐치 않았지만 추가적인 조치를 해주었다.

“일단 선물을 하나 주지.

깃발을 펴봐라.”

그 말에 묵묵히 생각만 하던 황금착각의 기세가 확 바뀌었다.

무자비한 살기가 피어올랐지만 차원의 마도신에게는 귀여운 수준이었다.

‘황금의 재능이 있으면 뭐하나?

결국 지옥의 악령신세인데?’

살아온 세월과 전투의 경험치가 달랐다.

비록 재능이 형편없이 떨어진다고 해도 수련과 사투로 쌓아올린 강함은 거짓이 아니었다.

더한 살기로 황금착각의 기세를 박살내어버리고 담담하게 말했다.

“나는 너의 이름을 봉인했다.

그것은 과거를 봉인했다는 소리이다.

그럼 너의 에반젤리의 깃발에 적힌 단어까지 사라졌다는 뜻도 되지.”

“!!!”

그 말에 황금착각의 한없이 커진 눈동자가 에발젤리의 몸에 감긴 깃발을 주시했다.

없었다.

죽는 순간까지 펼치지 못하게 치욕스런 마음이 들게 했던 단어가 사라져있었다.

덜덜-!

있을 수 없을 정도로 손이 떨리면서 서서히 깃발이 펼쳤다.

그리고 눈부신 황금빛이 지옥 전부를 밝혔다.

화아아아아-!

깃발에는 아무 것도 적혀있지 않았다.

처음 얻었을 때와 똑같이 찬란한 황금빛의 천 그대로였다.

“.........하하. 크크크큭.”

허탈한 웃음이 새어나온다.

그리고 그것은 곧 흐느낌으로 바뀌었다.

주변에 누가 있는지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은 다시 찾은 순수에 감격하고 수없이 떠오르는 과거의 회한에 젖을 뿐이었다.

“크흐흐흐흐흐흑-!”

다시 찬란한 황금의 빛을 되찾은 에반젤리의 깃발을 부여잡고 우는 황금착각의 울음소리만이 한참이 들렸다.

“.........”

그 모습을 보는 차원의 마도신과 지옥 악령들은 아무 말이 없었다.

아니 할 수 없었다.

지옥의 악령들이야 과거의 죄가 모두 사라진다는 의미를 잘 아니 감동을 했다.

그리고 차원의 마도신은 에발젤리가 가진 불변성에 강제로 개입했다가 반발력에 몸이 터져서 죽을 뻔했다.

상급 창조신의 신격을 믿고 밀어붙였다가 완전한 생명을 날릴 위기를 아무도 모르게 겪은 것이다.

‘크으으으으. 이런 제길-!

겨우 주신정도의 신격을 가진 에반젤리가 이 정도라니?

이러면 절대계 십중심 정도면 회색의 절대자의 마도나 권능이 아예 안 통한다는 소리잖아?

미래 자식이 절대로 안 덤비는 이유가 이거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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