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권 33권
수가 많고 독기가 넘쳐서 마도신의 입장에서도 도움이 될 정도로 강대한 마력이니 안 기쁠 수가 없었다.
그런데 검은 복장과 갑옷으로 통일시킨 죽음의 군대와는 다르게 각자 생전의 복장으로 완전히 부활한 악당들이 득의만만한 표정으로 나섰다.
그중 아주 특이하게 고풍스러운 하얀 옷에 모자, 거기에 하얀 깃털로 만들어진 원형의 부채를 가진 존재가 맨 앞에 나섰다.
지옥을 전전하면서 마력을 증가시키고 드디어 생전에 쓰던 무구까지 전부 만들어낸 위장충신이었다.
그 옆에서 지극히 화려하게 황금과 보석으로 뒤덮은 황제의 복장을 한 살모사 황제와 아무런 격식도 없는 흰 옷에 피에 물든 몽둥이를 무식한 찬탈자가 따랐다.
“후후후-! 결국 우리의 마력을 못 버티는군요.
위대한 마도의 신이시여.
이제 저희가 나설 때가 아닙니까?
이계의 창조신들 대신 지옥의 악령들을 모두 잡아서 처분하겠습니다.”
“.........”
그 말에 차원의 마도신은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지옥의 최상의 악령답게 다른 신계의 지옥을 거치면서 다양한 마력을 집어삼켜 강화되고 있는 죽음의 군대와 악당들이었다.
같은 지옥의 악령이라고 하지만 수준이 달랐다.
‘이들이라면 밀리지 않겠다.’
그리고 가볍게 영창 했다.
“전멸세계(全滅世界).”
환상처럼 수십 개의 혹성이 차원의 마도신의 머리 위로 모여들면서 폭발하려 했다.
이미 저 마도에 수경이 넘는 지옥의 악령들이 소멸 직전에 몰려서 정기만 빼앗기고 초기화되어서 천국에 보내지는 것을 목격한 죽음의 군대가 동요했다.
하지만 부활한 악당들은 편안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믿는 구석이 있었다.
‘우리들의 가치는 이제 잘 알았다.’
‘이계의 지성체를 망하게 하는데 우리만 한 적임자가 없지.’
그리고 엄청난 범죄자인 자신들을 각 창조신계의 지옥에서 완전히 빼내어서 차원의 마도신님에게 배속시키기 위해 낸 정기의 양은 터무니없이 막대했다.
그러니 절대로 소멸시키지 않으리라는 믿음이 확고한 것이다.
역시 자신들을 전부 날려버린 대신 거대한 폭발이 끝없이 이어지는 거대한 빛의 호수가 나타났다.
차원의 마도신은 전멸세계의 지역우주조차 날려버리는 순간적인 거대한 폭발력을 응축시켜 유지할 정도로 숙련된 것이다.
그것도 마신왕으로 변하지 않고 창조신의 모습으로 여유 있게 발휘하고 있었다.
처음 지옥구원계획을 시작할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이 마력의 운용이 발달한 것이다.
우르르르르르르릉-!
지옥전체를 뒤흔드는 폭발하는 호수에 갑자기 나타난 상상도 못 할 마력을 뿌리는 죽음의 군대에 질려서 주변에서 눈치만 보던 지옥의 악령들이 즉각 반응했다.
지옥의 구석 아니 심상치 않은 느낌을 받고 천국으로까지 도주하려던 그들의 뒤로 무감정한 명령이 떨어졌다.
“기준 이하는 필요 없다.
여기에 잡아서 처넣어라.”
“핫-!”
“기회의 기준은 똑같다.
일천만 이상은 죽음의 군대로 만들고 일억 이상은 완전부활을 시켜 이계의 지성체를 망하게 할 최고의 악당으로 만든다.
이계는 넓고 행성은 많다.
더 많은 인원이 필요하니 최대한 모으도록 해라.”
그 말에 사악한 웃음을 숨기지 않는 위장충신이 대답했다.
처음에는 어떻게든 지배층을 줄이려고 조금 수작을 벌이려고 했다가 눈치를 챈 무식한 찬탈자에게 몽둥이로 머리를 몇 대 얻어맞고 생각을 바꾸었다.
‘저 몽둥이에 묻어서 지워지지 않는 핏자국은 내 것도 많이 섞여 있지.
이렇게는 못 산다.
아니 무식한 놈들하고 부대끼기 싫다.’
저렇게 무지막지하게 말도 안 통하는 놈들과는 상종도 하기 싫었다.
그리고 어서 이 지긋지긋한 준비과정을 끝내고 이계로 가서 몽땅 죽여 버리고 마신이 되는 쪽으로 노선을 변경했다.
그러려면 전력의 목표치를 빨리 채우는 것이 급선무였다.
“후후후후후후-! 먹이는 많으니 다툴 필요가 없겠더군요.”
“빨리 정리를 하고 목표를 채우려면 전력이 더 필요하니 최대한 모아오겠습니다.”
부활한 악당들의 목적은 이제 단 하나로 정리되었다.
이계의 일천 억을 죽여서 마신이 되고 다스릴 행성을 받는 것이다.
아주 간단하고 쉬우면서 마음에 드는 목적이니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천국으로 도망치는 지옥의 악령들은 바로 공간이동으로 이동하여 막아버리는 악당들이었다.
유일한 도주로가 막힌 지옥의 악령들이 비명을 지르면서 달려든다.
끼이이이이이이-!
하지만 악당들의 상대조차 되지 못하고 귀찮다는 듯이 휘저은 손짓들로 튕겨만 나갔다.
비록 인간의 신체이나 차원의 마도신이 모든 가능성을 깨워 만들어준 육체는 생전에 상상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강했다.
그리고 과거에 익혔던 모든 사악한 술법과 재주, 거기에 도움이 될 만한 무한정의 자료까지 베풀었다.
여기에 각 지옥을 돌아다니면서 마력조차 아낌없이 흡수하게 하는 배려를 보고 깨달았다.
‘진정한 마의 신이 강림했다.’
그 덕분에 이미 자신들은 어지간한 하급신은 두려워하지 않아도 될 만한 마도의 힘을 길렀다.
그런데 지옥의 악령들이야 우스울 뿐이었다.
부활한 악당들에 의해 마치 허공에 살충제를 뿌린 듯이 마구 추락하는 악령들은 모두 전멸세계가 유지되는 빛의 호수로 떨어졌다.
좌르르르르륵-!
크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각-!
빛의 호수에 닿자 강제로 영혼과 정기가 분리되는 악령들이 처절하게 지르는 비명이 지옥을 울린다.
이미 일천만이 넘는 죽음의 군대까지 가세하여 지옥 악령들을 잡아서 처박았기에 섬뜩한 비명이 끝도 없이 울렸다.
창조신들까지 갱생을 포기한 극악한 악령들이지만 도망치다 잡혀서 지르는 비명은 처절하고 불쌍해 보일 정도였다.
그러나 이들의 불행은 이 자리에 있는 누구도 동정은 고사하고 감정조차 움직이지 않을 정도로 독종들이라는 점이다.
차원의 마도신은 아예 담뱃대까지 꺼내서 불을 붙이고 연기를 빨아들였다.
진행속도가 아주 마음에 든 것이다.
“후우우. 속도가 그런대로 쓸 만하군.
인정사정없이 사정 봐주지 않고 잘하는구나.”
그 말에 하얀 부채를 살랑거리면서 위장 충신이 겉에서 대답했다.
“후후후후후훗-! 솔직히 이것저것 따지는 영웅들보다 적당한 보수만 주면 무슨 일이든 하는 악당들이 유용하지요.
달랠 필요도 보호할 이유도 없지 않습니까?”
“그렇기는 하지. 휴우우우우우우-!”
길게 담배 연기를 내 품는데 황금빛의 연기였다.
그것도 고농도의 신력을 품은 연기구름에 위장 충신은 질겁하면서 물러섰다.
저기에 닿으면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는 이미 엄청나게 경험해서 잘 알게 된 지 오래였다.
무엇을 해도 결국 부질없이 실패하는 지옥의 꿈에 갇히게 되는 것이다.
“헉-! 절……. 절 또 죽이실 작정입니까?”
“설마? 그 정도로 투자해서 길러냈는데 쓰지도 않고 버릴 것 같으냐?”
거의 농담수준으로 말하는 차원의 마도신이지만 이미 한번 닿아서 상상도 못 할 지옥의 꿈을 꾸고 자멸 직전까지 갔던 위장충신은 다급하게 물러섰다.
닿으면 무조건 영혼이 붕괴직전까지 갔는데도 차원의 마도신이 귀찮다는 듯이 원상복귀를 시켜버리니 아예 저항을 포기했다.
마음대로 소멸도 못하는 것이다.
‘더구나 장난처럼 부리는 권능이 일천만이 넘는 죽음의 군대를 만들고 이만이 넘는 악당들의 완전부활이다.’
이제까지 신이란 존재의 위대함에 회의를 가졌는데 이렇게 다수의 생사 구분조차 무의미하니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비록 필요해서라고 했지만 하위신조차 두려워하지 않을 힘을 가지게 해준 은혜는 너무나 컸다.
‘현재 우리를 가호하는 유일한 신이기도 하시니 따라야 한다.’
언제 무슨 일을 할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에 따른 불안감 정도야 꾹 참고 넘어가면 되었다.
보상은 확실히 챙겨주시니 그래도 살모사 황제를 모셨을 때보다는 낫다고 위안하면서 겉을 지키는 위장 충신이었다.
그런데 악령 아니 마신조차 위협하는 고농도의 황금 연기를 내 품으면서 악당과 죽음의 군대에 무참하게 정기를 환수당하는 광경을 지켜보던 차원의 마도신이 혀를 찼다.
“쯧-! 멍청한 놈들이 당했군.”
지옥 전부를 감지영역에 넣어놓은 차원권능에 죽음의 군대에 교묘하게 파고드는 이상한 마력들을 감지한 것이다.
지극히 높은 수주의 마력을 다루는 최상위 지옥 악령의 수작이었다.
죽음의 군대의 신체에 몰래 숨어들어 탈출할 생각이다.
그런데 부활한 악당들조차 눈치를 채지 못할 정도로 수준이 높았다.
“빙의 계열인가?
여기도 인물이 나왔군.
과연 수십조의 지성체의 인구를 자랑하는 창조신계의 지옥이라고 할까?
어딜 가도 대단한 놈들이 있군.
이런 능력을 갖추고 착하게 살아도 충분히 성공할 것인데 뭐 하러 지옥에 올 정도로 설쳤는지 모르겠군.
하여간 지성체는 힘을 가지면 하는 짓이 왜 이렇게 똑같나?”
그런 식으로 말하면서 아공간에서 평범한 창을 꺼내 들었다.
아니 하나가 아니라 수십 개, 그리고 수천 개로 늘어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차원의 마도신의 주변을 가득 채우면서 정렬된 창이 풍기는 살기는 이미 악령들이 느낄 수 있는 수준을 넘은 지 오래였다.
다만 보기만 해도 죽을 것만 같은 공포감을 불러일으켰다.
“예? 앗?”
영혼을 아주 날카로운 칼날로 베는 느낌에 모두의 시선이 주목되었다.
“신살(神殺)의 창 목표설정. 카르마 수치 절대 악.”
그 말에 위장 충신과 악령들을 강제 정화하면서도 항상 주시하고 있던 악령들의 표정이 확 변했다.
이미 차원의 마도신이 이런저런 수단으로 많은 지옥을 정리하며 악령들을 잡아내는 모습을 보았으니 방금 하는 행동이 무슨 결과를 보일지 모를 리가 없었다.
저것은 끝까지 자신들의 눈에 발각이 안 되는 악령들을 마지막에 잡아내었던 신기였다.
‘저 창은 목표를 설정하고 발사하면 반드시 적중시킨다.’
‘지옥의 벽의 반대편에 있던 나조차 잡아내었던 신기-!’
일부의 악당들은 강제로 영혼의 핵을 명중 당해서 끌려온 기억들이 생생했다.
그런데 지금 설정한 목표가 문제였다.
‘목표가 카르마 수치 절대 악-!’
그건 바로 자신들도 포함되었다.
비록 부활했지만 일억이 넘는 지성체를 죽여서 정기를 감소시킨 자신들의 카르마가 절대 악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저……저거-! 저러면 우리도 목표가 된다.’
‘피……피해야 돼.’
‘어떻게? 무슨 수로?’
공황상태에 빠진 부활한 악당들의 뇌리로 끝까지 암흑 복음에 반항하려던 악령들에게 차원의 마도신이 재미있다는 듯이 들려준 사실이 떠올랐다.
‘카르마 수치 절대 악.
그 대가가 바로 차원창세신 코아님에게 묶인 이유라니?
혼자 나가보았자 반드시 최악의 상황에 빠져서 지옥에 돌아오게 된다고?’
지극히 당황스러운 사실이지만 차원의 마도신이 직접 이야기했고 본인들의 카르마의 수치까지 확인하였으니 모르는 존재가 없었다.
만약 차원의 마도신의 관리에게서 벗어나면 지옥에서 영원히 고통을 받는 것보다 더한 고난이 기다리고 있다는 절망적인 사실을 알았지만 유일한 희망은 있었다.
이계의 반역자들을 일천억 이상 죽인다면 마신이 되고 행성까지 받는다는 너무나 달콤한 보상이었다.
악당들의 생각으로는 그 정도의 대가가 있다면 어떤 고난도 견딜 수 있었다.
평범한 지성체로는 어떤 노력을 해도 얻을 수 없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위장 충신이 창의 수를 헤아리다가 기겁을 해서 외쳤다.
일만이 넘어선 것을 보니 이건 숨어있는 악령들을 잡아내는 수준의 숫자가 아니었다.
잘못하면 자신들조차 막을 수 없을 정도였다.
“허억-! 잠…… 잠시만-! 폐하-!”
“꿰뚫어라. 투(投)!”
아기발도의 투창술의 발동과 거의 같은 시동어와 함께 빛으로 만들어진 빛살처럼 창들이 지옥을 가른다.
꽈과꽈꽈과꽈꽈꽈꽈-!
그 창들은 죽음의 군대의 신체와 부활한 악당들조차 눈치를 채지 못하게 빙의되려던 이곳의 악령들을 전부 관통했다.
케에에에에-!
죽음의 군대는 비록 죽은 몸이지만 상위의 존재에 속한 몸이다.
심장이 박살이 난다고 죽지는 않는다.
하지만 고통은 있었다.
창이 심장을 관통하는 느낌에 비명을 지르는 죽음의 군대와 그 몸에 스며들은 덕분에 속절없이 관통당해 꼬치처럼 변한 지옥 악령들의 비명이 뒤섞였다.
크아아아아아-!
“........”
적과 아군을 동시에 쓸어버리는 지옥의 악령조차 얼어붙을 광경에 순간적으로 침묵이 흐를 지경이었다.
하지만 상위 죽음의 군대이니 심장이 관통 당했다고 죽을 리가 없다.
바로 몸은 회복되었고 신살의 창들은 창대에 지옥의 악령들을 끌고서 차원의 마도신에게 다시 되돌아왔다.
가가가가가가가-!
그리고 익숙한 것처럼 지옥의 악령들이 비명을 지르면서 몸부림을 치는 것을 무시하고 서로의 몸을 마찰시켜 잡은 악령들을 바로 앞에 떨어뜨리어 놓았다.
크카카카카카카카-!
크아아아아아아아-!
주신조차 위협하는 엄청난 신력이 담긴 신살의 창에 관통당해 거의 힘을 잃은 지옥 악령들의 가느다란 신음만이 울렸다.
그리고 더불어서 생생한 육체가 발산하는 비명과 간청이 울렸다.
필중의 신살의 창이었지만 이번에 받은 최고의 육체와 그동안 익힌 마도로 용케도 필사적으로 피해내는 악당들이었다.
“우아아아아-! 아직 남아있다.”
“쫓아온다! 위대한 신이시여-!”
“저들을 눈치 못 챈 저희가 무능했습니다.”
“제발 분노를 거두어 주십시오.”
아무리 공간을 왜곡하고 시간을 늦추어도 끝까지 심장을 노리고 쫓아온다.
그리고 저 창에 심장을 관통당하면 반드시 죽는데 이미 이런 식으로 죽었다 부활한 지가 여러 번이었다.
수없는 죽음과 부활에 갈수록 죽음의 필연성과 부활의 절대적인 가치조차 퇴색할 지경이지만 결코 죽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고 바로 옆에 있다가 바로 쏟아진 수십 발의 신살의 창을 가까스로 막아낸 위장충신과 살모사 황제, 무식한 찬탈자는 식은땀을 흘리면서 말했다.
바로 곁에 있으니 이렇게 무심하게 발동되는 마도와 권능에 휘말려서 죽음과 부활을 당한 것이 이미 셀 수도 없었다.
“폐…… 폐하-! 저…… 저희들 또 죽습니다―!”
“살…… 살려주십시오. 이제 죽음도 부활도 지겹습니다.”
“너희 말하면서 힘을 빼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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