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권 33권
분명 이익이 되지만 악업을 더 쌓으라는 말에 간신은 고민했고 황제는 망설였다.
허나 찬탈자는 즉답이었다.
그래서 최후로 살아남은 승자였던 것이다.
협박도 납득시킬 필요도 없는 부하에게 쓸데없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없었다.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딱-!
그러자 마치 원래 죽지 않았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부활한 육신에 멍해지는 무식한 찬탈자였다.
‘이렇게 쉬운 것을 그렇게 갈구 했나?
어이가 없군.’
그리고 담담하게 이어지는 차원의 마도신의 말에 바로 옆의 위장 충신과 살모사 황제와 같이 깊숙이 머리를 땅에 박았다.
악령이었고 마력을 다루었기에 앞의 창조신이 얼마나 무서운지 너무나 잘 알았다.
더구나 능력보다 무엇을 저지를지 모르는 의외성이 너무나 당황스러웠다.
‘부활을 장난처럼 시킬 정도면 반대의 경우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뜻도 된다.’
삶과 죽음이 아무런 의미가 없는 불사불멸의 고위의 정신체들에게 필멸자의 운명은 아무런 가치가 없었다.
그나마 끝없이 봉사하고 기여한 지성체들만이 천족이라는 최하위의 말단 정신체로서 승급되었다.
‘약속은 이루어진다.’
‘허나 끝없이 직접 가치를 증명해야만 이루어질 것이다.’
과거 천국에서 천족이 된 면식이 있는 지성체들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모든 악령들은 가지고 고개를 숙였다.
다른 악령들도 생전과 거의 비슷하지만 결국 죽어있는 상위 죽음의 군세의 몸은 이미 선택한 후였다.
이런 일에 늦을수록 손해가 막심하다는 사실을 모르지는 않았다.
차원의 마도신은 세 명의 부활한 악인과 일천 명의 상위 죽음의 군세가 모두 엎드린 절하는 가운데 마신왕의 마력을 증강하면서 말한다.
차원창세신 코아로서 암흑 복음의 시작이었다.
“나의 신성 중 하나인 전쟁은 자신의 편이냐 남의 편이냐 부터 구분을 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적을 잘 죽이면 영웅이고 아군에게 피해를 주면 역적이다.
그런데 전장에서 선과 악을 구분하려는 어리석음이 모든 혼란의 본질이며 전쟁이 끝없이 이어지는 원인이다.
삶과 죽음, 승자와 패자만이 있는 전쟁에 무슨 선과 악이 있을까?
그런데도 정의를 부르짖으면서 적이라도 죽이면 악이고 적이라도 살리면 선이 된다고 말한다.
그것은 이제 용납하지 않는다.
선과 악의 기준은 오로진 너희들의 주인인 내가 정하는 것이다.”
철저한 독재, 아니 흔들리지 않는 의지를 가지고 이제 막 생성된 죽음의 군세에 규칙을 각인시켜 간다.
모든 단어와 의미가 영혼에 새기는 각인처럼 철저하게 악령의 의식을 얽매어 갔다.
“내게 유리하면 선이고 불리하면 악이다.
그러나 나는 빛의 창조신이면서 차원의 마도신, 이계에서는 차원창세신 코아이다.
신족의 창조신으로서 선의 기준은 지성체의 번성이다.
모든 기준은 정기의 질과 수량의 증가이며 주우주 전체 카르마의 향상이다.
이것을 항상 명심하고 시행하라.
그 과정에서 발생한 살인과 학살을 정당화하면 안 된다.
지성체의 숫자를 늘리지 않고 무분별하게 줄였다면 결국 지옥의 악령이 되는 것이다.”
그 말에 죽음의 군대는 더욱 고개를 숙였다.
생전과 다름없는 몸이나 결국 죽어있는 몸이기에 아주 잘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너희들을 유능하다.
만약 이 사실을 생전에 알았다면 모두 천국에서 고위 천족으로 잘 살고 있을 정도다.”
사실이었다.
천족에 있는 자들과 선택한 방식이 조금 다르다는 차이로 지옥과 천국으로 갈렸다.
자신보다 무능하다고 비웃었던 많은 존재들이 지성체를 번영시켰다는 공으로 천국에서 천족으로 자신들을 관리했다.
지옥에 떨어지기 위한 대기기간동안 일부러 자신들을 구경하러 오는 그들의 모습에 얼마나 치를 떨었는지 모른다.
그래서 다시 그들을 보기 싫어서 더욱 지옥에서 버티면서 탈출할 기회만 노리고 있었는지 몰랐다.
“이제 너희들은 끝났다.
한번 지옥에 온 이상 어떤 신도 다시는 기회를 주지 않을 것이다.
어떤 능력이 있을지라도 행성 카르마의 수치에 엄청난 손해를 입힌 존재에게 줄 자비나 여유는 신에게는 없다.
신이 될 기회만을 기다라며 충성을 바칠 능력 있는 천족의 영혼은 얼마든지 있으니 말이다.
아니 다시 도전할 기회가 주어진다고 해도 스스로 지옥의 악령이 될 방식을 선택한 이상 다시는 돌아가지 못한다.”
이미 죽음의 군세로 거듭난 지옥의 악령들은 모두 엎드려서 마력에 섞인 암흑의 복음을 모두 받아들이고만 있었다.
영혼에 스며드는 신언에 저항을 시도할 수도 있겠으나 수긍했다.
힘이나 공포에 굴복해서가 아니었다.
자신들을 쳐다보는 차원의 마도신의 신족 특유의 황금안은 단 한가지의 감정을 지닌 순수한 검은 마력의 빛만을 품어냈다.
‘저것은 증오도 경멸도 동정조차 아니다.
우리를 아까워하고 있다.
몰라서 범한 어쩔 수 없는 실패.
능력이 있어도 다시는 성공할 수 없는 존재에 대한 안타까움이다.’
그리고 지금 얼마든지 부활시킬 수 있는 힘을 보였다.
더구나 이제 완전히 글러버린 신으로의 진화는 바랄 수 없으나 마신으로의 길을 약속받았다.
이런 창조신이 아니라면 구원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지옥의 최상위 악령으로서 고개를 숙여 자비를 바라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내가 모시는 바람가 차원의 오리진님께서 이계의 일에 관심이 생기셨다.
이계의 영웅들은 약자에 대한 무조건적인 희생을 말하면서 악당과 싸우고 죽이고 죽는다.
그리고 악당들도 이유 없이 벌리는 범죄에 의문을 보이셨다.
영웅들이 죽인 악당들도 결국 정기의 일부이고 손실이다.
그리고 악당들도 다른 평범한 인간을 초월하는 힘이 있기에 편히 살 수 있다.
그런데 왜 범죄자가 되어서 영웅들과 힘겹게 싸우는지 전혀 이해를 못하셨다.
내가 보아도 이들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리고 영원체인 그분의 시각으로는 지성체가 말하는 선과 악은 아무 의미가 없다.
심지어 적과 아군도 무의미하지.
결국 모두 자신이 필요해서 만든 것이니 말이다.
상위의 존재에게 지성체가 목숨을 걸고 지키려는 모든 것이 쓸모가 없다.”
지옥을 전부 뒤덮을 기세로 퍼져가는 열세 쌍의 마력의 날개 그리고 이제 왕관이 아니라 황제의 관처럼 하늘로 치솟은 검은 보석 뿔이었다.
가공할만한 마력의 파동이 죽음의 군세의 마력을 끌어올려갔다.
우우우우웅-!
온 몸을 휘감는 순순한 마력의 파동에 능력이 급등하고 그리고 그 속에서도 신언은 그대로 영혼에 새겨진다.
“결국 영웅과 악당의 구분도 어느 편에 속해서 싸우는 가로 결정된다.
결국 똑같이 죽였으면서도 승자인 신족의 쪽에 선 자들은 천국의 천족이 되고 너희들은 지옥의 악령으로 떨어졌다.
너희들의 입장으로는 참으로 불합리하겠지.
행성의 지성체를 총괄하고 관리하는 지배자인 신족이 너희들도 모르게 마음대로 정한 기준이니 말이다.”
암흑 복음이 더욱 깊숙하게 영혼에 파고들면서 의지를 뒤흔든다.
이미 받아들이기로 작정한 이상 서서히 사고가 변하는 것도 감수하는 악령들이었다.
아니 자신들과 유사한 사고방식이었기에 저항할 이유도 없었다.
“신족에 대한 원망도 증오도 이유도 이해한다.
너희들의 본성은 궁극의 효율성의 추구이며 신족에게는 바로 악이다.
그래서 신족이 요구하는 방식을 이해도 하기도 힘들 것이다.
그러나 신족이면서 마력을 다루는 마도신인 나는 다르다.
공적에 선과 악의 구분 따위는 하지 않겠다.
일반적인 신처럼 치사하게 이런 저런 이유로 너희들의 전공을 깍지 않겠다.
나의 명령대로 적만 잘 죽인다면 그만큼의 대가를 바로 지불한다.
그 보상은 너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주어질 것이다.
그것도 지금처럼 선불로!”
묘하게 한이 맺힌 듯이 선불을 강조하는 차원의 창세신의 암흑 복음의 각인은 끝났다.
모든 죽음의 군세에 차원의 마도신의 지금 말이 죽음의 군대의 법칙으로서 정해진 것이다.
물론 최종적으로 화인처럼 영혼에게 새겨진 것은 지금처럼 긴 글의 나열이 아닌 마지막 단 한 줄이었다.
“적은 수단방법을 가리지 말고 모든 것을 걸고 전력을 다해 죽여라.”
승리를 위해 마력조차 수단으로 사용하는 마도신이자 보수를 위해서라면 목숨을 거는 용병신으로서 의지를 한껏 드러낸 암흑복음이었다.
그리고 지옥의 악령들로서는 아무런 이의가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철칙이었다.
우우우우우우웅-!
차원의 마도신의 암흑복음이 지옥의 악령들의 적극적인 호응 속에서 완전히 일체화가 되었다.
영혼이 창조신의 신격에 복종하고 심령이 연결되면서 계약이 완료되었다.
그렇게 완벽하게 이들 전부를 자신의 신계에 이름을 올려버린 차원의 마도신은 바로 호명했다.
“일단 처음 주는 일이다.
위장 충신.”
이제 누구를 말하는지 모를 리가 없었다.
차원의 마도신의 마력으로 실현한 암흑 복음은 부활시킨 당사자와 죽음의 군세를 영혼단계로 직접 연결하고 통제한다.
엄청나게 쏟아지는 정보와 의지의 전달에 어떤 오류나 무리가 없다는 사실에 위장 충신은 감탄했다.
‘모든 의사와 판단이 실시간으로 전해지고 반응하고 있다.
아마도 거리의 제한조차 없을 것 같은데?
게다가 정말 소속까지 바뀌어져 있군.
그럼 이제 나는 차원신계 아니 차원창세신 코아님의 신하인가?’
그리고 전달된 정보 중에서 가장 중요한 사실을 보았다.
이제 신체를 잃거나 죽으면 여기의 지옥이 아니라 차원창세신에게 직접 영혼이 전송된다는 사실이었다.
암흑복음으로 전해진 정보와 일체감을 통해 정말 주인이 바뀐 것을 실감한 위장 충신은 잘 보이기 위해서 우렁차게 대답했다.
“핫-!”
그런데 내려진 지시가 상당히 좋지 않았다.
아니 앞날을 예고하듯이 불길했다.
“내가 일일이 찾기 귀찮으니 네가 아직 숨은 악령들을 다 끄집어내.
숨어있는 위치는 다 알고 있겠지?
모를 리가 없을 것이다.
여기저기 편 바꾸기를 밥 먹듯이 하려면 여차하면 거래대상이 될 수 있는 정보 수집은 기본이니 말이다.”
물론 알고 있다.
바로 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지옥을 탈출하기 위해 힘을 모았던 동지사이이니 망설여지는 위장 충신이었다.
“그.......그건 배신입니다만?
빛의 창조신으로서 부하에게 이렇게 명령하시면 안 되지 않습니까?”
아직 모두에게 칭송받는 충신의 길을 포기하기 않아서 힘겹게 말한 대답에 바로 잔혹한 대답이 떨어졌다.
“난 마도신에 용병신이다.
그런데 이게 뭐 어때서?
무슨 문제가 있나?”
“........아닙니다.”
부하에게 배신하라고 당당하게 지시할 수 있는 마도신과 용병신이 뭔지 조사부터 해야겠다고 다짐하는 위장 충신이었다.
“유리한 쪽에 붙어서 높은 자리 차지하는 것이 너의 특기잖아?
간신의 재능을 살리고 아무 재능도 없는 충신은 쳐다보지도 마라.
이제 주변 평가에 미련을 가지지 말고 간신이라도 제대로 해.”
“그........그래도 이렇게 대놓고 배신하기는.........”
이렇게 배신을 하자니 주변에 보는 시선이 너무 많았다.
더구나 눈치를 보아하니 자신보다 떨어지지만 지옥의 상위 악령들로 만든 죽음의 군세들이 바로 부하들이다.
‘완전 부활을 한 것은 일억 이상을 직접 죽게 한 우리들뿐이다.
즉 일억 이상은 죽여야 바로 지배층이란 소리지.
그리고 지배층은 무조건 수를 줄여야 해.
저 무신한 찬탈자 같은 놈들을 더 늘릴 수는 없다.’
살모사 황제야 기존에 모셨던 경험이 있으니 큰 문제는 없었지만 저 무식한 찬탈자만 해도 동급으로 용납하기 힘들었다.
물론 마신이 될 수도 있으니 이를 악물고 참을 수는 있지만 더 이상 자신과 대등한 지배층이 많아져서 좋을 일은 하나도 없었다.
솔직히 말하면 숨은 악령 중에서 같은 지배층이 되면 만만치 않은 놈들이 많았다.
‘지금 숨어있는 악령들은 나조차 감당하기 힘들다.
서로 정체는 다 숨겼지만 능력과 성향, 말버릇을 보면 누군지는 뻔하다.
최고위 창조신성의 지성체 역사에서도 더없는 피해를 입힌 극악무도한 범죄자들이지.
아니 나도 그런 입장이 되었으니 욕할 수도 없군.
지금도 숨어있는 놈들은 다행히 탈출만을 계속 시도할 모양인데 지금 내가 배신해서 끌려나와 지배층이 되면 아주 곤란해.
저것들은 어지간한 수단으로는 통제하기 힘든 진정한 악령들이니 말이야.’
암흑복음에 의해 연결된 심령은 서로 의지를 공유함에 있어서 제한이 없다.
그래서 지금 새로운 주군으로 모신 차원창세신 코아가 원하는 것은 바로 알고 있었다.
‘지옥을 탈출하기 위해서 서로 긴밀하게 움직여서 지옥의 벽조차 뚫었던 탈출조직의 전부를 원하신다.
지옥의 탈출 직전까지 했던 그들을 전부 원하시는가?
그러나 그들은 강대한 신력에 노출되고도 소멸되지 않았다.
오로지 세상에 대한 분노와 증오만이 남은 그들을 어떻게 통제하시려고?’
끝없이 시도하다가 결국 지옥의 벽을 관통하는데 성공했던 최상위 지옥의 악령들이다.
‘그들의 능력은 인정하나 지독함을 생각하면 이대로 버려두고 가는 것이 정답이다.’
허나 차원의 마도신은 전혀 양보할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계속 위장 충신에게 의지를 보내고 있었다.
‘지옥의 벽에 구멍을 뚫었다는 뜻은 최고위 창조신의 권능에 도전해서 일부는 이겨냈다는 의미이다.
그 정도 능력과 가능성이면 성향 따위는 상관없다.
그들 전부를 내게 바쳐라.’
‘하.......하지만 그들은 저와는 다릅니다.
아무런 바람도 미련도 없이 완벽하게 지옥에 적응했으면서 외부로 복수만을 바라는 진정한 악인들입니다.
그것들은 본인들이 원하지 않으면 대화 자체가 통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아무리 저라도 그들을 통제할 방법이 없습니다.
다시 고려해 보소서.”
위장 충신이 결국 사정하듯이 간언했지만 차원의 마도신의 의지는 확고했다.
악령과 최고위 창조신의 신격의 차이를 생각하면 있을 수 없는 기적과 같은 일을 성취해낸 가능성이다.
그런 힘을 위험하다고 버릴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결국 의지의 교환을 중지하고 대놓고 협박했다.
“도저히 간신으로서 배신을 못하겠으면 혹시 바퀴벌레나 지렁이 좋아하냐?”
위장 충신의 바로 눈앞에서 지렁이 한 마리가 나타나서 움직였다.
꿈틀-!
그 소름끼치는 움직임에 바로 다시 고개를 숙이면서 대답한다.
이 이상 버티면 위험하다는 것을 감지한 것이다.
“사는 것이 다 그런 것이지요.
지옥에서 무슨 신의입니까?
당장 다 끌고 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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