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696화 (607/2,000)

32권 33권

친형제까지 죽이며 제위에 올라서 대륙 전체를 재패하고 다른 대륙과 전쟁을 벌였던 최악의 황제.

그 황제를 보좌하면서 백성의 피와 땀을 극한까지 쥐어짜내 정복전쟁을 뒷받침한 최고의 신하이며 간신.

그리고 그런 피로 만들어진 황국이 흔들렸던 기회를 보아서 백성을 선동하여 빼앗았으나 결국 외부의 침략으로 망하게 한 무능한 찬탈자.

같은 시대에 태어나 지성체들의 세상을 통째로 주무르면서 대륙, 아니 행성 전체까지 파괴의 위기로 몰아넣었던 사상 최악의 악인들이었다.

‘직접적으로 죽인 수가 억을 넘는다고 하지만 저들의 행동으로 인해 죽어간 지성체의 수는 일백 억이 넘는다.

결국 신의 분노를 받아서 영구히 악인으로 지정된 존재들이다.’

‘겨우 왕국이나 뒤흔들었던 우리가 부끄러울 정도로 악인들이지.

‘그런데 왜 저렇게 평범한 기세지?’

‘그러게. 괴물의 모습인 줄 알았는데?’

악령의 악의가 강해지면 인간의 모습은 붕괴하고 말 그대로 괴물과 같은 모습이 된다.

그러나 최고위 창조신성에서도 독보적인 악업을 쌓은 악인들답지 않게 평범한 악령수준에 정상적인 기세였다.

‘아니 뭔가 초탈한 면까지 보인다.’

그런데 본인들 또한 지옥에서 서로 보게 된 것이 의외였는지 얼굴을 확인하고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워낙 강한 의지를 가진 악령들이다 보니 지옥에서조차 생전의 모습을 거의 유지하고 있었기에 못 알아볼 수가 없었다.

덕분에 서로의 얼굴을 주의 깊게 쳐다 본 세 명의 안색이 형편없이 구겨졌다.

“…….”

“…….”

“…….”

모두 구면이었다.

아니 최악의 악연으로 얽힌 사이라서 점점 심상치 않은 살의를 뿜어냈다.

그 중에서 세계대전을 일으켜 행성조차 망하게 할 수 있다고 자신한 황제악령의 분노가 가장 컸다.

드디어 지옥에서 이를 갈면서 기다리고 기다렸던 상대를 만난 것이다.

“이 용서 못할 간신 자식-! 역시 지옥에 숨어있었구나.

내가 살아있을 때는 설설 기면서 무슨 일을 시켜도 충성을 외치면서 잘하더니 내가 죽자마자 나라를 말아먹어?

네가 그러고도 인간이고 신하냐?”

엄청난 피와 희생을 감수하고 행성 전체를 제패할 영광의 초 제국을 만들었다.

그런데 자신이 죽자마자 백 년조차 이어지지 않고 바로 무너져 버렸다.

모든 것을 걸었던 나라가 망했다는 사실을 천국의 환생과정에 들어가기 직전 알고 이대로 환생할 수 없다고 부르짖었다.

망국의 원인이라는 이 간신을 박살내기 위해 지옥으로 떨어지는 것까지 감수했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기에 환생을 했나 생각도 했다.

하지만 절대로 그럴 인간이 아니라는 것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삶, 아니 자기의 것에 애착은 나보다 위였다.

절대 환상에 불과한 천국의 꿈에 속아서 정기와 영격을 바칠 놈이 아니다.

반드시 지옥까지 온다.

끝까지 기다리면서 찾겠다.

제국을 망하게 한 대가를 죽어서도 갚게 해주리라.’

그런 대상이 바로 옆에 있으니 당장 붙잡고 박살내고 싶었다.

하지만 자신보다 조금 오래 살면서 무슨 짓을 했는지 악령의 힘이 만만치가 않았다.

그래서 소리만 치면서 겁박을 한 것이다.

갑자기 만난 황제의 노호성에 놀란 스스로 최고의 충신이자 간신으로 자부한 악령이었지만 바로 회복했다.

속된 말로 꿀릴 이유가 없었다.

‘이렇게 죽어서 만날까봐 철저하게 시킨 대로 했으니 전혀 문제는 없다.’

그리고 생전에는 밀렸으나 지금은 대등하다는 것을 눈치를 채고 당당하게 외쳤다.

“왜 이러십니까? 폐하.

제가 간신이라니요?

그동안 제가 해드린 것이 얼마인데 왜 이러십니까?

다른 자들은 저를 간신이라고 욕할 수 없어도 폐하만은 저에게 그럴 수는 없습니다.

폐하의 억지 명령을 전부 성취한 제가 없었다면 초제국은 고사하고 왕국으로 끝났을 겁니다.

지옥에서 악령이 되고 오랜 시간이 흘렀다고 벌써 기억이 안 나십니까?

죽기 직전에 저의 손을 잡고 너만이 나의 진정한 충신이었다고 말씀하신 사실을 말입니다.”

“윽-!”

사실이라서 황제악령은 아무 할 말이 없었다.

일단 황제 악령의 입을 막은 간신악령은 자기를 확인하자마자 고개를 확 돌린 옆의 찬탈자 악령을 살기가 넘실거리는 눈으로 쳐다보았다.

‘환생할 수 없는 원한을 가지게 한 놈을 드디어 찾았지만 일단 황제의 모함에 대한 대응부터 해야 했다.’

아니면 지옥에 도착하자마자 자기에게 원한을 가질 수많은 악령들을 피해서 땅속을 파고들어 만든 은신처에서 튀어나온 보람이 없었다.

‘이 살벌한 창조신에게 잘 보여야 한다.

악령에게 부활만이 아니라 마족으로 승급까지 언급하는 이상한 창조신을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른다.

이 지옥은 자력으로는 탈출이 불가능해.

도대체 여기가 어디야?

전승대로 땅 속이 아니고 어딘가의 공간의 일부도 아니야.’

지옥이 어디인지 모르겠고 아무리 탈출구를 찾아도 없었다.

생전에 쌓은 모든 지식과 간계를 동원하여 고위악령들을 속이고 이용하여 다양한 방법으로 어디를 뚫어도 다시 순식간에 복구되었다.

지옥의 외곽을 조금 뚫었을 때 뿜어져 나오는 신력에 소멸될 위기를 겪은 적도 있었다.

수조의 악령들조차 범접하지 못할 무엇인가가 지옥주변을 철통같이 지키고 있었다.

‘엄청난 신력들이 지옥주변을 수천 겹으로 둘러싸고 있어서 방법이 없어.

설마 천계 내부인가?

그러면 탈출해도 벗어날 방법이 없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어서 계속 다른 탈출방법을 찾고 있었다.

한데 갑자기 나타난 창조신의 제안과 마력을 보고 그렇게나 고대하던 부활의 기회라는 것을 직감한 것이다.

다시 새 삶을 살 수 있는 등용을 위한 중요한 순간에 재를 뿌리는 것을 과거 상급자라고 해도 용납할 수 없었다.

다시 자랑하던 언변을 전력으로 가동했다.

“그리고 황국이 망한 것이 왜 제 탓입니까?

모두 무능한 황태자와 황자 탓이지.

제가 사람만 좋고 순진한 장자를 황태자로 하면 안 된다고 충심으로 몇 번이나 건의하지 않았습니까?

꼭 하시겠다면 너무 유능하고 야망에 넘치는 황자 분들을 모두 죽이거나 다른 대륙의 나라로 귀향 보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렇게나 단독대면으로 충언했는데 무시하시고 칼침까지 놓으신 것이 누구입니까?

잘나신 황족들이 무능한 황태자를 무시하고 서로 병력까지 이끌고 싸우려고 했습니다.

나라를 유지하기 위해서 제가 여기 붙었다 저기 붙었다하는 간신이 될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그래도 살아생전까지는 제국을 유지시킨 저야말로 피해자이면서 충신입니다.”

간신 악령의 뻔뻔한 말에 황제악령의 기세가 흉악하게 변하면서 외쳤다.

“이……, 이놈-! 아비 보고 아들들을 죽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따른단 말인가?

너도 자식이 있으니 이 심정을 알 것 아니냐?”

그 말에 신하의 악령의 얼굴이 짜증으로 물들었다.

들어보니 초제국이 망한 이유를 끝까지 자기 탓으로 전부 몰아붙일 기세였다.

결과적으로 용서 못할 간신으로 낙인찍혀 지옥에 떨어진 악령신세지만 정말 억울했다.

그리고 이제 서로 비슷한 영격을 가졌으니 할 말은 해야 했다.

“에잉-! 서로 죽어서 지옥에 왔고 거의 비슷한 수준이니 저도 하고 싶은 말은 다 하겠습니다.

선황이 뽑은 정당한 황태자를 허수아비로 삼다가 제위를 찬탈하고 반발하는 친형제들을 전부 죽인 것이 누구입니까?

그 이후에는 결국 선황님까지 황궁 구석에 유폐시켜 화병으로 돌아가시게 하셨지요.

그러고 나서 황제는 하늘이 내린다면서 선별 없는 장자계승은 말도 안 된다고 입버릇처럼 말하지 않았습니까?

그걸 듣고 보고 배운 황자들이 뭘 할까요?

저와 신하들은 어린 황자들이 벌써 서로 목숨을 노리는 싸가지 없는 싹수들을 보고 기겁을 했습니다.

빨리 황태자를 선택하고 나머지를 싹 정리하라고 목숨까지 걸고 진언하면 좀 들어먹어야지요.

직접 낳은 자식들이라고 처분을 망설인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죽이신 친형제들이 웃겠습니다.

그 뒤로 황자들의 끝없이 이어지는 대립으로 나라는 피폐해지고 결국 못 살겠다고 백성들이 들고 일어섰습니다.

그래도 얼마간은 제가 쌓아놓은 치적으로 버티다 오랑캐들의 침략으로 망했는데 왜 전부 제 잘못입니까?

저는 황제폐하가 후계자 정리를 잘못해서 발생한 난리를 수습하려다가 간신의 낙인이 찍힌 피해자입니다.”

“이……, 이……, 이!”

모두 사실이지만 하도 뻔뻔한 항변이라서 할 말이 없었다.

황제악령이 하도 어이가 없어서 말을 더듬거리자 추가로 결정타를 먹였다.

“나이 좀 처먹었다고 그렇게 마음이 약해지시니 무리해서 일으킨 대륙전쟁도 그런 식으로 질질 끌다가 아무 이익도 못보고 협정을 맺고 끝내지 않았습니까?

대항하는 적의 병사만이 적이고 약한 백성은 아니니 자비를 베풀어 죽이지 말라고요?

그러면 엄벌하겠다는 지시를 받은 최전선의 장군들이 얼마나 제게 죽겠다고 하소연을 한지 아십니까?

이제 적들이 애나 여자만 내세워서 습격한다고요.

젊었을 적에 가족이고 혈육이고 다 때려죽이고 황제 오른 양반이 막판에 개심을 하는 짓을 하면 어떻게 합니까?

후계자도 그런 나약한 기준으로 뽑았으니 나라는 망조가 들고 제가 간신이 되지요.”

“컥-! 이……, 이놈.”

“아 젠장-! 생각해보니 엄청 열 받네.

젊어서는 너무 유능하다고 피에 미친 황제 밑에서 죽도록 고생하다가 파삭 늙었습니다.

다행히 먼저 죽어주셔서 늙었어도 마음 편하게 부귀와 권력 좀 누리려하다가 이게 무슨 꼴입니까?

무능한 황제를 무시하고 나라를 갈라서 싸우려는 황자들을 제어하려고 여기저기 붙고 수작 좀 부렸습니다.

그런데 사상 최악의 간신으로 낙인찍혀서 결국 지옥행이라니?

이게 모두 황태자이외의 황족을 전부 정리 안한 황제님 덕입니다.

형제를 죽이고 제위는 찬탈했지만 좋은 아버지로서 남고 싶다고요?

남자는 초지일관 모르십니까?

방해되는 형제와 아버지까지 죽였으면 싹수 노란 자식들도 다 죽여야지 막판에 약해지셔서 이게 무슨 꼴입니까?

황제로서 죽기 전에 저에게 황태자를 제외한 전부를 정리하라고 명령을 하셨어야지요.

직접 하기 싫으셨으면 평소처럼 저에게 알아서 하라고 눈치라도 주던가요?

그렇게만 하셨으면 저는 최고의 충신으로 역사에 길이 남았고 제국은 천년을 갔을 것입니다.”

신하의 악령은 이제 거의 생전의 모습을 뚜렷한 보이면서 손으로 가슴을 치면서 비통하게 외쳤다.

“게다가 아들들은 서로 형제로서 사이가 좋아서 안심이라고 말하면서 죽어요?

살모사 새끼가 결국 살모사이지 무슨 돌연변이를 일으켜 용이라도 나온다고 믿으셨습니까?”

그 말만은 참을 수 없었던 황제악령이 노호성을 질렀다.

이미 주변에 누가 있는지 안중 밖이었다.

“살……, 살모사-! 네놈이 정녕 죽었다고 간이 배밖에 나왔구나!

그것이 네가 모셨던 황족들에게 할 이야기냐?

그 아이들은 효자였고 너무나 사이가 좋던 형제였다.

모두 네가 부린 수작이 아니더냐?”

황제 악령의 죽일듯한 기세에 간신 악령은 아무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리고 오히려 더욱 강한 기세로 받아쳤다.

“핫-! 아직 모르셨구나.

황제님을 독살한 것이 바로 그 효심이 깊고 사이가 좋으신 황자들입니다.”

“……뭐라?”

“아하하하하. 황자들이 황제님과 술버릇이 똑같더군요.

단둘이 마시다가 왕창 취하면 방심해서 해서 안 될 말까지 합니다.

그래서 즉위식 날에 특별히 구한 자백제가 섞인 특제 술로 각자 일대 일로 마시면서 들었습니다.

황자들 모두가 황제님이 워낙 정정하셔서 자기들이 먼저 늙어 죽을 것 같았답니다.

그래서 모두 합심해서 만나 뵐 때마다 바쳤던 보약에 검출이 안 될 정도로 아주 조금씩 지속성의 독을 풀었답니다.

다섯 아들이 바친 보약이 전부 모이면 치사량이 되게요.

고통도 없고 절대로 눈치 못 채게 편하게 보내드렸다고 하더군요.

아버지를 독살했다는 말을 자백제가 섞인 특제 술을 처먹었다지만 자랑스럽게 떠벌리다니 역시 피는 속일 수 없는 모양입니다.

술버릇이 최악입니다.”

황제 악령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독살 당한 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지독하게 유능하지만 간교하기 짝이 없던 이 신하가 그 약점을 잡고 무슨 짓을 했을지 생각하면 끔찍했다.

그리고 신하에게 술버릇 때문에 치명적인 약점을 잡혔다는 점을 생각하면 기가 막혔다.

“……그래서 네가 주는 것만은 아무것도 받지 말라고 했는데.

멍청한 놈들.”

“그렇게나 무서워하던 부황은 죽고 고대하던 무능한 황태자의 즉위식 날이라서 흥분해서 실수한 것이지요.

킬킬킬킬킬-! 그 이후로는 정신 차렸는지 술은 물론이고 황궁에서 제공되는 음식물은 아무것도 먹지 않더군요.

그렇게 제게 약점 잡힌 이후로는 술은 한 방울도 안 마셨으니 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 이후로 저만 더럽게 유능한 황자들이 끝없이 시도하는 암살과 독살을 피하느라 애 많이 먹었습니다.

그리고 기억은 하시는지요?

죽기 직전에 제게 하신 무슨 일이 있어도 최소한 황태자와 나라의 목숨만을 살려달라는 하신 부탁도 끝까지 들어드렸습니다.

이래도 제가 폐하에게 나라를 망하게 한 간신이라고 욕을 먹어야 합니까?”

“……고생했군.

그리고 미안하네.”

“제 노고를 알아주십니까?

처음하신 부탁이라서 들어드리느라 무능한 황제를 피신시키는 대신 제가 반란군에게 잡혀 목을 잘렸습니다.

황자들의 내란과 반란으로 망해가는 나라를 되살릴 최후의 기회를 놓치고 그렇게 행성 역사상 최악의 간신으로 남게 되었지요.

황태자께서는 제가 다른 나라에 악착같이 모아놓았던 재산으로 편안하게 천수를 누리시다가 천국에 가셨습니다.

사후까지 확실하게 마련해 드렸으니 완벽한 임무수행이 아닙니까?”

거기까지 말한 간신악령은 피를 토하듯 음침한 웃음을 흘렸다.

“크크크크크크크크크. 덕분에 저는 여기 지옥 신세에 영원히 간신의 표상으로 낙인을 찍혔습니다.

초제국이 무너지면서 생긴 엄청난 지성체들의 감소로 분노하신 위대한 최고위 창조신님께서 직접 저를 주원인이자 범인으로 지목하셨습니다.

심판을 위해서 최고위 창조신님을 직접 대면한 지성체는 아마 제가 최초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러면 영광이라고 할까요?”

이제 저는 지옥의 악령이 가질 수 있는 천국의 환생도 인간으로 환생도 바랄 수 없습니다.

묻겠습니다.

왜 마지막에 변하셨습니까?

그리고 폐하께서 저를 원망을 하시다니요.

이게 제가 바친 모든 충성의 대가입니까?

역사에 영구히 남을 초제국을 건설하여 영원히 개국공신이자 충신으로서 이름을 남겨주신다는 약속은 어디 갔습니까?

저는 오로지 그 약속만을 믿고 충신으로 살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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