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권 33권
후계가 적극적으로 나서자 순식간에 모여들기 시작한 일천 명의 주신들이다.
이들을 이끌고 차원신계로 떠나야할 크로노스, 아니 가장 아끼는 딸에게 오래간만에 아버지로서 걱정이 태산과 같았다.
그러나 초장거리 공간이동통로로 이동하는 차원의 마도신도 걱정이 컸다.
물론 일족이나 신계가 아닌 지극히 개인적인 사유였다.
‘과거에도 이제 신계주신이 되었으니 당당하게 살자고 로브를 벗었던 적이 있었지.
그때 투신으로서 위엄은 고사하고 마치 미소년과 같은 외모 때문에 구경거리가 된 것 같은 느낌에 바로 다시 썼었다.
여주신들도 정신을 못 차렸으니 말 다했지.’
다시 거울을 보니 창조신이 되어서 조금 자란 것 같지만 아직도 당당한 청년으로 보기에는 부족한 모습이었다.
이 신체는 아직도 성장 중이었던 것이다.
‘문제로군.
권능도 아닌 순수한 모습에서 오는 매료이니 신격이 높아도 아무 의미가 없다.’
지옥에서 얼굴을 처음 본 이계의 최고위 창조신들도 얼굴을 보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멍하니 쳐다보고 있으니 말이다.
‘몇 대씩 쥐어박으니 정신은 바로 차렸지만 자꾸 힐끔거리면서 보고 있군.’
최고위 창조신들조차 이러니 상당히 고민이 된다.
이대로 얼굴을 보인 채 최고위 창조신계에 들어갔다가 무슨 일이 터질까 고민도 되었다.
사업차 방문했다가 여성과 관련된 문제가 발생하면 최악이었다.
‘색신이라는 평가도 지긋지긋한데 여성문제는 결코 사양이다.
내가 페미니스트도 아닌데 여성이 늘어보았자 강해지지도 않아.’
그런데 이런 지극히 개인적인 고민은 바로 와서 지옥을 처리해주면 다른 최고위 창조신계와 업무 협조를 해준다는 최고위 창조신계에 도착하자 사라졌다.
창조신장님이 다스리는 창조신계에 버금가는 규모의 성벽과 정문을 자랑하는 최고위 창조신계의 정문에 도착하자마자 신계자아가 통보한 것이다.
정문조차 열지 않고 바로 지옥에 가라는 말이었다.
“지옥으로 바로가도 된다는 최고위 창조신님의 지시입니다.”
“……인사는 안 드려도 되나?”
뭔가 이상했지만 바라는 바였다.
사업으로 정기만 벌어들이기 위해서 안면을 트려고 했지 높은 상급자들을 찾아다니면서 비위를 맞출 생각 따위는 전혀 없었다.
성향에도 안 맞았고 임폴로이먼트와의 일을 생각하면 쓸데없는 예식과 문제만 많았다.
“지옥구원사업으로 무척 바쁘실 것이니 그럴 필요는 없다는 말씀입니다.
그리고 약속대로 다른 최고위 창조신계에도 연락을 해놓았으니 바로 지옥에서의 일을 마치고 떠나시면 됩니다.
여기 순서대로 가실 명단입니다.
바로 지옥으로 가는 공간 이동문을 열겠습니다.”
우우우웅-!
서류가 한 장 넘어오고 지옥으로 가는 직통 문이 열린다.
그런데 지옥은 신계의 최중심부에 있다.
정문을 열고 이동하면 비교적 간단하게 들어갈 수 있지만 이런 방식으로 외부에 공간통로를 만들면 신계에도 큰 부담이다.
수십 겹의 방어막에 스스로 출구를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이 정도의 조치면 아예 신계출입을 금지한다는 수준이다.
젠장. 특위 창조신들과의 일이 벌써 들통이 났나?
아닌데. 사회신족이 자신들의 수치를 직접 떠벌릴 리도 없고 흔적은 모두 지웠다.
그럼 또 내가 모를 무슨 협의가 위에서 있나?’
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또 모르지만 지금은 사업에만 집중할 생각이었다.
아니 적극 개입해서 해명을 한다고 해도 상위의 창조신들의 의사가 바뀔 리가 없다는 깨달음이기도 했다.
‘어차피 적이 될 존재는 적이 된다.
무리해서 친해질 필요는 없겠지.’
주변 여론은 본인이 노력한다고 개선되는 것이 아니다.
확실한 성과와 실적만이 모든 나쁜 소문을 덮는다.
그 외에는 어떤 해명도 소용이 없었다.
‘눈에 가시인 성가신 부하에게 아무 일도 주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지.
하나 나는 개인 사업을 하니 상관없다.’
이런 투신과는 어울리지 않는 얼굴을 드러내서 영 꺼림직 했으니 오히려 잘 되었다.
화려한 연회도 형식적인 대화도 시간낭비였다.
그래도 기분이 나쁜 것은 사실이었다.
떨떠름한 말투로 대답했다.
“……고맙다고 말씀드려라.’
“알겠습니다.”
일만 하고 떠나는 업무방식이 좋았으나 기분이 더러워진 차원의 마도신이 인상을 쓰자 몰래 쳐다보고 있던 이계의 창조신들이 한숨을 쉬었다.
아무래도 차원의 마도신이 드러낸 얼굴은 적응이 안 되었다.
‘아무래도 저 미모는 정상이 아니야.’
‘신격이 높을수록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가장 전성기의 우리들의 용모도 절대로 저 수준이 아니었다.’
이유는 분명 있다.
고위신격일수록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가졌다고 하지만 현실에 영향을 받으면서 일그러진다.
‘오히려 신격이 높아질수록 위협적이고 무서운 얼굴이 될 수도 있다.’
성체가 되어서 높은 직위에 오르니 권능이나 신격이 전투분야나 업무에 집중되어 본인이 생각하던 이상으로 부정적으로 일그러지는 것이다.
그런데 차원의 마도신은 아직도 순수한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었다.
마음만은 누구보다 순수하다는 뜻이었다.
이건 직접 처절하게 당했던 자신들이 보아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아니 억울했다.
‘이계의 신계의 절반을 송두리째 뒤집어엎은 진리대리인 차원창세신 코아가 저렇게 아름답다니 말이 되나?
‘마구 죽이고 지금 신령연옥에 갇혀있는 이계의 신이 얼마인데 말이야?’
‘이계의 신만 있냐?
오백 주우주의 투신들도 엄청나게 갇혀 있었지 않아?’
‘엄청난 몸값을 내놓으라고 강요하면서 말이야.’
‘전혀 이해가 가지 않지만 저 얼굴만은 사실이다.’
험악하고 무서운 인상이 지배층으로서는 업무하기는 편하지만 이성에게 인기가 있을 리가 없다.
아니 혼자서 거울을 쳐다보면 변한 모습에 한숨이 나왔다.
‘현실에 일그러진 모습이니 애정이 생길 리가 없지.’
부족한 정기농도로 점점 약해지기까지 하는 신체를 죽여 버린 차원창세신 코아에게 원한이 적은 이유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지옥구원계획이 어느 정도 끝나면 최고 수준의 신체 제작이 약속되어있다.
그때 차원의 마도신의 얼굴을 적극 반영할 흑심이었던 것이다.
‘저 얼굴을 참고해서 다음 만들 신체를 고쳐보자.’
‘지금의 신령과 결합하여 일체화가 되면 손색이 생기겠지만 그래도 더없이 매력적이 얼굴이 될 것이다.’
‘드디어 보기만 해도 두렵다는 흉악한 모습에서 벗어날 기회야.’
‘제대로 만들려면 잘 보아 두어야 해.’
이것이 자꾸 훔쳐본다고 맞으면서도 수시로 쳐다본 이유였다.
거기까지 상의를 하는데 갑자기 모두의 머리에 통증이 일어났다.
퍼어어어억-! 퍼퍼퍼퍼퍼-!
신령상태인데도 생생한 고통을 전해주는 파멸유혼검의 충격에 모두 머리를 움켜쥐고 쓰러진 이계의 창조신들이었다.
짜증이 넘치는 차원의 마도신의 목소리가 울렸다.
“그만 쳐다보면서 쑥덕거리고 일이나 해!
어떤 얼굴이든 나는 차원의 마도신이고 이계에서는 차원창세신 코아다.
무능하면 대가도 용서도 없다.”
“예-!”
아픈 머리를 감싸고 다급하게 지옥으로 달려가는 이계의 창조신들이었다.
조금만 실수하면 이렇게 맞으면서 일하는 것이 이제 반복되는 일상이 되었지만 과거처럼 그렇게 기분나빠하지는 않았다.
지금은 과거보다 더욱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이 있던 것이다.
그렇게 최고위 창조신계의 지옥에 바로 도착하자 또 적응이 안 되는 일이 벌어진다.
언제나처럼 차원의 마도신이 신나하면서 일을 시작한 덕이다.
“저기 악령들이 우릴 보자마자 도망간다.
더럽게 눈치가 빠르네.
아니 뛰어난 건가?
얼씨구? 이건 또 뭐야?
감히 정면으로 혼자서 덤벼와?
이제 생각해보니 이것들은 수십조의 지성체 중에서 최악의 악령들이잖아?
최정예로만 구성된 죽음의 군대를 만들 수도 있겠어.
이런 특이한 악령들은 따로 잡아.
나중에 마도로 써먹어야 하겠다.
잘 생각해보니 이쪽도 대박일세.
정기도 잘 쓸어 담아. 크하하하하하하핫-!”
“…….”
누구나 매혹할만한 저런 미모를 가지고 흉악한 악령들을 수집하는 것이 좋다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이니 지극히 이상했다.
말투는 평소와 똑같은 용병신에 흑마도사였다.
그러나 이제 절세의 미소년인 외모와 완전히 어긋나서 저 거친 말투와 호탕한 웃음이 영 안 어울리는 것이다.
얼굴에 어울리게 곱게 이야기하다고 하면 바로 얻어맞을 것이니 속으로 한탄만 할 뿐이다.
‘얼굴이 정말 아깝다.’
‘아니 지극히 모순적이지.’
‘젠장. 상급 창조신의 이상적인 용모가 저 정도면 나도 어릴 때부터 관리를 할 것을 잘못했어.’
‘아서라. 얼굴 생각하다가 낙오된 창조신이 수두룩했다.’
‘그랬다간 지금 이 자리에 서 있지도 못했겠지.’
어느 조직이든 이상만을 추구하던 존재들은 모두 몰락하고 현실에 충실한 이들만이 남아서 승진을 두고서 서로의 이성과 능력을 겨룬다.
그렇게 최고위의 지배층이 되면 아차하면 가족까지 몰살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니 어쩔 수 없이 이렇게 일그러진 모습이 된다.
그렇게 잃은 아름다움이 눈앞에 있으니 더욱 안타까울 뿐이지만 부지런히 악령들은 몰아붙여갔다.
그리고 명문신족답게 파견 갈 주신들을 신속하게 뽑아낸 사회신족의 크로노스 골든 아이디얼은 차원신계에 바로 입성했다.
그리고 사회신족 후계인 파퓰리스트는 원래의 지침대로 차원신계에 들어가지 않고 정문 밖에서 지휘할 병력을 기다렸다.
우우우우우우웅-!
얼마 후 차원신계의 자아가 공간통로로 바로 보내준 차원신계의 신들의 무리가 몰려들자 그들의 면면을 확인하고 내심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아니 당황해서 바로 말을 하지 못했다.
“…….”
‘모두 하위신들이잖아?’
주신이 신계주신으로 있는 지옥이니 당연히 파견병력은 주신들은 아니다.
하지만 그래도 상급 창조신계로 평가받는 차원신계였다.
적어도 최고위 신들이 섞인 정예 병력을 기대했는데 몰려나온 병력은 아무리 보아도 최하급의 하위신 들뿐이었다.
‘이건 병력 수준이 너무 낮은데?
아무리 지옥의 악령들이 상대지만 이들을 파견병력으로 보낼 리가 없지.
아마도 정예들의 심부름꾼들이겠지?’
명문신족의 높은 직위의 투신들은 시중을 들 종속신들을 몇 명은 데리고 파견 다녔다.
그런 생각을 하는데 하위신들 무리의 가장 앞에서 중급신 다섯 명이 나는 듯이 달려와서 넙죽 고개를 숙이면서 인사를 한다.
“교황신과 동료들이 지옥구원계획의 새로운 관리자님을 뵈옵니다.”
공손한 말투와 정중한 행동이지만 두려움은 없었다.
겨우 중급신이 중급 창조신이며 사회신족의 후계인 자신에게 아주 당당하게 보고하는 것을 보니 기가 막혔다.
사회신족에서는 최고위 신 정도가 아니라면 자신과 감히 대화는 고사하고 쳐다보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강압적인 조치보다는 신격과 권능의 극심한 차이가 만들어내는 자연스런 현상이었는데 이들은 전혀 상관이 없이 자연스럽게 말을 하고 행동했다.
‘이상하게 창조신의 신위가 잘 통하지 않는다.
차원권능의 효과인가?
아니면 단순하게 감각이 둔한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겁이 없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그래도 확인을 하기 위해서 몇 가지를 물었다.
“중급신이 담당자인가?”
“예. 그리고 차원신계 최정예 일반신으로 십만을 뽑아놓았습니다.”
역시 자연스럽게 대답한다.
그리고 최정예라고 자랑스럽게 말하지만 아무리 보아도 권능조차 제대로 없는 초기단계의 최하급 하급신이다.
사회신족 후계의 눈으로는 갓 태어나서 신계의 보호를 받으면서 배양 중인 아기보다 못했다.
“파견병력이 일반신이라고?
시종이 아니고?”
“……맞습니다.”
그제야 뭔가 이상한 상황이라는 것을 깨달은 교황신이 조심스럽게 대답하고 말을 하면서 침묵을 했다.
그리고 파퓰리스트는 고개를 위로 들어서 하늘을 쳐다보면서 침묵했다.
“…….”
‘아아. 이게 지금 내가 처한 현실이로군.
뭔가 머리가 비어지는 기분이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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