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권 33권
그런 일원후보의 비통한 외침을 듣는 차원의 마도신은 나름대로 고충을 겪고 있었다.
목욕을 끝내고 갈아입을 옷을 가져다주었는데 이게 가관이었다.
전신의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게 얕은 천이 피부에 달라붙은 재질의 복장인 것이다.
마치 전신 수영복과 같은 옷을 보면서 한숨을 푹 쉬면서 저절로 한탄하는 말이 흘러나왔다.
“사업하기 정말 힘들군.”
그 말에 기다렸다는 듯이 최고위 천족의 대답이 들려왔다.
“일류와 초일류의 차이는 보이지 않는 기초입니다.
꼭 필요한 전신제모를 거부하시니 어쩔 수 없이 착용하셔야 합니다.”
그 말에 신경질이 폭발한 차원의 마도신이 살기를 뿌리면서 외쳤다.
저 최고위 천족은 아까부터 묘하게 열 받는 말만 골라서 하고 있었다.
“닥쳐라.”
화아아아아아-!
투기를 뿌리면서 주신장의 예복과 갑옷을 바로 걸쳤다.
투기가 몰아치는 가운데 얼굴을 가리는 검은 로브를 꺼냈지만 임폴로이먼트의 지적이 생각나서 참았다.
완전히 갑옷을 착용하고서 병풍을 젖혔다.
주변은 완전히 가관이었다.
바들! 바들! 바들!
창백해진 표정으로 폭풍에 사시나무 떨듯이 흔들리고 겁에 질려 바닥에 엎드린 천족들이 보였다.
‘천족들이 아무리 고위신들의 투기와 살기에 익숙해졌다고 해도 창조신에게는 무리지.’
수많은 신을 죽여 살신(殺神)의 권능까지 가지고 있는 자신의 분노에 기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조금 마음이 풀린 차원의 마도신은 천족 모두가 거의 기절을 할 태세로 벌벌 떠는 사이로 걸음을 옮기면서 말했다.
“이런 광대놀음은 거부한다.
나는 지옥으로 가서 사업을 하겠다.
사진은 신계에 들어와서 찍힌 것 중 아무 것이나 찍어서 올려라.”
팟-!
그렇게 일방적인 통보를 내뱉은 차원의 마도신이 사라지고 한참 뒤에야 겨우 최고위 천족들이 몸을 일으켰다.
창조신의 살기에 충격을 받아서 한없이 창백해졌지만 책임자인 최고위 천족만은 이상하게 득의의 표정을 짓고 있었다.
홍보영상을 찍기 위한 총책임자로 나섰던 최고위 천족이 지극히 만족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초일류와 정점의 차이는 태어날 때부터의 재능과 숙련의 차이입니다.
그들과의 승부는 시작하기도 전에 결정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촬영장에서만은 제가 바로 정점입니다.
적극적인 협조에 감사드립니다.”
자신은 최고위 천족으로 수많은 창조신들의 증명사진과 영상을 촬영했다.
모두가 극찬을 받는 작품들이었다.
그런 명작만을 찍을 수 있는 원동력은 바로 여기에 있었다.
“업무에 임하는 마음자세와 준비의 수준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최고위 천족의 주변으로 수없는 동영상과 사진들이 작은 화면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좌라라라라라라라라라-!
그것은 차원의 마도신이 촬영장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주신장의 복장과 갑옷을 입고 벗어나기 직전까지의 모든 각도에서 찍은 모습이었다.
도착과 동시에 이미 촬영개시였던 것이다.
“촬영을 의식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드러난 순수한 표정이야말로 가장 매력적인 것이지요.”
상대의 진정한 감정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도발은 기본이고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는 과격한 수단도 가리지 않는다.
‘얌전하게 상대의 근엄한 표정을 찍어대면 삼류, 활짝 웃는 표정을 찍으면 이류, 다양한 표정을 만들 수 있으면 일류입니다.
하나 상대의 마음까지 찍어낼 수 있으면 초일류지요.
하나 정점인 저는 상대의 본질을 찍어냅니다.
상대의 장점이 가장 극대화한 모습을 찍지요.
그래서 아주 비쌉니다.’
이 철학은 실제로 수많은 창조신들의 호평을 받고 있고 이번에도 확실하게 작품을 건져내었다.
주변의 스텝들은 창조신의 살기에 당해서 정신을 차리지도 못하지만 자신에게 이 정도야 일하다보면 겪는 일상이었다.
‘차원의 마도신님이 보인 투기와 살기, 그리고 인상이 흐려지기 전에 빨리 해내야 했다.’
그래서 신령의 비명조차 무시하고 눈과 손을 놀렸다.
장수를 헤아릴 수 없는 수없는 사진과 영상에서 조금이라도 기준이 떨어지는 것을 모두 쳐내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나직한 감탄이 저절로 나왔다.
“그러나나 이것 참 창조신으로서도 엄청난 미모이십니다.
제가 다 흔들릴 지경이군요.”
아직 물기가 가시지 않은 흑진주처럼 영롱한 검은 흑발이 갑옷에 살짝 붙어서 최고의 장식처럼 보였다.
그리고 이제까지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황금빛으로 빛나는 신족특유의 황금안이 빛난다.
여기에 방금 흐른 피처럼 선홍빛의 입술과 얼굴은 아직 어려 보였다.
남성으로서 잘 생긴 것은 아니고 중성적인 미소년으로 보였다.
그리고 창조신 중 누구라도 감탄할만한 절세의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이것만이 아니군요.
놀라운 투기와 살기이십니다.
이런 미모를 유지하면서도 투신이자 용병신으로도 최고 수준이라니?
허허. 이것 참 아직도 손이 떨립니다.”
차원의 마도신에 비교하면 수준이 떨어지지만 절세의 미소년 정도야 창조신계의 직계를 보면 많다.
그러나 투신 중에서는 없다고 자신 할 수 있다.
“사진과 영상이지만 광포하게 뿜어지는 투기와 신력은 미소년의 연약한 부분을 완벽하게 보완하고 있습니다.
뭐라고 할까요?
아직 완성되지 않은 최고의 무기?
아니 절대자인가요?
아니면 아직 결정되지 않은 선택의 갈림길?
홀홀. 꽤나 까다로운 피사체로군요.”
하나 그 아름다움과 강함은 진짜였다.
작품을 찍은 것은 바로 자신이건만 그대로 매혹될 정도다.
사진과 영상에 몰입하다 아름다움과 강함에 잠시 혼을 뺏긴 듯 멍해졌던 최고위 천족이 가까스로 영상과 사진을 끄고 크게 한숨을 몰아쉬었다.
“휴우우. 수많은 창조신님들의 사진과 영상을 찍어보았지만 정말 대단하십니다.
고위의 정신체일수록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가집니다.
신격이 높을수록 아름답고 매혹적인 외모를 가지요.
하지만 권능이나 마음가짐에 따라서 미적인 수준은 굉장히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쳐다보기만 해도 모든 여성을 매혹시킨다는 주신장 서열 2위이신 페미니스트님의 사진도 제가 찍었습니다.
그런데 그 분보다 더 아름다우신 분은 처음이군요.
무슨 권능과 신성을 가지고 있으시기에 이 정도인지를 모를 정도입니다.
이걸 어쩐다.
촬영장의 정점인 저로서도 확실히 정할 수 없는 한계입니다.
부끄럽지는 않습니다.
이건 단지 신격의 차이이니까요.”
잠시 마음을 가다듬고서 아직도 차원의 마도신의 투기에 떨고 있는 자신의 부하들을 쳐다보고 손뼉을 쳤다.
짝짝-!
“자자. 이번 일도 대성공입니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특별휴가와 포상을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그 말에 모두 천족들 화색이 돌면서 일어서서 정리를 시작했다.
그들 모두가 촬영장의 정리를 끝내고 나가자 촬영장에 혼자 남은 최고위 천족은 주변을 철저히 조사했다.
그리고 창조신의 시선조차 가릴 수 있는 특제결계를 꺼내고 거기에 틀어박혀서 최후 작업에 들어갔다.
그리고 한참 후 한숨을 쉬면서 일부의 사진과 영상을 꺼냈다.
차원의 마도신이 알몸이 되어서 욕조에서 목욕하는 장면들이다.
긴 안타까움이 탄식이 뒤를 따랐다.
“아아. 언제 또 이런 작품을 찍을 수 있을지 모르겠군요.
이렇게 지우는 것은 본의가 아닙니다만 정점은 포기와 후퇴를 압니다.
삶만 있으면 기회는 또 오니까요.”
만약 창조신들의 목욕장면이나 알몸 사진까지 무단으로 찍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아무리 최고의 촬영가라고 해도 목숨 부지하기는 힘들다.
아니 죽기만 하면 천만다행인 위험천만한 행위였다.
“어떤 잔혹한 여신은 연못에서 목욕하는 장면을 지나가는 사냥꾼이 보았다고 짐승으로 변화시키고 사냥개들로 물어 죽였다고 하지요.
하위신도 그런데 창조신들에게 죽음과 삶은 아무런 의미가 없으니 들키는 날이면……,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아아. 이런 미친 짓도 그만 두어야 하는데 중간에 촬영을 끊으면 작품의 수준이 떨어지니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요.”
정점을 유지하는 것은 바로 이런 위험부담을 감수하느냐 하지 않는가는 점에서 갈렸다.
그러나 목숨이 먼저니 아쉬워하면서도 모두 삭제해버렸다.
사아아아아아-!
“안정을 유지하려는 순간 질주하는 후발주자들에게 따라잡힙니다.
정점에서 내려올 바에는 차라리 이런 위험을 감수하겠습니다.
그렇다고 차원의 마도신님께 죽을 수는 없으니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누구에게 말하는지 모를 혼잣말을 하면서 다시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아까 보았던 차원의 마도신님의 투기와 살기는 무수한 창조신을 찍은 저 자신조차 처음 볼 정도로 끔찍한 수준입니다.
얼마의 생명과 신을 죽이고 전투를 해야지 그 정도가 될까요?
분노를 사는 것만을 피해야 합니다.”
결심을 하고 목욕사진과 영상을 다 지우고 나선 품속에서 빛나는 물약을 꺼낸 최고위 천족은 잠시 쳐다보다가 그대로 삼켰다.
“결구 또 이걸 마셔야 하겠군요.”
꿀꺽-! 풀썩-!
물약을 마시는 순간 마치 조종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바닥에 쓰러졌다.
그대로 몸을 바들바들 떨던 최고위 천족이 한참 뒤에야 부스스 일어나서 곁에 떨어진 빈 물약 병을 쳐다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아아. 레테의 술이군요.
또 이걸 마셨나요?
지극히 위험한 창조신의 촬영인데 또 무슨 짓을 했을까요?
어라? 마신 양도 장난이 아닌데요?
무슨 위험한 짓을 했기에 기억 자체를 이렇게 말소했나요?”
레테의 술은 ‘망각’은 기본이고 ‘혼수상태’를 활용해서 ‘기억은닉’의 권능까지 물질화한 보물이다.
완벽한 기억을 가진 천족이나 정신체가 반드시 잊고 싶은 기억을 지울 때 쓴다.
물론 위험을 고려해서 대충 하루 정도만 지워지게 해놓았다.
그러나 자칫하면 모든 기억이 날아갈 정도로 많이 마신 것을 보고 황당하기도 했다.
다행이 제출한 증명사진과 홍보영상은 잘 준비되어 있었다.
“일단 사진 제출부터 하지요.
그나저나 레테의 술까지 쓴 것을 보니 이번 창조신은 정말 무서웠던 모양입니다.”
가장 잘 찍혀졌다고 판단한 사진과 영상을 고른 최고위 천족이 기다리고 있을 임폴로이먼트에게 달려간 것은 다시 시간이 조금 지난 후였다.
그리고 연회장에 공개된 차원의 마도신의 얼굴과 모습에 순간 말을 잃었다.
주신, 창조신을 가리지 않고 여성, 남성의 구별조차 없이 오로지 가벼운 탄성만이 터져 나왔다.
“오-!”
“호오?”
“하아?”
마력을 다루는 마도신에 광역파괴를 전문으로 하는 투신이니 얼굴에 어쩔 수 없는 손색이 있어 로브를 쓰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건 상상을 초월하는 미소년이었던 것이다.
“헐?”
임폴로이먼트조차 체통 없는 감탄사를 내뱉을 정도였다.
상급 창조신의 수준으로도 있을 수 없을 정도로 매혹적인 외모에 모든 창조신들과 주신들이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방금 전 특위 창조신들과 격전 후 피범벅이 되어서 복귀했던 모습과 지금의 증명사진은 절대로 연결이 안 되었다.
이상신족의 후계이면서 외모에 특화되었다고 평가되는 페미니스트도 아름답다고 유명했지만 결코 저 정도가 아니었다.
마력을 쓰는 마도신이라 그런지 마신처럼 자연스럽게 매혹하는 느낌마저 들었다.
여기에 얼굴과 정반대로 풍기는 광폭한 투신의 투기에 압도당하는 느낌이었다.
“…….”
또 예상외의 사태에 굳은 얼굴이 된 임폴로이먼트지만 자신이 지시한 일이니 결과를 내어야 했다.
‘놀라운 사진, 아니 작품이로군.
이번 일을 위해 일부러 섭외해온 최고의 전문가답게 일처리는 완벽하군.’
이제 많은 작품 중에서 고르기만 하면 되었다.
차원의 마도신의 공개할 증명사진의 초안과 순식간에 만들어온 홍보영상의 기본안, 그리고 다른 자료들까지 묵묵히 둘러 본 임폴로이먼트가 결국 한마디를 했다.
“로브는 계속 쓰고 다니라고 다시 충고하는 것이 좋겠군.”
그나마 미적 충격이 덜한 사진과 영상을 골라내서 마무리를 맡긴 임폴로이먼트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
지옥구원계획과 천국개조사업의 공동 홍보를 위해서 차원의 마도신의 얼굴이 필요해서 벌인 일인데 너무 과했다.
어떤 종족도 아름답고 강한 것에 자연적으로 매료된다.
상급 오리진인 자신이 이 정도로 마음이 흔들릴 정도면 주신이하는 굉장히 파장이 심할 것이다.
주신이하의 여성은 순식간에 맹목적으로 매혹될 가능성조차 있을 정도의 미모였다.
‘무엇보다 용병 창조신으로서 더없이 험악한 인상을 보았던 일족까지 흔들리고 있다.’
자신의 직계인 여창조신의 얼굴조차 몽롱해져 사진만 쳐다볼 정도면 심각했다.
그러니 저런 얼굴을 드러내고 다른 신계를 돌아다니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는 안 보아도 알았다.
‘휴우우우. 이건 골치 아프군.
얼굴과 권능으로 다른 일족의 여성들을 닥치는 대로 후리고 다니는 페미니스트도 골치가 아픈데 한 명이 더 늘어날 수도 있겠어.
아니 상급 창조신 대우라는 신분과 독립신계의 신계주신, 정식 반려가 아직 없다는 사실까지 생각하면 이건 페미니스트보다 더하겠군.’
흑마법을 사용하는 마도신이라는 문제와 십중심과 연관되어 있는 위험천만한 용병신이라는 결격사유로 가려졌지만 결혼상대로 이렇게 조건 좋은 창조신은 드물다.
배경만으로도 최상위 명문신족의 직계인 여창조신조차 흔들릴 정도다.
‘못 말리는 색신이라는 평가도 그런 여성들 입장에서는 상관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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