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685화 (596/2,000)

32권 33권

갑자기 창조신계에서 이런 저런 서류를 요구하고 증명서 사진을 제출하라고 했다.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평소대로 검은 로브를 입고 찍어서 올렸는데 듣고 보니 비웃음을 당하고도 남았다.

창조신들이 로브로 얼굴을 가린 자신의 증명사진을 보고서 웃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니 속에서 또 화가 울컥 솟아올랐다.

‘썩을 놈들. 이상하면 말이라도 하지 뒤에서 웃고만 있나?’

그렇다고 자신과 무슨 특별한 친분도 없으니 잘못된 것을 알려줄 의무는 없었다.

‘하지만 비웃음거리로 만들 필요도 없잖아?

담당자가 어떤 창조신인지 나중에 가만 안 둔다.’

남을 도와줄 의무는 없지만 방해를 할 권리도 없는 것이다.

요즘 들어서 마음에 새기고 있는 다짐을 다시 떠올렸다.

‘당하고 바로 갚아주지 않으면 나중에 놓쳤다고 두고두고 후회한다.’

그런 이글거리는 차원의 마도신의 심정을 알기라도 하듯이 임폴로이먼트의 말은 이어졌다.

“앞으로 큰 사업을 계속하려면 특이한 행동으로 논란을 불러일으켜서는 안 되네.

창조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평판이라는 것을 명심하게.

작은 분풀이야 잊지 않고 있다가 대상자보다 높아지고 난 다음에는 얼마든지 가능하니 말이야.”

어째 분위기가 어른에게 잔소리를 듣는 아이 같은 상황이지만 나쁘지는 않았다.

이런 말을 하는 임폴로이먼트는 상급 창조신이자 명문신족의 오리진으로서 모든 신족이 원하는 위치에 서 있는 목표와 같았다.

이제 최상급 창조신의 신격만 얻으면 더 이상 오를 수 없는 신족의 지배층이 되는 존재였다.

‘물론 그 위에 최고위 창조신님들이 있다.

하지만 그분들은 어디까지나 창조주님과 창조신장님의 보좌가 주 임무이니 창조신계의 서열이나 임무에서 열외이지.’

그런 높은 자리에 위치한 존재가 공동사업자인 자신에게 잘 되라고 하는 말이 귀중하지 않을 리가 없다.

“알겠습니다.

일단 사업부터 추진하지요.”

당장 쫓아가서 해당 관리신의 멱살을 쥐고 흔들고 싶은 심정을 꾹 참고서 말을 하자 임폴로이먼트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얼굴을 가려서 표정을 보이지 않지만 수없이 변화하는 투기의 기세를 숨길 수는 없다.

얼굴을 가린 증명사진 때문에 창조신들의 웃음거리가 되었다는 말에 험악하게 상승하는 투기로 보니 당장 창조신계에 달려가고도 남았다.

‘이것 참! 철없는 아이를 달래서 일하는 기분이군.’

공동 사업자인데 성향이 이러니 아주 아슬아슬한 기분이었다.

그래도 현재 지옥구원계획을 추진할만한 창조신은 차원의 마도신을 제외하고는 없었다.

‘일단 바람가에서 대여하여 가지고 있는 오백만 자루의 파멸유혼검의 수량을 대체 할 방법이 없다.

무엇보다 우리가 먼저 나서지 않으면 엄청난 타격이 예상되니 어쩔 수 없지.’

지옥구원계획의 효율성을 알고 모든 오리진들은 창조신장님에게 허락을 받고 창조신계의 정화된 지옥을 정밀 조사했다.

그 결과 알아낸 사실이 있었다.

천국의 정련과정을 거치지 않고서 바로 순수한 정기를 추출해낸 흔적이 아주 희미하게 남아있었던 것이다.

‘파멸유혼검 외에 뭔가 또 다른 권능이 작용했다.

적어도 13써클 이상의 위력을 가진 권능이 악령에게서 정기를 제외한 모든 것을 아예 분쇄해버렸지.

천국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순수한 정기로 강제로 바로 바뀌어 버린 것이야.’

당장 소환해서 권능을 밝히게 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도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오리진에게서 말도 안 되는 사례를 만들려고 한다는 빈축을 듣고 사그라졌다.

그리고 창조신장님이 확실하게 선을 그어버렸다.

“차원의 마도신이 처음 나에게 보고했던 계획대로 일할의 이득은 틀림없이 제출했다.

진행과정에서 더 이득을 볼 수 있었다면 그것도 본인의 능력이다.

무엇보다 개인적인 사업의 노하우를 강제하는 공개하는 짓은 용납하지 않는다.”

그런 말을 하는 창조신장님과 최고위 창조신님들의 불편한 표정을 보니 무작정 편을 드는 것은 아니었다.

뭔가 굉장히 편애하는 느낌이 들었지만 당연히 정론이다.

‘개입 사업의 비밀을 반드시 공개해야 한다고 고집할 일은 아니지.

우리도 그런 사업들을 하나 둘씩은 가지고 있으니 말이야.’

잘못하면 각자가 벌이는 사업의 비밀도 공개해야하는 빌미가 될 수 있어서 모두 입을 다물고 물러나왔다.

그리고 각 오리진들이 이번 지옥구원사업으로 나름대로 이익을 볼 수단을 찾았다.

한데 발등에 불이 떨어진 위기를 맞은 것이 바로 사회신족의 천국개조사업 ‘영웅과 악당’이었다.

‘차원의 마도신이 천국을 거치지 않고 순수한 정기로 응축할 수 있는 권능을 가지고 전파할 수 있다면 천국 자체가 필요 없어진다는 뜻도 된다.

천국의 꿈이 주요 사업인 사회신족으로서는 더 이상 늦출 수가 없었다.’

사회신족의 주요사업인 천국운영과 차원의 마도신이 추진하는 지옥구원사업이 정면으로 충돌한 것이다.

자칫하면 일족의 직위가 후퇴한다는 위기감에 공동사업을 서둘렀지만 이번에 벌어지는 일을 보니 더욱 조심해야 했다.

‘차원의 마도신은 고위의 창조신답지 않게 충동적이면서도 열정적이다.

그리고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상조차 감수한다.’

누구나 두려워하는 특위창조신들과 충돌조차 마다하지 않았다.

약간 수작을 부려서 정체를 숨겼지만 결국 언제인가는 드러날 일이다.

그리고 더욱 무서운 것은 이런 변칙적인 방법과 문제를 감당할만한 능력과 머리가 있다는 점이다.

‘진리에게 안주하지 않는 폭주라는 신성을 받았다고 했던가?

딱 그대로이군.

카르마의 계약서에 명시를 해 놓았지만 일단 나도 굉장히 긴장을 하면서 지켜보아야 할 것 같군.’

폭주하는 존재 옆에 같이 있으면 같이 말려들기 마련이다.

어쨌든 가장 고비가 되었던 일도 끝나고 서로 화합을 했으니 다행이었다.

임폴로이먼트는 앞으로 벌어들인 막대한 정기를 생각하면서 뿌듯하게 연회장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아쉬운 심정을 토로했다.

“본래 사업 축하연회를 하려고 많이 준비했는데…….”

그와 동시에 배치된 원탁의 가장 앞 열에 있는 이계의 창조신들을 노려보았다.

차원의 마도신과 삼대가 치고받으면서 기껏 준비한 음식들이 대부분 날아갔다는 크로노스의 보고는 받았다.

‘그리고 조금 남은 것도 저 이계의 창조신들이 거의 먹어치웠지.’

평소 검소를 주장하면서 실천하느라 만들지도 못하게 하던 초호화 연회음식의 일천명분이 모두 사라진 것이다.

‘나도 거의 먹지 못하는 귀한 음식들을 전부 먹어치우다니?

맛도 못 보았다.’

삼대와 후대를 두들겨 패면서 더 이상 먹지 말라고 은근히 압박을 가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상급 오리진인 자신의 투기에 압도당하면서도 먹기를 멈추지 않았다.

‘더럽게 약한 주제에 최고위 창조신이라는 신격은 거짓이 아니군.’

그 결과 남은 것은 겨우 차와 과자조각 조금이다.

모처럼 미각을 한껏 충족시킬 생각을 했는데 조금도 먹지 못했으니 생각만 해도 화가 날 지경이었다.

이계의 창조신을 노려보는 임폴로이먼트의 생각을 알은 차원의 마도신이 속으로 쓴 미소를 지었다.

‘대부분의 연회음식은 삼대와 싸우면서 자신이 챙겼다고 말하기에는 너무 면목이 없군.’

그래서 더 이상 먹을 필요가 없어 먹지 않은 아기발도의 투창의 손잡이 끝부분을 주먹으로 잡고 힘을 주었다.

와드드드득-! 와사사사사사삭-!

상급 창조신의 전용신기가 박살나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린다.

그 소리에 모든 창조신들과 주신들의 시선이 차원의 마도신에게 집중되었다.

‘신기를 맨손으로 쥐어서 부순다.’

자신들도 신력을 집중하면 못하는 것은 아니나 다음 광경에 안색이 딱딱하게 굳었다.

스르르르르르르르-!

움켜쥔 손아귀 사이로 마치 곱게 갈은 것처럼 미세한 신기의 가루가 흘러나온 것이다.

이건 단지 손으로 쥐는 동작만으로 신기의 구조 자체를 일순간에 분쇄해버렸다는 뜻이었다.

어지간한 투신은 흉내도 못 낼 신체능력에 임폴로이먼트도 감탄했다.

마도신이라서 주로 영창을 필요로 하는 권능을 사용한다고 알려졌는데 신체능력도 무시무시했다.

‘과연 흑염 일족다운 힘이군.

근접전도 만만치 않겠어.’

머릿속에 있던 차원의 마도신의 자료를 상향하면서 말했다.

“접근전에 비교적 약하다고 했던데 그게 아니었군.”

“상대가 상위의 대신족이나 전능의 휘 정도가 되면 저도 피해야지 어쩔 수가 없더군요.”

“아아. 그렇군.

그렇겠어.”

그 말에 바로 납득했다.

대신족은 말할 필요도 없고 진리의 불가해의 팔시조를 익힌 전능의 휘는 유명한 존재였다.

신기의 강도를 능가하는 단련된 몸과 신력의 소모 없이 끝없이 싸울 수 있는 지구력은 자신이 보아도 대단했다.

거기에 최고수준의 근접 격투술까지 합치면 상위의 창조신으로서도 최고 수준이었다.

그런 상대에게 신체능력과 어설픈 전투술로 덤비면 자살행위였다.

‘더구나 전능신족의 오리진이기도 하니 신분이나 권능도 아무 문제가 없지.’

똑같이 불가해의 팔시조를 익히고 같은 전능일족의 오리진인 성마신 전지의 성과 연속되는 무승부만 유일한 문제였다.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인증전 대신 오백 주우주와 벌인 정령계 전투의 공을 명분삼아서 특례로 정식 창조신으로 올리는데 아무도 반대하지 않았다.

‘바로 중급 창조신으로 인정하고 창조신계에 정식으로 발령까지 냈는데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처음부터 최고의 용병신으로 뛰면서 막대한 대가만 챙겨서 그런지 창조력은 창조신으로서 우려가 될 수준이었던 것이다.

‘설마 창조력이 그렇게 약할 줄이야.

평생 전투만 했나?’

전능일족의 오리진이니 시간이 지나면 해결이 될 문제이지만 누구도 기다려주지 않는다.

창조신인 이상 업무를 맡긴 이상 처음부터 완벽하게 해내야 했다.

열심히 하고 성향은 문제가 없는데 창조력이 너무 낮으니 성과가 나오지 않고 오히려 손해가 생겼다.

‘결국 지시받은 업무를 몇 번 실수를 하고 지적을 받더니 견디지 못하고 본인의 신계로 칩거했다고 하던가?

일단 전능신족의 오리진이니 자리는 보전시켰지만 책임자가 골치를 썩고 있다 하더군.

기대주로 배려 받던 전능의 휘가 그러니 추천한 입장으로서 참 곤란하군.

그에 비해 차원의 마도신은 독선적이고 반항적인 성향으로 정식 직위조차 받지 못했지.

그런데도 독자적인 지옥구원계획으로 승승장구를 하다니 정말 세상모를 일이야.’

이 상황에 임폴로이먼트는 조금 생각에 잠겼다.

‘아니 이런 독선적인 성향이 개인사업에 맞을 수도 있겠군.

어차피 모두가 사이좋게 성공할 수 없으니 말이야.

승자가 있으면 패자도 있는 법이지.’

그 때 찻주전자에 신기의 가루를 섞고 한번 끊인 차원의 마도신은 김이 오르는 차를 따라서 내밀었다.

“아-! 고맙군.”

“뭘요. 대접은 아주 잘 받았습니다.”

차원의 마도신으로서는 귀한 연회음식을 몽땅 챙기고 이것저것 사회신족에게 책임을 떠넘긴 일로 양심에 찔려서 한 행동이었다.

하지만 오래간만에 맛보는 귀한 신기 가루의 차에 진심으로 기뻐하는 임폴로이먼트였다.

더구나 일족의 창조신들의 팔다리를 날려서 용병 창조신까지 고용하게 만든 아기발도의 신기라니 더할 나위가 없었다.

그래서 만족스럽게 뜨거운 신기가루가 섞인 찻물을 마시면서 물었다.

“바로 사업을 떠나겠지?”

“예. 무시할 수 없는 고위 창조신님들의 신청도 밀려들고 있습니다.

일단 그분들의 지옥부터 정리하겠습니다.”

최상급 창조신들의 신청은 무시할 수가 없었다.

직위와 서열을 고려하면 순서를 철저히 지키고 직접 찾아가서 인사까지 해야 할 상황이었다.

‘본래는 직접 찾아가지도 못할 높은 신분들이니 이 기회에 어떻게든 거래를 터야 한다.

지옥구원계획도 영원히 수익을 보장해주지 않아.’

그런 각오를 하고 있는 차원의 마도신에게 임폴로이먼트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제안했다.

“그럼 시설과 인원을 내가 빌려줄 것이니 여기서 증명사진과 홍보영상부터 찍고 가게.”

“홍보영상이요?”

뭔가 생소한 말에 차원의 마도신은 되물었다.

그러나 임폴로이먼트는 당연하다 듯이 차를 음미하면서 말했다.

“광고가 중요해.

아무리 사업내용이 좋고 평이 좋아도 일단은 사업자가 보기 좋아야지.

모든 일의 성패는 보는 순간에 결정되니 말이야.”

“잠시만. 그렇게까지 하실 필요가 있습니까?”

“무슨 소리를 하나?

신규 사업 성공하기가 쉬운 줄 아나?

할 수 있는 것은 전부 다 해야 하네.”

“그렇기는 하지만…….”

“동의한 걸로 알겠네.

바쁘시다니 어서 모시고 가도록 해라.”

차원의 마도신이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화려한 복장을 갖춘 고위 천족들이 어느새 앞에 대기하고 있었다.

꼼짝없이 따라 나서야할 분위기에 차원의 마도신의 표정이 한없이 구겨졌다.

“…….”

“내가 알아서 잘 홍보 할 것이니 찍는데 협조만 하게.”

난데없이 사업 모델 노릇을 하게 되었으나 워낙 명분이 빈틈이 없으니 거절할 수가 없었다.

결국 증명사진과 홍보영상을 찍기 위해 따라나서면서 이계의 창조신들에게 지시를 했다.

보아하니 자신이 자리를 뜨면 남은 차와 과자까지 다 먹어치울 모습이었다.

그런 추태를 계속 보이게 할 수 없었다.

“너희는 여기의 지옥으로 이동해서 구원계획의 준비를 하라.”

“알겠습니다.”

차원의 마도신이 노려보는 기세가 심상치가 않으니 이계의 창조신들은 황급하게 대답하고 지옥으로 이동을 했다.

그렇게 차원의 마도신과 이계의 창조신들이 자리를 뜨자 사회신족만이 남게 되었다.

그러자 겨우 긴장이 풀렸는지 여기저기서 숨소리가 들렸다.

공동사업의 계약도 끝났으니 겨우 긴장이 풀리고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돌아오려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무섭게 분노하면서 직계를 두들겨 패며 징계하던 오리진까지 아주 만족한 표정으로 신기가루 차를 마시고 있으니 천만다행이었다.

쪼르르르르-! 호르르르르-!

모두가 찻잔에 차를 따라 마시는 소리가 울리고 은은한 향만이 돌았다.

임폴로이먼트는 찻잔에 곱게 갈려서 빛나는 아기발도의 신기를 보면서 기분 좋게 말했다.

“중급 창조신 파퓰리스트(Populist). 네가 원하는 대로 이번 사업의 중간 관리를 맡기겠다.

새로운 천국과 지옥의 공동사업에 전권을 줄 것이니 원하는 자원은 모두 써서 성공시켜라.

이것이 네가 상급 창조신이 되는 기초가 될 것이다.

후계의 직위를 유지하려면 잘해야 한다.”

그렇게 말하는 오리진의 얼굴은 웃고 있지만 후계는 잘 알고 있었다.

이번이 정말 최후의 기회라는 사실을 말이다.

‘일족만이 있는데 후계라고 하지 않으시고 직책과 이름만을 부르셨다.

그리고 직접 쳐다보지 않고 찻잔만을 보신다.

쳐다보면 화를 참지 못한다는 뜻이지.’

그리고 후계라서 용서받는 것도 마지막이라고 확실히 선을 긋고 있었다.

하나 일족에게 일조 이천 억이라는 어마어마한 손해를 입혔으니 할 말은 전혀 없었다.

신체를 빼앗겨 정기를 회수당하고 정령계로 보내지지 않은 것만도 천만다행이었다.

아니 그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니 일해서 갚으라는 의도도 있었다.

“예. 결코 실수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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