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권 33권
이계의 최고위 창조신들은 먹는 것은 바로 중단했지만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갑자기 연회참석인원이 늘어났으니 자신들에게 배분될 신력을 올려줄 보물과 같은 음식량이 확 줄어들 것을 걱정한 것이다.
그런 모습에 혀를 차면서 다시 의지를 보낸다.
‘쯧-! 이미 신력을 많이 올려주는 음식들은 전부 챙겨놨으니 걱정할 것 없다.
나중에 따로 챙겨주마.’
‘오오-! 역시-!’
‘어떠한 상황에도 기회와 이득을 놓치지 않으시니 참으로 대단하십니다.’
‘이 정도로 뭘. 그러니 이제 품위 좀 챙겨라.
사업을 위해서 좋게 보여야지.’
그 말에 이계의 최고위 창조신들은 할 말이 없었다.
지금 불에 타고 신기에 난자 된 차원의 마도신의 모습은 아무리 산전수전을 다 겪으면서 처음 볼 정도로 처참한 중상이다.
저런 모습으로 연회장에 바로 들어오다니 놀랄 수밖에 없다.
‘주변의 주신들과 창조신들의 경악하는 반응을 보니 아무리 주우주라고 해도 평범한 모습은 아니다.’
차원의 마도신의 상태를 보니 현세계도 아니니 눈치 보지 않고 누가 맞든 죽든 상관없이 음식을 계속 먹고 있던 자신들이 문제가 아니었다.
‘그나저나 저런 상태라면 가만히 있어도 엄청난 통증이 올 것인데 저 상태에서도 저렇게 평온하게 걷고 있다니 놀랍군.’
주변의 놀라는 시선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고서 걸어가는 차원의 마도신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자리 바로 앞에 오자 앉기에 방해되는 가슴을 관통한 투창을 잡고서 그대로 뽑아낸다.
푸우우우우우욱-!
투창이 박힌 심장이 위치한 곳은 구멍이 뻥 뚫려있고 주변은 전부 익었는지 피조차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의자에 앉아서 뽑아낸 투창의 날을 그대로 입을 벌려서 베어 물었다.
와지지지직-! 으드드드드둑-!
마치 과자처럼 아기발도의 투창을 조금씩 씹어 먹던 차원의 마도신은 임폴로이먼트의 시선을 느꼈다.
뭔가 탐색하듯이 투창과 자신의 입을 번갈아 보고 있으니 혼자 먹기가 미안해졌다.
연회장의 음식 중 값진 것은 이미 모두 챙겼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래서 먹던 투창을 쳐다보면서 너무나 아깝지만 권했다.
“조금 드시겠습니까?”
임폴로이먼트는 그 순간 갈등했다.
아무리 보아도 상급 특위 창조신 아기발도의 신기였다.
그것도 자신조차 어쩌지 못하고 물러날 수밖에 없게 만든 던져지면 반드시 명중하는 놀라운 신기였다.
그러니 차원의 마도신의 말에 임폴로이먼트도 혹했지만 과거에 저런 짓을 자주 시도했다가 결국 피를 토했던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
오리진이 된 후 권능의 강화에만 집중해서 신체능력이 그대로인 지금 저걸 먹고 소화시킬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무척 아쉬워하면서도 일족들이 보고 있으니 근엄하게 사양했다.
“……됐네. 요즘 단련이 부족한지 이빨이 시원치 않아서 말이야.”
와드드드드드드드득-!
그 말과 동시에 마치 빼앗길세라 모두 먹어치우는 차원의 마도신이었다.
그리고 신기가 으스러지는 소리는 입에서만 나지 않았다.
분명 검에 의해 갈라진 모양인 몸의 상처에서도 금속이 일그러지는 굉음이 울리기 시작한 것이다.
우지지지지지직-!
상처가 급속도로 아물면서 뭔가를 씹어 삼키는 괴음이 차원의 마도신 몸 전체에서 울린다.
그걸 보고 들은 임폴로이먼트의 눈이 날카롭게 빛나면서 분석한다.
벌어진 상처에서 살짝 모습을 보인 검 조각은 자신도 익숙한 것이다.
아기발도의 초고속 발검술에 자신은 아슬아슬하게 상처를 입지는 않았다.
하지만 일족의 창조신들의 팔다리가 모두 날아가서 간담이 서늘했으니 말이다.
‘아기발도의 외날 검인가?
자신의 갑옷 외에는 주우주의 무엇이라도 벤다고 자랑하던 검까지 뺏어왔는가?
노발대발하고 있겠군.’
오랜 시간 같이 하면서 권능을 주입시켜 강화시킨 신기는 분신과 같다.
그걸 모두 빼앗겼으니 이성을 잃고 날뛰고 있을 모습이 훤하게 보였다.
그리고 투신에게 신기를 뺏긴 원한보다 더 큰 것도 얼마 없다.
특위 창조신들의 성향을 떠나서 일반적인 창조신으로 생각해 보아도 아주 좋지 않았다.
‘다시 고민해보아도 상당히 곤란한 상황이로군.’
그렇지 않아도 사이가 좋지 않은 특위 창조신들에게 아예 적대할 좋은 명분을 만들어 준 셈이다.
아무리 사회신족의 직위와 세력이 커도 특위 창조신들이 모두 본격적으로 달려들면 상당히 버거운 상황이 된다.
‘자신들의 앞길을 우리 같은 오리진들이 막았다고 생각하고 있지.
아예 빌미를 주지 말아야 하는데 큰일이로군.’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아직 자신의 발밑에 쓰러져 있는 원흉 두 명이 또 눈에 거슬렸다.
그리고 이미 손을 대었으니 거칠 것이 없었다.
뻐어어어억-! 퍼어억-!
파멸유혼검을 휘둘러서 그대로 쓰러진 몸들을 띄워서 의자에 강제로 앉혔다.
오리진의 앞의 자리인 직계와 후계의 자리였다.
“컥-!”
“윽-!”
절묘하게 힘 조절을 했기에 그 순간 기절에서 깨어난 후계와 삼대를 말없이 주시했다.
오리진의 투기에 후계와 삼대는 잠시 기겁을 했지만 바로 주변상황을 파악했다.
찢어진 의복을 원상태로 복귀하고 핏자국과 보이는 상처를 우선적으로 지웠다.
그리고 언제 맞은 일이 있었다는 듯이 신색을 정중하게 하고 바르게 앉았다.
등 뒤로 활짝 펼쳐진 스물여섯 쌍의 빛의 날개는 어떤 사회신족의 창조신보다 강대함을 자랑한다.
자신의 앞에 앉아있는 이 세 명이 바로 다음 사회신족의 기둥이었다.
‘사회신족의 후계 파퓰리스트(Populist)’
‘사회신족의 삼대 골든 레블루션(Golden Revolution)’
‘사회신족의 크로노스 골든 아이디얼(Golden Ideal)’
반려와 수십 명의 후궁에게서 얻은 수백 명의 자식 중에서 본인의 강함을 증명하여 일족과 자신에게 직계로 인정받은 존재는 이들 세 명뿐이었다.
나머지는 단지 사회신족의 일원에 불과했다.
‘내가 최상급 창조신이 되기 위해서는 지금의 사회신족을 이상 없이 이어받아야 할 아이들이다.
다행스럽게도 그동안 흐리멍덩하던 눈빛이 다시 살아났군.’
오리진이 직접 나선 가혹한 처벌이 더없는 위기감을 불러서 다시금 이들의 경각심을 일깨운 것이다.
후계와 삼대의 빈틈없는 자세와 기세에 만족한 임폴로이먼트는 유쾌하게 차원의 마도신에게 말을 건넸다.
“좋군. 이제 사업이야기를 하지.”
“그전에 용병 보상부터 상의하시지요.”
“!”
차원의 마도신의 말에 이제야 가장 큰 문제가 뭔지 파악한 임폴로이먼트였다.
창조신의 참전 보상은 막대하다.
아무리 명문신족이라고 해도 감당이 힘들 정도다.
그걸 지불할 생각을 하자 상급 창조신이면서 오리진인 임폴로이먼트의 얼굴이 하얗게 탈색될 지경이었다.
‘기본이 신격의 절반에 위험도가 높으면 배로 올라간다.
상급 창조신 대우이니 사천 억이고 절반으로 치면 이천 억인가?
그나마 내가 특위 창조신들에게 부상을 입혀서 위험수당은 안 주게 되었으니 이정도로군.
이것만도 천만다행이야.’
용병 대가는 참가하는 용병신의 신력을 기준해서 지불해야 한다.
일 억 미만인 하위신이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신력이 일천 억이 넘어가는 창조신이 되면 끔직한 수준이다.
모든 창조신과 주신들이 나중에 자신들이 용병으로 뛰고 받을 대가를 생각해서 이렇게 높게 만들어 놓았다.
그런데 막상 자신이 받지 않고 남에게 주려는 상황이 오면 이건 완전히 기둥뿌리가 날아갈 지경이었다.
‘그렇다고 안 주면 신계에서 매장되니 그럴 수도 없지.’
창조신의 경우 너무 막대한 대가라서 보상을 주다가 일족이 휘청거린다.
그러나 아무리 문제점을 지적해도 기본적으로 모든 창조신들이 관련된 일이니 용병시세는 떨어질 줄을 모른다.
무엇보다 이미 울며 겨자 먹기로 보수를 지불했던 창조신들이 언제인가는 반드시 똑같이 받아낸다는 흑심도 깔려있으니 조정될 수도 없었다.
‘솔직히 그냥 넘어갔으면 좋겠는데 저런 부상을 입고 돌아왔는데 모른 척 할 수도 없지.
일도 완벽하게 해주었으니 부담이 되지만 전부 주어야 하겠군.’
사회신족의 운영을 줄이면 가능한 수치였다.
그리고 이번 천국개조사업으로 벌어들일 수 있는 예상 수익으로 보면 별 것 아니었다.
그래서 호기롭게 말했다.
“바로 주지.”
그런데 이어지는 차원의 마도신의 말에 입이 딱 벌려졌다.
“어디보자.
부상을 입히고 오신 특위 창조신들을 상대하는 것은 별 문제가 없었으니 이건 기본인 이천 억으로 받겠습니다.
그런데 전리품의 분배가 걸립니다.
제가 회수한 전리품을 측정해보니 이조 이천억 정도이지만 통 크게 딱 이조로 보겠습니다.
그럼 규정대로 절반인 일조는 제 몫입니다.
참전대가와 전리품을 종합해서 일조 이천 억만 주시면 되겠습니다.”
“!!!”
정확하게 맞는 말이었다.
모든 전리품의 분배는 창조신의 숫자대로 공통하게 나뉜다.
그것이 적에게 빼앗긴 창조신의 신체의 일부라도 용서는 없었다.
모두 정기로 계산되어서 철저하게 지불되어야 했다.
‘전리품 분배를 깜박했다.
그럼 정말 일조 이천억-!’
갑자기 튀어나온 엄청난 지출에 오리진 체면에 큰 소리는 치지 못했다.
다만 의자에 앉은 몸이 힘이 풀려서 잠깐 앞으로 숙여졌을 뿐이다.
휘청-!
오리진의 몸이 휘청거리는 모습에 후대와 삼대는 차마 볼 면목이 없어서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급해도 용병 창조신을 함부로 쓰면 일족이 망한다고 수차례 들어보았지만 지금 직접 보니 무시무시했다.
서로 급박하게 의지를 교환했다.
‘한 번의 싸움에 일조 이천 억의 대가라니?
이게 말이 되나?
바가지 아니냐?’
‘그러나 정확한 용병 대가가 맞습니다.’
‘이걸 어쩌지?
그 정도의 여유정기는 없어.’
직접 돌아가는 사태를 보니 왜 신계주신이나 오리진들이 무슨 일이 있어도 용병신을 쓰지 않으려고 하다가 망하기 직전에 최후로 사용하는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창조신들이 왜 오리진의 체면을 벗어던지고 죽을 위험을 무릅쓰고서도 기회만 있으면 나가는지도 말이다.
‘순수한 일조의 정기는 일반 창조신성과 같은 가치가 있다.
그럼 창조신들은 전투 한 번에 창조신성이 하나인가?
정말 엄청나군.’
물론 완벽하게 가동되지 않는 초기단계의 창조신성이니 명문신족의 운영은 무리다.
하지만 일반적인 신족은 충분히 운영이 가능할 정도다.
그런 엄청난 대가가 용병전투 한 번에 오고가고 있었다.
‘단 한 번의 전투에 창조신성을 하나 얻을 수 있다면 목숨을 걸고서라도 잡아야 할 기회다.’
‘그만큼 기회도 적습니다.
그리고 실패하면 어떤 대가도 받지 못합니다.’
용병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결과다.
이번에도 전리품을 전부 찾아오지 않았으면 실제 지불할 정기는 일할 미만 정도였을 것이다.
후계와 삼대가 의견을 교환하는 도중에 임폴로이먼트는 아찔해진 머리를 겨우 수습하고 이마에 오른손을 대었다.
‘이걸 어쩐다.
내가 이래서 용병 창조신은 절대로 쓰지 않으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었어.
혈족의 일로 일족의 창조신들을 불구로 만들 수는 없지.’
일족의 정기사정을 자신만큼 잘 아는 존재는 없었다.
올라오고 배분되는 정기 수치가 약간이라도 요동칠 때마다 주변에서 난리를 내면서 치고받고 하다가 결국 자신에게 오니 안 챙길 수가 없는 것이다.
‘이천 억도 무리인데 일 조 이천 억은 절대로 없다.’
이천 억은 빠듯하고 일조는 당연히 없다.
그렇다고 지불하지 않을 수 없으니 결국 떨어지지 않는 입을 열어서 말한다.
“……할부 되나?”
“…….”
그 말에 차원의 마도신도 아차 하는 기분이 되었다.
이번 지옥구원사업으로 이백조가 넘는 정기를 가진 부자가 되고나니 현실감각이 떨어진 것이다.
정기야 넘쳐나니 당장 받아낼 필요는 없지만 여기서 너무 쉽게 해줄 수가 없었다.
‘용병대가라는 것이 워낙 민감한 각자의 이익에 걸린 문제다.
함부로 할인하거나 배려해 주었다는 사실이 들리면 지금의 나라도 무사하기 힘들어.’
자신은 막 창조신이 되어서 극도로 조심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특위 창조신들과 악연을 피하기 위해서 후계로 위장하고 뛰기도 했다.
물론 창조신계에서 정식 창조신이 되는 것을 반대한 주변의 창조신들이야 두들겨 패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오히려 좋은 구경거리로 받아들이지.’
하지만 반드시 규정대로 받아야 할 것을 적게 받아서 공식적으로 용병대가가 깎인다면 죽일 듯이 덤벼들 창조신들이 넘쳐났다.
그들은 일족을 탈탈 털어 만든 정기를 한 번에 날려서 언젠가 누군가에게 되돌려 받기를 바라면서 이를 갈던 고용주들이다.
‘끝도 없이 높은 용병신의 대가가 이유가 있었어.
과거에 어쩔 수 없이 지불했던 피해자들이라는 고용주들이 앞장서서 올려놨지.
썩을 놈들. 혼자만 못 당하겠다는 뜻이지.’
자신도 그런 사실을 알고 얼마나 어처구니가 없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용병신으로 받는 입장이니 보니 희희낙락이었다.
아무리 위에서 후려쳐도 먹고살기는 충분했던 것이다.
거기다 적의 후방을 탈탈 털어 얻는 부수입까지 생각하면 힘든 용병신 시절도 아주 할 만했다.
자신이 지나간 곳에는 쓸 만한 물건은 아무것도 남지 않았으니 그래서 더욱 악명이 높았는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자기 세력을 가지고 고용하는 입장이 되니 아주 곤란하군.
가끔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 외부의 도움이 필요해지는데 이렇게 되면 고용은 엄두도 못 낸다.’
그래서 대부분 자신들의 세력 강화에 목숨을 건다.
어떻게든 가지고 있는 전력을 강화해서 인증전에 써먹어야지 승급할 기회가 오기 때문이다.
남의 도움을 받지 못하니 신족이 더 강해져 왔는지도 모른다.
잠시 고민하던 차원의 마도신은 결국 아공간에서 은은하게 무지갯빛으로 빛나는 양피지 모양의 서류를 꺼냈다.
스으으으으으으-!
그리고 백지 상태의 서류를 임폴리이먼트에게 내밀었다.
그걸 보자 나빠진 안색이 더욱 창백해져만 갔다.
“……이거 뭔가?”
“절대급의 카르마의 계약서의 용지입니다.
설마 정말 모르시지 않겠지요?”
“알기는 하지만…….”
안 주겠다는 것도 아니고 한꺼번에 하니 힘드니 할부 좀 하자는데 갑자기 이 흉악한 카르마의 계약서를 바로 내미는 이유를 물은 것이다.
‘진리가 인정사정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도 설마 내가 창조신인데 하면서 수작을 부렸다가 몰락하는 것을 한두 번 본 것이 아니다.
이건 절대로 서명할 서류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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