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권 33권
삼대는 이제야 어떻게 차원의 마도신이 지옥의 꿈이라는 환상권능으로 이상(理想)계열의 최고인 사회신족의 직계를 패배시켰는지 깨달았다.
사회신족 최강의 투신인 자신은 오리진님만이 익힌 극히 일부의 최고위 권능을 전부 신기에 담아서 강화하고 사용했었다.
그런 신기를 모두 먹어치우고 그 속에 담긴 사회신족의 권능을 전부 습득해버렸다면 가능했다.
상급 창조신의 신격으로 발동된 동등한 환상권능이라면 일반 창조신인 삼대가 막지 못하는 일이 당연했다.
이건 또 다른 비상사태였다.
‘저 말이 사실이라면 우리 사회신족의 권능이 극히 일부만 제외하고 차원의 마도신에게 몽땅 넘어갔다.’
신기를 전투 중에 모두 잃은 삼대의 입장으로서는 이건 날벼락과 같은 사실이었다.
띵-!
그렇지 않아도 최고의 광역권능을 자랑하던 차원의 마도신이었다.
그런데 환상계열의 권능에서 최고라는 사회신족의 권능까지 넘어갔으니 사회신족의 창조신의 입장으로서는 두려워하지 앓을 수 없었다.
사회신족의 권능을 다른 일족의 창조신이 전부 구현할 수 있다는 사실은 보통 문제가 아니었다.
‘진리의 방침에 의해 모든 일족의 권능은 이미 전부가 공개되어있지만 자료를 보고서 익힐 정도로는 당연히 아니다.
신기 안에 집어넣은 권능도 단지 나의 권능을 보조하거나 강화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마지막에 내가 환상권능에 당한 것을 보면 이미 거의 전부를 익혔다.’
이 사실을 할아버지가 아시게 되면 이젠 추방도 문제가 아니다.
아니 그 전에 오리진님의 실망이 두려웠다.
그런데 신기 가루가 섞인 차를 만족스럽게 계속 마시던 임폴로이먼트가 못 마땅한 표정을 숨기지 않고 물었다.
“그런데 이거 도대체 누구의 신기냐?
굉장히 신력과 권능의 수준이 높은데?
으으으음. 이거 신기가 너무 아깝구나.
이런 고위의 신기를 겨우 손님의 차의 재료로 쓰다니?
이렇게 사치가 심하면 못 쓴다.
허어? 그런데 이렇게 뛰어난 아이가 너희들 외에 또 있었나?”
이제 숨기지도 못한다.
신기의 가루지만 삼대의 신력과 권능은 다른 창조신들에 비해 특출 났다.
오리진이 조금만 신경을 쓰면 들통이 날 것이다.
그러니 삼대의 입이 힘겹게 떨어지면서 대답했다.
“저……, 저의 것입니다.”
“!!!”
쿵-!
그 말에 임폴로이먼트의 머리에 뇌성이 떨어지는 것 같았다.
삼대가 결코 자신의 의지로 평생을 애지중지하면서 사용하던 자신의 신기를 차의 재료로 내주었을 리가 없다.
아마도 차원의 마도신과의 전투 중에 빼앗겼을 것이다.
그 의미는 컸다.
‘이게 삼대의 신기라고?
그리고 이걸 차원의 마도신이 가루로 내서 차로 만들어 먹고 있었다고?
잠깐-! 차원의 마도신은 흑염의 일족이기도 하잖아?’
차원의 마도신은 흑염의 바람성에서 영원의 심판을 통과한 흑염의 일족이기도 했다.
신체능력이 절대적으로 강한 대신에 권능을 사용하지 못하는 흑염일족이다.
하지만 정식일족이 아니고 무슨 편법을 부렸는지 광역권능까지 사용한다.
‘그럼 신기를 가루가 아닌 그대로 조각으로 만들어 흡수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이 두 사실을 연결하면 엄청난 문제가 생긴다.
외부의 창조신에게 사회신족의 권능이 대부분 파악 당했다는 뜻이다.
“설마? 신기 전부를 빼앗겼느냐?
이건 설마 먹고 남은 잔해이냐?”
살기마저 느껴지는 오리진의 기세에 삼개는 의자에서 내려와 무릎을 꿇고 깊숙이 고개를 숙여 이실직고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숨기기에는 사태가 너무 컸다.
“예. 전부입니다.
차원의 마도신은 제 신기를 모두 그 자리에서 그대로 먹어치웠습니다.
저는 그게 무슨 의미인지 전혀 몰라서 방치했습니다.
죽여주시옵소서.”
“이런-!”
꽝-!
사태를 전부 파악한 임폴로이먼트의 오른손이 영광의 의자의 손잡이를 내려쳤다.
설마하면서 신기 가루를 차로 먹는 정보를 공개했는데 역시 있을 수 없는 최악의 사태였다.
‘신계에 공개한 사회신족의 자료는 어디까지나 초급과 중급 정도다.
그러나 삼대가 익힌 권능은 오리진의 고위권능을 제외하면 거의 전부다.’
물론 삼대가 좋아서 신기를 바친 것은 아니다.
차원의 마도신이 신기를 통째로 먹을 가능성이 있는 흑염일족이라는 사실을 자신까지 간과했었으니 반역은 아니다.
그러나 일족의 근본과 같은 권능들을 전부 차원의 마도신에게 그대로 넘긴 셈이었다.
그것도 아무런 보상도 없는 전투를 벌여서 패배의 대가로 말이다.
“네 이놈-! 지금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고 있느냐?”
“죽여주시옵소서.”
“네 목숨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사회신족의 권능을 전부 파악당하면 다른 신족에게 열세에 처한다.
최악의 경우에는 또 다른 사회신족이 생길수도 있단 말이다.
내가 있으니 그럴 리는 없지만 이게 무슨 사태인 줄 아느냐?”
“죽여주시옵소서.”
고개를 숙인 채 그 말만을 하는 손자를 보는 임폴로이먼트의 눈빛이 활활 타올랐다.
차원의 마도신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지만 사회신족의 권능을 익힌 것이 분명했다.
그러면 사회신족의 한복판에서 오리진인 혈족인 여창조신을 후궁으로 달라고 했다가 철회까지 하는 여유가 전부 설명된다.
‘더구나 용병신의 불문율인 사전 계약서의 작성과 보상의 설정도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나중에 얼마든지 받아낼 자신이 있다는 뜻이었다.
물론 힘이 우위라면 가능한 일이다.
‘환상권능의 가장 큰 문제점은 같은 환상계열을 상대하면 효과가 크게 감소한다는 점이다.
이러면 어지간한 사회신족의 창조신은 차원의 마도신에게 바로 거꾸로 당한다.
오리진인 나조차도 광역권능과 흑염권능까지 생각하면 엄청난 난적이 되겠군.’
그렇다고 왜 삼대의 신기를 먹어서 권능을 함부로 흡수하고 파악했냐고 따질 수도 없다.
패배자의 신기를 어떻게 처분하는 것은 승자의 당연한 권리였다.
자신조차 패배자들에게 뺏은 신기들을 많이 갈아마셨고 나중에는 팔아서 사회신족의 자본으로 삼았다.
그리고 모두 공개된 자료에서 무엇을 익히든 그것도 자유였다.
만약 차원의 마도신이 먼저 삼대를 공격하고 신기를 무단으로 빼앗은 것이라면 어떻게 제약을 걸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대응을 보니 그런 멍청한 짓을 할 리가 없다.’
차원의 마도신은 냉정했다.
공동사업으로 초정을 받아서 위협을 받았지만 여기는 사회신족의 본거지였다.
그래서 하위자인 후대가 도발했지만 오리진인 자신의 허락을 받고 박살을 냈다.
그러니 이번에도 삼대가 멍청하게 강자를 몰라보고 덤빈 것이 확실했다.
아들부터 손자까지 연달아서 엄청난 사고를 치는 아주 기가 막힌 상황이었다.
그동안 쌓였던 울화가 이글이글 끓어오르고 있었다.
“으드드드드득-! 상위의 창조신에게 함부로 도전하고 패배를 하고 신기까지 빼앗기고 권능을 유출 당하다니 더 이상 묵과할 수가 없구나.”
아공간을 열고서 손을 집어넣는다.
그리고 바로 꺼낸 손에는 평범한 목검이 한 자루가 쥐어져 있었다.
정체를 파악한 주변의 창조신들의 얼굴이 확 변했다.
진리에게 인정받은 강자의 상징인 ‘파멸유혼검’이었다.
임폴로이먼트는 너무나 오래간만에 잡은 파멸유혼검의 감촉을 느끼면서 전 신력을 밀어 넣었다.
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역시 절대계 최고의 불멸의 신기답게 어떤 물질도 견딜 수 없는 엄청난 신력임에도 불구하고 역시 아무 이상 없이 버틴다.
그리고 가만히 목검의 검신을 이마에 대었다.
과거에 거칠 것 없이 날뛰던 열정과 투지가 되살아나는 것 같았다.
‘아니 아까부터 마음속에서 울컥거리던 감정과 분노가 한계점에 도달했군.’
사회신족을 한 단계 도약시킬 중요한 공동사업에 후계와 삼대가 이렇게 재를 뿌리다니 용납할 수가 없었다.
그것도 최상위의 오리진들과 투신들에게는 아무런 가치가 없는 명문신족 오리진의 직계라는 우월감이라는 감정 때문이었다.
근거도 없는 우월감을 가진 지배층들을 모두 타도하고 올라선 존재들이 바로 현재 창조신계의 오리진들이었다.
이제는 도전받을 위치가 되어있는데 직계들의 이 꼴을 보니 암담해질 정도였다.
자신에게 무슨 일이 있으면 일족이 얼마나 견딜지 걱정이 되었다.
‘그 당시 하도 고생을 해서 자식들만은 험한 꼴을 안 보게 크게 하려고 했는데 이제 후회가 되는군.’
진리의 바람가가 왜 그렇게 후손들을 성장과정에 처절하게 몰아붙이며 수련시키고 절대계의 권력에서 배제시켰는지 깨달았다.
오백만이 넘는다는 바람가의 오리진들이 진리의 혈족이라고 이렇게 함부로 날뛴다면 아무리 절대계라도 끝장이었다.
진리의 바로 다음 서열로 인정받아 절대계를 분할해서 다스리는 십중심들의 견제가 없었다면 실제로 이미 벌어졌을지도 몰랐다.
‘진리처럼 후손에게는 세력이나 영역을 주는 것이 아닌 강함을 전수해야 해.
좋은 배경이 오히려 약하게 만들었군.’
진정한 강자라면 단지 강해지고 현명해질 수 있게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성공한다.
약자라면 무엇을 도와주어도 결국 망하고 주변을 무너지게 한다.
다시 깨달음을 얻은 임폴로이먼트는 이를 악물고 목검을 위로 치켜들었다.
“역시 진리가 올바르다.
후손을 곱고 귀하게 키우면 나중에는 겁이 없어서 문제만 일으켜.
귀엽다 잘한다고 했더니 도저히 이길 수 없는 강자도 못 알아보고 감히 덤벼?
아비가 그러면 아들이 너라도 정신 차리지 못해-!
이 하룻강아지보다 못한 놈-!”
결국 분노가 폭발한 임폴로이먼트의 파멸유혼검이 용서 없이 내려쳐졌다.
꽈아아아아앙-!
연회장에 무엇인가를 두들겨 패는 소리는 한참을 울렷다.
* * *
그리고 초장거리 공간이동 중에 있는 차원의 마도신은 느긋하게 담뱃대를 꺼내서 불을 붙이고 연기를 내뿜었다.
후우우우우우우우우-!
그런데 그 연기가 하얗지 않고 황금빛이었다.
천국의 구름과 똑같은 권능을 함유한 연기가 그대로 차원의 마도신의 신체를 빈틈없이 감싼다.
분명 따르던 주신들조차 의아할 정도로 똑같은 사회신족의 권능이었다.
‘뭐지?’
‘천국의 꿈?’
‘그럴 리가?’
주신들도 분명 같은 사회신족의 권능인데도 전혀 파악이 안 되었다.
그리고 퍼지는 기세가 심상치 않고 농도도 엄청난 수준이라서 깜짝 놀란 사회신족의 주신들이었다.
그렇게 커다란 황금빛 구름 덩어리가 된 차원의 마도신의 웃음소리가 울렸다.
“푸후후후후후후-! 좋아-!
신기의 소화가 아주 잘 끝났군.
이 정도면 아주 쓸 만하겠어.”
그리고 황금빛 구름으로 완전히 감싼 사회신족의 주신들에게 명령했다.
“너희들은 이제부터 나를 후계라고 불러라.”
“예?”
같은 권능을 가진 자신들조차 완전히 파악이 불가능하지만 후계님은 분명 지금 차원의 마도신의 등 뒤에 매달려 있었다.
그리고 상급 창조신 대우인 차원의 마도신은 중급 창조신인 후계보다 높다.
‘상급 창조신이 상급 창조신의 후계의 자리를 원하거나 차지할 이유가 전혀 없다.’
의문이 많지만 워낙 사태가 급박하니 반박을 하지 않고 직답했다.
그리고 천국의 꿈이 확실한 황금빛 구름에서 느껴지는 사회신족의 권능은 확실히 후계라고 자처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알겠습니다. 후계님.”
“좋아-! 사회신족의 위력을 건방진 특위 창조신들에게 보여준다.
그리고 빼앗긴 모든 것을 되찾아 온다.”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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