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권 31권
차원의 마도신의 여유가 넘치는 모습을 본 임폴로이먼트는 이제까지의 정중한 말투대신 삼엄한 경고를 보냈다.
자신감이 있는 것은 좋지만 방심하다가 실패를 할 수도 있었다.
“거기에는 상급 특위 창조신 아기발도가 있다.
내가 아는 한 최고의 속도를 자랑하는 쾌검과 뛰어난 창술, 여기에 불멸의 갑옷을 가진 강자 중의 강지다.
검과 창을 부러트리고 팔목 관절을 노려 양손까지 박살내고 왔지만 몸은 멀쩡하다.
나조차 그 갑옷만은 어떻게 할 수 없었지.
그리고 특위 창조신들이니 지금이라면 어느 정도 전력으로 싸울 여력은 회복했을 것이다.
절대로 얕보면 안 돼.
그리고 너무 큰 소란을 피워도 안 된다.
특위 창조신들의 영역은 곧 창조신장님의 직할지이기도 하다.
이 이상은 위험하다.”
“큰 전투를 벌이면 안 된다.
조용히 해결해야만 한다.
그렇다면 쉬운 일도 아니로군요.”
차원의 마도신은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찻잔을 바라보면서 대답했다.
그리고 의자에서 일어났다.
지금도 특위 창조신들은 부상을 전력으로 회복하고 있다.
완전한 상태가 되거나 흡수해도 버틸 수 있다고 판단하면 바로 위험의 감수를 하고 신력흡수를 할 것이다.
시간이 얼마 없었다.
‘나라면 그렇게 할 것이다.
명문신족과 얽혔으니 나중에 다시 내놓아야 할 가능성이 있으니 말이야.’
그런 막무가내 방식으로 이백 억의 신력에서 얼마나 건질지 모르지만 조금이라도 강해질 수 있는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
완벽한 기회를 위해 기다렸다가 빼앗기느니 손해를 감수하고 흡수하는 것이 용병신으로서 정상적인 사고였다.
그래서 서둘러야 했고 더욱 강한 전력이 필요했다.
“전력을 조금 빌려주시겠습니까?”
“전력지원?
당연히 해주고 싶은데 지금 가용한 전력이 없군.”
임폴로이먼트가 지원을 해주고 싶다는 말은 진심이다.
아무리 부상을 입었어도 특위 상급 창조신 중 최고속의 검술과 갑옷으로 유명한 아기발도가 이십 명의 특위 창조신을 이끌고 있는 전장이다.
‘아무리 부상을 입은 상태지만 상급 창조신 대우 혼자라면 당연히 무리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특위 창조신을 상대로 쓸 만한 전력이 없었다.
아기발도에게 기습을 허용한 창조신들은 모두 팔 다리를 하나씩 잃고 전투력이 급감해 있었다.
여기에 삼대도 정상이 아니고 후계는 엉망인 상태로 의자 뒤에 매달려 있다.
여창조신도 강하기는 하나 광역권능의 특성상 일정 수준의 전력이 추가되어야하지 제 위력을 발휘한다.
단독으로 전투를 하게 되면 특위 창조신들을 이길 방법이 없었다.
그런 당연한 의문에 차원의 마도신은 바로 대답을 했다.
“창조신은 필요 없습니다.
지금의 제게는 오히려 방해입니다.”
“그럼 누구를?”
그 말에 차원의 마도신은 오리진과 창조신들이 극심한 부상을 입고 돌아왔다는 소식에 단숨에 모여들은 사회신족의 주신들을 가리켰다.
거의 예비 창조신에 도달한 최고위 주신들도 상당수가 섞여있는데 수가 거의 오백 명이 가까웠으니 과연 명문신족이라고 할만 했다.
그리고 차원의 마도신의 요구에 임폴로이먼트는 처음보다 더욱 놀랐다.
“설마 주신들을?
특위 창조신들을 상대로는 전력이 되기는 고사하고 시간벌기도 안될 것인데?”
창조신은 창조신만이 상대가 가능하다.
노력이나 재능조차 통하지 않는 명확한 이유가 있다.
신족의 빛의 날개의 숫자는 바로 동시에 발동시킬 수 있는 권능의 숫자다.
더구나 권능이 동시 발동되는 위력은 단순한 더하기가 아니다.
곱하기도 아닌 제곱으로 올라간다.
한 쌍의 빛의 날개를 가진 신과 두 쌍의 빛의 날개를 가진 신은 두 배 정도의 출력차이다.
하지만 중급신인 세 쌍이 되면 여섯 배가 아닌 여덟 배가 된다.
네 쌍의 빛의 날개를 가진 상급신이 되면 여덟 배도 아닌 열여섯 배가 된다.
이렇게 중첩 발동이 되어서 위력이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게 되는 것이다.
‘신력이 부족해도 신격이 높아서 날개의 숫자가 늘어나면 위력이 보완된다.’
대부분의 신족이 직위와 신격을 올리는데 모든 것을 바치는 이유다.
그러니 창조신이 한꺼번에 발동이 가능한 스물여섯 쌍의 권능의 위력은 주신의 열세 쌍과는 비교할 수조차 없다.
빛의 날개의 숫자처럼 단순한 두 배가 아니고 가진 권능의 수준에 따라 수백 배의 차이가 나는 경우까지 있으니 아예 상대조차 되지 않는다.
그걸 지적한 임폴로이먼트의 말에 차원의 마도신의 얼굴을 가린 검은 로브에서 유일하게 드러난 입이 미소를 지으면서 물었다.
“하핫-! 잊으셨습니까?
마도신이면서 일족도 없는 제가 왜 특위가 아닌 정식으로 상급 창조신 대우로 인정받았는지 말입니다.”
“!”
그 말에 확실히 깨달아지는 점이 있었다.
처음에는 특위로 임명이 확실했는데 기존의 특위들과는 확실하게 다른 권능이 있어서 끝까지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그리고 정령계의 전투에서 보인 광역권능은 모든 논란을 잠재웠다.
‘창조신장님이 직접 명명한 창조신의 군세(Troop of creation god).’
500주우주의 정예들을 모두 쓸어버리고 쓸 만한 부하들만 충원한다면 주우주의 전세까지 바꿀 수 있는 권능을 가진 존재를 특위로 만들 수는 없었다.
그렇게 단 하나의 권능의 위력이 차원의 마도신의 운명을 바꾸었다.
‘그래! 창조신의 군세가 있었군.
모든 존재를 자신의 경지까지 1써클을 온전하게 상승시키고 모든 부가효과를 발동하는 절대급 광역권능으로서 주신들을 창조신으로 만들어내는 광역권능.
차원의 마도신에게는 그것이 있었어.
워낙 사태가 급변하고 지옥구원계획과 공동사업이 주목적이라서 깜빡했었어.’
그걸 기준으로 승산을 생각하자 충분했다.
아니 오히려 넘쳤다.
분노와 초조를 숨기지 못했던 얼굴에 여유가 돌아왔다.
그래서 이미 전부 모인 오백 명의 주신들에게 명령한다.
이미 사정은 거의 알고 돌아가는 분위기를 깨닫고 모두 비장한 표정이었다.
‘창조신들의 전투에 주신들이 나서면 자살행위다.
그러나 물러설 상황이 아니다.’
주신들이 아는 한 사회와 개인의 운명은 하나였다.
농가에서 태어난 아이는 농부가 되고 왕궁에서 태어난 왕자는 왕이 된다.
노력에 의해 약간씩 상승은 하거나 극히 일부의 예외로서 급상승하는 경우가 있지만 대부분은 결코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
이런 기준으로 발전된 사회에서 태어난 개인은 발전하고 열악한 사회에서 태어난 개인은 비천해진다.
그리고 비록 열악한 사회라도 무너지면 개인은 짐승과 같은 수준으로 떨어진다.
그러니 사회신족이 몰락하면 거기에 속한 자신들도 망한다는 사실을 모를 정도로 어리석지 않았다.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그런 운명을 피할 수 있다면 망설일 이유가 있었다.
그리고 오리진의 명령은 간단했다.
“차원의 마도신을 따르라.”
“핫-!”
사지로 보내는 오리진의 명령에 조금의 망설임도 보이지 않고 힘차게 대답하는 사회신족의 주신들이었다.
그런 모습을 보는 차원의 마도신의 심정은 참으로 부럽고 암담했다.
‘내 창조신의 군세를 잘 모르니 이건 죽으러 가라는 소린인데 아무 불만도 없이 즉답인가?
나는 언제 저렇게 되지?
참으로 부럽군.’
아마도 그럴 시기는 당분간 오지 않는다.
자신이 생각해도 골치 아파지는 차원신계의 주신들이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신계를 만들 수 있는 주신은 대가를 준다고 구해질 수 있는 대상이 아니었다.
신계의 정상가동을 위해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현 체제를 유지시키고 정령주신들조차 모두 쓸어왔다.
‘가급적 마주치지 않게 별도로 운영할 생각이었는데 그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정령계에서 끝가지 버틴 정령주신들은 과거 주신전쟁의 패배자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신계를 대부분 쓰러트린 것은 바로 여주신들이었다.
덕분에 찬란하게 다시 주목된 과거 여신혈맹의 전투기록을 보면 기가 막힐 지경이었다.
‘이 지역우주에서 안 당했던 신계가 거의 없었다.
이러니 기세싸움도 아니고 바로 전투?
왜 하필이면 이렇게 원수 사이이지?’
주신전쟁은 엄청난 세월이 흐른 먼 과거다.
그런데 영원히 살고 망각이 없는 신족의 특성이 발휘되어서 얼굴을 보자마자 바로 어제의 일처럼 죽어라 싸우려고 든다.
그래서 다른 통제는 아예 포기하고 신계 안에서 전투금지만 걸었다.
‘신계주신인 남주신을 학살하던 여신혈맹의 악명은 사이좋게 지내라는 말조차 금기시될 정도였다.’
신계를 정상 가동시키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이 없었지만 서로 전력을 확보할 시간이 필요했기에 받아들였다.
덕분에 지금은 아주 아슬아슬한 상태였다.
그나마 위안은 서로 원수에게 지지 않겠다고 경쟁하느라 신계가 빠르게 강하고 부강해지고 있다는 정도였다.
그리고 이게 자신에게는 가장 큰 불만이었다.
‘신계가 아무리 강해져도 전부 내 전력이 되지 않으니 문제지.
함부로 전면전을 벌일 수 없는 비등한 전력이라는 것이 천만다행이지.’
그랑라하가 이끄는 여신혈맹의 여주신 여덟 명과 자신과 같은 마도신인 로키나가 이끄는 정령주신들은 이미 한 번 충돌했다.
그 결과 서로 대등한 전력으로 판단하고 약점을 보이지 않고 경계를 하느라 정신이 없다.
이러니 신계주신에게 배분할 전력은 고사하고 관심조차 있을 리가 없다.
하나 다른 신족이 보는데 신계주신인 자신인 약한 모습을 보일 필요는 없었다.
그리고 자신은 이제 상급 창조신이었다.
‘주신이 부족하면 다른 창조신들에게 빌려서 사용하면 된다.’
사회신족의 주신은 오백 명이 넘고 모두 창조신으로 승급시키면 특위 창조신이라도 못 버틴다.
그러니 사회신족의 신계가 열어주는 초장거리 공간이동의 문으로 뚜벅뚜벅 걸어갈 뿐이었다.
‘어떻게 싸울지는 이미 복안을 세워놓았다.’
잘하면 싸울 필요조차 없었다.
그러나 임폴로이먼트가 끝장을 내지 못하고 물러날 정도라면 부상을 입었어도 위험했다.
‘비록 부상을 입었다고 해도 특위 창조신들이다.
주의해야해.’
모든 보조권능을 가동한 완벽한 준비를 갖추고 어깨에는 근원의 길잡이까지 맨 완전 전투태세였다.
사회신족의 주신들을 거의 죽을 것이 확실한 전장으로 나서면서도 조금의 망설임도 보이지 않고 그 뒤를 따랐다.
그런데 막 차원의 문을 들어서려는데 임폴로이먼트가 굉장히 불편한 어투로 불렀다.
“이보게…….”
불안해서 추가전력을 붙이는 것을 판단한 차원의 마도신은 딱 말을 잘랐다.
“더 이상의 전력은 필요가 없습니다.”
삼대는 쓸 만했지만 부상과 거듭된 사고로 상당부분 냉정과 힘을 잃고 있었다.
여주신의 광역권능은 좋았지만 자신과 중복되는 부분이 많아서 오히려 방해가 될 소지가 있었다.
임폴로이먼트가 직접 나서면 좋겠지만 다수의 특위창조신들에게 부상을 입히느라 대량의 체력과 신력을 극심하게 소모한 상태였다.
‘전투는 가능하나 이제 힘 대중은 못한다.
창조신장님의 직속인 특위 창조신들을 오리진이 소멸시키면 큰 문제가 된다.
용납되는 한계를 넘게 돼.’
간단하게 말해서 힘을 조절할 여력이 없어서 죽일 수 있으니 더 이상 전투를 벌여서는 안 되었다.
그런 차원의 마도신의 반응에 임폴로이먼트는 말끝을 흐렸다.
“그게 아니고…….”
임폴로이먼트의 시선은 차원의 마도신이 어깨에 메고 있는 근원의 길잡이의 끝에 있었다.
거기에는 어떻게 당했는지 아직도 의식을 잃은 후계가 처량하게 매달려 있었다.
후계의 입장을 생각하면 당연히 보자마자 풀어주어야 했지만 이런 위기를 불러온 어리석음에 대한 분노가 너무 컸다.
그것도 친자식을 함정에 몰아넣다니 미친 것이 확실했다.
‘멍청한 놈. 쓸데없는 질투를 하다니?
그것도 경쟁자도 아닌 뒤를 이을 자식한테 이러다니?
저게 무슨 수치스런 꼴이냐?’
손자가 아무리 뛰어나도 후계의 자리는 흔들리지 않는다.
명문신족의 질서와 법칙은 후계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정당성과 명분이 더 중요했다.
그걸 생각하면 멀쩡한 아들이 있는데 뛰어넘어서 손자를 후계를 내세울 리가 없다.
‘그리고 후계도 과거에는 삼대와 비교해도 그렇게 떨어지지는 않았다.’
수많은 형제와 자매를 이기고 후계로 올라선 승리자였던 것이다.
다만 그 이후로 긴장이 풀려서 저렇게 망가졌지만 자신이 위에서 지원하고 뛰어난 손자가 받치면 넘어갈만한 수준이었다.
‘무엇보다 내 혈족이다.
창조주인 진리조차 혈족인 바람가만은 특별하게 여기는데 창조신인 내가 버릴 수는 없다.’
또한 과거에는 권력보다 일족의 번영을 위해 물불을 안 가리고 헌신하던 후계였다.
저런 무참한 꼴이 되어있으니 화가 난 마음도 풀리고 딱할 지경이었다.
그런데 차원의 마도신이 저렇게 만들어 놓고서 위험한 전장까지 끌고 가려고 하자 막아서려 한 것이다.
하나 지금 사태의 위중함을 알고 결국 머릿속에서 지웠다.
인사불성인 후계를 어디가 쓰려는지 모르지만 자신이 아는 마도신의 성향으로는 간섭이나 충고는 역효과였다.
‘남의 도움도 지원도 필요 없다.
오로지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이 최선이었지.’
그리고 차원의 마도신의 권능이면 충분히 가능했다.
창조신의 군세의 힘으로 오백면의 주신이 창조신이 되면 특위 창조신들을 압도할 수 있었다.
‘만신창이인 후계를 어떻게 쓸지 모르지만 특위 창조신에게 대가로 던져주지는 않겠지.
최소한 무사히 데리고는 와줄 것이다.
그리고 논쟁할 시간이 없다.
늦어질수록 특위 창조신들을 회복하고 그만큼 회수할 확률은 낮아진다.’
현재 급한 것은 자신이었다.
실패해도 상대가 특위창조신들이니 뭐라고 할 수 없었다.
결국 포기하고 배웅을 해야 했지만 망설여졌다.
그런데 앞에 차원의 마도신이 직접 채워 논 찻잔이 보인다.
스스로 가득채운 찻잔은 주인이 자리를 떠났음에도 불구하고 허공에 떠있었다.
수십 명의 창조신이 밀집한 신력파동을 받고도 아무런 흔들림 없이 공중에 고정되어있는 것이다.
‘놀랍군.
이 속에서 미동조차 하지 않다니?
이 정도의 권능통제력이면 거의 최고위 창조신 급이다.’
자신이 아니라면 사회일족의 누구도 흉내조차 낼 수 없는 안정된 권능통제력이었다.
정식 창조신으로 받아들이는데 찬성은 했지만 계속 불안했던 느낌이 싹 가셨다.
오리진들이 특위 창조신이 아닌 정식 창조신으로 찬성을 했는데 문제가 발생하면 일정부분 책임을 져야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후계를 일부러 데려간다면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었다.
창조신의 군세라는 절세의 광역권능과 이 정도로 놀라운 광역권능이라면 큰 문제없이 문제를 해결하고 돌아올 수 있었다.
무엇보다 용병신으로서 전과와 실적도 경이적이었다.
“잘 다녀오게.
꼭 부탁하지.”
“믿으십시오.
상승불패의 전투신의 명성이 거짓이 아님을 증명하겠습니다.
고객만족을 최우선으로 하여 언제나 다시 찾는 신뢰받는 용병……, 창조신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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