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권 31권
과연 몸을 감싼 황금빛 구름을 흡수하고 황금옷을 입은 여창조신이 오리진을 이끌고 연회장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그런데 분위기가 심상치가 않았다.
임폴로이먼트의 찬란하게 빛나던 예복은 모두 찢겨나가고 추가적으로 입은 전신갑옷도 거의 파괴되었다.
그리고 뒤를 따르는 사회신족 창조신들의 모습은 더욱 심했다.
거의 팔이 하나씩은 날아갔는데 복구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들을 안내하면서 더 없이 창백해진 표정의 여창조신이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차원의 마도신은 속으로 혀를 찼다.
‘쯧쯧-! 특위 창조신들에게 당했군.
그것도 아주 심하게 말이야.’
신계의 권력을 쥐고 있는 명문신족의 오리진이 개입한 일이다.
서로 끝까지 갈 수 없으니 어차피 연극처럼 주고받는 일인데 받은 피해가 의외로 엄청났다.
사회일족 창조신들 전부가 제대로 신체복구를 못할 정도로 극심한 타격을 받은 것이다.
창조신들이야말로 일족의 주요전력인 것을 생각하면 엄청난 전력감소였다.
“…….”
오리진도 얼마나 분노했는지 후계가 의자 뒤에 매달려있는데 쓱 보고 그걸로 끝이었다.
후계를 내리란 말도 하지 않고 아무런 표정의 변화도 없이 자신의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다른 창조신들이 모두 앞의 의자에 앉자 분통을 터트렸다.
“으득-! 빌어먹을 특위 창조신 놈들-!
체면상 얼굴을 가렸지만 내가 누구인 줄을 알 것인데 이렇게 나오다니?
무슨 일인지 다 알지만 복수할 때는 지금이라고?
이게 무슨 쓸데없는 손해야?
으드드득-! 이런 앞 뒤 가릴 줄 모르는 감정적인 성향들 때문에 정식 창조신이 되는 일에 다른 오리진들이 반대표를 던진다는 사실을 모르나?”
“…….”
‘그런 원한이 있었어?
삼대가 갔다니 기겁을 하면서 달려간 이유가 있었군.’
잘 들어보니 특위 창조신들이 악착같이 덤벼들 이유가 있었다.
정식 창조신이 못 되고 특위 창조신이 되는 일이 오리진들의 반대가 주원인이니 원한이 없을 리가 없다.
‘나라도 가만히 안 있을 일이다.’
그렇다고 신족의 진정한 지배자들인 오리진들에게 복수를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러니 이번 일처럼 오리진을 마음 놓고 패줄 수 있는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
그렇지만 상급 창조신 임폴로이먼트와 사회신족의 창조신들은 강하다.
거의 똑같이 엉망이 되었겠지만 분풀이는 제대로 했다고 껄껄 웃고 있는 특위 창조신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그리고 특위 창조신들은 실속도 확실히 챙겼다.
창조신들이 팔과 다리가 하나씩 잘렸는데 재생시킬 엄두를 내지 못하는 이유도 알았다.
이미 지혈은 완료했지만 뼈와 근육의 절단면이 흉하게 드러나 있다.
체면에 민감한 창조신들이기에 이런 흉한 패배의 상처는 바로 원상복구를 한다.
더구나 499주우주의 창조신들의 회복력은 엄청나다.
신계의 도움이 없이도 자체부활과 신체재생이 가능한데 손실된 신체를 채울 엄두를 내지 못하는 이유가 있었다.
‘신체일부만이 아니라 신력까지 빼앗겼군.
신체에 머문 신력을 회수하지 못했어.’
이 상태에서 재생하면 그대로 신력이 감소가 되어버린다.
재생하고 나면 팔 다리를 되찾아도 다시 붙일 수가 없었다.
그러니 창조신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지금 회복하면 적어도 이백 억이 넘는 신력을 잃는다.
일반 창조신에게는 치명적이지.’
반드시 잘린 상태에서 팔 다리를 되찾아서 이어야만 했다.
그러나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 절단면을 살펴보니 거울처럼 미끈한 면이 깨끗하다.
칼을 맞으면서 몸을 막거나 비틀었다면 반드시 근육의 일부는 뭉개진다.
그런데 아무도 반항의 흔적으로 거칠어진 단면이 없었다.
‘칼에 베이면서 아무런 대항이나 반항도 못했다는 뜻이지.
아니면 완전히 절단되고 나서야 베였다고 알았던가?
어느 쪽이지?’
피가 굳은 상태와 상태를 보면 똑같은 것이 한 명의 솜씨다.
지독하게 날카롭고 얇은 검으로 느낄 새도 없이 베어냈다.
사회신족의 창조신이 무력하게 하나하나씩 당할 리가 없으니 결론은 하나였다.
‘특위 창조신 한 명이 사회신족 창조신 오십 명을 기습해서 전부를 동시에 베었다.
그럼 후자인가?’
창조신의 뼈와 근육의 강도, 여기에 능력까지 고려하면 믿을 수 없지만 동시에 잘라버린 것이 확실했다.
그리고 가장 최우선 사항인 신력조차 회수 못했다면 팔 다리가 땅에 떨어지고 나서야 그 사실을 알았다는 뜻이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지독하게 빠른 솜씨였다.
‘이래서 잘려진 다음에 신력을 회수하지 못했나?
아니 신체에서 신력을 회수할 여유를 지지 않고 절단했다는 표현이 맞으려나?’
신체가 훼손을 당해도 해당부위의 신력을 회수하면 아무 문제는 없다.
그런데 이렇게 인식도 못하고 잘려진 신체부위를 특수한 결계로 가두거나 바로 가루로 만들어서 흡수해버리면 끝장이다.
더 이상 해당신체에 있는 신력을 회수할 방법이 없다.
‘아마도 문제를 일으키기 싫어서 가면을 쓰고 접근한 사회일족의 창조신들을 순간적으로 기습하여 공격을 가하고 전리품으로 챙긴 모양이군.
절단면으로 보아서는 신기는 아마도 극히 얇고 가는 날을 가진 외날 검인가?
절대적인 초고속의 검술을 자랑하는 검신이로군.
훗-! 상대가 안 좋았어.’
사회신족이 천국의 꿈을 준비하고 달려들었으면 상황은 정반대가 되었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상대가 거기까지 예상하고 이렇게 기습를 걸었으니 이 꼴이다.
더구나 이런 초고속의 검술은 지구력은 부족하지만 이런 집단의 기습에는 최적이었다.
‘아니 반격을 우려해서 기습을 했겠군.
침입자의 정체가 뭔지는 도망치던 삼대의 신력이나 권능을 보면 다 아니 말이야.’
그리고 신체와 함께 신력까지 빼앗긴 창조신들을 보고 분노한 임폴로이먼트를 상대로 다른 특위창조신들과 합격하여 후퇴를 시켰다고 생각하면 거의 맞을 것이다.
하나 의문이 있었다.
‘여기서 문제는 왜 임폴로이먼트가 이 상태로 물러났냐는 점이다.
이건 너무 손해가 커.’
오십 명의 창조신들이 팔 다리를 하나씩 주고 왔다면 산술적으로도 보아도 엄청난 피해였다.
‘창조신 한 명당 약 이백 억의 손해로 보면 오십 명이니 이조로군.
허-! 명문신족이 되다보니 한 번 전투에 이조가 넘는 피해를 입는가?
끔찍하군.’
이조의 피해.
수백 조를 가지고 있으니 감각이 덜하지만 엄청난 물량이다.
단 하나의 정기소모에도 벌벌 떨던 용병신 시절의 감각으로 보면 목숨이라도 걸어서 반드시 되돌려 받아야할 수치다.
‘주우주의 명문신족이라도 마련하기가 결코 쉽지 않은 신력 량이었다.
아마 몇 억년을 쥐어짜야 가능하겠지.
그리고 그 대상이 주요전력인 창조신들의 신력이란 것을 감안하면 오리진으로서 사생결단을 내서라도 되찾아야 했다.’
그런데 쉽게 후퇴하고 돌아와서 옆에서 화를 낸다.
그러면서도 전투상황을 상세한 설명하고 있다.
일족의 후계가 엉망이 되어서 매달려있는데도 그렇게 해 논 당사자에게는 불쾌한 기색조차 없다.
여기까지 생각이 오자 바로 판단이 섰다.
자신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는 뜻이었다.
‘후계에게 조금 심하게 손을 써서 이 꼴로 만들었는데도 아무 내색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이유가 이거로군.
나의 참전을 바라고 있어.’
통한의 기습을 허용하여 일족의 전투력의 급감했다.
아무리 사회신족의 창조신들이지만 신체의 일부만이 아니라 신력까지 강탈당했으니 강력한 특위 창조신들을 상대하기는 힘이 부족했다.
그러나 지금 신계에는 자신이 있다.
용병신으로서 명성이 있고 직접 마주쳐서 힘을 측정했으니 자신이 돕는다면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러나 창조신의 몸값은 비싸다.
기본적으로 가진 신력만큼 받고 위험도만큼 폭증한다.
상급 창조신에게 다수의 특위 창조신을 상대하는 전투를 요청한다면 명문일족이라도 휘청거릴 정기를 지불해야 한다.
‘알아서 나서달라는 뜻인가?
훗-! 우습게 보였군.’
기분이 좋지 않았다.
임폴로이먼트가 매력적인 공동사업의 제안과 신계의 입구까지 나와서 환영한 성의가 아니었다면 바로 돌아섰을 것이다.
잠시 오른손에 쥐고 있던 김이 오르고 있던 뜨거운 찻잔을 바라보다가 한 번에 마셨다.
주우우우우우-!
일반적인 인간이라면 목에 화상을 입고 길길이 날뛸 행위이지만 창조신의 몸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아니 창조신의 신기까지 박살내고 융해시켜 신력으로 흡수하는 흑염권능에 비하면 느낌조차 없는 수준이었다.
그리고 빈 잔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러면 당연히 가장 앞에 있는 여창조신의 눈앞이었다.
간단하게 명령했다.
“따르라.”
그렇게 말하면서 바로 앞에 앉아 있는 여창조신의 앞에 빈 잔을 놓자 아래에 있던 창조신들의 표정이 급변했다.
빈 잔을 상대에게 내민다.
이건 아주 의미가 많은 행동이었다.
처음 본 여창조신에게 빈 잔을 내미는 행위부터가 절대로 우호적인 의미는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자신이 상위자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남성과 여성의 관계면 복잡하기 짝이 없었다.
‘상위의 고위신들이 하위의 여신에게 이러면 후궁으로 되라는 의미가 된다.’
정식의 결혼이나 반려신청이라면 예의와 절차를 따진다.
하지만 후궁이라면 공개적으로 할 수 없게 되니 이렇게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그러니 옆에서 전투과정을 이야기하면서 설명하던 임폴로이먼트도 안색이 확 굳었다.
‘역시 용병신인가?
감정이나 부추김으로는 안 움직이는군.
참전 대가로 저 아이를 후궁으로 달라고 하다니…….’
여창조신의 존재는 창조신계에서도 귀하다.
전폭지원을 한다면 창조신의 경지까지 도달할 여신은 많을 것이다.
그러나 대신족과의 전쟁으로 최전선에서 싸울 수 있는 남투신들이 중요하기에 여신에게는 지원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도 자력으로 저기까지 도달한 혈족이라서 후계는 맡기지 못했지만 애지중지하면서 천국의 크로노스까지 맡겼다.
정식 반려라도 거부할 것인데 이런 식으로 후궁으로 달라니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하나 차원의 마도신은 여유롭게 말했다.
“어떻게 도와드릴까요?”
그 말에 험악하게 바뀌려던 분위기가 일순간에 식었다.
지금 상황이 큰 위기라는 점은 바뀌지 않았다.
이조의 피해는 전 일족이 가진 전력에서 단순한 산술적인 피해가 아니었다.
감소된 신력의 대상이 창조신이란 것을 감안하면 거의 삼 할의 전력을 잃었다고 보면 되었다.
더구나 특위 창조신들의 영역에 불법적인 침투라서 정치적인 방법으로 되돌려 받을 방법도 없었다.
오로지 다시 힘으로 강탈해올 수밖에 없었다.
‘그것도 그 놈들이 흡수하기 전에 해야 한다.’
임폴로이먼트는 잠시 말을 하지 않다가 결심을 한 듯이 여창조신에게 지시했다.
혈족도 중요하지만 오리진으로서 일족의 전력이 더 중요했다.
그것도 삼할이면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따라드려라.”
“……예.”
자신의 앞에 내민 빈 찻잔을 보면서 어떻게 할 바를 모르던 여창조신은 오리진의 명령에게 결국 공손하게 두 손으로 잔을 채웠다.
쪼르르르르르-!
그리고 빈 잔이 채워지는 찻물의 흔들림과 함께 여창조신의 떨리는 양손이 겹쳤다.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오랜 권력층의 생활을 했으니 모를 리가 없다.
지금 사회신족은 갑자기 일어난 엄청난 피해는 큰 위기였다.
사회신족의 창조신들에게 발생한 피해를 아무리 숨겨도 다른 일족이 모를 리가 없다.
그럼 지금까지 힘에 눌리거나 균형으로 억눌러져있던 문제와 도전들이 닥쳐올 것이다.
‘가진 신력의 오분의 일을 잃은 창조신들로서는 그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어.’
오리진의 혈족으로서 지금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너무나 잘 알았다.
자신을 희생하더라도 잃어버린 신력과 신체를 모두 되찾아야만 했다.
암묵적인 거래가 끝나자 임폴로이먼트는 바로 본론을 꺼냈다.
“빼앗긴 창조신들의 팔다리를 회수를 원하네.”
“이미 신력으로 흡수했으면 불가능합니다.”
당연한 말이었다.
손실이 크겠지만 수백억의 신력이 가득한 신체이니 그릇이 여유가 된다면 현장에서 바로 강제 흡수했을 수도 있다.
그 말에 임폴로이먼트는 만족했다.
‘신력으로 흡수하지 않았다면 빼앗아 올 수 있다는 뜻이군.’
귀하게 키워 창조신까지 올라선 혈족을 반려도 아닌 후궁으로 달라고 해서 화는 났지만 지금 이 피해를 보충할 수 있다면 감수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자신에게 끝까지 웃으면서 덤비던 특위 창조신들이 생각나서 얼굴에서 서늘한 살기가 가득한 얼굴로 단언했다.
“절대로 손해만 보고 물러나지 않았다.
그 꼴로는 바로 흡수는 불가능하지.”
“…….”
신력의 흡수는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다.
하위신의 신체를 흡수해도 굉장히 위험한데 동급의 창조신의 신체에 담긴 신력의 흡수는 완벽한 상태에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극심한 부상을 당한 불안정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흡수하면 바로 신체가 폭발한다.
그래서 여기까지 예상하고 타격을 주고 물러난 것이다.
“훗훗. 그렇군요.
상급 창조신이 이끄는 창조신 오십 명과 대등한 전력이지만 반죽음 상태라?
여기에 승리가 아닌 단지 전리품의 탈취라면?”
잠시 생각을 하던 차원의 마도신이 가득 채워진 찻잔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불가능이 아니라 비교적 어려운 일이로군요.”
그럼 대가를 줄이겠습니다.”
그 말과 찻잔에 가득 찼던 찻물이 그대로 역류한다.
조르르르르르르르-!
찻잔에 가득 찼던 찻물이 다시 주전자로 돌아간다.
이미 따라진 찻물을 되돌리는 행위는 현실을 마음대로 강화하고 법칙을 만드는 창조신들의 입장에서는 하찮은 재주다.
그러나 그 의미는 컸다.
특위 창조신들에게 빼앗긴 신력이 담긴 신체를 되찾아 오는 대신 여창조신을 후궁으로 달라는 요청을 철회했다는 뜻이었다.
차원의 마도신의 뜻밖의 결정에 주변의 창조신들과 색신으로 이름난 마도신에게 억지로 후궁으로 끌려가는 운명에 절망에 찼던 여창조신의 표정이 확 변했다.
그렇게 다시 비어진 찻잔에 스스로 찻물을 따른 차원의 마도신이었다.
조르르르륵-!
찻물을 꽉 채운 찻잔을 허공으로 띄웠다.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닌 것 같으니 적당한 대가는 나중에 다시 교섭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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