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664화 (575/2,000)

30권 31권

오리진의 혈족이 아니면 크로노스를 맡을 수 없다는 말과 같았다.

그 외에는 많은 의미가 담긴 말에 여창조신은 저절로 이가 갈리려 했다.

하나 지금 약세인 쪽은 분명 자신이기에 감정을 수습하고 바로 장소를 바꾸려 했다.

후계가 저런 꼴이 되어있으면 사회신족의 위신에 큰 문제가 될 것이기에 빨리 회복실로 보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일단 차원의 마도신의 관심을 딴 데로 돌려야 했다.

“오리진님께서 지시하신 환영 연회준비는 되어있습니다.

이리로 오시지요.

그리고 천국에 대한 의뢰도 제가 대신 설명 드리겠습니다.”

“그래? 쯧-! 조금 더 손을 봐야하는데?

이래서야 정신을 차리겠나?”

그렇게 말하면서 차원의 마도신은 가볍게 손목을 움직여 근원의 손잡이를 후계에게 던졌다.

슈가가각-!

빠르게 날아간 근원의 길잡이는 이계의 최고위 창조신들의 치료로 겨우 뼈와 살이 본래 모습을 찾아가던 후계의 등의 옷을 꿰었다.

그대로 후계를 끌고서 돌아온 근원의 길잡이를 등 뒤로 돌려 어깨에 얹었다.

그리고 마치 핏빛 깃발을 어깨에 메고 있는 모양새로 의자에서 일어섰다.

“연회장에서 정신을 차리면 더 정신교육을 하도록 하지.

앞장서라.”

후계를 관심에서 돌리려던 의도가 무산된 여창조신의 입에서 싸늘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아무리 상급 창조신 대우지만 사회신족의 본거지에서 행동이 거침이 없었다.

“지독하시군요.

그만하셔도 충분히 깨달았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제 그만하라는 말이었지만 차원의 마도신은 전혀 동의하지 않았다.

“쯧-! 나도 어쩔 수 없다.

일족도 없고 지금처럼 여기저기 사업으로 돌아다니는 처지라 얕보이면 끝장이라서 도저히 봐줄 수가 없다.”

가볍게 걸음을 걷자 등에 맨 근원의 길잡이에 매달려진 후계의 몸이 여기저기 흔들렸다.

대롱-! 대롱-!

이계의 창조신들에게 치료가 되었지만 부상이 너무 중해서 어디까지나 악화를 막기 위한 응급조치였다.

아직 박살내 놓은 뼈와 근육은 심각한 상태였다.

공중에 매달려서 몸이 흔들리자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했으나 신음이 저절로 흘러 나왔다.

“크으으으으으.”

후계의 고통에 힘겨워하는 소리를 들으면서 조금 기분이 나아진 차원의 마도신이 충고했다.

“너희들은 앞으로 고개 숙이고 겸손하게 살아라.

이 정도 힘으로는 여기저기 시비를 걸거나 수작 부리면 안 된다.

너희의 오리진이신 임폴로이먼트님에게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끝장나겠다.

너희들만이 아니라 일족 전부가 말이다.

약하면 겸손해야지 무슨 이런 어리석은 짓이냐?”

“뿌드드드드-! 명심하도록 하지요.”

결국 여창조신의 이를 갈면서 분해하는 소리가 신력의 구름 속에서 울렸다.

그리고 앞장서서 걸어가는데 황금빛의 구름 덩어리가 자욱하게 깔려서 움직이는 것 같았다.

후계를 전리품처럼 등에 매달은 상태로 그 뒤를 따르는 차원의 마도신은 약간 시선을 두기가 곤란했다.

‘여창조신의 광역권능을 분석한 결과 황금빛 구름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존재한다.

황금빛 구름 자체가 이 여창조신의 자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신속하게 전환하기 위해서는 의복이 방해가 되는 모양이군.’

여창조신은 황금빛 구름을 두른 순간 투시의 권능을 막는 의복과 속옷을 스스로 전부 벗고 나서 알몸 상태로 변했다.

위치를 특정당하지 않고 권능을 강화하기 위해서 그런 모양이고 황금빛 구름은 시야만이 아니라 권능의 침투까지 전부 막으니 안심하고 벗은 모양이다.

그러나 차원공통원소로 완벽해진 차원의 권능은 모든 광역권능 중에서 최상위였다.

강화된 공간통제와 세계의 조절은 절대계의 1대 흑염의 절대자조차 추적만이 가능할 정도였기에 이정도 방해는 무의미 했다.

즉 완벽하게 보인다는 뜻이었다.

‘완벽한 권능은 없지.

이 황금빛 구름은 1써클 이상의 광역권능의 시야나 침투를 막을 수 없다.

본인이 12써클이고 주우주에서라면 13써클은 창조신장님이나 마신황제밖에 없다.

그러니 이런 한계를 전혀 모르는 모양이군.’

덕분에 여창조신의 알몸으로 걷는 모습은 확실히 보고 있었다.

차원신계의 여주신들도 성질은 둘째 치고 미모라면 주신 중에서 손을 꼽을 정도로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여창조신은 여주신과는 격이 달랐다.

‘압도적이라고 할까?

놀라운 수준의 신체로군.’

젖가슴이나 엉덩이가 중점적으로 발달된 이상적인 여체라는 것은 무엇인지 강변하는 것 같았다.

‘차원신계의 여주신들이라면 미모는 누구에게도 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자세히 조사해 보니 여신치고는 정말 굉장히 단련된 몸이로군.’

잡티 하나 없이 깨끗한 하얀 피부에는 어떤 근육의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더없이 부드러워 보이는 신체지만 엄청난 탄력이 넘치는 근육을 숨기고 있었다.

‘움직임 하나하나가 순간적으로 최대한의 힘을 발휘할 수 있게 잘 조절되어 있군.

황금빛 구름으로 시야를 가리고 아군을 지원하다가 기회를 보아서 전력으로 일격필살을 노리는 전투형태인가?

나처럼 상위의 광역권능을 가지지 않았다면 상대하기가 지극히 곤란하겠어.’

황금빛 구름의 시야차단과 권능침투를 확신하는지 조금도 몸을 가리지 않아서 파악이 쉬웠다.

다만 알몸이라는 사실은 인식하는지 거의 발끝까지 내려오는 조금의 굴곡도 없는 황금실과 같은 금발로 몸을 약간 가렸지만 그게 더욱 매혹적이었다.

마치 전신을 가리는 황금빛 장옷을 입은 상태에서 솟아오른 젖가슴과 엉덩이만 노출되어 있는 상태였다.

더구나 약간의 움직임으로도 머리카락들이 사정없이 흔들리면서 여기저기 중요한 부위가 드러나니 더욱 마음이 진탕되는 느낌이었다.

‘언제 보여줄지 모르니 계속 쳐다보고 있어야 한다고 하는 것 같군.

그나저나 내가 여체로 흔들릴 줄은 몰랐다.’

여주신으로서 최고의 경지에 있는 여신들과 부대끼면서 육체관계보다 더한 헌신서약까지 했다.

더구나 집과 같은 생존 마탑에서는 수십만의 여성체들이 나체로 활보하는데 어지간한 유혹에 흥미가 있을 리가 없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대와 상황이 조금 달랐다.

이렇게 비록 나체로 서있었지만 고집이 느껴지게 꽉 다문 붉은 입술과 확고한 의지로 빛나는 황금빛의 눈빛은 여신으로서 창조신에 도달한 존재의 기품까지 느끼게 한다.

여기다 긴 금발사이로 가금씩 보이는 은밀한 부위들이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었다.

가장 큰 차이는 본인이 알몸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전혀 모르는 무방비한 상태라는 점이다.

‘이게 들킬지 모르고 몰래 보면서 보일 듯 말 듯 애가 타는 느낌이란 것인가?’

아까부터 여창조신의 알몸을 계속 주시하고 있었는데 언제 덤빌지 몰라서 감상할 여유는 없었다.

뒤로 돌아서서 걷기 시작하자 무방비로 드러난 엉덩이가 율동하듯 좌우로 움직인다.

자칫하면 실수를 할 것 같아서 경각심을 되살렸다.

‘앞에 있는 몸은 본체라고 볼 수 없다.

꼭 특정하자면 이 황금빛 구름 자체라고 볼 수 있다.

황금빛 구름 속에 포함된 아군이라면 언제든지 강림과 같은 형식으로 뒤바꿀 수 있겠다.

물론 창조신의 권능으로 완벽하게 말이지.

결론적으로 저건 실체지만 허상이다.’

마음을 다지고 부드럽게 좌우로 움직이는 여창조신의 엉덩이에서 시선을 떼고 똑바로 따라갔다.

그리고 당연히 황금빛의 구름을 뚫고 여창조신을 쳐다볼 수 없는 이계의 창조신들은 아무런 말도 없이 따를 뿐이다.

천국 신전 안으로 조금 들어가자 커다란 연회장이 준비되어 있었다.

수백m가 넘는 광활한 지역에 원형의 탁자들이 수십 개가 배치되어 있고 거기에는 좌석과 음식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그런데 시중을 맡고 있는 고위 천족들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호화로운 연회의 준비는 완벽한데 참석해야할 주신이나 고위신들이 아무도 앉아있지 않은 것이다.

“이게 창조신들의 연회라?

자리만 만들어 놓고 비어놓았군.

원래 이러나?”

그 말에 당연히 아니라는 말투로 여창조신이 대답했다.

“그럴 리가요?

방금 전까지 주신들이 모두 앉아 있었답니다.”

차원의 창조신이 중급 창조신인 후계를 죽일 듯이 때리는데 버티고 있을 수 있는 주신들이 있을 리가 없다.

하나 공동사업을 축하하는 자리이고 오리진이 허락도 했으니 끼어들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자리만 지키자니 후계가 맞고 있는데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책임을 추궁당할 수도 있으니 가시방석이었다.

여기에 남의 본거지에서 후계를 두들겨 패는 상대와는 관계를 맺기 싫어서 모두 개인사정을 대고 빠져나가려 했다.

‘힘들여서 행사를 주관한 입장에서는 기가 막힐 노릇이지만 당장 전투가 벌어져도 주신들은 별 도움이 안 되니 전부 철수시켰지.’

후계의 돌발적인 개입으로 차원의 마도신과 전면전까지 고려해야 상황을 보면 정확한 판단이었다.

하지만 오리진의 단호한 개입과 판단으로 잘 풀리니 문제였다.

‘도망치듯 떠난 주신들이니 부른다고 바로 오려나?

일단은 호출을 하지만 집합하려면 시간이 걸리겠어.’

연회장의 가장 상부의 자리에 차원의 마도신과 상급창조신 임폴로이먼트의 이름이 적힌 빛나는 명부가 있었다.

명부 밑으로는 두개의 의자가 있었고 주변에는 바짝 긴장한 고위 천족들이 음식과 음료가 담긴 쟁반을 들고서 도열하고 있었다.

다른 곳에는 원탁이 있지만 최상 석에는 원탁이 없고 좌석만이 있는 배치였다.

두 명의 최고 상위자의 자리 바로 앞에 일직선으로 좌석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본인의 이름이 적힌 상석의 의자에 차원의 마도신이 앉자 바로 반대편의 좌석에 앉는 여창조신이었다.

황금빛 구름으로 몸을 완전히 보호한 여창조신이 앉자 본인임을 인증하는 것처럼 더욱 빛을 발한다.

앉은 의자 위로는 역시 크로노스 일반 창조신 ‘골든 아이디얼(Golden Ideal)’라는 이름이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 명부를 본 차원의 마도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정식 후계 대상이 아니로군.’

후계 후보였다면 임폴로이먼트 아이디얼라고 불려야 했다.

오리진의 후계는 잠정적으로 이름을 이어받아서 2세로 불린다.

지금 자신이 등 뒤로 매달고 있는 후계의 이름이 임폴로이먼트 2세라고 불리는 것처럼 말이다.

이게 아니면 오리진의 이름 뒤로 개인이름이 붙어야 하는데 전혀 이렇게 완전히 별개로 구성되어 있다면 이미 거의 독립적인 창조신으로 보아야 했다.

‘아깝군. 그나저나 이런 좌석배치는 곤란한데.

하필이면 이런 좌석배치라니?’

앞에 앉은 여창조신의 좌석이 바로 맞은편에 서로 손을 내밀면 닿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였다.

천국에 관한 일이니 천국의 크로노스가 설명하기 위해서 바로 앞에 위치하는 것이 맞지만 지금 알몸이라는 상태가 문제였다.

본의가 아니지만 이미 한참동안 나체를 보았다.

지금 황금빛 구름과는 아무 상관없이 잘 보인다는 내색을 하면 바로 치한취급이 될 것이니 숨겨야 했다.

어차피 이렇게 되었으니 내색하지 않고 이 절호의 기회에 여창조신의 몸을 구석구석 확인하기로 결심했다.

‘언제 귀하디귀한 여창조신의 알몸을 이렇게 확실하게 보고 조사할 수 있겠어.

이 기회에 여주신과 확실하게 차이를 조사해보지.’

나체로 좌석에 앉았지만 전혀 떨어지지 않는 기품을 보이는 여창조신을 쳐다보았다.

그러나 여창조신은 차원의 마도신이 자신의 알몸을 전부 보고 있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하는지 당당하게 도전적인 자세를 취하고 말했다.

차원의 마도신의 등 뒤를 보니 한숨이 나올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휴우우우-! 후계를 그렇게 만들어 놓으셨으니 모두 무서워하는 것이 당연하지요.

언제까지 그렇게 하실 생각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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