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권 31권
그러나 신력과 마력이 응집된 근원의 길잡이는 용서 없이 그대로 내려쳐지고 굉음과 함께 천국을 뒤흔들었다.
후우우우우웅-! 꽈꽈과꽝-!
다행히 이번 치명적인 공격은 이마에 명중되지 않았다.
적중직전 가까스로 궤도를 틀었는지 이마에 약간의 상처만 남기고 머리 바로 옆의 땅을 분쇄한 것이다.
그리고 다행히 숨은 붙어있기에 차원의 마도신도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우우우-! 머리를 아예 분쇄할 뻔했다.
이 녀석은 내가 아니니 무사할 수가 없지.’
과거의 생각에 젖어서 그대로 당한대로 교육하다가 정말 끝장을 내버릴 위기였다.
정신교육이나 강제수련이나 상황이 비슷해서 조건반사적으로 배운 대로 베풀었다.
거의 무아지경으로 두들겨 패다가 이계의 창조신들이 마지막에 필사적으로 외친 사업이란 말에 반응을 한 것이다.
그리고 이 공격을 이마에 받으면 최후의 순간이라는 것을 직감한 후계는 거품을 뿜고 기절한지 오래였다.
“쯧-! 이걸로 완전 정신을 잃다니 아주 약골이로군.”
어떻게 창조신이 되었지?
사회신족도 고민이겠어.
앞으로의 동업자로서 조금 더 손을 봐주어야 하겠군.”
후계가 기절한 한심한 몰골을 보니 다시 교육의 의지가 살아났다.
근원의 길잡이를 오른손으로 고쳐 잡았다.
스으으으윽-!
그리고 다시 머리 위로 근원의 길잡이를 올리면서 중얼거렸다.
“나처럼 몇 대만 적당히 더 맞으면 정신을 차리겠지.”
이계의 창조신들은 맞다가 정신을 잃으니 다시 두들겨 깨운다는 사정없는 구타에 기가 질렸지만 감히 말릴 엄두를 내지 못했다.
‘저러고도 더 때리실 작정인가?’
‘사업이 잘못되려고 하니까 본래 성질보다 더 나빠지시는 것 같은데.’
‘나서지 말자.
어차피 지금 여기서 차원창세신 코아님을 막을만한 존재는 없다.’
‘오리진이라는 창조신의 허락을 받았으니 죽이지만 않으면 된다.’
자신들의 감각으로는 차원의 마도신은 적어도 창조신계에서 뵈었던 창조신장님과 최고위 창조신들이 아니라면 상대가 힘들었다.
그리고 이계의 자신들의 본성과 신계를 단숨에 날렸을 때는 즐겁다는 듯이 웃으면서 했다.
지금 저렇게 의무감에 사로잡혀서 무표정하게 때리는 모습은 몇 배나 더 두려웠다.
지금 방해하면 바로 저 대상이 자신들이 될지도 몰랐다.
“그……, 그만하세요.”
그런데 공포에 질린 듯 떨리는 여성의 목소리가 신전에 울렸다.
강력한 창조신의 신언인지 말에 강제력이 걸려 있었다.
그러나 차원의 마도신은 돌아보지도 않고 그대로 파멸유혼검을 휘둘렀다.
말에 포함된 의지를 사뿐히 무시하고서 말이다.
퍼어어억-! 두둑-!
더욱 강력해진 일격에 후계의 목이 떨어져나갈 기세로 끔직한 소리를 냈다.
기겁을 한 천족들의 비명소리가 신전을 울렸지만 방금 말을 걸은 여신의 능력을 바로 분석했다.
자신보다 아래지만 여기는 언제든지 적진으로 바뀔지 모르니 방심할 수 없었다.
‘신언(神言)에서 느껴지는 신력은 일반 창조신.
권능의 수준은 후계와 우위일 정도나 신력이 부족하다.
그럼 사회일족 오리진의 혈족이군.
그것도 후계경쟁에서 탈락된 직계인가?’
대항할 수 없는 힘의 차이 정도는 알고 있는지 당장 덤벼들지 않지만 은은한 분노까지 느껴지는 것을 보니 확실했다.
무엇보다 전통적으로 신족은 여신보다 남신이 강하다.
방어력과 회복력이 중요한 신족의 특성 덕분이다.
여신보다 근력과 내구력이 우수한 남신이 전투에서 우세한 것이다.
평화로운 시기라면 다를까 지배영역을 어떻게든 넓히려는 대신족 때문에 매일 전쟁을 치르는 신족의 입장으로는 여신을 고위직에 올릴 수 없었다.
‘아니 최전선에서 대신족과 목숨을 걸고 싸우는 대부분의 전력이 남신인 탓이지.
가장 큰 희생을 치르고 공을 세운 것이 남신이니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항상 벌어지는 대신족과의 인증전에서 살아남아 강해진 투신의 대부분이 남신이기도 했다.
주신이나 창조신으로 승급된 남신들은 위험한 전선에서 도움이 될 강력한 남투신을 원하지 창조력이 강한 여신을 바라지 않았다.
‘그래서 고위직이 모두 남신으로 채워지고 있는 것이 문제가 될 정도지.’
흐름이 이러니 재능이 있다고 해도 대부분 여신이 오리진이 되는 경우는 아주 적다.
상급 창조신인 자신에게 영향을 주려는 권능의 수준은 높으나 신력이 저렇게 낮아서는 소용이 없다.
‘우선적으로 정기를 배당받았으면 후계보다 강력한 창조신이 될 가능성이 있지만 정기가 남아돌지 않는 한 무리이겠군.
일단 전쟁에서 이겨야하니 말이야.’
여창조신의 오리진에 육박하는 권능의 수준에서 강함과 노력은 알 수 있다.
아마도 끝없이 힘든 수련을 감수하면서 저기까지 도달했을 것이다.
그런 각고의 노력을 하면 일족에서 중요한 위치를 맡을 수는 있다.
그러나 여신이란 한계로 후계로는 결정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여기까지 결론이 나자 갑자기 나타난 강자에 대한 경각심은 사라졌다.
‘직계이나 승계서열이 없다.
그리고 하위자의 말에 상위자가 따라야 이유도 없지.’
파멸유혼검임은 무심하게 후계의 목을 날려버릴 기세로 좌우로 움직였다.
퍼어억-! 우둑-! 파드드드득-!
계속되는 엄청난 충격에 드디어 중급 창조신의 신체가 완전히 통제를 잃었다.
연속되는 충격에 완전히 의식을 놔버린 것이다.
흑염의 권능으로 강화되고 차원공통원소로 완전해진 힘이었다.
그 위력은 만약 파멸유혼검의 공격이 아니었다면 몇 번이나 죽음을 내릴 정도였다.
무엇보다 처음에 맞은 불가해의 팔시조의 공격에 치명타를 먹은 순간 이미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치명상이었다.
그러나 최후의 발악과 같은 굉장한 반격을 고대하면서 만반의 준비를 했던 차원의 마도신이었다.
허탈하게 이렇게 되어버리자 실망의 말을 내뱉었다.
“쯧-! 정신을 차리기는 고사하고 완전히 끝인가?
엄살 부리지 말고 덤비지 못할까?”
우둑-!
가슴을 밟고 있던 발에 힘을 주었으나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아주 가는 심장의 박동만이 전해지고 반항을 위한 근육은 미동조차 일어나지 않는다.
정말 완전히 기절해 버린 것이다.
“정말 한심해서 더 못 하겠군.
거기 너희들 치료해라.
괘심하지만 그래도 귀하신 몸인데 정말 죽으면 곤란하다.”
밟고 있던 발을 들어서 그대로 후계의 몸통을 차버렸다.
퍼어어어어억-! 쿠우우우웅-!
당연히 정신을 잃은 몸은 그대로 공처럼 날려서 이계의 최고위 창조신들의 발밑으로 날려졌다.
이제나 저제나 그만두기를 바라던 이계의 창조신들은 다급하게 치료를 위해 모였고 상태를 확인하고 기겁을 했다.
아무리 보아도 너무한 상처였다.
‘이게 걸레인지 육체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군.’
‘멀쩡한 곳보다 부서진 곳이 더 많다.’
‘아니 멀쩡한 곳이 거의 없어.
그런데 살아있다.’
‘어떻게 이렇게 잘 팼지?’
뼈와 근육이 전부 당해서 손끝하나 움직이지 못할 정도였는데 숨은 쉬고 있다.
그보다 더욱 감탄한 것은 손상의 조절이었다.
‘아무리 파멸유혼검을 썼다고 해도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절묘하게 목숨만 붙여 놓았다.’
‘자연회복과 완치가 가능한 뼈와 근육만 부수었지 주요기관인 내장이나 뇌는 충격만 받았지 멀쩡해.
실로 놀라운 솜씨다.’
‘어떤 수련을 해야 이렇게 할 수 있지?’
많이 맞으면 잘 때린다는 간단한 이치지만 차원의 마도신이 설명해줄 리가 없다.
더 이상 손상을 주면 자연적으로 악화되어 죽을 것 같아서 풀어주었을 뿐이다.
뚜벅-! 뚜벅-!
다시 자신의 자리에 앉아서 인상을 찌푸렸다.
당연히 압승이겠지만 나름대로 화끈한 전투를 기대했는데 이건 영 아니었다.
‘어느 정도 속 시원하게 두들겼더니 울화는 어느 정도 풀렸다.
하지만 실로 한심한 반응에 오히려 욕구불만에 걸릴 지경이다.
어디 또 시비를 걸어줄 만만한 상대가 없나?’
그래서 완전히 무시를 당해서 분노와 투기를 발산하면서 구름과 같은 형태의 신력을 몸 주위에 감고 있는 여창조신에게 관심을 돌렸다.
황금빛의 구름이 자욱하게 주변에 깔리면서 모습은 물론이고 위치까지 특정하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
그리고 본인과 주변의 천족들까지 점점 능력이 상승하고 있었다.
‘사회신족의 광역지원권능인가?
용케도 익혔어.’
나름대로 강력한 것 같지만 차원권능을 가진 자신이 보기에는 약간 우수한 수준이었다.
“가족이신가?
나는 가족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이러면 버릇만 나빠질 것인데 이 기회에 아예 정신개조를 하는 것은 어때?
특별히 내가 신경을 더 써줄 수도 있다.”
도발하는 말에 여창조신의 분노어린 신력의 구름은 더욱 자욱하게 신전을 채워간다.
천국 신전과 천족들 전부를 아우르면서 그 위력을 높여만 갔다.
권능을 발동한 본인조차 중급 창조신을 능가하는 수준에 도달하자 차원의 마도신은 분석을 했다.
‘천국의 모든 것을 주관하여 자신에게 집중시키고 있다.
그럼 여기의 크로노스로군.’
그렇다면 천국은 저 여창조신의 개인 신전과 같았다.
신계와도 직결되어 한계를 넘어서는 권능을 보일 수 있다.
그런데 자신은 신계와 격리되어 차원 권능이 제한되어 있다.
이런저런 사정을 보면 지금 보인 권능과 증폭된 신력의 수준으로 보아서는 잘못하면 낭패를 당할 수 있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하나 겨우 조금 상대하기 곤란한 정도지.
기준의 한계를 뛰어넘는 영웅신도 아니야.
단지 뛰어날 정도군.’
흑염의 권능과 차원공통원소로 강화된 지금의 자신을 타도하려면 적어도 전능의 휘 정도의 투신이 와야 했다.
방금 전 확인한 사회일족의 창조신들은 분명 강력했다.
그러나 중급 창조신으로 인정받은 전능의 휘에게 시간과 여유를 준다면 혼자서도 전부 타도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리고 마도와 광역권능으로 상급 창조신으로 인정받은 나라면 기회만 잘 잡으면 순식간에 처리할 수 있다.
나의 고난은 무의미하지 않았어.’
상대의 권능과 주변정황의 파악이 끝났다.
검은 로브로 가려진 얼굴에서 유일하게 드러난 입에 차가운 미소와 함께 가는 웃음소리가 새어나왔다.
그것은 가소롭다는 비웃음이었다.
“후후후후-!”
“이이이이-!”
웃음의 의미를 깨달은 여창조신들이 더욱 분노해서 신력의 구름이 소용돌이치면서 위협적인 기세를 더했다.
하나 차원의 마도신은 대응조차 하지 않았다.
권능의 수준은 높으나 역시 신체단련이 부족했다.
그리고 슬프게도 자신과는 상성이 최악으로 나빴다.
‘나와 유사한 광역권능을 사용하는군.
하나 진리에게 받아서 단련하고 차원의 오리진님을 통해 완성된 차원권능을 능가할 수 없다.
또한 저 정도면 어떤 광역권능을 써도 흑염 권능이 지키는 나의 몸을 상처 입히지 못한다.’
나름대로 강한 광역권능을 사용하는 저 여창조신은 과거 자신이 전능의 휘와 싸울 때 겪은 똑같은 문제가 적용된다.
극도의 수련으로 단련된 창조신의 육체는 모든 물질 중에서 최고의 강도를 가진다.
그래서 최고 위력의 마도가 아니라면 상처조차 줄 수 없다.
하나 광역권능은 영창시간이 너무 길고 그동안 허점이 커져서 사용할 기회조차 내기 힘들다.
‘전능의 휘와의 결투에서 정식영창을 사용하려했던 순간 갈가리 찢겨졌겠지.’
2대 흑염의 절대자의 의뢰와 연결하지 않았으면 주신장을 겨루는 결투는 분명 패배였다.
그런 관점에서 보았을 때 눈앞의 여창조신과 자신은 그 이상의 격차가 있었다.
‘광역권능의 수준은 내가 상위이고 육체능력은 더 상위이다.
내가 패배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아무리 자신이 강하고 유리해도 천국을 주관하는 크로노스와 천국에서 싸운다는 선택은 현명하지 않았다.
‘궁지에 몰면 최악의 경우 천국 자체를 제물로 삼아서 덤빌 수도 있다.
그럼 사업은 고사하고 사회신족과 원수가 된다.’
원흉이었던 후계를 박살냈다는 사실을 상기하여 마음의 여유를 되찾고 나직하게 경고했다.
“가족의 복수를 위해 너도 덤빌 것인가?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
단 나는 강자만을 우대한다.
만약 후계보다 약하면서 내게 도전한다면 너도 저 꼴이 될 것이다.”
피로 물든 근원의 길잡이를 들어서 이계의 최고위 창조신들이 둘러싸고 치료를 전담하는 거의 시체와 같은 후계를 가리켰다.
이계의 창조신들이 모두 달라붙어서 회복시키고 있지만 너무나 처참했다.
“!”
덕분에 여창조신이 높아지던 투기가 한풀 꺾였다.
권능수준은 후계보다 우위지만 신력부족으로 약했다.
이것이 냉정한 현실이었다.
“마도신인 내게 도전하고 용서를 바라지 마라.
나는 관대하지만 강자의 자비를 시험하는 약자의 어리석음은 용서하지 않는다.”
명백한 최후의 경고였다.
여창조신이든 뭐든 무례한 약자는 용서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 경고는 유효했다.
후계의 처참한 모습에 분노했던 여창조신이었지만 그 위에 자신의 모습까지 겹쳐지자 바로 이성을 되찾았다.
‘안 되겠어.’
아무리 후계로서 못났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해도 그것은 상급 창조신 임폴로이먼트가 너무나 강한 탓이다.
오리진과 비교해서 약한 것이지 일족 중에서도 그다지 떨어지지 않는 강자였다.
무엇보다 오리진이신 상급 창조신 임폴로이먼트가 삼대의 구조를 하러 모든 창조신을 이끌고 가서 전력이 없었다.
차원의 마도신과 전투가 벌어지면 폭주를 막을 존재가 없다는 사실도 중요했다.
‘전투를 벌여도 모두 오신 다음이다.’
이 정도에서 그만두고 예의를 갖추어야 했다.
그러나 사회신족의 본거지에서 후계를 저런 꼴로 태연스럽게 만든 존재였다.
경계를 멈출 수 없기에 신력의 구름을 거두지 않고 정중하게 인사했다.
“저는 사회신족의 크로노스.
미력하나마 사회신족의 천국을 모두 관리하고 있습니다.”
“흐음? 일반 창조신이 사회신족 천국의 총책임자인가?
오리진의 혈족이 확실하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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