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657화 (568/2,000)

30권 31권

‘조금 지나쳤나?

이제 슬슬 빠져 나가려해도 하필 저 녀석이 눈을 부릅뜨고 지키고 있으니 힘들겠군.

더구나 고지식하기가 짝이 없으니 탈출은 힘들겠어.’

진리 할아버님이 잘 감시하라고 하니 눈동자도 안 움직이고 주시하고 있는데 기가 막힐 정도였다.

자신이 심혈을 기울여서 아기 때부터 직접 하나부터 가르친 손자니 능력 면에서 두말 할 필요가 없었다.

주우주에서 활동과 같은 다른 곳에 한눈을 파는 아이들보다 전투력 면에서는 훨씬 상위일 정도였다.

그런 존재가 저렇게 감시하는데 탈출은 아무리 자신이라도 힘들었다.

‘너무 잘 가르쳤나?

무엇보다 저 녀석이 나에 대해 가장 잘 아는 것이 문제지.’

바람가는 젖만 떼면 바로 할아버지가 전부 기른다.

외부 활동을 하여 육아나 교육에 소홀해질 수 있는 아버지나 무조건적인 애정으로 약하게 만들 수 있는 어머니를 배제하기 위해서다.

초기에는 반발이 있었으나 이미 사례가 있으니 이것만은 결코 양보하지 않고 준수시켰다.

그렇게 불가해의 팔시조를 익히는 와중에 손자에 대해서 잘 알게 되지만 손자도 당연히 할아버지에 대해서 잘 알게 된다.

이 말은 절대로 손자가 봐주지 않으면 못 도망간다는 뜻과 같았다.

‘그 결과 다들 훌륭하게 컸지만 너무 고지식하고 딱딱한 것이 문제지.’

진리 할아버님을 목표로 하다 보니 수련방법이 힘겹기 짝이 없는 탓이 컸다.

그래서 자신이라도 이렇게 하지 않으면 바람가의 분위기가 삭막하기 짝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조금 심하게 노는 측면이 있기는 했다.

‘그래도 과거 영원체들은 저렇게 잘 노는데 참가를 못하니 슬슬 좀이 쑤실 지경이었다.’

하나 자신을 너무 잘 아는 손자에게서 몰래 도망은 힘드니 잘 구슬려서 풀려나는 쪽으로 방법을 바꾸었다.

“이거 이제 풀어주지 않겠느냐?

귀여운 손자야.”

하나 바로 거절의 대답이 되돌아 왔다.

표정은 고사하고 눈동자 하나 바뀌지 않는다.

“진리 할아버님께서 반성하시랍니다.

최소한 차원 주우주의 완성까지 풀어주면 안된다고 진리 할아버님이 신신당부하셨습니다.

차원 주우주의 일을 다른 영원체들에게 미리 알려서 분란을 조장하신 이번 일까지 아시면 기간이 조금 더 연장되실 것 같습니다.”

“늙으면 다 이렇게 된단다.

여기저기서 수다 떠는 낙까지 없으면 노인이 어찌 살겠느냐?

그리고 피가 머리에 몰리니 죽을 것만 같구나.

손자야. 너를 안아서 기른 것이 나 아니냐?

그 정을 생각하면 조금 사정을 봐줄 수도 있지 않겠냐?”

“……그러셨지요.

그럴 수도 있습니다.”

물론 아기부터 키워주시고 잘 가르쳐 주신 은혜는 아주 잘 기억하고 있다.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 유감이었다.

‘어린 시절의 수치스런 일을 후손들에게 떠벌려서 고개를 못 들게 해준 일도 아주 잘 기억하고 있지요.’

말을 하면서 어느새 반쯤 풀어낸 봉인줄을 다시 세게 당겨서 꽉 조였다.

꽈아아아-! 꽈악-!

여기서 탈출해서 문제가 발생하면 자칫하면 진리 할아버님께 혼이 날 수도 있었다.

아니 세상에 대한 도의상 절대로 그럴 수 없었다.

지금 영원체들에게 벌어지는 일을 보니 보통 문제가 아니었다.

‘절대계의 영원체들과 어울려서 이런 노망과 같은 말썽을 부리시는데 풀어주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봉인을 감시하고 있는 지금처럼 벌이신 문제의 뒤처리는 손자인 자신이 맡아야만 했다.

할아버지를 가장 잘 아니 처리속도가 빠른 탓이었다.

그리고 이것이 길러주신 은혜를 보답하는 길이기도 했기에 어쩔 도리가 없었다.

더구나 저렇게 봉인줄로 평생 묶여 있다고 해도 어떤 위해도 없다.

가장 오래된 바람가 답게 권능과 능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겨우 진리할아버님과 유일용신제님만이 확실하게 능가했다.

“그리고 바람가에서 가장 오래되신 할아버님께서 죽으실 수가 있던가요?

소손은 금시초문입니다.

가능한 방법이 있다면 영원권능으로 올리시지요.”

그러니 혹시 몰라서 그 위에다가 또 봉인줄을 하고서 나직하고 엄숙하게 말했다.

“모든 화는 입에서 나온다.

더구나 영원체 정도가 되면 재앙이 된다.

항상 조심하고 주의해서 말하고 결정해야 한다.

바로 할아버님에게서 가장 배운 말입니다.

그리고 과거 영원체들에게서 지금 벌어지는 일을 보니 그냥 두어서는 안 된다는 진리할아버님의 말에 지극히 동의합니다.”

손자가 과거 교육용으로 했던 말까지 들먹였지만 전혀 개의치 않고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과거에 이상적으로 지껄였던 말과 행동이 현실과 충돌하는 문제야 이미 여러 번 당한 상황이었고 준비된 말도 있었다.

“장래가 창창한 아이들은 평판이 중요하니 그렇게 교육했지.

그러나 누구도 관심을 주지 않은 나 같은 노인은 그래도 된단다.

늙어서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뒷방 늙은이인데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누가 들어주겠니?

그나저나 봉인줄이 너무 아프구나.

늙어서 근육도 없는 늙은이에게 너무 한 것 아니냐?

내가 너를 아기부터 어떻게 길렀는데 이렇게 무심하냐?

너무 늦게 오줌을 가리는 것부터 시작해서…….”

“반드시 반성하셔야 합니다.

그것만 고치시면 바람가의 가장 어른으로서 가장 완벽하십니다.”

또 시작되는 역린과 같은 아기 시절의 실수에 대해서 나오자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바람가의 영원체 기준으로도 개성이 너무 확실하셔서 따라가기가 힘들었다.

“부디 반성하십시오.”

결국 가볍게 한마디를 하고 입을 다물고 영원체들을 비추는 화면을 약간 주시하였다.

과거 영원체이고 수치적인 능력 면에서는 바람가와 비교도 안 되지만 역시 원조답게 저력이 있었다.

‘설마 흑염의 권능을 익히고 성공한 영원체가 있었을 줄이야?’

영원체들에게 패배를 안겨서 치가 떨릴 1대 10중심의 권능을 익히다니 충격적인 사실이었다.

꽈꽈꽈꽈-! 꽈꽝-!

흑염의 영원체와 영웅을 바라는 영원체와의 싸움은 격렬했다.

단상을 제압할 정도로 강력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들을 제압하기 위해서 덤벼드는 영원체들의 회의장을 비추는 화면에는 이미 아수라장 같은 난리가 벌어지고 있었다.

‘저게 모두 자신의 할아버지가 흥미 위주로 밖으로 새어나가서 안 되는 일급비밀들을 떠벌리고 다닌 덕인가?

지금은 절대로 풀어드려서는 안되겠군.’

차원의 주우주가 빠르게 완성되어 간다.

진리 할아버님과 오백만 명의 바람가의 영원체들이 전력을 다해서 상상이상의 규모와 완성도를 보이고 있다.

앞으로 만들 주우주의 기준을 정할만한 역작이 완성되고 있는 것이다.

‘그럼 우리 바람가에 더 이상의 제한은 없다.

드디어 우리가 본격적으로 나설 때가 온다.’

스르르르르르르-!

무릎 위에 올려놓은 파멸유혼검을 조용히 쓰다듬는다.

불살불멸(不殺不滅)의 파멸유혼검.

무엇도 죽이지도 않고 파괴하지도 않지만 최고(最高)이면서 최다(最多)의 절대기.

이것이야말로 현재의 바람가의 입장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이제 과거의 일이 되려고 하고 있었다.

그리고 차원의 마도신의 지옥도 결과가 나왔다.

짧은 시간에 가장 많은 악령에게서 정기를 손실 없이 추출한 우수자가 표창형식으로 가장 맨 앞에 나선다.

입이 찢어져라 벌어진 용사신의 동료신이라고 불리던 교황신이었다.

“악령에게서 가장 많이 정기를 추출한 교황신과 그 동료신들에게 지옥구원계획의 관리를 맡긴다.”

“감사합니다-!

위대한 신계주신이시여. 신의 영광과 자비가 끝이 없습니다.

교황신과 동료신, 저희 하급신들은 신계의 초석이 되기 위해서 언제나 각오를…….”

수상소감이 끝이 없었다.

그리고 아슬아슬하게 최우수를 놓쳐서 교황신의 동료신의 일원이 되어버린 용사신의 얼굴은 완전히 창백해져있었다.

무대가 변하니 주연도 바뀌었다.

거의 이성을 잃을 정도로 기뻐하는 교황신의 도저히 끝나지 않을 공치사를 차원의 마도신이 멈추었다.

신계관리주신들이 도착하기 전까지 아직 여유가 있지만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랐다.

최대한 빨리 차원신계를 떠야 했다.

“나는 관대하기만 하다.

그러니 자비는 빼고 관대만 써라.”

“오오-! 관대하시기까지 하시니 이 교황신과 동료신들은 감동이 끝이 없습니다.”

또 교황신과 동료신을 강조하지만 신계주신인 자신을 찬양하는데 뭐라고 하기도 힘들었다.

‘어지간히 기쁜 모양이군.

하긴 나라도 그러겠다.’

평생을 용사와 동료들이라고 조연 취급을 받다가 신이 되어도 똑같았다.

얼마나 실망했는지 반항을 하면서 공적인 일을 망치려 했다가 자신에게 박살이 났다.

결국 또 조연의 입장을 수긍했다가 드디어 주연이 되었으니 저럴 만도 했다.

계속하려는 찬사를 막고 업무를 진행하기 위해서 아공간에서 휘황하게 빛나는 동전과 같은 물체들을 꺼내서 건네었다.

“이건 새로 만들 지옥구원군의 운영비로 쓰도록 해라.”

“?”

교황신이 처음 보는 물체에 어리둥절하면서도 양손을 모아서 공손하게 받았다.

땅-! 땅땅-!

그리고 손바닥으로부터 느껴졌다.

동전들에게 무시무시한 순도와 수량의 정기가 압축되어 있는 것을 말이다.

중급신의 감각으로는 측정이 불가능할 정도로 막대한 정기였다.

중급신은 일백만의 신력을 가져야 하지만 신계가 알려준 자신의 신력은 겨우 오만 정도였다.

그래도 수치 측정에는 이상이 없었다.

‘중급신의 권능이라도 만든 것도 야수신 님에게 직접 수련을 받은 덕이지.

정기만 채우면 완전한 중급신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중급신인 내가 아예 측정이 안 되다니 이게 도대체 얼마냐?

완전한 중급신이 아니라서 이런가?’

중급신의 신격은 얻었기에 열배인 일천 만까지 측정이 가능한데 이건 도저히 감이 안 잡혔다.

하나 막 신족이 되어서 추가 정기를 받을 수가 없으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래도 겨우 일만 정도인 다른 하급신에 비해서는 지극히 높은 수치였다.’

초월자 출신의 하급신 모두들 정기가 부족하여 온전하게 권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바로 해결할 방법이 없었다.

신족이 신계에 소속되어 받는 봉급은 정확하게 일만 년 동안에 가진 신력 만큼이었기 때문이다.

‘만약 본인이 십만의 신력을 가졌다면 일 년에 겨우 십을 받는다.

도대체 이 황당한 시간관념과 보상은 뭐야?’

중급신이 되었지만 신력이 오만이니 일 년간 받는 봉급이 겨우 오라는 소리였다.

그런 계산이니 적어도 온전한 중급신이 될 수 있는 일백만을 모으려면 이십만 년이라는 엄청난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것도 아무것도 안 쓰고 전부를 모은다는 가정이었다.

‘중급신까지 이십만 년이라고?

순수 신족이라면 성장기도 안 되는 짧은 시간이라고 해도 도저히 감당이 안 되는 세월이다.

그나저나 정기가 확실한데 얼마인자 잘 모르겠네.’

열 개밖에 안 되는 동전인데 풍기는 정기의 존재감은 기가 질릴 정도였다.

손에 쥔 동전들이 정기의 집합체라는 사실을 알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도저히 계측이 안 되어서 물을 수밖에 없었다.

“이……, 이게 도대체 얼마입니까?”

“하나당 일억, 총 십억이다.”

‘십억-!

내 중급신 봉급 이억 년 분량이다.’

땡-! 땡-! 땡-! 땡-!

간단하게 계산이 나오니 그 의미에 머리에 징이 울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 옆에서 세상 무너지는 표정을 하고 있던 용사신과 검신, 권신도 저절로 신음을 냈다.

“허허허허헉-!”

“헉-!”

“화-!”

말이 좋아 십억이지 여기 하급신 일백만이 전부 일 년 봉급을 모아도 일천만도 안 되었다.

지금 자신의 손에 하급신 전부의 일백 년분의 봉급의 쥐어져 있는 것이다.

물질에 대한 욕심은 신앙에 인생을 바친 순간 완전히 버렸다.

하나 너무나 엄청난 정기 앞에 저절로 손에 힘이 들어갔다.

“너는 부족한 정기를 채워서 완전한 중급신으로 올라서라.

그리고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하급신을 일만 정도를 뽑아서 정식 신계복장과 신기를 맞추고 다른 주우주의 지옥에 출전준비를 시키도록 해라.

그 외는 나머지는 네가 알아서 운영비로 사용해라.

너희들이 가야할 신계는 하위 주신계이니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다만 마지막 악령들의 총반격만 주의하도록 해라.”

“이 교황신이 목숨을 걸고 완벽하게 해내겠습니다.”

십억이면 못할 일이 없었다.

중급신의 그릇은 완성했지만 부족한 정기를 채워 교황신의 권능을 완벽하게 발휘하면 악령 따위는 전혀 문제가 아니었다.

더구나 이번에 전직이 교황이자 성직자들이 두드러진 실적을 세웠으니 인선을 집중해도 문제가 없었다.

‘예산이 이 정도면 앞으로 모든 하급신의 권력은 나에게 있다.’

그럼 단지 정기응축에 집중하는 천국이 아니라 이상적이고 신앙심이 넘치는 천국을 정말 신계에 만들 수도 있었다.

천국의 사정을 듣고서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몰랐다.

인간시절에는 통합교황의 자비로운 미소라고 부르지만 득의의 웃음을 띠우는 교황신을 보는 차원의 마도신의 입에도 미소가 걸렸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지만 나쁜 일은 아니었다.

초월자들에게 이런 개인적인 욕망과 이상의 추구야말로 급속한 발전의 핵심요소였다.

“야망과 경쟁은 좋지.

어디까지 갈지 모르지만 전력을 다해 잘해보아라.”

“반드시 신계주신님의 세계를 이루겠습니다.”

그 말에 차원의 마도신의 얼굴이 미묘하게 굳었다.

자신을 찬양하는 의미이겠지만 묘하게 마음에 걸렸다.

‘나의 세계라?

하위신들이 살기 그렇게 좋은 세상은 아닌 것 아닌데?

천국? 아니 지옥? 연옥이란 말이 가장 알맞겠군.

아직도 나는 너무 부족해.’

상위자가 워낙 여유가 없으니 당연히 힘든 세상이 될 것이다.

자신조차 반갑지 않은 세계이다.

그래도 치하를 했다.

“앞으로의 전과를 기대하마.”

“맡겨만 주십시오.

위대한 신계주신이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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