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656화 (567/2,000)

30권 31권

이천 명의 영원체가 그 말에 동의하듯이 일제히 노려보자 움찔 놀랐으나 일천일 번째의 주우주의 가치를 생각하고 버티었다.

아니 목소리를 높였다.

“절대로 못 내려와.

본래 내 차례였단 말이다.

그러니 신청서의 제출을 막기 위한 단상 점거는 나의 당연한 권리다-!

내가 바로 정의다.”

다른 영원체들이 그 말에 모두 고개를 흔들었다.

사백구십구 창조주가 된 영원체는 다른 영원체를 무시하고 막 나간다고 했다.

다른 창조주들도 진리와 창조주의 임무를 경쟁하면서 개성이라는 것을 습득했는지 아주 가관들이었다.

그리고 지금 한 말도 지극히 이치에 안 맞았다.

“네가 정의? 그럼 악은 우리냐?

당연한 권리는 또 뭐야?

질서유지의 의무가 먼저다.

의무 없는 권리도 있나?”

“이것들이 바람가에서 놀러오는 영원체와 어울리면서 놀더니 이상한 말과 행동만 배워왔어.”

반대의 말들이 나오자 단상에 선 영원체는 아주 엄숙한 얼굴로 진지하게 말했다.

“커다란 힘에는 반드시 의무가 따른다.

진리와 우리 영원체들은 그걸 간과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주우주의 창조주로서 희생할 마음의 준비와 각오가 되어있다.

사명감이 넘치는 나야말로 창조주로서 가장 어울리는 존재다.”

“…….”

뭔가 자신들이 잘못 들은 것이 아닌가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아주 특이한 말이다.

‘단상에 있는 영원체가 뭔가 지극히 이상한 개성을 획득한 모양이다.’

‘하긴 우리가 아무리 한가해도 회의장 주변에서 생활하다가 저렇게 단상에서 버티는 행위부터가 이상했지.’

그러고 보니 저 주장도 바람가의 영원체가 가져다 준 여러 가지 소설과 영화에서 들은 적이 있었다.

그러니 당장 이제보다 더한 반론이 튀어나왔다.

“우리가 이계의 어린애들을 위한 소설책 보고 흉내지지 말랬지.”

“너는 영원체이고 나이가 몇 살인데 지성체들의 말도 안 되는 주장을 듣고 그대로 따라해.”

“맞는 소리는 맞잖아-!

힘을 가진 강자는 겸손하고 약자를 위해서 봉사해야 한다.

약육강식은 야만적이다.

새로운 주우주의 창조주는 강할수록 더욱 책임감과 봉사정신을 가져야 한다.

정의로운 주우주는 창조되어야 한다.”

그 말에 영원체들의 입이 딱 벌려졌다.

전부를 소유한 영원체가 스스로를 정의와 악으로 구분하여 한쪽이라고 자칭하다니 아주 충격적인 발언이었다.

“하아? 정의로운 주우주를 만든다고?”

“뭐? 그럼 나머지는 전부 악의 주우주가 되겠다.”

“이건 또 무슨 미친 개성이냐?”

영원체들은 이 말을 듣고 이거 아주 안 되겠다고 모두 한숨을 푹 쉬었다.

이런 정신 상태로 진리에게 창조주의 후보로 보냈다가는 영원체들 전부가 수준을 의심당하는 개망신을 당할 판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진리의 혈족인 영원체들보다 능력이 떨어지고 있어서 신경 쓰이는 판국인데 이게 또 무슨 일인가?’

‘개성이나 권능획득도 권능강화에 좋은데 왜 다들 이 따위야?’

‘진리가 영원체이니 두들겨 패지는 않겠지만 자격미달이라고 빈손으로 돌아오는 사태만은 막아야 한다.’

이제까지 자신들이 결정하여 보낸 창조주 후보를 거부한 적은 없지만 어디까지나 최종 결정권을 진리가 가졌다.

자격미달로 창조주 인정을 거부하는 사태가 발행하면 자칫하면 자신들도 그런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었다.

그리고 저 단상을 무단 점검하고 헛소리를 하는 영원체가 정말 유감스럽게도 가장 가망성이 높았다.

‘저 정의 운운하는 녀석이 우리들을 전부 동전던지기로 물리치고 저 자리에 있는 이상 다른 승부를 해도 이길 가능성이 가장 높다.’

‘일단 설득부터 하자.’

‘정의만 주장하는 저 꼴로 보냈다가는 주우주를 말아먹는다.’

‘우리가 결정한 창조주가 원인이 되어서 받은 주우주가 망하면 정말 진리에게 얼굴을 들지도 못한다.’

그래서 어떻게든 좋게 설득을 시작했다.

“우리는 정의나 악이 아니다.

선과 악도 전부 가져야 한다.

또한 커다란 의무에는 걸맞은 보상이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그런데 여기까지 설명을 하려는데 뭔가 속에서 울컥했다.

모두가 동등한 영원체다.

도울 이유도 조언도 할 필요가 없다.

영원체인 이상 말소될 리도 없고 무슨 일이 발생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개성을 저 따위로 습득해서 주우주 창조주가 도면 절대로 안 되니 설교를 해야 했다.

‘영원체들이 이게 무슨 꼴인지 모르겠다.’

결국 폭발해서 이를 갈면서 외쳤다.

“으득-! 창조주가 보상도 없이 사명감만 강조하면 누가 네 밑에서 일하냐?

그리고 그 투절한 사명감만 가진 부하들이 멀쩡할 것 같으냐?

일만 죽도록 하고 아무 보상도 챙기지 못할 것 아냐?

그렇게 부하의 주변은 어떻게 돌보냐?

부하의 반려나 세력이 정기도 없이 허덕이면서 말라 비틀어 가는데 창조주가 사명감만 외치면 안 미칠 것 같으냐?

부하들을 전부 거지나 정신병자로 채울 생각이냐?

창조주 최초로 반역을 안 당하면 천만다행이다.

겉만 그럴듯하지 현실에서 아무 쓸모도 없는 주장을 왜 억지로 적용하려고 이 난리를 치냐?

이러려면 당장 바람가의 영원체에게 받은 소설이나 자료는 전부 없애버려.”

“그리고 너 당장 단상에서 안 내려와?”

여기까지 직설적인 말이 나오자 다른 영원체들도 참지 않았다.

단상에 올라서서 안 내려오는 것부터 마음에 안 들었는데 말 하는 것도 아주 이상했다.

모두 어디서 저런 말과 행동을 배운 것인지 눈치를 챈 것이다.

“주우주 창조주를 책 보고 따라하고 있단다.”

“이계의 어린애들이나 보는 동화책을 보고 흉내를 내지 말랬지.”

“주우주 창조주가 애들 소꿉장난에 영웅놀이냐?”

“그래도 실현되면 좋잖아?

정의와 영웅만이 넘치는 주우주다.

나는 그럴만한 능력과 의지가 있다.”

“…….”

농담이었으면 좋겠는데 정말 가능하다는 예감이 오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정말 진리 앞에서 저럴까 봐 겁이 날 지경이었다.

“동화가 실제가 되면 비극이다.

아니 세상의 종말이란 말이다.

정의만 외치는 그 개성은 빨리 삭제해버려.”

“나는 누구에게나 추앙받는 창조주의 영웅이 될 것이다.”

드디어 단상에 서 있던 영원체의 본심이 튀어나왔다.

창조주의 이상과 목적이 크면 좋기는 하다.

혼자서 무엇을 하던 상관할 필요는 없다.

하나 이건 안 되었다.

듣고 있던 영원체들의 입장으로는 저절로 욕설이 튀어나오는 상황이었다.

결국 참지 못하고 이동구성으로 외쳤다.

“이 자식아-! 네가 영웅이 되면 그럼 우린 지나가는 서민들이 되란 소리냐?”

영원체는 누구나 평등하다.

유일하게 창조주만이 다르다.

창조주는 세계 자체이자 전부였기 때문이다.

그런 인식에서 신족도 마신족도 모두 창조주의 일부이고 권능을 보조한다.

그런데 이렇게 편향적인 태도를 가지면 창조주의 자리를 잘 맡을 수 있을 리가 없다.

그것도 가장 가능성이 큰 영원체가 저런 개성을 진리에게 그대로 보이면 이런 개망신도 없었다.

“끌어내자-! 저 상태로는 도저히 진리에게 보낼 수 없다.”

“영원체는 진리 외에 동일하다.

우리 중 누구도 영웅이 될 수 없다.

인정할 수도 없다.

그런데 갑자기 이상이 발생했다.

다른 영원체들에게 팔다리를 잡혀서 바닥에 눕혀 제압당하고 있던 흑염권능을 익힌 영원체의 몸에서 거대한 검은 불꽃이 타오른 것이다.

화르르르륵-!

순간적으로 타오른 흑염의 불꽃에 미처 피하지 못한 네 명의 영원체가 통째로 불길에 휩싸였다.

전신을 휘감는 파괴의 불꽃에 저절로 비명이 튀어나왔다.

“왁-!”

“헉-!”

“큭-!”

“윽-!”

그러나 아무리 흑염의 권능이 파괴력 면에서 권능 중에서 제일이라고 하지만 결국 정신체들의 권능이었다.

영원체들에게는 잠시 부상을 주는 것이 전부였다.

스스스스스스스스슷-!

잠시의 피해를 보았지만 바로 정상으로 회복한 영원체들이 더욱 힘을 가하여 제압하려 했다.

그런데 그 순간 잡고 있던 팔다리가 일순간 수축을 했다가 튕기듯이 부풀어 오른다.

꽈꽈꽈꽈꽝-!

간단하게 근육을 수축하고 팽창시킨 근육조작의 공격이지만 결과는 놀라웠다.

수준이 동등한 네 명의 영원체들의 신체를 저 멀리 튕겨서 날려버린 것이다.

더구나 팔과 다리를 잡고 있던 양손은 근육의 수축과 팽창의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파열되었다.

“크어억-!”

“왁-!”

“커어어어-!”

“크으으-!”

순식간에 복구는 되었지만 충격은 컸다.

뒤로 날려지는 몸을 공중에서 바로 잡고 바닥에 착지했다.

손상의 회복을 확인하고 이를 갈면서 외쳤다.

“으득-! 이……, 이 빌어먹을 자식아.

설마 흑염 권능을 전부 완벽하게 익힌 거냐?”

“크으으으으-! 하필 또 흑염 권능에 당하다니?”

“제길-! 이 불길은 정말 지독해.”

“잘도 이렇게 했겠다.”

네 명의 영원체가 이제 살기까지 뿜어냈지만 느리게 바닥에서 몸을 일으키는 영원체는 가볍게 목을 좌우로 흔들면서 몸을 풀었다.

둑-! 둑-! 우둑-!

전신의 근육과 뼈가 요동치면서 팽창을 시작한다.

거의 3m에 육박하게 커져가는 신체는 다른 영원체들을 아래로 내려다보았다.

“그래-! 진리가 넘겨준 자료를 기초로 다 익혔다.

덕분에 아주 힘들었지.

진리와도 여러 번 대련을 했거든.”

몸이 서서히 커지는 영원체의 눈동자에서는 분노와 살의가 뒤섞여 타오르는 흑염의 그대로 머물러있었다.

“창조주를 결정하는데 겨우 동전 던지기를 하자고?

그래서 내가 맨 마지막 순서로 밀려?

이걸 참아 줄 것 같으냐?

그래도 가급적 평화적으로 동전 던지기로 하려고 했는데 뭐 이번에는 사다리?

내가 그런 쪽에 약하다는 것을 알면서 수작을 부리냐?

이제 무조건 힘으로 직접 싸워보자.

날 속인 너희들을 전부 패 버리고 나 혼자 신청서를 제출하겠다.

이게 내가 흑염권능을 익힌 이유 중에 가장 큰 하나다.

이 치사한 것들아-!”

그 말에 단상을 붙잡고 있던 영원체가 소리를 쳤다.

“내 순서라고 말했지-!

창조주들의 진정한 영웅이 될 내가 바로 자격이 있다.”

“풋~! 영웅 좋아하네.

기존의 질서를 무시하고 제 마음대로 설치는 깡패지.

그래 일단 너부터 박살 내주지.

네 놈 때문에 신청서를 제출할 수 있는 기회조차 못 잡았다.

회의장 주변을 지키면서 1억년, 이제는 단상에서 버티다니?

용서 못한다.”

“하? 네 놈이었냐?

계속 회의장 주변을 몰래 어슬렁거리던 기척이 너였단 말이지?

그 잘난 흑염 권능이 지금의 내게 통할 것 같으냐?

나의 정의는 영원불멸이다.”

“……나도 문제지만 너는 정말 안 되겠다.”

확실하게 적의를 드러낸 두 영원체가 본격적으로 내뿜는 기세가 충돌을 시작했다.

화르르르르르-! 파아아아아아아-!

거센 기류의 폭풍이 일어나서 회의장을 날려버리려고 하자 다른 영원체의 표정이 확 변했다.

회의장과 단상은 바람가에 직접 연결되어 있다.

이런 엉망진창을 진리에게 보이게 되면 이런 개망신도 없었다.

“…….”

‘아니 이 난리가 났으니 이미 보고 있겠군.’

잠시 생각을 하던 영원체들이 눈을 빛내면서 결심을 굳혔다.

“둘 다 제압해.”

“영웅이도 흑염이고 어차피 지성체와 영원체의 개념이며 권능이다.

당장 그 하위 개성을 버리지 못해.”

바로 벌어진 영원체들의 의견충돌과 격돌은 절대계 중앙의 극히 거대한 행성을 뒤흔들었다.

하나 그 행성조차 이 지역의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거대한 용이 항성계 전부를 칭칭 감싸고 있는 모양을 한 여기는 영원체들의 본성이면서 바로 1대 10중심의 신체를 봉인한 팔륜 봉인이었다.

1대 10중심들의 신체가 유일용신제에 의해 해제되고 나서 모든 영원체가 모여서 감시하는 곳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 상황을 주시하고 있던 바람가의 본전에서는 경박한 웃음소리가 울렸다.

“킬킬킬킬킬킬-! 하여간 요즘은 과거 영원체들과 놀면서 지켜보는 재미가 제일 솔솔 하다니까.”

웃음을 터트리는 존재는 바람가의 유모라고까지 불리던 가장 오래된 진리의 혈족이었다.

서로 동등한 존재가 아니라면 사랑은 고사하고 증오의 감정조차 움직이지 않는다.

영원체라면 더했다.

그러니 동격인 영원체들이 서로의 입장만을 주장하면서 싸우는 모습이 흥미진진하지 않을 리가 없다.

덕분에 지금 벌어지는 영원체들의 난투극을 보면서 아주 기쁘게 웃고 있었다.

‘이게 지성체들이 막장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란 것인가?

저기에 나도 직접 가서 참석해야 하는데…….’

슬쩍 몸을 움직였지만 좌우로 흔들릴 뿐 꼼짝도 안한다.

대롱-! 대롱-!

지금 자신도 아주 곤란한 상황이었다.

비밀로 하라던 과거 일을 후손들에게 떠벌린 일을 아신 진리할아버님이 진노하셨다.

덕분에 껍질 속에서 머리만 내놓은 도롱이처럼 봉인줄로 꽁꽁 묶여서 본전 천장에 거꾸로 매달아 버리신 것이다.

여기에 바로 아래에서 단아한 흰색 수련복을 입은 자신의 손자가 가부좌를 틀고 양손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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