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655화 (566/2,000)

30권 31권

조금만 더하면 정말 팔다리를 잡혀 끌려 나갈 분위기였다.

그렇다고 다시 순서를 넘기기에는 이번 주우주의 가치가 너무 컸다.

‘여기저기 놀러 다니기 좋아하는 특이한 바람가의 영원체에게 소식을 들으면 기존의 주우주 창조신들조차 주우주 반납까지 심각하게 고려할지도 모르니 서둘러야 한다.’

어떻게든 겨우 얻은 입장의 우위를 유지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말로 하고 설득을 해도 안 통하니 결국 화가 치밀어 올라서 소리를 쳤다.

“그래서 끝까지 순서를 바꾸어 보겠다고?

또 직접 붙어볼래?

내려오라고?

난 영원히 안 내려가-!

너희들이 단상으로 올라와-!

이 자식들아-!”

영원불멸의 존재라서 거의 감정이 없다.

그런데 거의 이성을 잃을 정도로 분노하여 욕설까지 하면서 화를 냈지만 다른 영원체들의 반응은 거의 없었다.

가지고 있는 영원체의 권능이 거의 수준이 비슷해서 전투자체가 성립이 안 되는 탓이다.

“네가 영원체면 우리도 영원체야.”

“영원체인 우리가 싸워보았자 승부가 날 것 같으냐?

진리라면 모를까 우리는 서로 부상은 물론이고 고통조차 주지 못한다.”

문제는 말로만 이러면 영원히 결론이 나지 않을까 같은데 옆에서 확실한 제안이 들어왔다.

“싸워보았자 소용이 없으니 이번에도 똑같이 다른 주우주 선발처럼 동전을 던져서 결정하자.

상황이 바뀌었으니 다시 서열을 만드는 것이 공정하지.

공중에 던져서 앞이면 이기고 뒷면이면 진다.

이번 주우주는 끝까지 이겨서 남으면 받는 것으로 하자.”

저번에도 이렇게 각자 동전을 끝없이 던져서 뒷면이 나오면 탈락하는 식으로 순서를 정했다.

어처구니없이 보이지만 나름대로 타당한 승부방법이다.

서로 능력이 비슷하면 운이 결정적인 승리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동전던지기로 나를 이긴 영원체들이 전부 빠져나갔으니 승산은 나에게 있다.’

더구나 영원체 수준의 존재가 되면 이런 간단한 측정방법도 마치 운명처럼 작용한다.

만약 진리와 어떤 유리한 승부를 해도 무조건 지는 것이다.

능력과 권능의 차이가 아닌 존재의 차이가 어떤 돌발적인 상황도 제어하기 때문이다.

“좋다-! 이번에도 내가 승자다.

너부터 할 것이냐?”

“제안한 내가 먼저 던지지.”

그런데 제안한 영원체의 손가락 끝에 살짝 어려 있는 검은 불꽃을 본 영원체들이 격렬하게 반응했다.

“너 그거 ‘언제나 동전의 앞면’아니야?”

“당장 그 사기권능 안 치워-!”

1대 흑염의 절대자에게 저 직감의 권능과 절대적인 육체능력의 조합으로 지독하게 당했으니 모를 리가 없다.

극히 은밀하게 발동시켜 숨기려 했지만 자신들은 거의 비슷한 능력을 가졌으니 숨기기도 힘들었다.

그러나 흑염의 ‘언제나 동전의 앞면’을 통한 동전 던지기라는 완벽한 사기를 들켰으면서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고 당당했다.

“이건 내가 익힌 권능이다.

그럼 부정도 사기도 아니지.”

그 말도 맞았다.

주우주의 창조주를 가리는 동전 던지기를 하면서 모든 권능과 신체능력을 동원하여 앞면만 나오게 조절하지 않을 리가 없다.

그리고 경쟁자의 방해도 필수적으로 한다.

그런데 이건 정말 놀랄 일이었다.

영원체는 완전하면서 영원불멸한다.

그 말은 변화나 발전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뜻과 같았다.

더구나 영원체의 권능을 일부 측면에서 초월한 10중심의 권능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아니 어떻게 그걸 익혔어?”

“영원체의 기준조차 초과하는 절대권능을 어떻게 익힐 수가 있지?”

“권능변화가 가능하다니 대단하다.”

조금 치켜세워주자 바로 자부심이 넘치는 목소리로 대답한다.

“흠-! 열심히 노력해서 발전했지.”

“노력과 발전-! 그 힘든 것을 성공했다고?”

영원체들이 모두 감탄하자 이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면서 대놓고 검은 불길을 손가락 끝에 피어 올렸다.

마치 작은 촛불처럼 피어올랐지만 권능의 수준은 거의 완벽했다.

‘미쳐 날뛰는 광기의 상징으로서 통제하기가 극히 곤란한 것이 바로 흑염의 권능이다.’

그런데 저렇게 자유자재로 손끝에만 집중한다는 사실은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 알려주고 있었다.

“후후후후후-! 그때 동전 던지기로 패배하고 이 복수의 순간만을 고대했다.

영원체인 내가 노력했고 발전했도다.

모든 존재들은 나의 뛰어남을 인정해라.

그리고 위대함을 경외하라.

진화를 달성한 나야말로 기념할만한 일천일 번째 주우주의 창조신이 될 만한 존재다.

자아-! 나부터 던지겠다.

얼마든지 덤벼라.”

당장이라도 손가락을 튕기려는 영원체를 보면서 다른 영원체들은 모두 고개를 내저었다.

영원권능에 흑염 권능을 추가했다니 정말 대단하기는 한데 흥분하면서 자랑하는 꼴을 보니 아무래도 영원체같지가 않았다.

‘지금 상황에서 저렇게 나오면 절대로 동전던지기로 결판을 보지 않는다.’

‘지금의 우리가 패배가 확실한 승부를 고집할 리가 없잖아?’

‘진화했다지만 겨우 조금 나아간 정도다.

별 차이 없어.

그런데 우리 전부에게 도발을 해?

이게 뭐하는 짓이야?’

‘광전사인 흑염의 권능을 배우더니 돌았나?

왜 저래?’

‘영원체도 미치는 것이 가능하나?’

‘그게 가능하면 우리가 아직까지 모두 존재하겠나?’

‘더구나 왜 하필 흑염의 권능이야?’

‘저거에 몸이 박살났던 과거가 생각나서 짜증나네.’

전 절대계의 창조주의 긴급요청으로 처음으로 힘을 모은 영원체들은 1대 10중심들에게 철저하게 수도 없는 패배를 당했다.

그 와중에 언제나 선두에 서서 미친 듯이 날뛰던 흑염의 절대자에게 신체를 파괴당하지 않은 영원체는 거의 없다.

영원체의 신체조차 아무런 구분 없이 잡아 뜯어 발기던 흑염의 절대자는 가장 기억이 안 좋은 10중심인 것이다.

‘그러나 지금이라면 결코 그렇게 무력하게 당하지는 않는다.’

‘1대 10중심들에게 단독으로 승리한 진리가 있다.

그리고 그 뒤로 노력하고 열심히 살라고 끝없이 잔소리와 괴롭힘을 당하고 주우주의 창조주를 미끼로 끌려가고 있는 우리지만 과거와는 다르다.’

선택은 이미 나와 있었다.

단상에 올라서 있던 영원체는 더 이상 볼 것도 없다는 듯이 단상부터 바닥을 향해 긴 종이 두루마리를 던졌다.

좌르르르르르르르륵-! 팟-!

수백m를 길게 펴진 두루마리에는 수천 개의 직선이 그어져 있고 맨 위에는 상단위에는 각 영원체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무엇인지 몰라 어리둥절해 하는 영원체들에게 단상의 영원체가 선고했다.

“흑염의 언제나 동전의 앞면은 완벽한 반칙이다.

그래서 지금 상황이 또 바뀌었다.”

단상에서 소리만 지르더니 목소리만 높아져서 아주 잘 들린다.

그 큰 목소리로 쩌렁쩌렁하게 외쳤다.

“공평하게 동전던지기 대신 사다리를 타자.

모두 이리로 모여서 이름 적고 원하는 선을 하나만 동시에 그어.”

나름대로 운의 승부를 결정하는 최종수단을 발동한 것이다.

“이 방법도 괜찮군.”

“좋아. 이번에는 이걸로 해볼까?”

다른 영원체들은 납득했다.

그러나 흑염의 권능을 익힌 영원체는 용납할 수 없었다.

오랜 기간 힘겹게 준비한 필승의 수단이 무효화되려고 하자 분노의 외침이 터져 나왔다.

“이 치사한 놈들아-!

이러고도 네놈들이 영원체냐?

영원불멸의 법칙과 신념은 어떻게 하고 이렇게 막 바꿔?”

당연한 반발이나 누구도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창조주가 먼저 되었다고 으스대는 놈들이 꼴 보기 싫어서 그런다.”

“전원이 받는 이천오백 억년은 너무 길어-!

아니 기다림은 이제 싫다.

얌전하게 순서를 기다리는 것도 자랑하는 그 자식들 때문에 도저히 못 참겠다.”

“다시 승부를 보자.”

모두에게서 투기가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

영원체가 이 정도의 감정변화를 보이는 것도 서로 놀랄 일이지만 주변 전부가 경쟁자이고 적으로 인식하자 기세는 더해간다.

“뭐야-! 또 해보자 이거냐?”

“그러자고.”

“우리가 창조한 신족 아니 지성체와 생명체 모두가 진리의 지침으로 필사적으로 강해지고 번영하려한다.

그걸 편히 보고 있으니 점점 거슬린다.”

영원체는 영원불멸이다.

어떤 권능이나 힘에도 존재 자체를 지울 방법도 없고 영향도 받지 않는다.

일시적으로 타도하거나 봉인한다고 해도 무의미한 일이다.

그런데 절대계에 가득한 활기와 투기가 가득 찬 정기를 마시고 있으니 점점 마음속에서 뜨거운 열정이 치솟았다.

더구나 창조주의 자리가 걸렸으니 망설일 필요가 없다.

서서히 살기마저 치솟는데 어린애가 떼를 쓰는 것 같은 목소리가 울린다.

동전 던지기를 이겨보겠다고 흑염의 권능인 ‘언제나 동전의 앞면’을 익힌 별종의 영원체였다.

“사다리는 반대한다.

나는 동전던지기를 원한다!”

“닥쳐-! 흑염권능을 익힐 노력을 한 너는 넌 차라리 주우주를 직접 만들어.”

“그게 쉬우면 내가 이걸 익혔겠냐?

사다리 반대-! 사다리 반대-!”

말도 안 되는 떼를 쓰는데 이건 뭔가 반응이 아주 이상했다.

아무리 영원체가 진리에 의해 변화하고 있어도 이렇게까지 차이가 나는 개체가 있을 리가 없다.

“네가 이길 것이 당연한 동전 던지기는 안 해-!

방식 변경의 결정은 안 변하니 그만 닥치지 못해.”

“흑염권능에 오염됐나?

지성체들의 유아체처럼 이게 무슨 철없는 짓이냐?

아니 영원체이니 오염되지도 못하지.

그럼 이게 네가 획득한 개성인가?”

하나 역시 말귀가 아예 통하지 않는다.

오히려 바닥에 길게 찢겨진 종이 두루마리를 집어 올렸다.

“사다리 반대-! 사다리 반대-!

이따위는 확 찢어버린다-!”

“!”

단상에서 버티던 영원체가 다급하게 권능을 발동하여 막았다.

이건 자신의 제안을 정면으로 으깨는 선전포고와 같았다.

주변의 영원체도 다급하게 막아섰다.

영원체인 이상 다른 영원체를 무시하는 행동을 하거나 계급을 만들면 안 된다.

서로 원수가 될 행동을 하면 그 기억과 사건은 영겁에 새겨진다.

최악의 경우 정말 전쟁이 나서 절대계가 멸망할 수도 있다.

속 시원하게 결투를 하여 우열을 정하지 않고 이런 장난 같은 운 승부를 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하나 단상에 서 있는 영원체의 말투는 험악하기 짝이 없었다.

“너 그 종이 곱게 안 내려놔-!

여기서 그러면 매장해버린다.”

잘못하면 정말 전투가 벌어질 것 같은 분위기에 재빨리 진압에 들어갔다.

“팔 잡아.”

“다리는 잡았다.”

“입도 막아-!”

“읍읍-!”

다른 영원체들에게 팔다리를 잡혀서 바닥에 깔리고 입까지 막힌 흑염권능을 익힌 영원체가 버둥거린다.

그 모습을 보면서 단상에 있는 영원체가 통쾌하게 외쳤다.

“꼴좋다.

이게 바로 정의다.

네가 밖에서 영원체라는 사실만으로 존경받지 여기서도 그런 줄 알아?

너희들도 정당하게 내가 만든 종이에 손대기만 해봐라.

가만 안 둔다.”

단상에 선 영원체가 자신의 편을 들은 주변까지 험악하게 협박하자 다른 영원체의 반응도 더욱 거셌다.

영원체에게 협박이 통할 리가 없는데 자꾸 이런 시도를 하는 개체들이 나오니 짜증이 나는 것이다.

무엇보다 단상에 올라서 내려 보고 있는 것 자체가 마음에 걸렸다.

아니 넘어갈 수 없었다.

“너도 단상에서 내려와-!

거긴 진리의 자리다.

우리 중 누가 거기 서 있으라고 허락했나?

어딜 감히 멋대로 올라가서 우리를 내려다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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