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권 31권
자신들조차 하위신들에게 절대로 가진 권능이나 지식은 나누지 않았다.
힘과 권능이란 숨겨질수록 더 큰 위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모두 개방한다는 의미는 결코 할 수 없는 희생이었다.
차원의 마도신의 스물여섯 쌍의 빛의 날개가 활짝 펴지면서 신위를 발휘한다.
우우우우웅-!
그 빛 속에서 머리 위의 12겹의 마력의 원이 증폭되면서 지옥 전체를 삼킬 기세로 퍼져간다.
거의 마무리 되어가는 악령들의 정화에 정신없이 목검을 휘두르던 하급신들이 돌발 사태에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보았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한 마력과 신력이 발동되어 악령들을 덮치며 지옥의 중앙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환영처럼 수없는 행성의 잔영이 지옥의 중앙부에 몰려들기 시작한다.
“지금 우리의 힘, 세력이 전부 진리가 아무 대가없이 개방한 10중심의 지식과 권능에게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지금도 바로 겉에서 아무런 대가없이 가르치고 이끈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을까?
세상이 괴롭고 힘들수록 대응할 수 있는 힘을 준 진리에 대한 고마움은 커져만 간다.
물론 영원한 발전은 너무나 가혹하고 주위의 반발을 산다.
그래서 대부분 공개를 하지 않지만 진리를 지지하는 존재는 어디든지 있다.
이 길이 괴롭고 힘들다 하지만 대가 역시 그만큼 크기에 진리를 위해 목숨을 걸 존재가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그들에게 걸리면 진리에게 반말을 하되 극도의 공경심을 갖추어라.
그렇지 않으면 이유조차 모르고 처분될 것이다.
이계에 돌아가서 만약 진리에게 반말을 하면 내가 반드시 처벌하겠다.”
이계의 창조신들은 마음속에 뭔가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허계의 존재들이 이상하게 창조주인 진리에게 반말을 한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어떤 마음으로 그렇게 하면서 받아들이고 있는지는 생각해본 적은 없다.
아니 신족이라면 창조주에 대한 극도의 충성심은 당연했는데 너무나 경솔했던 것이다.
사죄의 뜻으로 깊숙하게 고개를 숙인 이계의 창조신들에게 차원의 마도신은 담담하게 말했다.
“만약 진리가 없거나 인정했다면 이계는 이미 절대계의 10중심 아니 주우주의 창조주 중 한 분에 의해 접수되었을 것이다.
진리와 경쟁하기를 원하는 그 분들이 영역을 넓힐 기회를 놓치실 리가 없다.
그러나 진리가 허락하지 않기에 무사한 것이다.
진리에게 감사하고 고마워하라.”
근원의 길잡이를 쥔 손에 힘을 주는지 힘줄과 함께 관절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우두두두두둑-!
“잘 보아라.
이것이 진리가 다스리는 세계의 창조신의 힘이다.”
슈가가각-!
그리고 가볍게 손목만을 튕겨 날려 보낸 근원의 길잡이는 변화를 시작했다.
파멸유혼검을 감싸고 있던 황금빛의 금속 줄과 검은빛의 금속 줄이 풀리면서 마치 날개처럼 펼쳐진다.
목표는 바로 악령들이 토해내서 뭉쳐지고 있는 정기와 자신의 마력에 밀려서 응축되듯이 모여들고 있는 중앙이었다.
중앙에 도착한 근원의 길잡이가 빛과 암흑의 금속줄기에 발산되는 신력과 마력을 펴서 그대로 악령의 잔여세력을 통째로 집어삼켰다.
쫘아아아아아아아-!
막 결집하려던 악령들이 산산조각되어서 분쇄를 시작한다.
위기에 몰리자 지성체 특유의 단합현상이 일어나기 직전이었다.
‘조금 위험했다.
역시 하급신만으로는 위험하군.’
본래 마지막까지 맡기려고 했는데 악령들의 군세가 결집하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창조신계에서의 악령들이 저렇게 밀리다 조가 넘는 출력으로 최후로 반격을 했다는 것도 생각을 한 것이다.
그 위력이면 하급신들이면 일부가 당할 수도 있기에 바로 차단했다.
“어떤 반항도 용납 못한다.
지옥 전멸세계(地獄 全滅世界).”
파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이미 거의 정리가 완료되었기에 많은 위력은 필요가 없었다.
최소로 폭발을 억제하고 정밀성을 극대화하여 발동시킨 전멸세계는 훌륭하게 임무를 수행한다.
악령과 하급신들이 얽혀서 싸우고 있었지만 하급신에게는 약간의 피해조차 가지 않았다.
행성들의 폭발위력이 전투를 벌이며 섞여있던 하급신들을 전부 피하고 악령만을 공격해낸 것이다.
차원의 마도신의 얼굴에 저절로 희열이 떠올랐다.
‘드디어 광역파괴권능을 발동하면서 적과 아군을 완벽하게 구분하여 피해조절이 가능해졌다.’
광역권능의 가장 큰 문제점인 적과 아군을 구분하지 않고 피해를 준다는 약점을 극복하는 순간이었다.
꽈르르르르르르르릉-!
지옥을 뒤흔드는 폭발과 굉음 속에서 악령들이 통째로 증발한다.
그리고 정기도 순식간에 불순물을 완전히 잃고서 황홀한 빛을 토하면서 바닥에 비처럼 내리기 시작했다.
숨이 막힐 것 같은 완벽한 순도의 정기의 폭우 속에서 하급신들은 정신을 차리기 힘들 정도였다.
그런 혼란한 와중에서도 한껏 신력과 신격을 높인 차원의 마도신의 신언이 울려 퍼져나간다.
“진리와 바람가에서 만든 일천 개의 주우주에서 서로 경쟁하시는 창조주님들은 이제 과거의 영원체가 아니시다.
이제 영원체님들도 진리의 영원의 행복과 발전을 위해 매진하신다.
진화하는 창조주님들을 경배하고 강함을 찬양하라.”
“세계를 만드신 창조주님을 찬양하고 경배하라.”
지옥에 또다시 빛나는 정기의 비가 내린다.
그 속에서 창조주의 위대함과 영광을 찬양하는 신족들의 목소리는 갈수록 커져갔다.
* * *
이렇게 신족에게 절대적인 경배를 받는 창조주가 되는 영원체들은 지금 난장판이었다.
주우주 창조주가 아닌 일반 신분인 영원체들 이천 명이 전부 모여서 회의를 하는데 서로 의견이 맞지 않아 고함을 치고 전투까지 벌일 기세였다.
그래도 영원체로서 최후의 질서와 품위를 지키기 위해 의자에 앉아는 있지만 살벌한 분위기였다.
그런 와중에 단상을 점거하며 버티던 영원체가 격렬한 어조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있었다.
하늘높이 쌓인 서류철이 단상에 올려 져서 진리에게 처리되는 것을 몸으로 막고서 말이다.
그 서류철에는 이렇게 제목이 적혀있었다.
‘주우주 창조주 신청서.’
단상에 선 영원체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이번 주우주는 내 차례다-!
저번에 그렇게 결정 했잖아?
잘들 질서를 지키면서 참다가 갑자기 왜들 이래?”
이건 불법이고 편법이며 새치기였다.
이미 신청서를 가장 먼저 제출한 자신의 입장으로서는 눈앞에 쌓여있는 서류들을 당장 모두 날려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만약 찢었다가는 몰매를 맞을 분위기라서 못했지만 단상에 몸을 던져 제출되는 것만은 겨우 막았다.
그리고 끝없이 말을 하면서 버티고 있지만 결론이 반대로 나오려 한다.
“당장 단상에서 내려와-!”
“네가 무슨 권리로 신청서 제출까지 막아?”
“또 주우주가 생길 때마다 이렇게 싸울 생각인가?
나는 평화적으로 결정한 순서를 지키기를 요구한다.”
창조주 신청서 제출이 아예 막힌 영원체들이 험악하게 협박을 했지만 단상을 점거한 영원체도 필사적이었다.
진리가 주우주의 창조주 자리를 놓고 자꾸 영원체들을 경쟁시키고 싸움을 붙였다.
처음에는 악착같이 싸웠지만 결국 못 견디고 서로 담합해서 순서를 정했다.
덕분에 얼마동안 과거처럼 잘 지내고 평화스러웠지만 문제가 또 생겼다.
순서를 정말 오래 기다려야 했다.
정해진 기다림이 주는 지루함이 전투의 고통보다 더욱 크게 느껴져만 갔다.
‘그래도 500억년 만에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엄청나게 기뻐하면서 1억년을 하루처럼 기다려왔다.
숙소조차 진리에게 정식으로 건의하는 회의소 근처로 옮길 정도였다.
그런데 갑자기 과거의 협의는 전부 무효라고 영원체들 모두가 창조주 신청서를 들고 여기로 몰려 온 것이다.
일천일번 째 주우주의 완공이 가까워졌다는 정보를 듣고 혹시나 해서 아예 회의장에서 상주하지 않았으면 당했을지도 몰랐다.
‘진리에게 보내는 단상을 점거하고 제출자체를 막지 않으면 정말 초기처럼 지독하게 서로 싸워 승부를 내야한다.
그리고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데 그 꼴을 당할까?
절대 못 비킨다.’
힘이 강하다고 창조주와 영원체들을 무시하면서 패악을 부리던 1대 10중심들을 통쾌하게 똑같이 힘으로 제압한 진리가 절대계 창조주로 있는 것은 불만이 없었다.
절반만 영원체라는 것은 조금 걸리지만 순수한 영원체를 초월한 경지에 도달했다는 사실을 1대 10중심 전부와 단독결투를 벌려서 승리함으로서 직접 증명했다.
명분도 1대 10중심을 쓰러트려 다시 영원체에게 창조주의 자리를 되돌린 공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리고 그 이후에 절대계와 비슷한 규모의 주우주까지 영원체에게 전부 선물로 나누어 준다고 하니 오히려 적극 환영했다.
모두 바라던 창조주가 될 수 있으니 아주 좋아진 것이다.
다만 일억 년에 하나씩이라는 아주 작은 문제만 제외하고 말이다.
‘전원에게 주우주를 한꺼번에 주는 것이 아니라 제조기간과 정기수급 문제로 일억 년에 한 개만 제공한다는 제한사항이 문제였다.’
최악의 경우 삼천억년 후에나 받는다는 뜻이다.
영원체의 시간감각으로도 무시무시하게 긴 세월이었다.
진리는 간단하게 가장 우수한 영원체부터 먼저 받으라고 했지만 그것이 쉬운 문제가 아니다.
‘영원체는 단 한 번도 서열이나 능력 경쟁을 해본 적이 없어.
과거 절대계의 창조주를 정할 때도 그게 뭔지 몰라서 귀찮다고 그냥 넘어갔지.’
유일하게 욕심을 낼만한 창조주의 자리도 가장 나서기 좋아하는 개체가 끝까지 버티어서 대표를 맡았다.
‘창조주의 자리가 모든 생명체, 지성체, 정신체의 추앙을 받으며 영원권능조차 발전시키는 자리임을 알았으면 절대 그대로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
그 이후는 기회조차 없었다.
완벽한 존재이며 같은 영원불멸의 권능을 가졌기에 경쟁이나 전투 자체가 무의미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창조주의 자리는 하나인데 하고자 하는 영원체는 삼천 명이 넘으니 대부분 포기하고 별 고민도 안했다.
‘창조주 외에는 영원체는 권능도 직위도 거의 같다.
어지간한 일에는 반응조차 하지 않는 영원체라고 하지만 가장 우수한 영원체가 창조주가 먼저 되라고 하니 양보가 없었지.’
진리가 무엇을 바라고 이렇게 했는지 의도는 모두 알고 있다.
영원체의 변화와 진화를 원한 것이다.
그리고 공개적으로 공표는 안했지만 모두들 이미 영원체들의 대표, 아니 왕으로 인정하는 진리였고 영원체에게 나쁜 일도 아니었다.
이 방침은 지배자로서 아주 공정했다.
‘진리가 바라는 영원한 행복을 위한 가장 기초인 강자우선의 원칙을 어길 수는 없었지.’
그러니 어쩔 수 없이 마치 정신체, 아니 저급한 지성체처럼 살벌한 토론과 결국 무식한 힘겨루기까지 벌어졌다.
그러다 비록 창조주의 자리는 넘겨주었지만 그래도 나름 세력과 많은 경험이 있던 전 창조주가 첫 번째 주우주를 결국 가져갔다.
또 기회를 놓쳤으니 그 다음부터는 그야말로 원수처럼 치열하게 싸웠다.
하나 거의 권능과 능력의 차이가 없으니 결판은 쉽게 나지 않고 영원체라도 힘든 손해를 입게 되었다.
힘으로는 결판이 안 나니 갈수록 험악해지고 치사한 방법까지 총동원해서 창조주가 될 권리를 다투었다.
영원체들이 처음 겪을 정도로 악전고투의 내전을 벗어난 것이 바로 진리가 모르게 한 담합이었다.
힘이나 머리로는 아무리 해도 승부가 안 나자 서로 모여서 운으로 순서를 정한 것이다.
‘물론 진리도 알고 있겠지만 눈 감아 주고 있지.
어차피 이런 담합조차 진리가 원한 영원체의 발전과정 중의 하나니까.’
자신이 바로 그 담합으로 정해진 이번에 주우주를 받을 차례였다.
‘오백억년을 이순간만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래서 창조주 신청서 제출 자체가 막혀서 살기를 풀풀 날리는 이천 명의 영원체를 상대로 약속을 지키라면서 버티고 있을 수 있는 것이다.
하나 이런 정당한 요구를 영원체들은 가차 없이 거부했다.
“그건 무효다.”
“뭐가 어째?
내 순서가 맞잖아!”
“일반적인 주우주면 그렇게 하겠는데 이번에는 특별한 주우주다.
모든 바람가의 혈족이 합심하고 진리가 중간검수까지 한다고 했다.
그러면 그 수준은 절대계와 비견될 정도일 것이다.
그리고 차원공통원소라고 하던가?
모든 세계를 관통하는 주우주라면 이제까지와 수준이 너무 다르다.
과거의 협의는 무효를 선언하고 다시 공정하게 선출해야 한다.”
그 말에 저절로 인상이 확 일그러졌다.
회의장 근처에 상주하는 자신에게 찾아와서 좋은 것이 생겼다고 주절거리던 바람가의 오리진이 한 말과 똑같았다.
그렇게 더 좋은 주우주라니 횡재라고 좋아하면서 혹시나 하고 아예 회의장에 들어와 있게 되었다.
그런데 그 사실을 자신에게만 말한 것이 아닌 모양이었다.
‘얼마 전에 바람가의 오리진이 한 명 와서 엄청나게 자랑을 했는데 그것이 다 퍼졌군.
그 입이 가벼운 자식-!
도대체 얼마나 떠벌리면서 돌아다닌 거냐?’
“그러니 당연히 무효다.
일반적인 주우주를 제작하면 순서를 인정할 테니 당장 물러나라-!”
단상 밑의 영원체들이 이동구성으로 ‘옳소!’ 하면서 소리치자 결국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쉽게 보물을 얻기는 글렀다는 사실을 말이다.
자신도 그 정보를 듣자마자 바로 여기로 달려와서 지키고 있었을 정도로 탐이 났었으니 곱게 넘어가기는 글렀다.
‘제길-! 틀렸다.’
영원체인 자신이 이렇게 욕심이 난다는 사실이 신기하기조차 했지만 이제 그 감정을 분석할 여력이 없었다.
영원체들이 밑의 의자에 앉아서 소리치는 것이 점점 기세를 더해가고 있었다.
“당장 단상에서 끌어내-!”
“어디서 이상한 것을 배웠어.”
“영원체가 이게 무슨 짓이야?”
“우리가 이러는 것을 신족들이 알면 뭐라고 할 것 같아?”
“이딴 우스운 짓은 당장 그만두지 못해.”
=============================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