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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의 성도 최고위 창조신성을 품은 이 차원신계는 마치 주인이 없는 보물과 같아서 탐이 났다.
신계지배에는 전혀 관심 없는 차원의 마도신을 잘 구슬려서 가급적 곱게 넘겨받고 싶었지만 여기 전력이 만만치가 않았다.
직접 신계 전력을 시험해 보고는 바로 포기했다.
의외로 굉장히 강력한 신계였다.
‘과거의 강력함을 되찾은 전율의 진군도 그렇고 여주신들도 굉장히 강력하네.’
그런 여주신들과 막상막하로 대립하고 있는 정령주신들도 부담이다.
여기에 계파까지 형성되어 있어서 신계주신이 된다고 해도 절대적인 통제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
이런 상황이라면 아무리 전능신족이라지만 상급 여주신 한 명과 겨우 신력을 회복한 여주신 몇 명만을 데리고 다스릴 수 있는 신계는 절대로 아니었다.
‘무엇보다 여기 주신들의 성향이 전부 지독할 정도의 독종들이라서 시작하면 결코 쉽게 끝나지 않아.’
전능일족의 명운을 걸고 도박을 걸지 않으면 이길 수 없어.
오리진인 내가 그럴 수는 없지.’
드러난 전력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신계주신대리인 가이아나도 정확한 위치를 모르는 신계주신의 주신급으로 이루어진 직속세력과 차원신계 내에서도 점점 금지가 되어가는 주신전이 가장 위험했다.
과거 500주우주 오리진들이 눈에 불을 켜고 출입자를 통제하는데 접근조차 할 수 없었다.
비록 정령계 전투에서 허무하게 죽었지만 500주우주의 오리진들이 이백 명이 넘으니 이제 만만치가 않았다.
‘주신전 주변에 무엇이 있는지 예측불가야.’
직접 확인한 전력만 해도 부활된 거신족 주신 열두 체와 거신족 일천여명이 있다.
거기에 비록 하급신이지만 일백만 가량이 배치되어 있다.
그리고 주신전 허공에서 새로 편입된 기계 여주신들이 전력으로 제작을 시작한 거대한 포대 같기도 하고 큰 배 같은 물체도 굉장히 신경이 쓰였다.
그렇다고 가이아나가 직접 신계자아에게 문의해도 신계주신에게 관련된 사항은 모두 비밀로 접근금지였다.
아니 최고위 창조신계의 신계주신대리로는 신격이 낮다고 상대를 안 해주려 하고 있었다.
‘하여간 파악하기 힘든 골치 아픈 신계라니까.’
그런데 전지의 성의 의도에 전능의 휘가 단호하게 말했다.
“안 돼. 차원의 마도신의 능력이 왜인지 모르지만 급상승했다.
나와 동급의 중급 창조신과 일반 창조신 열 명이 얼마 못 견디고 쓰러졌어.
덕분에 현재 차원의 마도신은 상급 창조신 대우이지.
그리고 지옥구원계획의 성공으로 창조신장님께서 창조신계의 원탁에 앉는 것을 허락하셨다.
비록 말석이겠지만 정식 직위이다.
그런 중요한 창조신의 신계에 마신족이 개입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어.
신계를 점령할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바로 신계에서 물러나라.
이건 같은 전능일족의 오리진으로서 정중한 충고다.
그리고 모든 창조신들의 경고다.
이제 나도 더 이상은 막을 수 없다.”
같은 오리진으로서 거의 평생을 동지처럼 살아온 전능의 휘의 얼굴이 무섭게 굳어있었다.
그리고 입에서 나온 말은 냉엄했다.
“!”
“!”
분명 전능일족에 도움이 되는 일인데 갑자기 같은 일족의 오리진이 반대로 돌아서자 깜짝 놀란 눈빛이 된 전지의 성과 가이아나였다.
‘상황이 바뀌었다.’
‘창조신계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보네요.’
이제까지 방치하거나 가진 보물이 탐난다고 도발만 당하던 차원의 신계와 차원의 마도신의 평가가 급상승했다는 점을 느낀 것이다.
확인을 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서로 물어뜯기 바쁜 창조신들이 모처럼 합심해서 아주 단호하네.
지옥 구원계획의 성공 때문일까나?”
“그래. 모든 창조신들은 자신들의 신계 지옥에서 최소 오백억 이상을 회수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일시적이겠지만 당분간 정기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 큰 물량이지.”
“그것만이 아닐 텐데?
이 기회에 지옥을 축소하거나 아예 없앨 작정일까나?”
전지의 성의 눈빛이 날카로워지자 전능의 휘도 멈칫했다.
하도 주변 창조신들의 압박이 심해서 강하게 밀어붙였는데 바로 핵심을 물고 늘어진다.
창조신들은 그동안 효과적인 방법이 없어 내버려두던 지옥의 악령들에게서 비교적 쉽게 정기를 추출하는 해결방식을 전부 알았다.
‘파멸유혼검이 필요하다는 제한이 있지만 가만히 있을 이유가 없지.’
진리는 499주우주의 공동 창조주다.
덕분에 신계에서 뛰어나다고 평가받은 존재들은 거의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영웅신인 자신과 성마신인 전지의 성도 정식으로 임관되자마자 바로 받아서 가지고 있었다.
‘설마 불살의 권능을 가진 파멸유혼검에 그런 효과가 있을 줄은 몰랐다.’
단지 강함을 증명하는 기념품처럼 여겨지던 파멸유혼검의 가치가 급상승했다.
그래서 지금 자신의 것도 찾아서 지옥구원계획의 시행을 점검하고 담당자를 만들고 있었다.
비록 가진 숫자는 한 자루지만 겨우 일백 남짓한 정기를 가진 지성체들의 악령들이 상대였다.
하위신이면 충분한데 창조신들이 직접 나설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미 빠르게 시작한 창조신계도 있어서 꾸준히 정기를 회수 중이라는 소문이었다.
‘신력에 악영향을 주는 지옥에 장기 거주도 문제가 아니다.
파멸유혼검을 하급신들에게 쥐어 주고 순환식으로 운영하면 충분히 처리가 가능하다.
지옥에서 벌어들일 정기면 더 이상 창조신계에서 굴욕을 참고 일할 필요가 없다.’
지옥에서 장기간 버틸 정도의 강력한 악령을 쓰러트리면 일반 영혼 일백 명 정도의 정기가 생긴다.
그리고 그동안 지옥에 누적되어온 악령들의 수는 거의 수백억이 넘었다.
비록 강제 정기추출과정과 응축에서 수백분의 일로 줄겠지만 엄청난 정기를 확보할 수 있었다.
‘이건 마치 쓰레기 산에서 보물을 캐는 식이다.’
덕분에 파멸유혼검을 가진 신계주신을 모신 신계는 지금 축제 분위기였다.
한 자루 밖에 없으니 하루에 일만 정도로 얼마 처리 못하지만 그것만도 엄청난 정기였다.
덕분에 자신만의 신계를 가지지 못하고 유랑하고 있던 파멸유혼검을 가진 강자들이 여기저기 임관권유까지 받고 있었다.
이래저래 현재 모든 신계가 이번 일로 차원의 마도신에 대한 기대가 아주 커졌다.
자신도 이 흐름에 동참해야 했다.
‘어떻게든 정기를 더 확보해서 세력과 주신들을 증가시켜야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가지고 있는 주신성을 발전시켜 운영하는 독자노선을 타야했다.
추가적인 정기를 얻으려고 창조신계에서 하급 직위를 받아서 당한 설움을 또 겪을 수 없었다.
“그래. 지옥이 점유하고 있는 공간과 행성의 영혼부족 문제만 해결되면 지금보다 더한 번영을 이룰 수 있다.”
이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지옥에 있는 악령들도 결국 하나의 지성체가 될 수 있는 고위로 승격한 영혼들이다.
그런데 순환을 하지 않고 자신이 쌓아온 정기가 아깝다고 버틴다.
그 수가 늘어만 가니 당연히 행성의 지성체가 될 만한 고위 영혼의 숫자가 부족해질 수밖에 없었다.
‘동식물에 사용되는 하위영혼이면 만들기는 손쉽다.
하나 지성체 수준의 고위 영혼창조는 아무리 신족이라고 해도 막대한 부담이 된다.’
대부분 신족이 하위영혼을 대량으로 만들어 행성에 뿌리면 약육강식의 발전과정을 거쳐서 고위영혼으로 진화한다.
그런데 막상 그렇게 힘들게 진화하고 나면 지옥으로 가는 영혼들이 반드시 늘어난다.
발전에 필요한 경쟁을 저열한 자기만족과 쾌락의 수단으로 받아들이는 악령들이 증가하는 것이다.
이것은 지성체들의 영혼의 수준이 높아질수록 비율이 증가하고 결국 인구증가가 감소될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이유였다.
‘수백만 자루의 파멸유혼검을 가지고 있는 차원의 마도신에게 요청하여 지옥의 정리를 단번에 끝낸다.
그리고 악령이 부지런히 생길 때마다 파멸유혼검으로 바로 처리하면 지옥을 꼭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뜻도 되지.’
이번 지옥구원계획으로 지옥이 차지한 엄청난 공간을 온전히 신계에 넘길 수 있다.
엄청난 여유 공간을 마련하고 행성에 대량의 고위영혼까지 마련할 수 있으니 견제에서 일단 무조건 보호로 인식이 바뀐 것이다.
그러나 마신족이자 성마신인 전지의 성의 눈빛이 한없이 날카로워졌다.
변화와 번영에는 희생이 따른다.
주우주 지배세력이라는 신족의 번영은 무수한 경쟁자들을 이기고 그들의 장점과 세력을 흡수한 결과다.
그 결과 신족고유의 회복능력과 창조능력을 진화시킴으로써 얻어졌다.
그리고 이번에는 지옥과 악령이 그 희생대상이 되었다.
“도움이 안 되는 악령에게는 이제 지옥에서 뉘우칠 시간과 공간조차 아깝다는 뜻이군.
참 자비로운 빛의 신족이야.”
전지의 성의 폐부를 찌르는 말에 침묵하는 전능의 휘였다.
그리고 한참 후에 가까스로 말을 이었다.
“우리도 살아야 하니까.”
뭔가 수많은 감정이 얽혀있는 대답에 전지의 성과 가이아나, 아니 전율의 진군조차 말문을 잃었다.
영웅신으로서 승승장구하면서 패배를 모르던 전능의 휘가 창조신계에 오른 지 겨우 한 달 만에 극도로 피곤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보아하니 전투가 아닌 정신적인 피로였다.
생각만 해도 지극히 진절머리가 난다는 표정으로 말을 이어가는 전능의 휘였다.
“창조신계에서 창조신으로 직접 일해 보니 주신계에서 바라만 볼 때와는 천지차이다.
악령들에게 스스로 회개할 기회를 주고 기다려주기에는 너무나 임무가 무거워.
주신계에서 영웅신이라고 칭송받던 나도 창조신계에서는 단지 조금 우수한 창조신에 불과했어.
그리고 세력과 직위에 밀려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이 따르기만 해야 하지.
이제 나는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창조력의 수련과 신계의 부흥에 전념하겠다.
지옥을 정리하면 운영정기는 충분할 것 같으니 만족할 만한 성과가 나올 때까지 외부의 개입을 하지 않을 생각이다.
그동안 잘 부탁한다.
오랜 동지여.”
“…….”
그 말과 함께 화면이 흐려지면서 전능의 휘의 마지막 남기는 말이 들려왔다.
“전지의 성이여. 마신족도 경쟁이 심하다고 들었다.
아니 신족처럼 세력이나 정치 싸움 따위는 하지 않고 서로 죽고 죽이는 결투의 연속이라지?
차라리 그게 낫다.
이건 상대도 안 되는 것들이 말들이 너무 많아.
하나 어떤 경우에도 지지 않는다.
나야말로 전능의 휘. 불가해의 팔시조를 익힌 전능일족의 영웅신이다.”
마치 자신에게 다짐하는 듯한 말과 함께 통신이 끊기자 전지의 성이 골치가 아프다는 듯이 이마를 손으로 대었다.
초심으로 돌아가 폐관수련 어쩌고 하지만 결국 창조신계로 출근 안 하겠다는 뜻이었다.
창조신계에서 받은 직위를 내팽개치고, 본인의 신계의 운영정기는 지옥을 털어서 만들고 말이다.
‘말은 그럴듯하지만 결국 힘든 회사 다니기 싫어서 때려 치고 집에 틀어박혀 자본과 기술도 없이 사업 구상한다고 설치는 못난 가장 꼴이네.’
당연히 그러면 망하게 된다.
자본이나 특별한 방법이 없는 사업이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그리고 저렇게 힘겨워하는 반응을 보아하니 창조신계에서 무슨 일을 겪었는지 알만했다.
‘보아하니 엄청나게 당했군.
전능의 휘는 수련과 전투만 했던 순수한 투신이니 더 견디기 힘들었겠어.’
여주신들의 회복이 순조로워서 먼 미래를 위해 창조신계의 분위기를 약간 조사해보니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모를 정도로 심각했다.
용케도 차원의 마도신은 걸리지 않고 잘 빠져나온 모양이지만 창조신계의 입문은 가혹한 신고식부터 시작해서 절차가 엄청나게 복잡하고 까다로웠던 것이다.
더 자세한 상황을 알아보고 기가 막혔다.
창조신계의 조기적응을 위한 교육목적 만이 아니었다.
‘신입을 군기 잡는 이유도 있지만 위협이 될 경쟁자를 제거하기 위해서였지.
멍청하거나 손댈 수 없는 문제아가 아니라면 견디기 힘들 정도로 심하게 군다고 했어.
유능할수록 더 견디기 힘들도록 말이지.’
특히 모범적인 오리진이며 영웅신으로 유명했던 전능의 휘였다면 더욱 정도가 심했을 것이다.
‘하나도 아니고 여럿이서 달라붙어서 난리를 쳤겠지.’
실제로 싸우면 한 주먹도 안 되는 것들이 거들먹거리며 트집을 잡고 이래라 저래라 했으니 얼마나 속으로 괴로워했는지 눈에 보일 듯했다.
오리진만 아니었으면 멱살을 잡고 박살을 내었을 것이다.
‘대신족과 혼자 싸워도 저렇게 기가 죽지는 않았는데 심각하네.’
승승장구하다가 장점을 발휘할 기회조차 받지 못하고 꺾였으니 타격이 더 커보였다.
그러나 아무리 힘들어도 창조신이자 오리진이 창조신계에서 못 버티고 신계에만 틀어박혀 지내면 당연히 일족에게 엄청나게 악영향이 온다.
개인과 오리진의 입장은 가진 권리의 차이만큼 책임도 비교할 수 없다.
개인이 잘못하면 본인만 책임지면 끝나지만 오리진의 문제는 일족 전체가 감당해야 한다.
그래서 더 이를 악물고 버틴 모양인데 한 달이 한계였던 모양이다.
‘아무리 그래도 오리진이면서 대놓고 신계에 틀어박히겠다고 선언하다니 무슨 생각이지?
이제 순순히 자기 발로는 안 갈 것 같아.’
이건 또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고민이 깊어지는데 누군가 신전 문을 부서져라 두들긴다.
꽝-! 꽝-! 꽝-!
여기는 가이아나의 개인신전이고 직위는 신계주신대리이기에 신계 서열 2위다.
감히 저렇게 무례하게 행동할 수 있는 신은 신계주신을 제외하면 신계에는 없었다.
각 계파의 수장들도 당장 탄핵당할 일인 것이다.
그런데 저렇게 나온다면 엄청난 사건이 터졌다는 일이었다.
‘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이지?’
‘이 놈의 신계는 한 달이 평화의 한계인 모양이야.’
‘아닌데요.
신계는 아무 이상 없어요.’
가이아나가 의아해하면서 문을 열어주자 지식의 주신이 튀어 들어오면서 다짜고짜 외쳤다.
“가이아나님-! 지옥문-! 지옥문이 열렸습니다.”
“예? 지옥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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