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644화 (555/2,000)

30권 31권

뭔가 이상하게 계획이 통보된 모양이었다.

자신이 하려는 대량의 정기를 벌어들이는 사업은 결코 자비와는 거리가 멀었다.

부정정기 치환(不正精氣 置換)은 말 그대로 흑(黑)을 백(白)으로 바꾼다는 뜻이다.

그 과정이 결코 순탄할 리가 없다.

‘아니 신족이 보기에는 잔혹하다.

치환 과정도 상세하게 보고를 드렸는데 왜 이런 말이 나오지?’

창조신장님과 최고위 창조신들에게 철저하게 무력으로 치환한다고 보고했다.

신계에는 행성에 사는 모든 지성체의 영혼이 정기를 품은 채 모인다.

신족에게 도움이 될 정기를 품은 영혼들은 바로 재처리를 하여 다시 지성체로 환생시킨다.

특별히 신계에 기여가 높다라면 천족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부정정기를 품은 영혼들은 용서 없이 추출되고 하위생명체의 영혼으로 재활용한다.

문제는 일반적인 권능으로는 강제 추출이 안 될 정도로 지독하게 오염된 정기와 영혼을 가진 악령들이 문제다.

지옥에서조차 부정정기를 끝까지 끌어안고 버티는 악령들의 적체해소를 위해 말소시키고 정기를 추출하는데 동의를 하셨다.

그런데 갑자기 이런 자비라는 단어가 나오니 의아한 것이다.

‘이미 미쳐 버린 악령이라서 대화도 안 통하는데 무슨 자비인가?

지옥에 갇혀 서로를 끝없이 괴롭히면서도 정기를 품은 채 버티는 저 악령들은 어떤 자비로운 신의 권능도 통할 대상이 아니다.’

개체라면 우스운 수준이지만 몇 조가 넘는 악령들이 뭉쳐 있으니 엄청난 악영향이 발생한다.

일반적인 관리신들로는 감당이 안 되어서 신족으로 전향한 마신족에게 맡길 정도다.

하지만 고위의 창조신들이 나서면 바로 해결이 된다.

결국 언제인가는 집행될 처분을 기다리면서 지옥에 쌓여만 갔다.

그리고 다른 신계도 똑같은 상황이라서 끝없이 축적되어 갔지만 누구도 손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높으신 창조신들이 일일이 지성체의 악령들을 손봐줄 리가 없지.’

더구나 비록 지성체의 악령에 불과하지만 엄청난 수가 모이니 들어가는 수고가 어마어마해서 창조신들도 모두 외면했다.

‘그래서 나에게까지 순서가 온 것이다.

500억년동안 각 신계의 지옥에 쌓인 부정정기의 양은 상상을 초월한다.

잘하면 창조신계에서만 100조 이상을 뽑아낼 수 있다.

그것도 수고비와 발언권을 받으면서 말이다.’

이건 결코 놓칠 수 없는 엄청난 이권이 걸린 사업이었다.

다만 워낙 질이 안 좋은 악령이 상대다 보니 자비와는 거리가 먼 방식이 문제였다.

“뭐가 자비냐?

나는 부정정기 치환(不正精氣 置換)으로 왔다.

뭔가 착각한 것이 아닌가?”

“예? 지옥 구원계획(地獄 救援計劃)이지 않습니까?

지옥에 빠져도 장기간 정화되지 않고 버티는 지성체들의 불쌍한 영혼을 직접 설득하고 인도하기 위해서 고위 창조신님들이 내려오신다고 통보를 받았습니다.

저 지옥 속에서조차 악령들이 줄어들 생각은 하지 않고 계속 늘어나기만 하니 저장 공간을 추가적으로 확보하는 것도 아주 큰 문제였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였습니다.

저희로서는 당연히 이렇게 반길 수밖에 없습니다.”

“…….”

그 말에 잠시 멍해진 차원의 마도신과 최고위 창조신들이었다.

지성체의 악령을 구원하는 그런 자비로운 사업이 절대로 아니었다.

‘아니 구원 따위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철저하게 악령들을 소멸시키면서 정기만 쥐어짤 생각만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된다.

역시 창조신장님답게 외부를 아주 좋게 포장하는 법을 알고 있었다.

“그렇게도 표현할 수도 있었군.

창조신장님께 좋은 것을 배웠다.

지옥 구원계획이라?

앞으로 그렇게 선전하지.”

그 말에 이번에는 하데스의 표정이 확 변했다.

뭔가 통보받은 내용과는 무척 다르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창조신장님이 보내주신 공문의 제목은 지옥 구원계획이었다.

그러나 이건 아무리 보아도 자비나 구원과는 상당히 동떨어진 창조신 같다.’

그렇다고 협조를 명령받았으니 거부할 수 없어서 앞장서서 걸어갔다.

다른 타락마신족을 시키려고 해도 지옥 내에는 자신밖에 없었다.

부정정기 정련소 지옥에는 순순히 환생하지 않고 끝까지 자신의 정기와 악의를 포기하지 않는 지독한 독종인 악령들만 모인다.

그 따위 지성체의 악령들 따위에게 또 다른 신족을 배치할 만큼 그렇게 신계에 여유가 남아돌지는 않는 것이다.

덕분에 특별한 봉인이나 간수는 없지만 그러나 탈옥은 할 수 없다.

지옥에 떨어진 영혼들이 서로에게 보이는 악감정이나 생각이 실체화되어서 고통을 주게 하여 다른 생각을 못하게 하는 간단한 자신의 권능 덕분이다.

‘서로가 서로의 발목을 잡고 방해를 하면서 싸우기 때문에 못 벗어나지.

다른 존재의 행동에 눈만 감으면 바로 해방인데 말이야.

참으로 지성체들은 어리석단 말이지.’

악한 생각을 멈추기만 하면 당연히 고통은 멈추고 탈출할 수도 있다.

끝까지 부여잡고 있는 정기를 포기하면 그대로 지옥에서 해방되어서 다시 태어난다.

물론 불필요한 수고를 끼친 죄로 지성체가 아닌 하급 생명체가 된다.

이런 사실을 전부 알면서도 서로에게 영원히 고통을 주기를 멈추지 않는 구재불능의 악령들이다.

그런 가련한 영혼들을 구원하기 위해 지옥에 직접 내려온다는 상급 창조신이 보이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신족이라면 질색인 마력보다 더 지독한 부정정기가 가득 찬 지옥까지 내려와서 구원을 할 창조신으로는 안 보인다.’

경각심과 감각을 최대한 키우자 드디어 마신족조차 감당이 안 될 살기와 투기를 감지해낸 것이다.

걸어가면서 슬쩍 공문의 내용과 신원을 다시 확인했다.

그러자 이제야 정확히 상대가 누군지 알 수 있었다.

‘희미한 마력이 느껴져 이상하다고 생각했더니 이제 보니 마도신이군.

이 지옥에서도 굉장히 편해 보인다고 했더니 역시 그렇군.’

상급 창조신급의 마도신이 가진 마력에 비하면 지옥의 부정정기는 우스운 수준일 것이다.

지옥에 스스로를 가두고 있는 불행한 영혼들의 구세주로서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상부에 이의나 의문을 제기하기에는 직위도 능력도 너무 낮았다.

마도신 본인에게 방법을 묻고 따지기에는 소름이 오싹 몰려 왔다.

무엇보다 창조신장님이 이 지옥구원계획의 기안자이자 집행자로 알려준 상급 창조신대우 차원의 마도신이 정확한 이상 그럴 권한이 없었다.

‘마도신의 전장에서 악명은 독보적이지.’

적과 아군을 가리지 않고 승리를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기에 두려움의 대상이다.

그리고 마신족의 신족에게 가지는 뛰어난 능력측정 감각이 덤비는 순간 끝장이라는 사실을 명확하게 알려주고 있다.

주의해서 감지해보자 어떤 마신족이라도 기가 질릴 정도로 엄청난 살의였다.

‘어마어마한 살기와 투기, 힘이다.

도대체 얼마의 생명을 매장하고 죽여 왔기에 이 정도지?’

아무래도 감소되지 않는 불안과 의문을 가지고 살짝 돌려서 물었다.

“구원이 아니셨습니까?

정식 보고서를 작성해야 되니 사전에 말씀을 해주시면 조정하겠습니다.”

“아아. 자비로운 구원인가?

쿡쿡-! 결과는 그렇게 되겠지.

그럼 결과 보고서는 그렇게 작성해라.”

지옥의 관리책임자로서 당연히 이번 일에 책임이 일정 부분이 있어 당황하는 하데스를 지나서 차원의 마도신은 앞장을 서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이미 지옥의 구조파악을 차원권능으로 파악이 끝나서 안내는 필요가 없었다.

지옥 속에서 휘몰아치는 악령과 다름없는 수없는 영혼들이 내뿜는 부정정기는 창조신의 신력이라도 오염시킬 정도였다.

슬쩍 뒤돌아보니 이계의 창조신들이 힘들어가는 기색이 뚜렷하다.

‘이들은 더 이상 접근이 무리군.

하지만 마도신인 나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지.’

다른 창조신들은 가볍게 손짓을 하여 가로막고 혼자서 걸어 나갔다.

겁도 없이 자신에게 여기저기서 달려 들어오는 악령들의 무리를 보면서 감탄했다.

각자 가지고 있는 부정정기는 겨우 100도 안 되지만 수가 몇 조가 넘으니 기세와 위력이 무시무시했다.

‘과연 창조신계의 지옥답다.

엄청난 숫자의 악령들이다.

이계의 창조신들은 마력이 없으니 버티는 것도 힘들겠어.

중심부로 갈수록 더 심해질 것이니 여기서부터는 나 혼자 가야하겠군.

그나저나 도대체 이게 정기로 환산하면 얼마나?

100조? 200조?

이거 성공하고 나서도 뒤가 걱정되는데?’

물론 이런 막대한 수의 악령들이 가진 부정정기를 일반 정기로 일일이 교환하는 수고를 한 고위의 창조신들에게 지불할 비용을 생각하면 적자였다.

그러나 마도신이며 고위 창조신들을 포로로 데리고 있는 자신에게는 아주 좋은 사업이었다.

확보할 수 있는 막대한 정기를 직접 확인한 차원의 마도신은 속에서 웃음이 터져 나오려 하고 있었다.

‘크크크크-! 역시 아무도 시도하지 않는 더럽고 힘든 일이라서 잘만하면 엄청난 정기의 수입이 예상된다.

자그마치 500억년동안 처리하지 못하고 쌓여오기만 한 부정정기의 치환이야.

창조신계만 따져도 100조 아니 150조 이상 벌 수 있어.

다른 주우주까지 합치면 가장 유망한 사업이 될 것이다.’

더구나 한 번으로 끝이 아니다.

악업으로 쉽게 얻은 정기를 결코 포기하지 않으려는 악령들은 끝없이 늘어나게 되어있다.

그래서 이미 부정정기 치환은 창조신계의 주요사업으로 상정되어 있었다.

실제로 과거에 꽤 고위의 창조신이 하려고 하다가 수지가 안 맞아서 사장되었을 뿐이다.

‘다른 창조신들이 아무도 호응을 하지 않아서 혼자서 힘겹게 하고 있다가 나중에 사업소식이 끊겼다고 했지?’

선발주자라서 관심이 가서 조사를 했더니 역시나 망했다.

창조신들의 입장에서는 차라리 행성을 만들어서 개발하거나 파는 것이 몇 배나 낫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가 있지만 제대로 하기만 하면 다른 사업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

원래 능력이 부족한 상급 창조신에게는 오지도 않는 엄청난 규모로 말이다.

정식으로 창조신으로 인정받으면 주는 주신성과 교환하여 얻어낸 값비싼 사업기회였다.

‘여기만이 아니라 다른 주우주의 고위 창조신들의 지옥까지 탈탈 털면 일천조가 넘는 정기도 꿈이 아니다.

이계를 송두리째 살 수도 있다.’

그러나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실적이 없으면 아무도 일을 맡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들에게 신뢰를 주기 위해서는 결국 창조신장님이 계신 창조신계부터 시작해야했다.

차원의 마도신이 혼자서 지옥의 중심부로 향하자 하데스가 당황해서 이미 거의 작성했던 보고서를 들고서 뛰어왔다.

“구원이 아니라면 과정은 어떻게 적을까요?”

그 말을 들으면서 간단하게 몸을 풀고 전투준비를 하는 차원의 마도신이었다.

신령에 비교할 가치도 안 되는 악령들이지만 워낙 수가 많다보니 상당히 강력했다.

방심하면 꽤나 귀찮은 일이 발행할 것 같았다.

위이이잉-! 우우우우우웅-! 우두두두두둑-!

신력과 마력, 몸까지 적절하게 풀고서 짧게 대답했다.

“좋은 말이 안 통해서 강제 집행.”

“예?”

하데스의 입장에서는 뭔가 예상대로인 것 같으면서 상당히 당황스런 대답이었다.

추가적으로 물으려는데 끝없이 주변에서 달라붙으려 하는 수많은 악령들을 날리던 차원의 마도신의 입에서 노성이 터져 나왔다.

아까부터 본인들이 겪었던 원한과 고통의 파동을 토해내며 달려드는 악령들의 태도가 가소롭기기 짝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니 너무나 고통스럽다고 외부로 보이는 악령들이 겪었던 시련과 고통이 하찮았다.

“우습다-!

일백년도 안 되는 삶으로 겪은 고통으로 감히 누구에게 원통하다고 지껄이느냐?

너희들이 진정한 삶의 고통을 아느냐?”

악령들이 투영하는 기억들이 나름대로 비극이기는 한데 자신의 신세에 비교하면 술 먹고 신세 한탄하고 한숨자면 풀릴 가벼운 수준이었다.

‘그리고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이 행복할 수준인데 이걸 누구에게 디밀어?’

마력을 발동해서 악령들을 통째로 지옥 중심부로 밀어 넣으면서 외쳤다.

“아무런 죄도 없이 모든 지성체의 적이 되어 끝없이 증오와 살해시도를 당해본 적이 있나?

굶주려 죽기 싫어서 썩어가는 동물시체와 이끼를 먹어본 적이 있더냐?

아무리 노력해도 넘을 수 없는 재능의 벽에 좌절하여 세상전부의 멸망을 진심으로 간청해본 적이 있는가?

살기 위해서 출세하기 위해서 모든 오욕을 참아가면서 끝없이 투쟁해본 적도 있겠지?

겨우 임관이 되었더니 부하든 상급자든 전부 다 원수 같은 관계인 적도 있나?

강제로 몇 만 년이란 시간을 몸이 산산조각으로 박살나는 대련을 해본 적이 있느냐는 말이다.

그 정도가 아니라면 내 앞에서 억울하다고 외치지 마라.

일단 전부 박살을 내주마.”

그 말이 끝나는 순간 지옥의 악령들의 군집체가 10조각으로 나뉘었다.

차원의 마도신이 가볍게 마력의 손톱으로 휘저은 결과였다.

꽈사사사사사사사사삭-! 케에에에에에엑-!

갈라지고 태워지는 소리와 동시에 악령들이 소멸되면서 내뱉는 비명소리가 지옥을 뒤흔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하데스는 지극히 익숙하면서 험악한 권능에 기겁을 했다.

“마신왕의 마력의 손톱!

아……, 아니다.

저거 도대체 뭐야?”

지옥 전체를 양단할 기세로 자라난 마력의 손톱들은 길이부터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엄청난 수의 악령들을 수십 조각으로 절단하면서 검은 불길로 태워 소멸시키기까지 하고 있었다.

화르르르르르르르륵-!

지옥 전체가 악령들이 검은 불길로 태워져 재로 변하는 광경으로 가득 찬다.

그 중심에서 차원의 마도신은 흑염의 권능이 타오르는 마력의 손톱으로 주변을 난도질하면서 신경질적으로 외쳤다.

“무례하다-!”

역시 지옥의 악령답게 끝까지 악영향을 주려고 달려들고 있었다.

그들이 보여주는 불행했던 삶의 고뇌와 고통이 끝없이 밀려들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겨우 그 정도 삶의 고통으로 악에 받쳐서 환생을 거부하고 지옥에서 버티고 있다는 사실이 아주 마음에 안 들었다.

자신이 이런 상황이면 재빨리 포기하고 다시 기회를 잡으려고 했을 것이다.

그런데 억울하다고 지옥에서까지 버티면서 이런 민폐를 벌리고 있었다.

“겨우 그 정도로 악에 물든 근성도 없는 것들아-!

순순히 회개하고 천국으로 꺼지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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